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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00화 (20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00화

20장 정신 상태가 글러 먹었어!(9)

“그래! 우리 1소대도 이제 김일도 분대장을 중심으로 한층 더 성숙해질 거라 소대장은 믿고 있다. 그러니까 너희들도 김일도 차기 분대장 말 잘 듣고. 더욱 발전하는 1소대가 될 수 있도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소대원들의 힘찬 대답에 흐뭇해했다. 그리고 최강철 이병과 강대철 이병을 바라봤다.

“신병!”

“이병 최강철.”

“이병 강대철.”

“부대 생활은 잘하고 있어?”

“네, 그렇습니다.”

“어디 불편한 것은 없고?”

“네, 없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힘껏 대답을 한 반면, 강대철 이병은 대충 말을 얼버무렸다. 신병으로서 군기가 빠진 모습이었지만 오상진은 이내 못 본 척했다. 고된 유격을 받고 왔으니 긴장이 풀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래, 신병들도 잘 생활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일도는 신병들 좀 더 신경 써 주고.”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마지막으로 환자 거수!”

그러자 1소대원 전부 손을 들었다. 대부분 발에 물집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오상진은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1소대 전원이 손을 들자 순간 난감해졌다.

“야야, 다 들면 어떻게 하냐. 그러지 말고 진짜 의무대 안 가면 죽을 것 같다 하는 사람만 거수!”

그러자 반 정도가 손을 내렸다. 그럼에도 인원이 많았다. 오상진이 다시 한번 말했다.

“야, 세 명만 가자! 세 명만, 다시 손들어 봐.”

1소대뿐만 아니라 중대 내에 환자들이 넘치고 있었다. 충성대대 전체가 유격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의무대에 갈 인원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오상진의 말에 소대원들이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최우식 상병이 살짝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야, 일병들 많이 컸다. 상병이 손을 들고 있는데 안 내리네.”

그러자 구진모 일병이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최 상병님, 저 진짜 아픕니다.”

“그래서 나보다 더 아파? 확실해? 내 발바닥 보여줘?”

“저도 아파 죽겠지 말입니다.”

그때 김일도 상병이 나섰다.

“야, 시끄럽고 최우식, 한태수, 손주영 이렇게 세 명만 가. 나머지는 버틸 만한 거 아니까 지랄 떨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상병이 중간에서 깔끔하게 교통정리를 해주었다. 단순히 고참들만 챙기는 게 아니라 진짜 환자들만 가려낸 걸 봐서는 그만큼 예비 분대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느낌이었다.

오상진은 그런 김일도 상병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소대장님 방금 호명한 세 명만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역시 일도야. 바로 정리해 버리네. 좋았어, 방금 호명한 세 명은 내일 오전에 의무대 갈 수 있도록 하자. 나머지는 ‘진짜 아파서 못 참겠다’ 하는 사람만 그다음 날 또 가도록 하고,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럼 계속 휴식 취해라.”

“충성.”

김일도 상병이 마지막으로 경례를 했다. 오상진이 손을 들어 답을 한 후 1소대를 나섰다.

오상진의 발걸음은 다시 행정반을 향했다. 그곳에서 일을 마무리한 후 부대를 나선 시각은 20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 오상진은 다시 1소대를 찾았다.

“자, 어제 말했던 의무대 세 명 준비 다 되었나?”

“네, 그렇습니다.”

“자, 가자.”

“네.”

오상진은 그들을 데리고 차에 태워 의무대로 향했다. 그리고 곧바로 의무대에 도착해 접수를 시켰다.

“환자 세 명.”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래. 참, 한 대위님 계시냐?”

“네. 지금 진료실에 계십니다.”

“알았다.”

오상진은 세 명에게 말했다.

“호명하면 들어가서 치료받고 여기서 대기해.”

“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한 대위를 만나러 진료실로 향했다.

똑똑똑.

“네.”

“한 대위님 계십니까?”

한 대위가 고개를 들어 입구를 바라봤다. 오상진이 고개를 내밀자 한 대위가 반갑게 맞이했다.

“어? 오 소위! 어쩐 일입니까?”

“환자 데리고 왔습니다.”

“들어와요, 들어와!”

“네.”

오상진이 한 대위에게 다가갔다.

“한 대위님 잘 계셨습니까?”

“나야, 항상 똑같죠.”

“참 이제 곧 제대죠? 그런데 아직 진료실에 나옵니까?”

“아직 후임도 없고 해서 그냥 설렁설렁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가끔씩 눈치 없는 소대장들이 환자를 많이 데려옵니다.”

순간 뜨끔한 오상진이 바로 사과를 했다.

“아, 죄송합니다. 애들이 유격 받느라 고생을 좀 했습니다. 그래서 환자가 좀 많습니다.”

한 대위가 손을 흔들었다.

“그러니까, 꼭 제가 오 소위를 겨냥해서 하는 말 같지 않습니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보다 오 소위도 유격 받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저만 고생했겠습니까.”

“그렇죠. 그래도 이렇듯 오 소위가 오니 저는 좋습니다. 자주 좀 내려왔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얼굴 보기가 힘듭니다.”

“부대가 다르니 그렇죠. 게다가 요즘에는 이런저런 훈련 때문에 바빴습니다.”

“그래도 가끔씩 들러주십시오.”

“시간 되면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참, 예전에 했던 커플 데이트 좋지 않았습니까?”

“네? 아, 네에…….”

오상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한 대위는 그때를 회상하는지 다시 입을 뗐다.

“그때처럼 조만간 또 커플 데이트 해야죠. 이번에는 놀이동산 어떻습니까?”

“아, 놀이동산…….”

“왜 그럽니까?”

“사실 그게…….”

오상진은 살짝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대위는 대번에 눈치를 챘다.

“혹시 소희가 싫어합니까?”

“딱히 좋아한다고 말씀드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 사이에 그건 아니죠. 암만 그래도 의리라는 것이 있는데. 그러지 말고 언제 날짜 한번 잡아서 커플 데이트 합시다.”

오상진이 당황한 걸 알면서도 한 대위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상진은 여기서 계속 대답을 피했다간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대충 얼버무리기로 했다.

“네, 제가 소희 씨를 잘 설득해 보겠습니다.”

“그래요. 그렇게 하셔야죠. 우리 소희 오 소위를 많이 좋아하니까, 잘 말하면 승낙할 겁니다.”

“그, 그렇습니까? 소희 씨가 절 많이 좋아합니까?”

“어? 그거 몰랐습니까? 통화하면 만날 우리 상진 씨, 우리 상진 씨. 이러는데 말입니다. 사실 조금 섭섭하기도 합니다.”

한 대위가 섭섭하다는 듯 살짝 울상이 되었다. 그 덕에 오상진은 살짝 민망해졌다.

“아, 그렇습니까?”

“네. 그런데 오 소위는 어떻습니까? 우리 소희 많이 좋아합니까?”

“네. 아마도 소희 씨보다 제가 더 많이 좋아할 겁니다.”

“100점짜리 대답입니다. 나중에 누가 물어보면 꼭 그렇게 대답해야 합니다.”

한 대위가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동안 이런저런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 그러던 중 한 대위가 오상진의 발을 바라보며 대뜸 말했다.

“참, 오 소위도 전투화도 벗고, 양말도 벗으십시오.”

“네?”

“소독해야 하지 않습니까.”

“아, 전 괜찮습니다.”

오상진이 살짝 발을 뒤로 뺐다. 그러자 한 대위가 웃으며 말했다.

“소희에게 이미 다 들었습니다. 일요일에 만났는데 살짝 다리를 절뚝거렸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지 않았습니까?”

“아, 소희 씨가 그런 말까지 했습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매제가 될 사람인데, 발바닥에 잡힌 물집을 그대로 둘 순 없죠. 어서 보여 주십시오.”

순간 오상진이 놀란 눈이 되며 말했다.

“벌써 매제입니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오상진이 농담 식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 대위는 곧바로 다큐로 받아버렸다.

“어? 뭡니까, 그 소리는……. 나 방금 잘못 들은 것 같습니다. 이 얘기 우리 소희에게 말하면 정말 큰일 날 것 같은데 말이죠.”

한 대위가 은근 협박 식으로 말하자, 오상진이 당황했다.

“네? 전 그런 뜻으로…….”

“물론 그런 뜻으로 말하지 않았겠죠. 제가 잘 압니다. 하지만 농담이라도 그 말을 들은 우리 소희의 기분은 어떨 것 같습니까?”

“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상진이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한 대위가 미소를 띠며 물었다.

“그럼 방금 실수한 거 맞죠?”

“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우리 형님, 매제 사이가 된 겁니다. 아셨죠?”

한 대위가 웃으며 말했다. 오상진은 당황한 듯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어어……. 그, 그렇게 되는 겁니까?”

“당연하죠. 이제 제가 오 소위의 형님이 되는 겁니다. 하하핫!”

“아, 네에…….”

오상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한 대위는 기분이 좋은지 연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사석에서는 형님, 매제 사이로 가죠.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 대위의 물음에 오상진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그렇게 하시죠. 형님.”

“하하핫, 좋습니다. 형님! 전 지금 형님이라는 이 말이 이렇게 기분 좋은 말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렇지! 그럼 일단 우리 매제 발바닥부터 한번 볼까?”

오상진에게 형님 소리를 들은 한 대위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바로 말을 놓았다. 그의 능청스러운 모습에 오상진도 피식 웃으며 양말을 벗고 발바닥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우리 매제 발바닥은 내가 책임지네!”

한 대위는 좀 더 능청스럽게 말하는가 싶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오상진의 발바닥을 살폈다.

“어이쿠야, 500원짜리 두 개가 떡하니 있네. 많이 따가웠겠어.”

“참을 만했습니다.”

한 대위가 소독약으로 발바닥을 툭툭 건드렸다. 순간 오상진이 움찔움찔하며 인상을 썼다.

“후후, 아프지 않다면서.”

“그래도 소독약이 닿으니 꽤 아픕니다.”

한 대위는 소독을 마친 후 붕대를 감았다.

“자, 다 끝났네.”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양말을 다시 신었다. 그 모습을 찬찬히 보던 한 대위가 뭔가 고민이 있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

“형님, 무슨 일 있습니까?”

“사실 말이야. 내가 고민이 있긴 있어. 그 문제로 매제와 상의도 하고 싶고.”

한 대위는 매제라는 단어를 아주 쉽게 내뱉었다.

“말씀해 보십시오.”

오상진이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한 대위가 살짝 한 숨을 내쉰 후 고민을 늘어놓았다.

“후우, 사실 말이야. 나 김 중위랑 빨리 결혼하고 싶어. 그런데 당최 방법이 없어.”

“무슨 말씀입니까? 방법이 없다니. 그냥 결혼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나도 그러고 싶지. 그런데 김 중위가 욕심이 많아. 언젠가 우리 집 잘 산다고 그러니까, 갑자기 꿀리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면서 진급이라도 하겠다고 그러네. 이거 말릴 방법이 없어.”

“그렇습니까?”

“사실 웬만하면 내가 전역할 때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슬쩍 그런 말을 꺼냈더니 자기가 너무 보잘것없어 보인다고 싫다고 하네.”

“그럼 결혼은 진급한 다음에 하겠다고 하신 겁니까?”

“그래, 자기 진급 전까지는 안 하겠다고 그래.”

“아……. 김 중위 왜 그럽니까?”

“내 말이!”

한 대위는 답답한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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