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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01화 (20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01화

20장 정신 상태가 글러 먹었어!(10)

오상진도 김소희 중위의 생각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이고, 좀 더 편한 길이 있는데 굳이 돌아가려는 게 살짝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의 결혼 문제에 오상진이 끼어드는 것도 좀 우스운 일이었다.

“그래도 잘 설득해 보십시오. 그럼 김 중위도 이해할 겁니다.”

“일단 그래 봐야지, 어쩌겠어.”

“네. 꾸준히 대화를 하다 보면 실마리가 보일 겁니다.”

“그렇겠지?”

그때 진료실 문이 열리며 최우식 상병이 고개를 내밀었다.

“소대장님.”

“어, 왜?”

“저희 치료 다 끝났습니다.”

“알았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

“네.”

오상진이 한 대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전 이만 올라가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김 중위님하고 대화로 잘 풀어보십시오.”

“알았네. 수고해.”

“네. 고생하십시오.”

오상진이 인사를 하고 진료실을 나섰다. 혼자 남은 한 대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때 뒤쪽 병상에 있던 1중대 2소대 최강수 병장이 얼굴까지 덮어쓰고 있던 이불을 걷어냈다.

“한 대위님!”

“어? 너 또 내려와 있었냐?”

“아직 허리가 다 낫지 않아서 말입니다.”

“인마,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하지 않냐?”

“아직 멀었습니다. 그보다 방금 제가 얘기를 들어봤는데 말입니다.”

순간 한 대위가 움찔했다.

“뭘 들어? 이 녀석이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듣고 말았네.”

한 대위가 커다란 침 하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화들짝 놀란 최강수 병장이 바로 말했다.

“하, 한 대위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한 대위가 멈칫했다.

“도와? 네가 날 뭘 도와?”

“한 대위님 결혼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가장 빠른 방법이 있지 말입니다.”

“빠른 방법? 확실해!”

“네.”

최강수 병장이 어느새 일어나 병상에 걸터앉았다. 한 대위는 손에 든 대침을 도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좋아, 어디 한번 말해봐.”

한 대위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 최강수 병장이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뗐다.

“한 대위님, 요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아십니까?”

“당연히 알지. 나도 가끔씩 하는데.”

“그럼 얘기가 쉽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전술인데 말입니다. 바로 4드론 빌드라고 있습니다.”

“4드론 빌드?”

한 대위가 고개를 갸웃했다. 최강수 병장은 잔뜩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10.

“야, 강대철 어디 있어! 아놔, 경계근무 신고하러 가야 하는데.”

내무실 안에서 구진모 일병은 초조한 얼굴로 자꾸 시계만 쳐다봤다. 17시 30분부터 중앙 현관에서 야간 경계근무조 신고식을 해야 하는데 강대철 이병이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자식, 근무 시간표 안 봤어?”

“잘 모르겠습니다.”

“야, 이 자식들아! 뭐 하고 있어. 어서 강대철이 찾아와!”

“네. 알겠습니다.”

그때 노현래 이병이 들어왔다.

“야, 노현래.”

“이병 노현래.”

“너 강대철 어디 있는지 몰라?”

“대철이 똥 싼다고 화장실에 갔습니다.”

“뭐? 이 자식이 미쳤나! 하필 지금 이때 똥을 싸러 가?”

구진모 일병은 잔뜩 인상을 쓰며 화장실로 향했다.

“야, 강대철, 강대철!”

“이병 강대철!”

“아놔, 너 뭐하냐?”

“똥 싸고 있습니다.”

“빨리 끊고 나와! 너 이 자식, 오늘 경계근무조인 거 잊었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뭐 하고 있냐? 신고식 하러 나가야 하잖아!”

“신고식도 있습니까?”

“너, 도대체 아까 뭘 들었냐?”

“몰랐습니다.”

“진짜 몰랐어?”

“네, 그렇습니다.”

“됐고, 빨리 튀어나와! 지금 늦었단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강대철 이병은 갑작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아, X발! 3일 만에 신호 온 건데……. 다시 쏙 들어가 버렸잖아. 에이 씨!’

강대철 이병은 잔뜩 짜증이 난 얼굴로 뒤처리를 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자 구진모 일병이 다급하게 말했다.

“빨리 가자.”

“네.”

서둘러 내무실에 도착한 그들은 장구류를 챙겼다. 구진모 일병은 마음이 급한지 강대철 이병을 재촉했다.

“빨리 착용해, 어서!”

“네.”

강대철 이병이 장구류를 챙기는 동안 구진모 일병이 총기 거치대로 갔다.

“현래야, 총기 거치대 열쇠는?”

“지금 열어놨습니다.”

“알았다.”

구진모 일병은 자신의 총과 강대철 이병의 총을 빼내 대기했다. 그사이 강대철 이병이 장구류를 다 착용했다. 구진모 일병은 강대철 이병이 헬멧까지 다 쓴 것을 확인한 후 총을 건넸다.

“빨리 가자. 서둘러.”

“네.”

두 사람은 서둘러 중앙 현관으로 뛰어갔다.

한편, 그 시각 다른 근무자들은 이미 나와 있었다. 당직사관이 내려오며 말했다.

“당직사령님 내려오십니다.”

근무자들이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김우진 상병은 맘 편히 당직사령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 구진모 이병과 강대철 이병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놔, 이 녀석들은 왜 안 내려와.”

김우진 상병이 초조함에 눈알을 굴릴 때.

“부대 차렷!”

당직사령이 도착했다. 그리고 그때를 같이 해 구진모 일병과 강대철 이병이 달려왔다.

당직사령인 5중대장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저 녀석들은 뭐야? 지금 나온 거야?”

“…….”

“야, 너희 뭐야?”

5중대장이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구진모 일병이 바로 관등성명을 댔다.

“일병 구진모!”

“지금 나온 거야?”

“네, 그렇습니다.”

5중대장이 시간을 확인했다. 17시 31분이었다.

“이 녀석들이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몇 시에 경계근무조 신고식이 있다고 했지?”

“17시 30분입니다.”

“그럼 그전에 나와서 대기해야 하는 것이 맞지?”

“네. 그렇습니다.”

“엎드려 인마!”

5중대장의 불호령에 구진모 일병이 냉큼 바닥에 엎드렸고 뒤늦게 사태 파악이 된 강대철 이병도 그대로 두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었다.

“이 자식들이 말이야. 시간 개념이 없어. 정신 안 차리지?”

“아닙니다.”

“너희 몇 번 초소 몇 번 근무자야?”

“17초소 3번 근무자입니다.”

5중대장이 근무일지를 확인하며 말했다.

“구진모 일병, 강대철 이병?”

“일병 구진모!”

“이병 강대철!”

“너희 둘은 신고가 끝날 때까지 그 자세 유지한다. 신고식 시작해.”

“네. 부대 차렷! 당직사령님께 대하여 경례!”

“충성!”

“신고합니다. 2003년 8월…….”

“……탄약고 4번 근무자 병장 이장인, 동 일병 김하율, 이상입니다!”

5중대장이 근무일지 확인을 마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야간 근무 철저히 하기 바란다. 이상.”

5중대장은 간단히 말한 후 엎드려뻗쳐를 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다른 근무자들은 상황실에 총기를 거치하러 이동했다.

“두 사람 일어나!”

구진모 일병과 강대철 이병이 일어났다. 5중대장이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

“왜 늦었어?”

“그게 화장실에 갔다가 늦었습니다.”

“뭐? 화장실? 큰 거야, 작은 거야.”

“큰 거입니다.”

“아무리 큰 거라고 해도 끊어서 나와야 할 것 아니야.”

“네, 그렇습니다.”

구진모 일병은 크게 답변을 했다. 5중대장은 강대철 이병을 바라봤다.

“너 오늘 암구호 뭐냐?”

“이병 강대철 오늘의 암구호는 화랑…… 화랑…….”

강대철 이병은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웅얼대고만 있었다. 그에 5중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화랑 뭐? 답어가 뭐냐고!”

“그러니까, 화랑…….”

강대철 이병은 난감한 얼굴이 되었고, 구진모 일병은 당혹스러워했다.

“담배, 담배…….”

구진모 일병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5중대장의 귀에 고스란히 드렸다.

“조용히 해!”

구진모 일병이 입을 다물었다. 강대철 이병은 인상을 쓰며 어떻게든 기억을 떠올리려 했다.

‘아, 시발……. 뭐였지? 화랑 다음에 뭐였냐고.’

강대철 이병이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자, 5중대장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자식 봐라. 신고식도 늦게 나와, 암구호도 제대로 숙지 못해! 앉아! 일어서, 앉아, 일어서…….”

5중대장은 그렇게 몇 번 더 얼차려를 주고 난 후 말했다.

“구진모.”

“일병 구진모.”

“이 녀석 제대로 가르쳐라.”

“네. 알겠습니다.”

“가 봐.”

“네, 충성.”

5중대장이 중앙 현관을 통해 상황실로 이동했다. 구진모 일병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와, 너 진짜 가지가지 한다. 경계근무 신고식 때 화장실을 가, 암구호도 숙지 못해. 도대체 넌 뭘 잘하냐?”

“…….”

강대철 이병이 입을 꾹 다물었다. 구진모 일병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체념한 듯 말했다.

“됐다, 상황실에 총기 거치하러나 가자.”

구진모 일병이 움직였다. 그 뒤를 강대철 이병이 따랐다. 두 사람은 총기를 상황실에 거치한 후 내무실로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보고 김우진 상병이 한소리 했다.

“진짜 강대철……. 넌 도대체 뭐냐?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네. 어떻게 자꾸 안 좋은 모습만 보이냐. 일부러 그러냐?”

“아닙니다.”

“시끄러워, 인마! 제발 신경 좀 쓰자! 제발 좀!”

김우진 상병은 강대철 이병을 타박하더니 수저를 챙겨 식당으로 향했다. 다른 소대원들도 하나둘 내무실을 나섰다.

구진모 일병은 장구류를 벗어서 잘 정리해 놓았다.

“빨리 장구류 벗고, 밥 먹으러 가자.”

“네, 알겠습니다.”

강대철 이병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11.

저녁을 먹은 소대원들이 내무실로 복귀했다.

김일도 상병은 야간근무조를 확인하더니 강대철 이병을 불렀다.

“야, 강대철.”

“이병 강대철.”

“너 오늘 경계 처음이지?”

“그렇습니다.”

“제대로 해라. 사고 치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진모야.”

“일병 구진모.”

“암구호 숙지하고, 교육 잘 시켜라. 사고 안 생기게.”

“네, 알겠습니다.”

“말만 하지 말고, 제대로 좀 해.”

“네.”

“이거 진짜 불안하네. 그리고 오늘 당직사령 누구냐?”

김일도 상병의 물음에 구진모 일병이 바로 답했다.

“5중대장님이십니다.”

“5중대장?”

김일도 상병이 구진모 일병을 바라봤다.

“5중대장 가끔 순찰 도는 거 알지? 괜히 털리지 말고 집중해서 근무 서!”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일병이 자신 있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어느덧 새벽 1시 40분이 되었다.

“야, 강대철 일어나. 강대철.”

강대철 이병을 누군가 깨우고 있었다. 바로 구진모 일병이었다. 불침번이 구진모 일병을 깨우고 나간 것이다.

“아, 조금만 더 잘게.”

“야, 이 자식아. 어떻게 넌 한 번에 깬 적이 한 번도 없냐. 빨리 일어나!”

“아이 씨…….”

“뭐? 아이 씨? 이 자식이 진짜…….”

구진모 일병이 잔뜩 인상을 구겼다. 하지만 강대철 이병은 원래 그런 놈이었기에 구진모 일병이 한숨을 내쉰 후 천천히 다시 깨웠다.

“빨리 일어나, 근무 나가야지.”

“아, 진짜 싫다. 잘 자고 있는데…….”

강대철 이병은 투덜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사이 구진모 일병은 전투복과 장구류를 착용한 후 전투화를 끈을 동여맸다.

“빨리빨리 입어라. 시간 없다.”

“네, 알겠습니다.”

강대철 이병은 비몽사몽 한 상태로 옷을 입었다. 그걸 보다 못한 구진모 일병이 강대철 이병 장구류를 빼내 걸치게 도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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