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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10화 (21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10화

20장 정신 상태가 글러 먹었어!(19)

오상진은 강대철 이병의 표정을 살핀 후 입을 열었다.

“일단 너의 결심도 알았고, 어쨌든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군 생활하겠다는 말 아니야.”

“네, 맞습니다.”

“그럼 일단 첫 번째 문제는 이해진 일병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고.”

“네.”

“두 번째는 소대원들에게도 사과를 해야 해. 할 수 있겠어?”

“물론입니다.”

“알겠다. 그럼 이 문제는 일단 이해진 일병과 먼저 얘기해 보고 진행하도록 하자. 넌 내무실로 가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알겠습니다.”

강대철 이병이 일어나 경례를 한 후 내무실로 향했다. 내무실는 매우 조용했다. 다행히 모두 훈련을 나간 상태라 내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쓰읍!

강대철 이병이 내무실에 들어오자마자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익숙한 냄새. 내가 돌아왔긴 왔구나.”

강대철 이병이 혼잣말을 중얼거린 후 내무실을 쭉 훑어봤다. 내무실을 훑는 강대철 이병의 눈빛은 예전만큼 날카롭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고 박중근 하사가 들어왔다. 강대철 이병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박중근 하사를 발견하고 곧바로 경례했다.

“충성.”

“그래, 강대철 왔냐.”

“네.”

“다른 애들은 훈련 갔다가 아직 안 돌아온 모양이네.”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앉아서 대기해,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이니까. 곧 복귀하겠지.”

“알겠습니다.”

강대철 이병이 자신의 관물대 앞에 앉았다. 박중근 하사가 힐끔 보면서 말했다.

“그래도 아직 네 관물대는 안 치웠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곧 치울 수 있을지도 몰라.”

강대철 이병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졌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박중근 하사가 은근슬쩍 겁을 줬다. 보름간 고심이 많던 오상진을 위해서라도 이 정도 경고쯤은 해둬야 할 것 같았다.

“제가 더 열심히 잘하겠습니다.”

“자식, 말은 잘한다. 그리고 내가 하사 생활 그리 길게 하지도 않았는데 너처럼 이등병이 사고치고 영창 다녀온 놈은 네가 처음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봐주십시오.”

강대철 이병이 계속해서 저자세로 나갔다. 박중근 하사는 그런 강대철 이병의 모습이 진심이길 바랐다.

“진짜 잘 좀 해라. 우리 소대장님이 진짜 좋은 분인데, 너 때문에 요 근래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야.”

“네, 진짜 잘하겠습니다.”

박중근 하사 역시 달라진 강대철 이병의 모습이 살짝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지켜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 그럼 쉬고 있어.”

“네, 충성.”

박중근 하사가 내무실을 나가고 강대철 이병은 다시 그 자리에 앉았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내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와, 덥다, 더워. 뭔 날씨가 이리 덥냐!”

구진모 일병이었다. 잔뜩 땀을 흘리며 내무실에 들어온 구진모 일병은 강대철 이병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랐다.

“와 씨, 깜짝이야.”

구진모 일병이 강대철 이병을 바라보다가 슬쩍 나가며 문을 닫았다. 김우진 상병이 내무실로 향하다가 문이 닫히자 인상을 썼다.

“야, 왜 문을 닫아.”

“김 상병님.”

“왜 그래?”

“강대철 왔습니다.”

“뭐? 대철이가 왔어?”

김우진 상병도 살짝 놀란 눈으로 대답했다. 그때 뒤에서 김일도 상병이 나타났다.

“다들 왜 안 들어가고 있어?”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대철이가 왔답니다.”

“아, 그래? 일단 오긴 해야지. 전출을 보내더라도 부대 복귀를 하고 기다려야 할 것 아니야.”

김일도 상병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바로 영창에서 가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야, 부대 알아보고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

“아, 그럼 한동안 강대철과 내무반 생활 같이해야 합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왜? 불편하냐?”

“아니라고는 말 못 드리겠습니다.”

구진모 일병이 나섰다.

“김 상병님, 막말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안 불편하다면 거짓말 아니겠습니까.”

“흐음, 뭐 그렇긴 하지. 그래도 불편해도 참아. 설마하니 저 녀석이랑 평생 같이 가겠냐?”

“그래도 좀 찝찝하지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다른 소대원들도 입을 열었다. 그때 상황실에 들렀다가 온 이해진 일병 역시 내무실로 왔다.

“안 들어가십니까?”

김우진 상병이 이해진 일병을 보며 말했다.

“해진아, 강대철 왔단다.”

“어?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까?”

“넌 대충 짐작한 눈치다?”

“네, 뭐…….”

이번에는 김일도 상병이 이해진 일병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으음, 좀 민감한 일인데 너도 당분간은 불편해도 좀 참자.”

“전 상관없습니다.”

그러자 김우진 상병이 발끈하며 말했다.

“야, 끔찍한 소리 하지 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 때린 놈이랑 군 생활 같이하려고?”

그러자 이해진 일병이 피식 웃었다.

“김 상병님, 저 맞은 거 아닙니다. 맞아준 겁니다.”

“아, 맞다. 너 야구부였다는 소리는 들었다. 그리고 인마, 그런 얘기는 미리미리 해주고 그래야지.”

김우진 상병이 살짝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에이, 그냥 중학교 때까지 잠깐 한 것입니다.”

“아무튼…….”

“우진아. 왜 좀 찔리냐?”

김일도 상병이 슬쩍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김우진 상병이 움찔했다.

“하하, 찔리긴 뭐가 찔린다고 그러십니까. 저 하나도 안 찔립니다.”

“진짜? 확실해?”

김일도 상병이 다시금 물었다. 김우진 상병이 애써 시선을 외면하면서 딴청을 피웠다. 김일도 상병이 피식 웃으며 시선을 이해진 일병에게 뒀다.

“그래, 해진아. 나에게도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아무튼 이제 곧 상병도 다니까 이등병 때 좀 심하게 군 것은 잊어버려 줘라. 알았지?”

김일도 상병이 먼저 이해진 일병에게 슬쩍 사과를 했다.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만큼 괴롭힌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병 시절 이등병인 이해진을 잘 대해줬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그러자 딴청을 피우던 김우진 상병도 숟가락을 얹었다.

“나, 나도…….”

사실 두 사람이 이러는 이유는 강대철 이병과 그런 일이 있고 난 후부터 이해진 일병이 살짝 무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해진 일병은 두들겨 맞으면서까지 강대철 이병을 영창 보낸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 이해진 일병은 며칠 후면 상병까지 달 터였다. 어찌 보면 내무실에서 실권자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혹여나 그때의 앙금이 남아 있진 않을까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차기 분대장이 미안했다. 잘 좀 봐줘.”

김일도 상병이 장난식으로 분대장을 강조하며 말했다. 이해진 일병이 웃으며 입을 뗐다.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런데 김우진 상병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어? 김 상병님 아직 분대장 안 다셨지 않습니까? 그런데 무슨 분대장입니까?”

“야, 인마! 그래서 차기 분대장이라고 했잖아. 그리고 다음 달이면 나도 병장이고, 김대식 병장도 곧 제대하는데 그다음 분대장은 나 아니냐?”

“그거야 그렇지만…….”

“야, 김우진!”

“상병 김우진.”

“왜, 푸른색 견장이 탐나냐?”

“에이, 무슨 소리입니까. 김일도 상병님이 계시는데 제가 어떻게…….”

“뭐야? 그 말은 내가 없다면 탐을 냈을 거란 것이네.”

“하하하, 아닙니다.”

김우진 상병이 두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김일도 상병이 입을 뗐다.

“어쨌든 나 다음은 너니까 지금 당장 탐내지 말고. 뭣보다 지금 그게 중요하냐?”

“아……. 아니지 말입니다.”

“그래, 지금 내무실 안에 강대철이 왔다고 하잖아. 그냥 다들 무시해. 어차피 전출 갈 놈이니까,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어. 그냥 평소처럼 행동해.”

“네. 알겠습니다.”

모두의 대답을 듣고 김일도 상병의 시선이 이해진 일병에게 향했다.

“해진아 다시 한번 물을 게. 너 정말 괜찮은 거지?”

“전 상관없습니다. 전 강대철 이병이랑 끝까지 군 생활할 자신도 있습니다.”

“야 이 씨!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마.”

“정말입니다.”

“야, 너도 이제 곧 상병 단다 이거지.”

“상병에게 찍혀봤자 이등병만 힘들지 말입니다.”

이해진 일병의 당당한 말에 김우진 상병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해진아, 그동안 너 어떻게 참았냐? 내가 갈굴 때.”

“그러게 말입니다.”

이해진 일병이 씨익 웃으며 말하자 김우진 상병이 움찔하며 김일도 상병에게 말을 걸었다.

“와, 보셨습니까. 김 상병님? 이 녀석 엄청 무서워졌습니다.”

“그러게 나도 점점 무서워진다. 그래도 해진아, 내가 너에게 크게 잘못한 건 없지? 그렇지?”

소대원들은 서로 농담을 던지며 긴장된 분위기를 풀었다.

지난 일에 대한 반성도 반성이지만 피해자인 이해진 일병의 기분을 어느 정도 풀어주는 게 목적이었다.

김우진 상병은 강대철 이병이 복귀했을 때 이해진 일병이 겁을 먹는다든지 심기가 불편할까 걱정했었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를 보니 이해진 일병은 오히려 강대철 이병이 오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이해진 일병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김일도 상병과 김우진 상병은 약간 당황스러웠다.

“자자, 문 앞에서 이러지 말고 들어가자.”

김일도 상병이 문을 열고 내무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강대철 이병이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 경례를 했다.

“충성! 이병 강대철. 영창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강대철 이병의 보고를 받은 김일도 상병이 순간 빵 터지고 말았다. 방금 강대철 이병의 행동이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였다.

“하하핫! 얘 지금 뭐라는 거냐? 영창…… 뭐? 무사히 다녀왔다고?”

“네, 그렇습니다.”

“이 녀석 갑자기 왜 이래? 너 뭐 잘 못 먹었냐? 영창 가서 머리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냐?”

“아닙니다.”

“그럼 영창이 좀 쉬웠나 보다.”

“지옥 같았습니다.”

“그런데 왜 그래?”

“영창에서 뒹굴고 나니 제가 엄청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뭐? 깨달아? 네가 퍽이나.”

김일도 상병은 콧방귀를 끼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아닙니다, 진짜입니다.”

소대원들이 하나씩 들어오며 그들의 대화를 지켜봤다. 돌아온 강대철 이병을 경계하면서도 잠자코 자리에 앉아 김일도 상병과 대화를 하는 상황을 주시했다.

사실 강대철 이병이 이러는 이유는 내무실 소대원들이 혹시라도 자신 때문에 불편하다는 말이 나올까 봐 먼저 선수를 친 것이었다.

“다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이병 강대철,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이해진 일병 역시 강대철 이병이 하는 행동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듯 말하는 강대철 이병과 눈이 마주쳤는데, 강대철 이병이 이내 시선을 슬쩍 피해버렸다. 그때 이해진 일병은 강대철 이병의 눈빛에서 뭔가를 눈치챘다.

‘어? 저 녀석…….’

약간 불편하면서 뭔가 께름칙한 눈빛이었다. 이해진 일병에게는 아직 불편한 마음이 남아 있는 듯했다.

‘으음…….’

이해진 일병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나머지 소대원들 역시 강대철 이병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강대철 이병에게 더 이상 말을 붙이는 소대원은 없었다. 어차피 떠날 사람인데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강대철 이병이 살짝 민망해하며 뻘쭘하게 서 있었다. 그사이 김일도 상병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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