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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96화 (196/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96화

20장 정신 상태가 글러 먹었어!(5)

“그런데 김 상병님 진짜입니까? 어떻게 또 유부녀를 고르셨습니까. 작년에도 그러시더니.”

“아, 진짜! 내가 유부녀일 줄 알았냐? 이번에는 진짜 느낌 좋았는데. 하아, 괴롭다.”

김일도 상병이 깊은 한숨과 함께 힐끔 최강철 이병을 봤다.

“야, 최강철!”

“이병 최강철.”

“너, 누나 있다고 하지 않았냐?”

“네,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좀 많습니다.”

“몇 살인데?”

“28살입니다.”

“야, 28살이면 나랑 5살 차이밖에 안 나네. 위로 말이야. 남자 친구는?”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 그럼 누나 소개시켜 줄래?”

김일도 상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최강철 이병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뗐다.

“소개시켜 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왜 안 이뻐?”

“그건 아닙니다. 저희 누나 어딜 가도 예쁘다는 소리는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왜? 아까워?”

“그게 아니라, 저희 누나 성격이…….”

“성격이 왜?”

“아니,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김일도 상병이 살짝 당황했다. ‘누나 있냐? 여동생 있냐?’ 하는 질문은 지금까지 후임이 들어오면 습관적으로 내뱉는 단골 멘트였다. 그리고 그에 소개를 시켜주겠다는 녀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이 녀석을 달랐다.

‘뭐지? 느낌이 싸한데.’

김일도 상병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뗐다.

“아니다, 됐다. 없던 거로 하자.”

“아닙니다. 소개시켜 달라면 소개시켜 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 네가 그렇게 진지하게 나오니 불안해. 그냥 안 할래.”

“그렇습니까? 안타깝습니다. 언제든 생각 바뀌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니야. 생각이 바뀔 것 같지 않다.”

“그렇습니까?”

최강철 이병이 약간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일도 상병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고, 소개받지 않기를 잘했다고 확신을 얻었다.

‘역시 뭔가 있나 보다.’

김일도 상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다 먹었으면 부대 복귀하자!”

“네, 알겠습니다.”

5.

김대식 병장은 종교 행사에 가지 않고 내무실에 남아 있었다. 내일이면 말년 휴가를 나가는데 여유롭게 준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대식 병장이 모처럼 느긋하게 담배 한 대를 피우러 내려가 그곳에서 수다를 좀 떨다가 내무실로 돌아왔을 때였다.

“어?”

내무실 문을 열자 강대철 이병이 침상에 퍼져 자고 있었다. 누가 오는 줄도 모르고 세상 편하게 말이다.

“와, 진짜 가지가지 한다.”

김대식 병장은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아 책 하나를 펼쳐 들며 생각했다.

“그래, 언제 일어나나 한번 보자.”

하지만 강대철 이병은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내무실 문이 열렸다. 종교 행사 갔던 병사들이 복귀를 한 것이었다.

“어?”

김일도 상병이 내무실에 들어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퍼질러 자고 있는 강대철 이병이었다.

“저 새…….”

김일도 상병이 인상을 구기며 한마디 하려는데 김대식 병장이 말렸다.

“내버려 둬.”

“어? 김 병장님 계셨습니까?”

“어.”

“아니, 안 깨우고 뭐 하셨습니까? 저 녀석이 퍼 자고 있는 것을 보고 계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저 녀석 언제 일어나나 지켜보고 있었지. 그런데 깨질 않아. 참 대단하다, 대단해! 일부러 저러나?”

급기야 김대식 병장은 강대철 이병이 일부러 저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때마침 김우진 상병도 들어왔다. 김우진 상병 역시도 강대철 이병의 모습을 보고 기가 찬 얼굴이 되었다.

“아놔, 미치겠네. 이 녀석 진짜 미친 거 아닙니까.”

김우진 상병 역시 강대철 이병의 모습을 보며 어이없어했다. 김일도 상병이 김우진 상병을 보며 말했다.

“우진아.”

“상병 김우진.”

“참 잘하는 짓이다. 그치?”

“아닙니다.”

김우진 상병이 바로 이해진 일병을 봤다.

“야, 뭐 하고 있어! 어서 깨우지 않고!”

“김 병장님께서 그냥 두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김우진 상병은 참지 못하고 강대철 이병에게 갔다. 발로 툭툭 차며 깨웠다.

“야! 일어나.”

“아이 씨, 뭐야…….”

김우진 상병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이 자식아! 안 일어나!”

김우진 상병이 고함을 질렀다. 강대철 이병은 인상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씨…….”

그러다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흠칫 놀랐다.

“어…… 오셨습니까?”

“너 인마, 유격에서 사고 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이런 사고를 쳐?”

“제가 말입니까? 무슨 사고를 쳤다고 그러십니까?”

강대철 이병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고참들이 자신에게 왜 이러는지 전혀 이해를 못 했다.

“몰라? 지금 네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

“네.”

“하아, 미치겠네. 정말 몰라?”

“네, 모르겠습니다.”

“너 이등병 아니야?”

“맞습니다.”

“이등병 자식이 개념을 얻다 팔아먹었냐? 저기 멀리 달나라로 보낸 거야? 어디서 침상에 퍼질러 자고 있어!”

“너무 피곤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 주말이지 않습니까.”

강대철 이병의 당당한 모습에 김우진 상병은, 아니, 주위에 있는 모든 선임병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와, 미치겠네. 도대체 널 어찌하면 좋냐. 답이 없다, 진짜! 답이 없어.”

김우진 상병은 학을 뗐다는 얼굴로 몸을 돌렸다. 다른 선임병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일도 상병은 너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허, 허허허……. 시발, 내무실 분위기 잘 돌아간다! 잘 돌아가!”

그 한마디를 한 채 내무실을 빠져나갔다. 김우진 상병은 표정을 잔뜩 구긴 채 괜히 다른 소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야, 이 녀석들아. 뭐 하고 있어. 종교 활동 하고 왔으면 어서 빨리 환복해!”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상병의 한마디에 후임병들이 후다닥 움직여 활동복으로 환복했다. 김우진 상병은 여전히 강대철 이병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김대식 병장이 김우진 상병을 보며 말했다.

“우진아, 피곤하면 잘 수도 있지. 너무 열 내지 마라.”

“하지만 김 병장님, 저 녀석은…….”

“됐다.”

김대식 병장이 손을 들어 제지한 후 강대철 이병을 보았다.

“대철아.”

“이병 강대철.”

“많이 힘들었지?”

“네, 좀 힘들었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휴식 군기는 지켜줘야지. 그것도 이등병인데 벌러덩 내무실에 누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

김대식 병장은 화가 나지만 그래도 말년 병장이고, 지금은 좋게 말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강대철 이병은 전혀 그 의도를 눈치채지 못했다.

“아, 그렇습니까? 전 몰랐습니다.”

“그래. 이등병이니까 모를 수도 있지. 다음부턴 안 그러면 되는 거야.”

“네.”

김대식 병장이 기지개를 켰다. 때마침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김일도 상병을 봤다.

“일도야.”

“상병 김일도.”

“앞으로 이등병 잘 가르쳐야 되겠다.”

김대식 병장이 씨익 웃으며 김일도 상병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김일도 상병은 잔뜩 일그러뜨린 얼굴로 자신의 자리로 갔다.

“아무튼 요즘 군대 참 많이 좋아졌다, 진짜.”

김일도 상병은 혼잣말을 내뱉었다.

구진모 일병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태수 일병에게 작게 말했다.

“신병 빼고 내 밑으로 창고에 집합!”

“알겠습니다.”

구진모 일병이 일어나 내무실을 나섰다. 그 뒤로 한태수 일병, 조영일 일병, 손주영 이병, 노현래 이병이 조용히 빠져나갔다.

이제 내무실에는 상병 셋과 강대철 이병, 최강철 이병만이 남게 되었다.

최강철 이병은 지금 내무실에 앉아있는 것에 숨이 막혔다. 분위기도 잔뜩 침체되어 있고, 무엇보다 강대철 이병은 뭐 때문에 이러는 것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하아, 진짜 동기 놈을 정말 잘못 만났어. 저놈과 엮이지 말았어야 했어.’

최강철 이병은 하루에도 몇 번씩 후회가 되었다. 최강철 이병의 뜻이 아니었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피했어야 할 강대철 이병과 엮인 건 인생에 득이 될 게 없을 것 같았다.

최강철 이병이 강대철 이병을 노려봤다. 강대철 이병은 눈을 크게 뜨며 입 모양으로 ‘뭐?’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진짜 너는…… 답이 없다.’

최강철 이병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시선을 외면했다. 하지만 강대철 이병은 도대체 왜 이리 난리들인지 몰랐다.

‘너무 피곤해서 잠을 좀 잤기로서니.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야? 아, 진짜 짜증 나네.’

강대철 이병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김일도 상병이 내무실에 있다가 조용히 일어나 내무실을 나섰다. 그가 향한 곳은 바로 일병들의 집합 장소였다.

구진모 일병이 애들을 불러놓고 한마디 하고 있었다.

“도대체 지금 저 모습이 이해가 가냐?”

“아닙니다.”

“야, 노현래.”

“이병 노현래.”

“넌 도대체 애한테 뭘 가르쳤냐?”

“…….”

노현래 이병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때 김일도 상병이 나타나자 구진모 일병이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일병만 남고 다 내려가.”

“네. 알겠습니다.”

어느새 이해진 일병도 와 있었다. 손주영 이병과 노현래 이병은 눈치를 살피며 다시 내무실로 향했다. 일병들은 잔뜩 긴장한 채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아…….”

일단 김일도 상병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너희 일병만 따로 남으라고 한 이유는 도대체 저 녀석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너희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다.”

구진모 일병이 먼저 나섰다.

“답이 없습니다. 어떻게 저런 녀석이 들어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한태수 일병이 입을 뗐다.

“얘기를 들어보니 저 자식, 툭하면 밖에서 조직 생활했다고 건들거립니다.”

“조직 생활? 깡패래?”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조직 생활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곳에선 이등병일 뿐인데 너희 일병들이 꼼짝을 못해서야 되겠어? 여긴 사회가 아니라, 군대야. 나이를 떠나서 계급이 깡패란 말이야. 그걸 확인시켜 줘야지!”

“저희도 나름 노력은 했습니다. 몇 번 주의를 시키고 했는데도 들은 척도 안 합니다. 아주 답답해 미칠 노릇입니다.

구진모 일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태수 일병이 거들었다.

“그리고 주의를 시켜도, 앞에서는 ‘네, 네’ 하고 대답 잘합니다. 그런데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김일도 상병이 머리가 지끈 아파오는지 이마에 손을 짚었다.

“그래서 그냥 두자고? 어떻게든 해야 할 것 아니야.”

“…….”

다들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을 하면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때릴 수도 없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영창에 갈 수 있었다.

“에이, 진짜 쥐어팰 수도 없고 말이죠.”

조영일 일병이 그냥 한마디 툭 내뱉었다. 그러자 가만히 지켜보던 이해진 일병이 나섰다.

“우리 다시는 그런 짓을 안 하기로 했잖아. 최 병장과 강 상병 때를 생각해.”

“알고 있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그랬습니다.”

“그래도 고작 그 자식 때문에 너의 인생까지 걸 필요는 없지.”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 얘기를 듣던 김일도 상병이 박수를 쳤다.

짝!

모두의 시선이 김일도 상병에게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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