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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11화 (21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11화

20장 정신 상태가 글러 먹었어!(20)

“점심 먹으러 가자.”

“네.”

김일도 상병의 한마디에 다들 관물대에서 수저를 챙기기 시작했다.

김일도 상병이 노현래 이병을 불렀다.

“현래야.”

“이병 노현래.”

“힘들더라도 대철이 저 녀석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알긴 뭘 알아?”

“……네? 대철이 챙기라는 말 아니었습니까?”

“짜식이 짬 좀 먹었다고 빠릿빠릿해졌는데? 아무튼 네가 신경 좀 써라. 혹시라도 무슨 짓 하면 바로 나한테 신호 주고. 알았지?”

김일도 상병이 노현래 이병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힐끔 강대철 이병을 보았다.

“야 강대철.”

“이병 강대철.”

“너, 현래 말 잘 들어라.”

“네, 알겠습니다.”

“대답만 하지 말고 똑바로 들으라고.”

“네. 알겠습니다.”

“내가 지켜본다.”

김일도 상병은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못한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대철 이병을 한 번 본 후 내무실을 나갔다.

그런 김일도 상병이 조금은 든든했던지 노현래 이병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고 수저를 챙겨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강대철 이병을 바라봤다.

“대, 대철아.”

“이병 강대철!”

“우리도 밥 먹으러 가자. 어서 수저 챙겨.”

“네. 알겠습니다.”

노현래 이병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강대철 이병이 재빠른 움직임으로 관물대에서 수저를 챙겨 일어났다.

그 모습은 여태까지 노현래 이병에게 보였던 그런 몸동작이 아니었다.

고참들이 노현래 이병에게 원했고 노현래 이병도 새로 들어온 후임이 보여주길 바랐던 진짜 이등병다운 몸동작이었다.

노현래 이병은 새사람이 된 듯한 강대철 이병을 보며 말했다.

“대철이 영창 가서 많이 힘들었어?”

“예,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 너 좀 달라진 것 같다.”

“네,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노현래 이병님에게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무례하게 굴어 죄송했습니다.”

“뭐?”

“지금까지 건방지게 굴었던 것 죄송했습니다.”

“대철아, 너 갑자기 왜 그래?”

노현래 이병은 살짝 겁이 났다.

살짝 냉소적인 강대철 이병의 말투 속에서 왠지 모를 서늘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강대철 이병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목소리를 바꿨다.

“아닙니다, 저 영창 가서 정말 많이 반성했습니다.”

“그, 그래?”

“혹시 노 이병님은 영창 가 보셨습니까?”

“아, 아니. 거길 내가 왜 가?”

“나중에 한 번 가 보시면…… 아니구나. 절대 가지 마십시오. 정말 사람이 갈 곳이 아닙니다.”

“대철이 너……. 영창 가서 정말로 많이 힘들었구나.”

“네. 진짜 막…….”

강대철 이병이 말을 하다가 갑자기 울먹였다. 끔찍했던 15일간의 영창 생활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울컥 감정이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노현래 이병이 바로 말했다.

“야, 됐어. 말하지 마. 물어본 내가 미안하다.”

“아닙니다. 제가 죄송합니다.”

강대철 이병은 끝까지 울먹이며 말했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짠했는지 노현래 이병이 건빵 주머니에서 초코파이를 꺼내 내밀었다.

“자, 이따가 이거 먹어.”

초코파이를 본 강대철 이병이 눈을 크게 떴다.

“어? 이거 저 주시는 겁니까?”

“으응, 그런데 상태가 좀 그런가?”

노현래 이병이 내민 초코파이는 약간 찌그러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짬이 안 되다 보니 구석진 곳이나, 주머니 깊숙한 곳에 숨겨 다녀야 했기에 원형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물론 노현래 이병이나 강대철 이병 같은 이등병들에게는 이 정도도 감지덕지였다.

“아닙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강대철 이병이 재빨리 초코파이를 건네받곤 환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노현래 이병에게 능청스럽게 말했다.

“저는 찌그러진 초코파이가 좋습니다.”

“……?”

“고참들 보면 초코파이 일부러 망가뜨려 먹지 않습니까? 저도 그렇게 먹어봤는데 정말 맛이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초코파이를 먹는 방법은 천차만별이었다.

PX에 가는 게 쉽지 않은 이등병들이나 신줏단지 모시듯 하지 일병쯤 되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상병 위로는 초코파이를 봉지째 주무르고 주물러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는데 생긴 건 꼭 똥 같았지만 의외로 맛이 좋다고 했다.

“그래?”

“네. 어쨌든 감사합니다. 노현래 이병님.”

“그래. 대철아.”

“그런데 왜 자꾸 그렇게 보십니까?”

노현래 이병이 강대철 이병을 신경 쓰는 것만큼이나 강대철 이병도 노현래 이병이 신경 쓰였다.

딱 봐도 김일도 상병이 감시역으로 붙여 놓았으니 최대한 잘 보여야 하는데 노현래 이병이 잔뜩 주눅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고참들이 본다면 괜한 오해를 할 것 같아서 강대철 이병은 일부러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

노현래 이병은 그런 강대철의 노력하는 모습에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의심을 조금씩 지워갔다.

“아, 아니야. 아무것도. 이제 가자.”

“그런데 노현래 이병님.”

“왜?”

“초코파이, 지금 먹어도 됩니까?”

“왜? 이제 곧 점심 먹을 텐데.”

“지금 꼭 먹고 싶습니다.”

강대철 이병의 간절함에 노현래 이병이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며 말했다.

“그럼 빨리 먹어.”

“네.”

노현래 이병의 허락이 떨어지자 강대철 이병은 재빨리 봉지를 까더니 초코파이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입안 가득 초코파이를 오물거리는 강대철 이병은 감격스러운 듯한 표정이었다. 노현래 이병은 그 모습마저 안쓰러웠다.

“대철아 천천히 먹어.”

“이거 진짜 맛있습니다. 사실 영창에 있을 때 정말 엄청 생각이 났습니다.”

“초코파이가 그렇게 생각이 났어?”

“아뇨, 노현래 이병님께서 주신 그때의 초코파이 말입니다. 정말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말에 노현래 이병은 조금 감동을 받았다.

“대철아…….”

강대철 이병이 환하게 웃었다. 이빨 사이로 초코가 묻어 있는 것이 보였다. 영창 가기 전에 강대철 이병은 은근히 깔끔을 떨었었는데. 정말 예전하고 많이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점심을 먹은 1소대원들은 오후 훈련을 시작하기 전 잠깐의 휴식을 가졌다.

강대철 이병은 말없이 내무실에 앉아 있었다. 그것도 정 자세로 말이다.

그 모습을 소대원들이 힐끔힐끔 봤다.

“진짜 바뀌었나?”

“아직은 잘 모르지 말입니다.”

“그래도 예전하고 달라지긴 많이 달라졌잖아.”

“그렇긴 하지만…….”

김일도 상병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진이랑 해진이, 그리고 진모. 나 좀 보자.”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상병이 내무실을 나가다가 노현래 이병을 봤다.

“현래야.”

“이병 노현래.”

“너도 따라나와.”

“네.”

노현래 이병도 얼떨결에 따라나갔다. 그들이 간 곳은 휴게실이었다.

김일도 상병이 담배를 한 대 물며 노현래 이병을 불렀다.

“현래야.”

“이병 노현래.”

“내가 묻는 말에 솔직히 말해. 아까 점심때 저 녀석 좀 살펴봤잖아. 솔직히 저 녀석 어때? 딱 봐도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아?”

김일도 상병은 강대철 이병이 전출을 가고 싶지 않아 쇼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비록 영창을 겪어본 건 아니지만 고작 15일짜리 영창 생활로 인간 같지도 않은 강대철 이병이 인간처럼 변할 리 없다고 여겼다.

그러자 노현래 이병도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다고?”

“네.”

“왜 몰라? 그래도 같이 있었잖아.”

“그런데……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김일도 상병이 재차 물어봤지만 속 시원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노현래, 너 솔직히 말해. 대철이가 너에게 뭔 짓 했지? 그렇지?”

“아닙니다. 이상한 짓 안 했습니다. 단지…….”

“단지 뭐? 솔직히 말해. 뭔 일 있었어?”

“그게 말입니다.”

잠시 고심하던 노현래 이병이 점심때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설명해 줬다. 김일도 상병이 얘기를 다 듣고 난 후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저 녀석? 영창에서 자기 같은 놈이라도 만난 건가?”

그러자 잠자코 듣고 있던 김우진 상병이 끼어들었다.

“하긴, 영창이 좀 끔찍했을 수도 있습니다. 제 동기 놈이 영창 갔다 왔지 않습니까. 별것도 아닌 일로 갔는데 어찌나 눈치를 주고 갈구는지 숨을 쉬지 못할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 정도인가?”

김일도 상병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번에는 구진모 일병이 입을 열었다.

“저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강대철이 밖에서 조직 생활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왜?”

“원래 저런 양아치 애들이 알고 보면 감방을 좀 무서워한다고 합니다. 뭐, 들어서 아시겠지만 영창 가면 그곳이 감방과 약간 비슷하지 않습니까. 뭐, 철창도 있다고 하고…….”

“철창이 있냐?”

“으음,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철창이 있다면 감방이랑 비슷하겠네.”

“네. 아무튼 그런 것 때문에 대철이가 겁먹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나?”

김일도 상병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해진 일병을 보았다.

“해진아, 넌 어떻게 생각해?”

“일병 이해진.”

“대충 해. 대충. 이제 곧 너도 상병 달잖아.”

“네. 알겠습니다.”

“아무튼, 네가 보기에는 어때?”

김일도 상병은 이해진 일병이 틈틈이 강대철 이병을 관찰해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눈썰미 좋은 이해진 일병이라면 자신이 놓친 무언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저도 강대철 이병이 100%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또다시 영창이나 전출 가기 싫으면 잘하는 모습 보여야죠. 그래서 제 생각에는 한동안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흠……. 그게 나으려나?”

김일도 상병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이해진 일병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그때 불쑥 오상진이 나타났다.

“아, 너희들 여기 있었냐?”

김일도 상병이 깜짝 놀라며 경례를 했다.

“충성.”

“안 그래도 너희들을 찾고 있었는데.”

“저희를 말입니까?”

“차라리 잘 됐다. 다들 나 따라와. 미안하지만 현래는 들어가 있고.”

오상진이 김일도 상병, 김우진 상병, 이해진 일병, 구진모 일병 이렇게 네 명을 데리고 간 곳은 PX였다.

오상진은 음료수와 간단한 먹거리를 산 뒤에 근처 벤치로 자리를 옮겼다.

“소대장이 너희를 찾은 이유는 강대철 때문이다.”

네 사람도 어느 정도 예상을 했는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에게 오상진은 대놓고 물었다.

“강대철, 어떤 것 같아?”

오상진의 시선을 받은 김일도 상병이 먼저 말했다.

“하루 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영창이 역시 무섭긴 무서운 모양입니다. 예전과 달리 말도 잘 듣고, 싹싹하니 행동합니다.”

“그래? 우진이 네가 보기에는 어때?”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네. 솔직히 전 사람이 그렇게 쉽게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모 너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습니다. 눈빛만 봐도 많이 순해진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찬찬히 보던 김우진 상병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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