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212화
20장 정신 상태가 글러 먹었어!(21)
“소대장님, 혹시 강대철 전출 안 가는 겁니까?”
“흐흠, 아직 고민 중이다.”
“고민이요?”
“소대장이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부대에서 문제 생긴 애를 다른 부대로 보낸다는 것이 좀 그렇다. 전출 보내는 게 생각처럼 쉽지도 않지만 강대철 같은 문제아를 받아야 하는 그 부대는 또 무슨 죄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야. 이런 식으로 계속 문제 있는 애를 돌리고 돌리다 사고가 터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오상진의 말을 듣고 네 사람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만약에 새로 온 병사가 다른 부대에서 사고 친 고문관이라면 자신들도 기분 나쁠 것 같았다.
오상진은 오상진 나름대로 모인 소대원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솔직히 오상진은 소대원들의 입에서 강대철이 정말 싫으니 전출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대철 이병을 전출 보내야 한다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들 자신의 말에 수긍하는 듯했다.
‘애들의 생각도 좀 달라진 건가?’
오상진의 시선이 이해진 일병에게 향했다.
“해진아 너는 어때? 강대철이 불편하지 않아?”
“제가 불편할 것이 어디 있습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이해진 일병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체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오상진은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
“만약 전출을 보낸다 해도 다소 시간이 걸릴 텐데 괜찮아?”
“전출 늦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아니, 네가 불편하다면…….”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전 괜찮습니다. 아무런 상관없습니다.”
“괜찮아?”
“솔직히 이제 막 군에 들어온 것도 아니고, 1년이나 생활했습니다. 뭐, 강대철 이병이 불편하면 더 불편하지, 전 크게 불편한 것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
“그리고 강대철 이병도 반성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
“저는 소대장님 말씀처럼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당사자인 이해진 일병이 강대철 이병을 감싸자 다른 병사들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자신들의 불편함이 이해진 일병보다 더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그럼 너희 생각도 그러니 좀 더 지켜보도록 하겠다. 괜찮지?”
“네. 괜찮습니다.”
“네, 이해진 일병이 괜찮다면 상관없습니다.”
네 명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미안한 듯 미소를 지었다.
“알았다.”
그렇게 당장에라도 강대철 이병을 전출 보낼 것 같던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오상진이 소대원들과 대화를 마치고 행정반으로 들어왔다. 박중근 하사가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얘기는 잘하셨습니까?”
“네.”
“어떻게 되었습니까?”
“애들이 의외로 덤덤했습니다.”
“그렇습니까?”
이번에는 오상진이 박중근 하사에게 물었다.
“박 하사가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강대철 좀 달라진 것 같습니까?”
박중근 하사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으음, 조금 전에 봤을 때는 좀 달라진 느낌이긴 한데……. 얼마나 가겠습니까? 솔직히 저런 애들은 잘 안 바뀌는데.”
“저도 그래서 걱정이긴 합니다.”
“제가 좀 더 신경 쓰겠습니다, 소대장님. 그리고 어쩌면 소대원들도 좀 미안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 그런 겁니까?”
“솔직히 사람 맘이 그렇지 않습니까. 막상 내쫓으려고 하면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고 미안한 것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제가 좀 더 신경 써서 챙기겠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박 하사, 우리 잘한 결정일까요?”
“그건 지켜보면 알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죠.”
오상진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행정반을 나갔다.
한편, 김일도 상병과 김우진 상병, 이해진 일병, 구진모 일병은 다시 따로 모여 얘기를 나눴다.
“우리 이대로 그냥 가도 되겠습니까? 강대철 저 자식, 시한폭탄이지 않습니까.”
김우진 상병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김일도 상병이 피식 웃었다.
“네가 아까 말했잖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뭐, 바뀌지 않으면 언젠간 또 한 번 사고 치겠지.”
“워, 사고 칠 줄 알고 그냥 넘어가신 겁니까?”
“그런 것도 있고. 아니면 그 녀석 쥐 죽은 듯이 살지 않겠냐? 그것도 나쁘지 않잖아. 저런 녀석이 빌빌거리고 사는 것도.”
김일도 상병의 말에 구진모 일병이 슬쩍 말했다.
“가능하면 강대철 이병이 사람 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제가 병장 되면 강대철은 상병 될 텐데, 그때 밑에 애들한테 꼬장부릴 거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납니다.”
“야, 너 짬밥을 똥구멍으로 처먹었냐? 대철이와 너 무려 1년이나 차이가 나는데 별걱정을 다한다.”
“그런 겁니까?”
“해진이 좀 보고 배워라. 해진이도 이렇듯 담담한데 말이야.”
김일도 상병의 한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이해진 일병에게 향했다. 그러자 이해진 일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저 그렇게 담담한 거 아닙니다.”
“그럼 왜 아까 그런 얘길 했어?”
“그냥 그 녀석에게도 기회를 한 번 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뭐야? 이해진! 헷갈리게 왜 그래?”
김일도 상병의 말에 이해진 일병이 입을 뗐다.
“그래서 말인데 김 상병님. 강대철 이병 제가 좀 잡아도 됩니까?”
“네가? 가능하겠어?”
“아마 제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어. 네가 해봐. 우진아, 괜찮지?”
김우진 상병이 바로 손을 들며 말했다.
“당연히 해진이가 해준다면 좋죠. 그런데 해진아 정말 괜찮겠어? 강대철 그 새끼, 또 너한테 지랄할까 봐 걱정된다, 인마.”
“네, 괜찮습니다. 그리고 강대철 이병도 생각이 있으면 또 덤비겠습니까? 그럼 이번엔 진짜 영창으로 끝나지 않을 텐데요.”
“뭐 그렇긴 하겠지만.”
“아무튼 맡겨 주시면 제가 해보겠습니다.”
“이야, 우리 해진이 곧 상병 단다고 많이 달라졌다.”
“아닙니다. 원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알았어. 우리 해진이 믿고 맡겨본다.”
“네.”
그렇게 강대철 이병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그들은 걸그룹으로 화제를 돌렸다.
24.
그날 오후.
저녁 먹기 전 개인 정비를 하는데 행정계원이 나타났다.
“오늘 근무표입니다. 확인들 하십시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확인을 했다. 불침번과 외곽 근무표였다. 다행히 외곽 근무는 없고, 불침번만 내정되어 있었다.
강대철 이병도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근무표를 확인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자신의 이름이 없었다.
“김 상병님.”
“어, 왜?”
“근무표에 제 이름이 없습니다.”
강대철 이병이 김일도 상병에게 가서 물었다. 그러자 김일도 상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너 영창 갔다 왔잖아.”
“……?”
“부대 내에서 넌 요주의의 인물이다, 이 말이야. 당분간은 아마 근무에서 제외될걸?”
김일도 상병이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강대철 이병은 가볍게 넘길 수가 없었다. 솔직히 엄청 불안했다. 이러다 전출을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상병님! 저도 불침번 서고 싶습니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해? 그리고 너 불침번 근무 때마다 5분, 10분씩 늦게 일어나면서.”
“아닙니다. 불침번 제대로 서겠습니다.”
“왜 그래?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러냐고.”
“아닙니다. 꼭 서고 싶습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우진 상병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김 상병님, 저 녀석 그리 서고 싶다는데 그렇게 하십시오.”
“으음…….”
김일도 상병이 진지해진 얼굴로 다시 물었다.
“너 정말 불침번 서고 싶어?”
“네.”
“이미 근무표는 나와서 네 이름을 추가로 넣을 수는 없어. 하지만 네가 누군가를 대신해 불침번을 서겠다면 바꿔줄 수는 있다.”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래? 그럼 누구 대신 서고 싶은데?”
김일도 상병은 강대철 일병이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런 쇼를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면 됐다고 면박을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작 강대철 이병의 입에서는 다른 이름이 튀어나왔다.
“이해진 일병 대신 서겠습니다.”
“해진이?”
김일도 상병이 힐끔 이해진 일병을 봤다. 자신의 이름이 불렸음에도 이해진 일병은 덤덤히 앉아 있었다.
“정말 해진이 대신 서고 싶다고?”
“네.”
“왜? 미안해서 그래?”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실수 맞아?”
“네, 실수입니다.”
“해진아 너 대신 불침번 서고 싶다는데, 너는 어때?”
김일도 상병이 이해진 일병의 의사를 물었다. 그러자 이해진 일병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저야 좋습니다. 강대철 너 정말 불침번 설 거냐?”
“네.”
“좋아, 그럼 나 대신 네가 서라!”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이 김일도 상병에게 물었다.
“김 상병님 정말 이래도 됩니까?”
“그래, 강대철이 선다는데 뭐 어때?”
김일도 상병이 구진모 일병을 불렀다.
“진모야.”
“네. 넌 행정계원에게 가서 근무자 바뀌었다고 말해라. 근무표 고치라고.”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일병이 나가고 김우진 상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야. 해진이 좋겠네. 강대철이 불침번 근무 다 서 준다고 하고 말이야.”
이해진 일병은 그냥 웃고 말았다.
그날 저녁 불침번 근무자가 내무실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해진 일병이 미리 일어나 있었다.
“어? 이 일병님이 왜 일어나셨습니까?”
한태수 일병이 물었다. 이해진 일병은 혹시라도 강대철 이병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서 미리 일어난 것이다.
“대철이 안 일어날 것 같아서.”
근무자를 바꾸긴 했지만 응급 상황이라고 둘러대면 다른 사람이 대신 불침번을 서는 게 가능했다.
그때 강대철 이병이 상체를 일으켰다.
“이병 강대철. 저 일어났습니다.”
그러곤 부스럭부스럭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이해진 일병은 그런 강대철 이병을 그저 바라만 봤다. 강대철 이병이 옷을 다 갈아입고, 전투화를 신는데 이해진 일병이 물었다.
“강대철 너 뭐 하냐?”
“네? 무슨 말씀입니까?”
“너, 진짜 불침번 근무 서려고?”
“네, 제가 서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정말이냐?”
“네.”
“나중에 딴소리하는 건 아니지?”
“아닙니다.”
“알았다. 그럼 잘 부탁한다.”
“네.”
그렇게 강대철 이병이 불침번 근무를 서기 위해 나갔다. 그러자 잠을 자는 줄 알았던 김일도 상병, 김우진 상병이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저 녀석 뭐냐?”
“어? 안 주무셨습니까?”
“야, 잠이 오겠냐. 저 녀석이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
“사실 저도 진짜 불안해서 잠을 못 잤지 말입니다.
김우진 상병이 말했다. 그러자 이해진 일병이 말했다.
“두 분 진짜 뭐 하는 겁니까. 빨리 주무십시오.”
“야, 해진이 너는 뭐냐? 너도 안 자고 있었으면서.”
“저는 뭐…… 근무이기도 했고…….”
이해진 일병이 말을 얼버무렸다.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 저 녀석 바뀌었나? 사람 정말 헷갈리게 하네.”
이해진 일병이 웃으며 말했다.
“좀 더 지켜보시죠.”
“그래, 이제 나도 신경 끄련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김일도 상병이 이불을 푹 덮으며 말했다. 김우진 상병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신경 끄자.”
그렇게 잠 못 이루는 밤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