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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24화 (22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24화

22장 진지하게 진지 공사?(5)

“경고하는데 또 이런 꼴 내 눈에 보이면 휴가 일절 없어! 알아서들 해.”

“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시무룩하게 대답을 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장재일 2소대장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2소대장. 너의 사정은 잘 알겠는데 솔직히 이건 아니잖아. 안 그래?”

“네.”

“3소대장이 먼저 휴가를 신청했으니까. 이번에는 네가 양보해. 알겠나.”

“네.”

장재일 2소대장이 잔뜩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행정반을 나가려고 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어디 가?”

“와이프에게 전화하러 갑니다.”

그렇게 장재일 2소대장이 나가고, 3소대장이 김철환 1중대장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중대장님.”

“감사는 무슨! 너도 이번 일은 반성해! 제발 장병들에게는 쪽팔린 모습은 보여주지 말자.”

“네. 반성하고 있습니다.”

3소대장이 바로 대답을 했다.

“그럼 됐어!”

김철환 1중대장은 두 사람의 휴가를 정리한 후 오상진에게 시선이 갔다.

“그보다 1소대장 넌 휴가 정했냐?”

“아직 안 정했습니다.”

“너도 빨리빨리 정해. 그러다가 좋은 날 다 지나간다.”

“네.”

오상진이 멋쩍게 웃었다. 그러다가 김철환 1중대장이 주위 눈치를 살피며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그럼 너 말이야. 휴가 정해지면 여자 친구랑 가는 거 맞지?”

“모르겠습니다.”

“몰라? 그럼 같이 안 가?”

김철환 1중대장이 놀라며 물었다. 오상진이 살짝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그게 말입니다.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안정하기는 얼굴에 다 써 있구만. 어디로 갈 건데? 좋은 데로 가냐?”

“진짜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휴가 얘기도 못 꺼냈는데 말입니다.”

“에이, 이런 멍청한 놈! 아직까지 말도 안 하고 뭐 하고 있었냐.”

김철환 1중대장의 핀잔에 오상진은 뒷머리만 긁적였다.

“아무튼 휴가는 갈 거지?”

“네, 가야죠.”

“좋은 곳에 가면 중대장에게도 알려줘. 너희만 좋은 데 놀러 다니지 말고. 나도 너희 형수랑 오붓하게 여행 좀 다녀올 테니까.”

“소은이도 함께 갑니까?”

“야, 내가 아까 말했지. 둘이 오붓하게!”

“그럼 소은이는 누가 봅니까?”

“이럴 때 처제랑 같이 산다는 것이 보람되는 거야. 처제가 봐주기로 했어.”

김철환 1중대장의 실실 웃으며 기분 좋은 얼굴이 되었다. 오상진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어? 진짜입니까? 세나가 봐주기로 했습니까?”

“그렇다니까.”

김철환 1중대장이 뿌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하다네. 어차피 주말 끼고 갈 거고. 금요일에 좀 일찍 집에 온대. 그렇게 말해주니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 후후후.”

김철환 1중대장이 실실 웃었다. 그전까지 처제 때문에 부부 관계가 뜸해졌다고 불만이 가득했는데 하루아침에 처제 예찬론자가 되어버렸다.

‘어이구, 언제는 세나 때문에 불편해 죽겠다고 하던 양반이…….’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아무튼 휴가 정해지면 후딱 갔다 와. 알았지?”

“네, 중대장님.”

“오냐. 그럼 다들 수고하고.”

“충성! 수고하십시오.”

김철환 1중대장은 기분 좋은 얼굴로 자신의 사무실로 갔다. 오상진은 슬쩍 달력을 확인했다.

“휴가라…….”

오상진도 사실 한소희와 휴가를 함께 보내고 싶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으로 놀러 가 색다른 추억을 쌓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선뜻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흠……. 이것 참. 어떻게 휴가를 가자고 하지? 그래도 외박인데. 날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오상진의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다 문득 세나와의 과외가 떠올랐다.

“어? 맞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에 과외를 못했구나. 문자라도 보내줘야겠다.”

오상진이 휴대폰을 꺼내 김세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세나야, 이번 주에 과외 가능하지?

-네, 오빠!

-그보다 숙제는 다 했어?

-…….

김세나에게서 아무런 답이 올라오지 않았다. 딱 봐도 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문자를 보냈다.

-세나야, 2주 전에 내준 숙제를 안 했다는 것은 뭐지?

-할게요. ㅠㅠ

-꼭 숙제해 놓고! 먹고 싶은 것은 있어?

-순대! 떡볶이!

-넌 질리지도 않냐?

-그게 얼마나 맛있는 건데요.

-알았다. 갈 때 사 갈게. 대신 숙제 꼭 해놓고.

-네.

오상진이 휴대폰을 책상에 내린 후 달력을 확인했다.

“진짜 휴가를 언제 가야 할까?”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발신자는 한 대위였다.

“어? 통신보안. 오상진 소위입니다.”

-아이고, 오 소위.

“후후, 한 대위님 오랜만입니다.”

-이보게, 자네! 한 대위라니. 제대한 지가 언제인데.

“벌써 제대하셨습니까?”

-와! 내가 진짜 설마설마했다. 제대 날 전화 한 통 없어서 바빠서 못했나 했는데……. 그런데 알고 보니 까먹고 있었네.

“죄송합니다.”

오상진은 정말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다가 달력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언제 제대하셨습니까?”

-언제 제대하긴 지난주 금요일?

“고작 3일밖에 안 되었지 않습니까.”

-고작 3일이라니. 그런 소리가 어디 있어? 오 소위가 제대를 기다리는 자의 심정을 알아?

“하하. 죄송합니다.”

-아무튼 세상에 바깥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네.

“아무튼 전역 축하드립니다. 말씀하시는 거 보니 좋아 보이십니다.”

-물론이지. 난 군대에 찌든 모습을 말끔히 벗겨내고 있는 중이야. 후후후!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아, 맞다. 오 소위. 오늘 시간 되면 나랑 점심 먹자.

“점심 말입니까?”

-그래, 내가 부대 앞으로 가겠네. 이 형님께서 맛있는 거 사 줄게.

“예, 상관없습니다.”

-알겠어. 그럼 위병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지?

“네.”

-그럼 이따가 점심때 봐.

“네, 형님.”

오상진이 전화를 끊고 피식 웃었다.

“벌써 제대를 했구나.”

오상진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달력을 보며 휴가 날짜를 언제로 정할지 고민했다.

“언제로 하지? 소희 씨랑 얘기해 볼까?”

오상진이 심각한 얼굴로 고민을 했다. 그러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상진이 위병소를 나섰고, 위병소 앞에 차가 한 대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이, 오 소위.”

“네, 형님.”

“어서 타!”

“네.”

한대만은 오상진을 태우고 근처 김치찌개 집으로 갔다.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한대만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내가 말이야. 여기 김치찌개 맛을 못 잊어서 말이지.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

“아, 네에.”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 소위도 제대해 봐, 여기 김치찌개가 엄청 생각날걸!”

“네, 알겠습니다.”

“진짜라니까?”

“그런데 제가 제대하면 군복 벗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어? 또 말이 그렇게 되는 건가?”

한대만이 실실 웃었다. 곧바로 김치찌개가 나오고 한대만은 허겁지겁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 먹었다. 그 모습을 보니까 정말로 김치찌개가 먹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밥을 다 먹고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두 잔 시켜서 마셨다. 오상진이 한 모금 마신 후 물었다.

“뭡니까?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어서 오신 거 아닙니까?”

“에이, 꼭 할 말이 있어서 오나. 그냥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해서지.”

“그럼 얼굴만 보러 오신 겁니까? 알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본 것 같으니까 그만 가죠. 저도 일찍 들어가 봐야 합니다.”

“에헤이, 이 사람아. 뭘 또 그리 급하다고!”

한대만이 오상진을 바로 붙잡았다.

“하실 얘기가 있다는 거죠?”

“그, 그래.”

“얘기하십시오. 뭡니까?”

“그게 말이야. 자네 휴가 아직 안 썼지!”

“네.”

“잘됐네. 우리 커플끼리 휴가 같이 안 갈래?”

“네에?”

오상진이 눈을 크게 떴다. 한대만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소희랑 휴가 계획 잡았어?”

“아, 아뇨. 아직 잡진 않았지만…….”

“아직 안 잡았으면 우리랑 같이 가자.”

“설마 형님이랑 저 둘만?”

오상진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한대만이 순간 정색하며 말했다.

“미쳤어! 우리 쌍 소희도 같이 가야지!”

“아, 그런데 소희 씨가 좋아할까요?”

오상진은 괜찮은데 한소희 걱정이었다. 한대만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 말이야. 내가 소희 설득하면 갈 거야?”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십니까?”

“말 돌리지 말고. 내가 설득하면 갈 거냐고.”

“소희 씨가 간다면 저도 갑니다.”

“딴소리 하기 없기다.”

“대신 제가 간다고 했다고 소희 씨에게 말씀하시는 건 안 됩니다.”

“에이, 내가 그러겠어. 어차피 전화통화 한 번에 모두 들통날 건데, 설마 그러겠어.”

“그런데 무슨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그런 게 있다. 자넨 휴가 날짜나 잘 조율해 봐.”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한대만과 얘기를 끝내고 오상진은 부대에 복귀했다. 한대만과 헤어질 때 기뻐하는 그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무튼 참, 형님도 귀여우신 면이 있다니까.”

오상진이 피식피식 웃었다. 행정반으로 향하던 오상진의 옆으로 4소대장이 후다닥 달려와 붙었다.

“어? 무슨 좋은 일 있습니까?”

“좋은 일은요. 4소대장은 식사했습니까?”

“네. 방금 먹고, 커피 한 잔 때리고 올라오는 길입니다. 1소대장님도 하셨습니까?”

“네. 저도 먹었습니다.”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행정반에 들어갔다. 2소대장과 3소대장도 식사를 하고 복귀를 한 상태였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직 냉한 분위기가 흘렸다. 오상진과 4소대장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의 자리로 갔다.

“자, 그럼 오후 업무를 봅시다.”

오상진의 파이팅 넘치는 말에 4소대장이 호응을 해줬다. 물론 2소대장과 3소대장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말이다. 업무를 보려고 할 때 행정계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에는 계급장이 들려 있었다.

“어? 그거 뭐냐?”

“아, 이번에 1소대 진급자가 있어서 말입니다.”

“진급자? 누구였지?”

“손주영 이병, 이해진 일병, 김일도 상병 이렇게 세 명입니다.”

“맞다. 그렇지.”

오상진도 그제야 기억이 났다. 행정계원 손에 들린 계급장을 보며 말했다.

“그거 나 줘라. 내가 가져다줄 테니까.”

“네.”

행정계원이 오상진에게 가져다주었다. 일병, 상병, 병장 세 개의 계급장이 있었다.

“어디 한번 진급자들 만나러 가 볼까?”

오상진이 1소대 내무실에 들어갔다. 오후 훈련을 위해 준비 중이었다.

“충성.”

김일도 상병이 경례를 했다.

“그래, 고생이 많다. 소대장이 온 이유는 내일 진급자 신고식이 있지?”

“네.”

“진급자 앞으로 나와라.”

김일도 상병, 이해진 상병, 손주영 이병이 앞으로 나왔다. 오상진은 그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야, 김일도.”

“상병 김일도.”

“이제 병장이냐?”

“네, 그렇습니다.”

“축하한다.”

오상진이 병장 계급장을 건넸다. 김일도 상병은 병장 계급장을 받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이등병 때 일병 계급장을 받았던 그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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