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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25화 (225/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25화

22장 진지하게 진지 공사?(6)

“자, 다음은 해진이.”

“일병 이해진.”

“고생했다.”

오상진이 이해진 일병에게 상병 계급장을 건넸다. 이해진 일병 역시 밝은 표정으로 계급장을 받고 돌아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주영 이병이 눈앞에 섰다.

“손주영.”

“이병 손주영.”

“드디어 일병 다네. 이제 작대기 두 개인가?”

“네. 그렇습니다.”

“일병 달면 그만큼 책임감이 더 막중해지는 거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 고생 많았다.”

오상진이 일병 계급장을 손주영 이병에게 건넸다.

“주영이도 이제 병아리에서 벗어나야지. 이제부터 실질적인 군 생활의 시작이야.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몸을 돌려 소대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너희들은 계급 간의 의미에 대해서 알고 있나?”

소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오상진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조용히 말했다.

“이등병의 작대기 하나는 땅을 상징한다. 땅이라고 함은, 곧이곧대로 땅이라 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의 기반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병은 작대기 두 개. 그 위에 기반이 하나 더 쌓인다는 뜻이다. 상병과 병장도 마찬가지다. 기반이 조금씩 더 쌓인다는 뜻이지. 그래서 여기 있는 모든 병사들이야말로 진정한 국가의 기반이 된다는 뜻이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언젠가 대대장 시절 이 문구를 본 기억이 있었다. 그것을 간단히 추려서 설명해 주었다.

‘후후, 그때 본 걸 이제야 써 먹다니.’

대대장 시절에는 보고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다. 하지만 병사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니, 아니, 계급장을 전달하다 보니 불현듯 그 의미가 떠올랐다.

손주영 이병은 오상진이 설명한 계급의 의미를 듣고 일병 계급장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옆에서 손주영 이병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왔다.

“이야, 우리 주영이 이제 일병 다네.”

“작대기 두 개야. 축하한다.”

“이병 손주영. 감사합니다.”

“에헤이. 이제 일병인데. 일병 손주영 해야지. 한번 해 봐.”

김우진 상병이 다가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오상진 슬쩍 빠져 주었다. 이럴 때는 간부인 자신이 없는 것이 좋았다.

선임들은 손주영 이병 약 올리기에 정신이 없었다.

“아, 아닙니다.”

손주영 이병이 어색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기뻤지만 차마 내색할 수 없었다.

“일병 계급장 받았잖아. 그럼 이제 일병이지. 한번 해봐.”

김우진 상병이 끝까지 유혹했다. 결국 그 유혹에 이기지 못한 손주영 이병이 관등성명을 댔다.

“이, 일병 손주영!”

“오호, 일병이래! 우식아 주영이 봐봐. 일병 계급장 달았다고 일병이란다.”

“저런 미친 녀석! 인마, 너 일병 신고식 했어? 신고식도 안 한 녀석이 무슨 일병이야!”

“죄, 죄송합니다.”

손주영 이병은 당황하며 말했다. 그러자 또다시 김우진 상병이 나섰다.

“에헤이. 어차피 내일이면 일병 다는데 연습하는 걸 가지고 또 그런다. 안 그러냐?”

김우진 상병은 병 주고 약 주고 놀려먹기 바빴다. 김일도 상병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야, 인마. 주영이 그만 놀려! 지금 주영이 얼마나 기분 좋겠냐. 너희들도 이등병에서 일병 달았을 때를 생각해 봐.”

“에이, 누가 모릅니까. 너무 좋았지 말입니다. 상병 달 때보다 말이죠. 그래서 더 놀리고 싶은 겁니다. 우리도 그 빌어먹을 강상식에게 엄청 당했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만 놀리고 훈련 나갈 준비 해.”

“네, 알겠습니다.”

모두 훈련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손주영 이병은 놀림을 받아도 기분이 좋았다. 손에 들린 일병 계급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 조영일 일병이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축하한다. 지금 너의 기분 잘 알고 있다. 엄청 벅차오르지?”

“네, 그렇습니다.”

“그래. 나도 그날 밤 한숨도 못 잤다. 어쨌든 오바로크도 쳐야 하니까. 이번 주에 외박 신청했지?”

“네. 그렇습니다.”

“잘했다. 여기 아줌마는 오바로크를 잘 못 쳐! 밖에서 치고 오는 게 훨씬 나으니까. 그렇게 해.”

“네. 알겠습니다.”

“자, 훈련 나가자.”

“네.”

그 뒤로 노현래 이병이 부러운 눈으로 다가와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손주영 이병님.”

“너도 두 달 후면 달잖아.”

“그래도 부럽습니다.”

“자식.”

강대철 이병과 최강철 이병 역시 부러운 눈으로 일병 계급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저거 언제 다나?’

‘와 씨, 완전 개 부럽네.’

15.

그날 저녁.

손주영 이병은 저녁을 먹고, 내무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다른 선임병들도 마찬가지였다.

손주영 이병은 관물대 서랍에 고이 모셔놓은 일병 계급장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옆으로 노현래 이병이 다가왔다.

“그리 좋으십니까?”

“으응. 좋아.”

“진짜 부럽습니다.”

노현래 이병의 말에 손주영 이병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때 김일도 상병이 관물대에서 전투모 하나를 꺼냈다. 그것을 들고 손주영 이병에게 다가갔다.

“손주영.”

“이병 손주영!”

“자, 일병 단 선물이다.”

김일도 상병이 내민 것은 일병 오바로크가 쳐진 전투모였다.

“너 58호 맞지?”

“네, 맞습니다.”

“이거 김대식 병장이 너 일병 진급하는 거 알고 선물로 주고 가셨다.”

“김 병장님께서 말입니까?”

“그래. 너 진급할 때 주라고. 이거 쓰고 내일 진급 신고해라. 어차피 나머지는 밖에서 오바로크 칠 거라면서. 참, 이번 주 외박 신청했냐?”

“네. 했습니다.”

“자식 부럽네. 나는 군수대 아줌마에게 해달라고 해야 하는데.”

“제가 해 드립니까?”

“됐어, 인마! 그냥 나가서 일병 기념으로 마음껏 즐겨. 그보다 면회는 안 오냐?”

“네.”

“여자 친구도 없고?”

“없습니다.”

“무슨 낙으로 사냐.”

김일도 상병의 말에 손주영 이병은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런 그에게 김우진 상병을 비롯해 최우식 상병, 구진모 일병 등이 우르르 다가왔다.

“뭐야? 김 병장님께서 너에게 선물 준 거라고?”

“네. 그렇습니다.”

“우와, 우리 김대식 병장님 센스 오진다.”

“완전 멋져!”

“역시 김대식 병장님이셔.”

모두 이미 제대한 김대식 병장을 칭찬했다. 손주영 이병 역시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김일도 상병이 저 멀리 앉아서 말했다.

“야, 손주영.”

“이병 손주영.”

“인마, 선물 받았으면 착용해 보고 확인을 해봐야지.”

“그, 그래도 됩니까?”

“내가 허락했잖아. 괜찮아, 해봐.”

“네, 알겠습니다.”

손주영 이병이 선물 받은 일병 모자를 썼다.

“자식, 보기 좋네. 연습 삼아 경례 한번 해봐.”

“넵. 충성!”

“경례 가지고 되겠습니까? 관등성명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우진 상병의 말에 손주영 이병이 움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점심때 한 번 당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저. 그, 그건…….”

“괜찮아. 해봐! 내가 허락했잖아.”

김일도 상병이 말했다. 손주영 이병이 고개를 끄덕인 후 힘차게 관등성명을 댔다.

“일병 손주영!”

“그래! 멋지다.”

“자식 축하한다!”

“일병 다신 거 축하드립니다.”

“축하해.”

1소대원들 전부 진심으로 손주영 이병의 진급을 축하해 줬다. 물론 이해진 일병 역시 상병을 달았지만 손주영 이병만큼 크게 축하받지는 못했다. 이들 모두 이등병에서 일병 다는 기쁨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손주영 이병은 불침번 근무를 섰다. 홀로 복도에 서서 근무를 서다가 주위를 확인했다. 저 멀리 다른 중대 불침번 근무자가 있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손주영 이병이 복도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건빵 주머니에 넣어둔 모자를 꺼내 방금 쓰고 있던 모자와 바꿔 써 보았다.

“이야…….”

작대기 두 개가 선명하게 오바로크 쳐진 일병 전투모였다. 거울 속에 비친 일병 전투모가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다.

“암만 봐도 멋지단 말이야.”

손주영 이병이 그렇게 몇 번이고 확인을 한 후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 저 멀리 근무를 서던 타 중대 선임이 살짝 불렀다.

“야!”

“네, 네?”

손주영 이병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뭐해? 다음 근무자 안 깨워?”

손주영 이병이 화들짝 놀라서 시간을 확인했다.

“네, 알겠습니다.”

손주영 이병은 살짝 민망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1소대 내무실로 들어가 다음 근무자를 깨우고 나온 후 다시 한번 일병 전투모를 보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16.

다음 날, 출근 준비를 하는 오상진에게 한소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소희 씨. 아침 일찍 무슨 일이에요?”

-상진 씨. 뭐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요.

“네. 말해요.”

-오빠 커플이랑 같이 휴가 가도 괜찮아요?

“저야 괜찮죠. 그런데 소희 씨는 괜찮아요?”

-네, 아무래도 같이 가야 할 것 같아요.

“네?”

-그게, 저희 집안이 엄해서 저 혼자 2박 3일 여행 가는 건 꿈도 못 꾸거든요. 오빠가 나서서 해결해 준다고 했어요. 솔직히 외박을 해도 집에서 확인 전화를 해요. 그래서 당일치기가 아니면 거의 가족들이랑만 여행을 갔어요. 그런데 이번에 오빠가 책임 져 주기로 했어요.

“그래요? 소희 씨는 안 불편해요?”

-불편해도 어떻게 해요? 안 그러면 상진 씨랑 여행 못 가는데요.

“아, 그래요? 저랑 그렇게 여행 가고 싶었어요?”

오상진이 갑자기 장난을 치고 싶었다. 그러자 즉각 반응이 왔다.

-뭐래? 그럼 상진 씨는 저하고 여행 가기 싫어요?

“그럴 리가요.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소희 씨한테 말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칫. 그래놓고 왜 놀려요?

“소희 씨도 나하고 같은 마음이라 좋아서 그런 거죠.”

-아무튼 상진 씨도 오케이한 거죠?

“네. 그럼요.”

-알았어요. 그럼 날짜 잡고 연락 다시 해요.

“네.”

오상진이 전화를 끊고 곧바로 한대만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접니다.”

-오오, 오 소위. 아니지, 매제!

“방금 소희 씨랑 통화를 했습니다.”

-오오, 소희가 벌써 전화를 했어? 이 녀석 급하긴 급했나 보네.

“네?”

-아니, 우리 매제랑 그렇게 여행을 가고 싶었나 봐.

“하핫, 하하하. 그렇습니까?”

-당연하지. 우리 동생이 매제한테 푹 빠지긴 했나 봐. 저렇게 안달인 것을 보면 말이야. 여태껏 남자에게 이런 적이 없었는데 말이지.

“네? 소희 씨에게 남자가 있었어요?”

-으응?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한대만은 바로 못 들은 척을 했다. 오상진은 그저 피식 웃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날짜는 어떻게 하죠?”

-날짜는 우리가 정할 게. 그보다 주말을 끼고 2박 3일이지? 뭐, 우리 소희 씨도 그래야 하니까.

“네. 가능하면 형님께서 정해주신 날짜에 맞춰보도록 하겠습니다.”

-맞아, 우리 소희 씨가 15일부터 17일까지 휴가를 신청했어.

“아, 그날이면 저도 괜찮아요. 다행히 신청한 사람이 없네요.”

-잘됐네. 그날 가는 것으로 하고. 내가 스케쥴을 다 짜 놓을 테니까 매제는 몸만 와, 몸만!

“그래도 됩니까? 제가 준비할 거라도…….”

-아냐, 아냐! 괜찮아. 모든 것은 이 형님이 다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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