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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97화 (19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97화

20장 정신 상태가 글러 먹었어!(6)

“자, 어쩔 수 없다. 방법은 하나, 그 녀석이 정신 차릴 때까지 사람 취급하지 마. 아예 무시해 버려.”

“네? 왕따를 시키자는 말씀입니까?”

“왕따라기보다는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마. 그냥 지 꼴리는 대로 하게 둬.”

김일도 상병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참으로서 후임을 방치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지만 제멋대로 구는 강대철 이병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정말 그러면 됩니까?”

“그래!”

“네, 알겠습니다.”

“알았다. 나머지 얘기를 하고 내려와라.”

“네. 충성.”

김일도 상병이 다시 내무실로 내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태수 일병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미치겠네. 강대철 때문에 우리가 꼭 이래야 합니까?”

한태수 일병이 구진모 일병을 바라봤다.

“구 일병님, 어떻게 좀 해보십시오.”

“내가 어떻게 해? 나도 강대철이 그 녀석 무서워, 전에 뭐라 했다고 눈을 부라리며 따지는데…….”

구진모 일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해진 일병이 구진모 일병을 보며 물었다.

“정말이야? 강대철이가 너한테 그랬어?”

“네. 완전히 미친 녀석입니다. 군기 잡으려다가, 도끼눈으로 살벌하게 쳐다보는데……. 와아…….”

구진모 일병은 그때를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나에게 말을 했어야지.”

이해진 일병이 바로 말했다.

“쪽팔려서 어떻게 말을 합니까. 아무튼 저 녀석 감당하기 힘듭니다.”

“감당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 그래도 우리 후임으로 온 녀석인데.”

“그래도 좀 힘듭니다. 그냥 영창이나 가서 빡세게 굴리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해진 일병이 가만히 듣더니 눈을 반짝였다.

“영창? 영창이라……. 진짜 영창이나 보내볼까?”

이해진 일병의 혼잣말을 들은 조영일 일병이 놀라며 물었다.

“예? 무슨 수로 말입니까?”

“방법이야 만들면 되지. 그런데 영창 다녀온다고 쟤가 사람이 될까?”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보통 자기 잘난 맛에 살다가 영창 한 번 다녀오면 달라지긴 하던데 말입니다.”

“그래?”

이해진 일병이 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잠깐 고민을 하더니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볼까?’

이해진 일병은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6.

주말이 지난 월요일 아침.

오상진은 1소대 내무실을 찾아 전달 상황을 말했다.

“오늘은 못 했던 부대 정비를 한다. 유격 훈련 때 사용했던 텐트 및 유격 훈련복 반납해야 하니까 깔끔하게 세탁하고 잘 말릴 수 있도록.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일도는 김 병장 말년 휴가 갔으니까, 애들 잘 통솔해서 잘 정리해라.”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전달 상황을 다 전한 후 내무실을 나섰다. 김일도 상병이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자, 모두 군장을 꺼내서 햇볕 쨍쨍한 곳으로 가서 말린다. 그리고 텐트는 꺼내서 물에 씻어야 하니까, 외부 수돗가 쪽에 가면 되겠지?”

“네, 그렇습니다.”

“우식이가 애들 몇 명 데리고 가서 정리해라.”

“네.”

“그리고 우진이는 애들 몇 명 데리고 가서 군장이랑 다른 소품들 말리고.”

“알겠습니다.”

김일도 상병의 지시를 받은 소대원들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김일도 상병은 전체적인 상황을 진두지휘했고 최우식 상병과 김우진 상병은 소대원들을 통제하는 데 신경을 썼다.

소대원들은 군장에 흙을 털어낸 후 볕이 잘 드는 곳에 말렸다. 그 외 야삽, 수통까지 햇볕에 소독할 수 있는 것은 다 꺼냈다.

“군대는 줄이야. 열과 종을 잘 맞춰서 놓아라.”

“네. 알겠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텐트에는 잔뜩 흙이 묻어 있었다. 털어내도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물로 씻는 방법밖에 없었다.

“야, 못 쓰는 칫솔 몇 개만 챙겨와라.”

“네, 알겠습니다.”

먼저 텐트를 쫙 펼쳐서 물을 뿌렸다. 그리고 안 쓰는 칫솔로 흙이 묻은 부분을 세탁했다. 그리고 물기를 털어낸 후 햇볕에 잘 마르도록 볕이 잘 드는 곳에 두었다.

“우리 위치 파악 잘하고.”

“네.”

이렇게 오전 일과가 후딱 지나갔다.

점심을 먹은 후 잠깐의 휴식을 취한 소대원들은 오후가 되자 세탁과 다른 개인정비를 시작했다.

“야, 어제 세탁 못 했던 거 오늘 한다고 한다. 세탁기 돌릴 사람들은 여기 앞에다가 옷 꺼내 놔.”

“네, 알겠습니다.”

“와. 세탁 못 해서 죽는 줄 알았는데 이제야 합니다.”

“나도 쉰내 나서 죽는 줄 알았다.”

소대원들은 각자 깊숙이 박아 두었던 빨래를 끄집어냈다. 원래 주말에 세탁기를 돌렸지만 워낙에 많은 양이라 월요일도 세탁기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유격 훈련복도 잘 빨아 말린 후 군수과에 반납을 해야 했다.

최강철 이병이 갈아입은 속옷을 꺼냈다. 그 속옷을 옆에서 본 이해진 일병이 말했다.

“강철아.”

“이병 최강철.”

“속옷에 이름 썼냐?”

“이름 말입니까?”

“내가 지난번에 써 놓으라고 했잖아.”

“쓰긴 했습니다만…….”

“어디 보자.”

이해진 일병의 재촉에 최강철이 마지못한 얼굴로 팬티를 보여줬다. 팬티 라이너에 작은 글씨로 최강철이라는 이름 석 자가 적혀 있었다.

“야, 이렇게 작으면 어떻게 보라고. 넌 속옷에 이름 적는 게 창피해?”

“아닙니다.”

“근데 왜 이렇게 작게 써놨어. 이렇게 써놓으면 속옷 잃어버린다, 너?”

“설마 그러겠습니까?”

“진짜로 그래! 막 다른 사람 속옷 훔쳐가고 그런다니까.”

“진짜입니까?”

최강철 이병은 도무지 못 믿겠다는 듯 재차 물었다. 이해진 일병이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자, 내 속옷 봐봐.”

이해진 일병이 자신의 속옷을 보여주었다. 그곳엔 이해진이라는 이름이 손바닥만 한 크기로 적혀 있었다.

“이렇게 적어놔도 잃어버리기 일쑤인데……. 그렇게 작게 적어놓으면 매직으로 지워 버리고 다른 곳에 커다랗게 이름을 적어놓는단 말이야. 그러니 다른 짓 못 하게 크게 적어놔!”

최강철 이병이 망설여졌다.

“이 일병님.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닌 것 같다고? 나중에 네 팬티 없어져서 다른 사람 팬티 훔치지 않으려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을걸.”

“정말 꼭 이래야 합니까.”

“꼭 이래야 해.”

“……하아,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마지못해 팬티에 자신의 이름을 큼지막하게 적었다. 그것을 보고 이해진 일병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잘했어! 그리고 말이야. 네 팬티 없어졌다고 보급을 바로 해줄 것 같아? 군대도 보급이 한정되어 있다고. 상병 달았을 때나 추가 보급이 가능한데 그때도 줄지 안 줄지 장담은 못 해.”

“아, 그렇습니까?”

“그래.”

“그런데 제가 알기론 다른 사람은 사제 팬티도 입는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최강철 이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해진 일병이 바로 입을 뗐다.

“물론 사제 팬티를 입을 순 있어. 안 들키면 되니까. 그런데 말이야. 과연 이등병 나부랭이가 그걸 입고도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이제 조금씩 눈치 보면서 사제 팬티 사 보려고 하는데 말이야.”

“아, 그렇습니까?”

“그래. 그리고 만약에 말이야. 내가 이 팬티 너 입으라고 주면 입을 수 있을 것 같아?”

“…….”

최강철 이병이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군대라 해도 남이 입던 팬티를 물려 입고 싶지는 않았다.

“나도 찝찝해. 생각을 해봐. 팬티가 없어, 보급도 안 해준다고 해. 한 장으로 버텨야 하는데 가능할 것 같아?”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래서 남의 것을 입는데 그걸 누가 입었을지 생각을 해봐. 그럼 넌 맘 편히 입을 수 있겠어?”

“아, 그렇게 됩니까?”

“그러니까, 네 팬티 잘 지키란 말이야. 남의 것에 섞여도 찾게 말이야. 혹시라도 누군가 네 팬티를 가져가려는데 이름이 크게 적혀 있어.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말이야. 무엇보다 쪽팔려서 못 입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크게 적어. 난 이렇게 이름 크게 써놓은 다음부턴 잃어버려 본 적이 없어.”

이해진 일병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최강철 이병이 다시 고민을 했다. 그러다 매직 펜을 들어 나머지 팬티에도 엉덩이 뒤쪽에 커다랗게 ‘강철’이라는 이름을 적었다.

물론 1중대 1소대도 적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야 몇 소대 팬티인지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해진 일병은 최강철 이병이 적어놓은 것을 보고 흡족한 얼굴이 되었다.

“그래, 잘했어!”

7.

강대철 이병은 세탁기에 돌려놓은 세탁물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찾은 세탁물을 건조대에 널어놓고, 속옷만 가지고 내무실로 복귀했다.

그런데 왠지 모를 허전함이 들었다.

“어? 세탁 양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뭐? 빠진 거 없는지 봐봐.”

김우진 상병의 말에 강대철 이병이 서둘러 세탁물을 확인해 봤다. 당혹스럽게도 자신이 새로 받은 A급 팬티가 없었다.

“어? 내 빨래가 없습니다.”

“뭐? 빨래가 없어?”

“네. 분명히 같이 넣어 놨는데 말입니다.”

“너 이름은 적어놨어?”

“어, 그게…….”

김우진 상병이 노현래 이병을 불렀다.

“노현래.”

“이병 노현래.”

“너 팬티에 이름 적으라고 안 가르쳐 줬어?”

“아뇨, 적으라고 했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다시 강대철 이병을 봤다.

“너 왜 이름 안 적었냐?”

“그게…… 팬티에 이름 적는 것이 좀 그래서 말입니다.”

김우진 상병이 강대철 이병을 한심하게 바라봤다.

“야, 왜 다들 속옷에 이름을 적어놓겠냐.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 아니냐. 하여튼 너는 고참의 말을 들어 처먹지를 않으니까.”

“그럼 저 어떻게 합니까?”

그러자 김일도 상병이 불쑥 끼어들었다.

“뭘, 어떻게? 행보관님에게 가서 팬티 하나 달라고 해야지.”

김일도 상병이 농담처럼 말했다. 그러자 김우진 상병이 그건 좀 아니지 않냐는 얼굴로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하지만 김일도 상병은 이번 기회에 강대철 이병의 썩어빠진 정신머리를 조금이라도 고쳐 놓고 싶었다.

김일도 상병이 눈짓을 보내며 입을 다물라고 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강대철 이병은 김일도 상병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아, 행보관님께 달라고 하면 줍니까?”

“그래.”

김일도 상병이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강대철 이병이 재빨리 내무실을 나섰다. 그가 나가자 김일도 상병이 답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야? 진짜 갔어? 저거 순진한 거야. 멍청한 거야?”

“멍청한 거지 말입니다.”

이해진 일병이 재빨리 활동화를 신었다.

“제가 갔다 오겠습니다.”

“야, 내버려 둬! 어디까지 가는지 한번 보게.”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이 다시 활동화를 벗고 침상에 올랐다. 최강철 이병이 그런 이해진 일병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래도 됩니까?”

“뭐가?”

“대철이 말입니다.”

“강철아, 내가 아까 전에 뭐라고 했어? 속옷은 안 준다고 그랬지.”

“네.”

“분명 현래도 이름 써놓으라고 가르쳐 줬을 거야, 근데 저 녀석이 말을 안 듣고 안 써놓은 거고. 스스로가 자초한 거지, 뭐.”

“아, 그런 겁니까?”

“그래. 그러니까, 일단 지켜보자.”

최강철 이병은 모처럼 강대철 이병을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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