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198화
20장 정신 상태가 글러 먹었어!(7)
강대철 이병은 김도진 중사를 만나러 갔다. 때마침 김도진 중사도 늦게까지 일을 하고 퇴근을 하려던 참이었다.
“충성!”
“어, 신병이네. 왜?”
“팬티가 없어졌습니다.”
“어이구, 이등병의 팬티가 없어졌어?”
“예.”
“그래서 뭐 어떻게 하라고?”
“팬티 하나만 주십시오.”
“뭐?”
김도진 중사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제 팬티를 가져가서 다시 하나 얻어야 합니다.”
강대철 이병의 당당한 행동에 김도진 중사는 눈을 끔뻑였다. 그리고 어이없어하며 입을 뗐다.
“아, 군대가 네 팬티 없어졌으니, 팬티 달라고 하면 막 주고 그런 곳이야? 그럼 네가 탱크 달라고 하면 탱크도 줘야겠네?”
“…….”
“아니면 총도 한 자루 줄까? 이번 기회에.”
김도진 중사의 말을 듣던 강대철 이병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 아닙니까?”
“정신 차려 이 자식아! 이등병이 당당하게 행보관을 찾아와서 팬티 달라고 하면 막 줘야 하는 거냐고! 어디서 이런 고문관 녀석이 들어왔지?”
“…….”
강대철 이병은 당황하며 입을 다물었다.
“이 자식이 돌았나! 너 인마, 신교대에서 이미 보급받았잖아. 그럼 간수를 잘해야지, 자기가 잘못해서 잃어버린 것을 왜 여기 와서 달라고 지랄이야!”
“…….”
강대철 이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지금 너희들이 입고 있는 옷, 속옷, 밥 등 의식주에 관한 모든 것이 너희 부모님께서 내주신 세금으로 하는 것인데 그렇게 막 잃어버리고 그래도 돼?”
“아닙니다.”
“아닌 거 아는 놈이, 네가 팬티를 잃어버린 걸 왜 나한테 달라고 하냐 말이야.”
“…….”
“네가 잃어버린 팬티를 찾든, 아니면 너도 다른 사람 걸 훔치든 알아서 해!”
“…….”
강대철 이병은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용무를 보러 박중근 하사가 들어왔다.
박중근 하사는 강대철 이병을 힐끔 보고는 김도진 중사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마침 잘 왔다. 얘 1소대지?”
“네, 맞습니다.”
“1소대에 뭐 이런 고문관 녀석이 들어왔냐?”
“예?”
“이 녀석 날 찾아와서는 팬티를 달란다.”
박중근 하사가 어이없어하며 강대철 이병을 불렀다.
“강대철.”
“이병 강대철.”
“너 정말 팬티 달라고 했어?”
“네, 그게…….”
강대철 이병은 박중근 하사에게는 바짝 군기가 들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중근 하사는 1중대 터미네이터로 불릴 만큼 몸이 상당히 좋고, 힘도 셌다. 몸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남달라 제아무리 강대철 이병이라 해도 함부로 까불지 못했다.
“강대철. 고개 똑바로 들고 제대로 말해. 어떻게 된 일이야?”
“세, 세탁을 했는데 A급 팬티가 없어졌습니다.”
“잘 찾아봤어? 중간에 빠진 거 아냐?”
“네. 아닙니다. 세탁 도중에 사라졌습니다.”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팬티는 스스로 잘 관리해야지. 군대는 자기 보급품이 없어지면 자기 책임인 거 몰라?”
“그런 겁니까?”
강대철 이병은 정말 몰랐다는 듯 말했다.
“그럼 저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누가 네 걸 가져갔으면 다른 사람 걸 훔쳐서라도 네 걸 채워야지. 어서 가, 인마!”
“네, 충성.”
강대철 이병은 서둘러 경례를 하고 나왔다. 복도를 걸어가는 강대철 이병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와, X발. 날 놀린 거야? 개 X같은 녀석들! 그냥 엎어버릴 수도 없고.”
강대철 이병이 씩씩거리며 내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세탁실에서 ‘띠띵, 띠띵’ 하는 소리가 나더니 세탁기가 딱 맞춰 멈추었다.
“잠깐 내 것도 훔쳐갔으니까, 나도 훔쳐갈까? 행보관님도 그렇고, 부소대장님도 훔치라고 했으니까.”
강대철 이병이 주위를 잠깐 살핀 후 세탁실로 들어가 세탁기 문을 열고 대충 맨 위에 거 아무거나 팬티 챙겨서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내무실로 돌아왔다.
“뭐야? 강대철. 행보관님이 팬티 주시디?”
“네. 주셨습니다.”
강대철 이병이 손에 든 팬티를 꺼내 보였다. 그것을 본 김우진 상병이 피식 웃었다.
“오오, 어디서 하나 훔쳐 왔구만. 강대철 어디서 훔쳐왔냐? 설마 옆 소대 병장 거 가져온 건 아니지?”
“아닙니다. 제가 알아서 잘 훔쳐왔습니다.”
“하긴 네가 미치지 않고서야……. 알아서 잘 훔쳐왔겠지.”
김우진 상병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강대철 이병의 우쭐거리는 모습을 본 다른 소대원들도 덩달아 신경을 끊었다.
그로부터 30분 후 1중대 3소대도 세탁물을 찾아갔다.
“세탁물 왔습니다. 찾아가십시오.”
3소대에서 가장 덩치가 큰 이우영 일병이 자기 세탁물을 뒤졌다. 그런데 이리저리 뒤져보던 이우영 일병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 내 팬티!”
이우영 일병은 재차 뒤져 봤지만 없었다.
“야, 누가 내 팬티 훔쳐간 것 같은데.”
그러자 박가람 일병이 말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이 일병님 팬티를 누가 훔쳐갑니까. 사이즈도 맞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이우영 일병은 저번 체육대회에서 씨름 선수로 출전했었을 만큼 한 덩치 하는 사람이었다.
“맞습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일병님 속옷을 훔쳐갑니까.”
“그렇지? 그렇겠지?”
박가람 일병이 세탁물 수거한 후임병을 보며 물었다.
“너 세탁물 제대로 수거한 거 맞아?”
“네. 제가 두 번 세 번 확인했습니다.”
“다시 확인해 봐.”
“네.”
후임병이 재빨리 뛰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없습니다.”
“진짜 없어?”
“네, 그렇습니다.”
“아놔, 어떤 녀석이 감히 겁도 없이…….”
그때 한 녀석이 손을 들었다.
“이병 오동진.”
“동진이 왜?”
“그게 말입니다. 제가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세탁실에서 누가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그래? 누구?”
“1소대 신병이었습니다.”
“신병 누구? 싸가지 없는 애? 아니면 차가운 애?”
최강철 이병이 항상 표정이 굳어 있어서 차가운 애로 불리고 있었다.
“싸가지 없는 애입니다.”
“그래? 그 자식이 내 팬티를 훔쳐갔단 말이지.”
이우영 일병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러자 류종호 병장이 입을 뗐다.
“남의 내무실이다. 살살 해라. 사고 치지 말고.”
“에이, 저 내일모레 상병입니다. 사고 치겠습니까?”
“그러니까 살살 하라고.”
“네. 다녀오겠습니다.”
이우영 일병이 대답을 한 후 1소대 내무실로 향했다.
똑똑!
이우영 일병이 1소대 내무실 문을 두드린 후 안으로 들어갔다.
“일병 이우영.”
“어? 우영아 네가 웬일이냐?”
김일도 상병이 이우영 일병을 보며 말했다.
“김 상병님 제가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왔지 말입니다.”
“왜?”
이우영 일병이 강대철 이병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어떤 겁대가리를 상실한 녀석이 제 팬티를 훔쳐갔지 뭡니까.”
순간 강대철 이병이 움찔했다.
“뭐?”
김일도 상병이 어떻게 된 일이냐며 강대철 이병을 바라봤다. 노현래 이병도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정작 강대철 이병은 모르는 척했다.
김우진 상병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야, 아까 너 팬티 꺼내봐. 그거 아니야?”
“아닙니다. 저분 거.”
“네가 저 녀석 것이 아닌 걸 어떻게 알아?”
“저분 거 절대 아닐 겁니다.”
강대철 이병은 무조건 오리발부터 내밀었다. 이우영 일병이 강대철 이병에게 다가갔다.
“야, 팬티 꺼내봐.”
“아닙니다.”
“너 안 훔쳐갔어?”
“네, 그렇습니다.”
“와, 신병 녀석이 거짓말을 하네. 인마, 어디서 오리발이야. 네가 가져가는 걸 본 사람이 있어. 그냥 좋은 말 할 때 내놔라.”
“…….”
강대철 이병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우영 일병이 다시 말했다.
“네가 떳떳하며 팬티 꺼내 보이면 될 거 아니야. 확인해 보자고!”
원래라면 김우진 상병이 나서서 말려야 했다. 설령 팬티를 도둑맞았다고 해도 남의 내무실로 와서 함부로 설치지 못하게 말이다. 그러나 김우진 상병은 침묵했다.
그래도 차기 분대장이라고 김일도 상병이 나섰다.
“야야, 남의 내무실 와서 큰소리치고 그럴래?”
“아, 죄송합니다. 금방 확인만 하겠습니다.”
덩치가 큰 이우영 일병이 김일도 상병에게 설설 기었다. 어쨌든 계급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이우영 일병이 하소연을 했다.
“이런 말씀까진 안 드리려고 했는데 제 팬티 누가 훔쳐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긴 어느 간땡이 부은 놈이 네 걸 훔쳐가겠냐. 뒤지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에이, 말씀을 또 그렇게 하십니까. 전 밖에서 그냥 운동만 했지, 저 그렇게 못된 놈은 아닙니다.”
“알아! 그래도 적당히 해. 네가 우리 내무실에서 설치면 내 체면이 뭐가 돼.”
“아, 명심하겠습니다.”
이우영 일병이 제대로 대답을 하자, 김일도 상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야, 강대철.”
“이병 강대철.”
“아까 너 팬티 가져왔잖아. 그거 보여줘.”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강대철 이병이 두 손을 황급히 저었다.
“그러니까, 확인해 보자는 말이잖아.”
“그럼 저분이 무작정 맞다고 하면 전 어떻게 합니까?”
강대철 이병이 최후의 반항을 해 보았다. 그러자 김일도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맞는 말이네. 우영아, 너 팬티에 무슨 표식을 했냐?”
“안쪽에 제 이름 써 놨습니다.”
“네 이름? 강대철이 팬티 가져와 봐.”
강대철 이병이 주춤했다. 김일도 상병이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야, 가져와 봐! 네가 자꾸 안 보여주면 의심만 커지잖아.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지.”
강대철 이병이 주섬주섬 팬티를 꺼냈다. 김일도 상병이 낚아채며 이우영 일병에게 물었다.
“어디?”
“굳이 물어봐야겠습니까? 아니, 딱 봐도 제 거 아닙니까. 팬티 사이즈를 보십시오.”
강대철 이병이 꺼낸 팬티 사이즈는 엄청 컸다. 딱 봐도 강대철 이병에게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뒤집어 확인했다. 이우영 일병이 힐끔거리며 말했다.
“거기 안쪽에 이름 적어놨습니다.”
김일도 상병이 팬티를 뒤집어 깠다. 그곳에 이우영 일병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네 것 맞네.”
“맞죠?”
“그래.”
김일도 상병이 팬티를 건네주며 강대철 이병에게 말했다.
“야, 아무리 팬티가 궁해도 그렇지. 어떻게 얘 걸 가지고 오냐. 사이즈라도 맞는 걸 가져오지. 너도 참 대단하다!”
“김 상병님.”
“어!”
“제가 저 친구하고 잠깐 얘기해도 되겠습니까?”
이우영 일병이 강대철 이병을 노려보며 말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허락만 하면 강대철 이병의 버릇을 제대로 고쳐 놓을 모양이었다.
김일도 상병이 씨익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천둥벌거숭이 같은 강대철 이병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이우영 일병에게 맡기는 것도 나쁠 거 같지 않았다.
“야, 무슨 얘기를 하려고, 신병이야. 그냥 둬, 팬티도 찾았잖아.”
“잠깐이면 됩니다.”
김일도 상병이 슬쩍 다가가 속삭였다.
“감당할 수 있겠어? 저 녀석 밖에서 조직 생활 했다는데.”
“아, 그런 겁니까? 아니면 제가 겁이라도 먹어야 하는 겁니까?”
“야, 그딴 게 어디 있어. 군대는 계급 아니야!”
“그렇지 말입니다.”
“그럼 알았다. 잘 얘기하고 와.”
“네.”
김일도 상병의 허락을 받은 이우영 일병이 강대철 이병을 보며 말했다.
“너, 나 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