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195화
20장 정신 상태가 글러 먹었어!(4)
4.
일요일 아침.
오상진은 깔끔한 슈트를 차려입고 한소희를 만나러 나갔다. 차를 몰고 약속된 장소에 가자 한소희가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소희 씨!”
“상진 씨 왔어요?”
“네.”
“차 주차하고 나와요.”
“네.”
오상진이 차를 주차하고 한소희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한소희는 몸에 쫙 달라붙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소희 씨는 여전히 훌륭하십니다.”
“네?”
“아뇨, 예쁘다고요.”
“제가 언제는 안 예뻤나요.”
“그렇죠!”
오상진이 방긋 웃었다. 그러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여긴 어디입니까?”
“유격 훈련 받는다고 고생했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상진 씨를 케어하려고요.”
“네? 절 케어한다니 무슨 말씀이에요?”
“그냥 절 믿고 따라와 봐요.”
그러면서 오상진의 팔뚝에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
“소, 소희 씨…….”
오상진은 갑작스러운 밀착 스킨십에 당황했다. 팔짱을 처음 낀 건 아니지만 한소희가 이토록 바짝 달라붙은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소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상진을 이끌었다.
“따라오라니까요.”
한소희가 오상진의 팔을 끌고 도착한 곳은 어느 건물이었다.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한소희는 5층 버튼을 눌렀다.
오상진은 자신을 대체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건지 무척 궁금했다.
“어디 가는 거예요?”
“그냥 가 보면 알아요.”
한소희는 장소는 알려주지 않고 그저 싱글벙글할 뿐이었다. 5층에 내린 그들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하나의 문 앞이었다.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차린 오상진은 살짝 놀란 기색이었다.
“소희 씨 여긴…….”
그들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커플 마사지 샵이었다.
오상진은 살짝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오상진은 이런 곳에 온 것이 처음이었다.
회귀하기 전에도 그랬지만 회귀를 했어도 전혀 익숙하지 않은 곳이었다.
한소희는 오상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유격 받으면서 근육이 뭉쳤을 거 아니에요? 여기서 마사지 받으면 피로가 풀릴 거에요.”
“그래도…….”
“오늘은 제가 하자는 데로 따르기로 했잖아요.”
“그렇죠.”
한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오상진의 팔을 잡아끌었다.
“아무튼 오늘은 날 믿고 따라와요.”
오상진은 어쩔 수 없이 한소희를 따라 마사지 샵에 들어갔다.
딩동!
“어머! 소희 씨 왔어요?”
“네, 원장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저야, 안녕하죠. 그런데 소희 씨 정말 오랜만에 왔네.”
“그동안 좀 바빴어요.”
“왜? 데이트하느라?”
원장이 한소희 옆에 있는 오상진을 힐끔 보며 말했다. 그러자 한소희가 팔짱 낀 오상진의 팔을 살짝 끌어안으며 대답했다.
“네!”
“뭐야? 진짜야? 정말 소희 씨 남자 친구?”
“네.”
“어머나! 소희 씨가 남자 친구 데리고 온 건 처음이네.”
“그렇죠.”
한소희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원장이 방긋 웃으며 오상진을 힐끔 봤다.
“일단 저 따라와요. 커플 마사지로 예약했죠?”
“네, 잘 부탁드릴게요.”
“걱정 마요.”
오상진과 한소희는 안쪽 룸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곳에 침상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 뒤로 매니저 두 명이 들어왔다.
“옷부터 갈아입으시죠.”
“아, 네에…….”
오상진이 얼떨결에 옷을 갈아입고 왔다. 한소희도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다.
오상진을 당당하게 데리고 오긴 했지만, 한소희 역시 볼이 살짝 발그레한 게 수줍음을 숨길 수 없었다.
“소희 씨는 저기 안쪽. 우리 남자 친구분은 여기!”
“네네.”
오상진이 침상에 엎드리려고 할 때 매니저가 오상진을 멈춰 세웠다.
“가운은 벗으셔야죠.”
“네? 가, 가운요?”
“그럼요. 그래야 등 마사지를 하죠.”
오상진은 한소희가 신경이 쓰였다. 아무리 여자 친구라고 해도 벗은 상체를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한소희는 눈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반짝이며 응시했다.
오상진이 가운을 벗자 탄탄한 상체가 드러났다.
“오오!”
매니저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한소희 역시 눈을 반짝이며 오상진의 상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상진 씨, 몸 좋은데요?”
한소희의 칭찬에 오상진은 부끄러워하며 서둘러 침상에 엎드렸다. 그러자 한소희도 가운을 벗고 자신의 침상에 엎드려 누웠다.
곧바로 매니저가 큰 수건을 가져와 그들의 몸을 덮어주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오상진은 솔직히 매니저의 말이 조금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금 전 한소희 앞에서 상체를 드러낸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물론 한소희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부끄러워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사지를 받는 동안은 상대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오상진과 한소희는 그것을 위안 삼으며 발그레해진 볼을 식히기 시작했다.
“으음…….”
마사지가 시작되자 오상진의 입에서 바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매니저의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압력은 나른하면서도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아프세요?”
“아뇨. 좋습니다.”
“그런데 남자 친구분 근육이 좋으시다.”
“아, 제가 직업이 군인이라서요.”
“어멋! 군인이요? 멋지시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한소희가 순간 움찔하며 입을 열었다.
“제 남자 친구 좀 멋지죠?”
한소희는 남자 친구라는 말을 강조하며 물었다. 매니저가 순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네.”
“그럼요. 제 남자 친구는 어딜 가도 빠지지 않죠.”
“그러네요.”
한소희는 뭔가 더욱더 자신의 남자 친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가만히 엎드려 그걸 듣고 있던 오상진은 한소희가 귀엽게만 느껴져 몰래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약 10여 분이 흘렀다. 오상진은 살짝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 좀 졸리네요.”
오상진은 매니저가 똑같은 아귀의 힘으로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주자 기분도 좋고, 점점 더 노곤해졌다.
“한숨 주무셔도 돼요.”
“그래도 돼요?”
“그럼요.”
“네에…….”
오상진은 대답을 한 후 자신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적막했던 마사지 룸 안에 갑자기 낮게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소희는 깜짝 놀라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혹시 제 남자 친구 자나요?”
“네. 지금 주무시네요. 어떻게 해드릴까요?”
매니저가 방긋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제 힘든 훈련이 끝났거든요. 깨지 않게 잘 부탁드려요.”
“네, 걱정 마세요.”
커플 마사지 받으러 온 와중에 남자 친구가 코를 골며 잔다는 것은 여자 친구의 입장에서는 조금 창피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물론 한소희도 창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오상진을 바라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피곤했으면서 날 만나러 와줬네.’
한소희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왜 저런 모습까지 귀엽지?’
마사지를 받으며 곤히 잠든 오상진이 약간 안쓰러우면서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역시 훈련이 힘들긴 힘든가 보네.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된다. 저렇게 힘들게 훈련받으면 딴생각은 못 하잖아.’
그렇게 한소희는 고개를 옆으로 둔 채 오상진의 자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한편, 부대는 오전부터 분주하게 돌아갔다.
“야, 빨리 서두르자.”
“네.”
바로 종교 행사 때문이었다.
최강철 이병은 기독교 신자였다. 그래서 종교 행사 때 교회를 가기로 했다. 1소대에서 교회에 가는 소대원은 김일도 상병, 김우진 상병, 이해진 일병, 그리고 최강철 이병이었다.
“자, 가자!”
“네.”
그렇게 네 명이 교회로 가고, 나머지 소대원 역시 천주교, 불교로 나뉘어 종교 활동을 하러 움직였다.
모두가 종교 활동을 간 지금, 1소대 내무실에는 김대식 병장과 강대철 이병만 남게 되었다.
“대철이 녀석, 저렇게 둬도 될까?”
김우진 상병은 교회로 내려가면서도 내무실에 남은 강대철 이병이 걱정되었다. 불안한 눈빛을 지우지 못하던 그는 이내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지워냈다.
“뭐, 김 병장님이 계시니까.”
그렇게 교회에 도착한 후 약 한 시간 동안 종교 활동을 했다. 그리고 간식으로 초코파이가 나왔다.
“뭐냐? 초코파이야?”
“네.”
“에이, 저번 주 천주교는 햄버거 나왔다던데. 우리도 햄버거 주면 얼마나 좋아.”
“거긴 인원이 적지 않습니까.”
“그럼 다음 주에 천주교나 갈까?”
김일도 상병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그저 웃고 말았다. 김일도 상병이 초코파이를 받고 잠시 바라보다가 최강철 이병에게 던졌다.
“자, 하나 더 먹어라.”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괜찮으니까, 받아!”
“내 것도 먹어라.”
김우진 상병도 최강철 이병에게 자신의 초코파이를 건넸다. 최강철 이병은 자신의 손에 들린 세 개의 초코파이를 보고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가, 감사합니다.”
밖에 있을 때는 절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초코파이였는데, 여기서 먹는 초코파이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잘 먹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초코파이 하나를 까서 입에 가져갔다. 그런데 김일도 상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아까 예쁘장하게 생긴 누나 봤냐?”
“네, 저도 봤습니다. 엄청 예쁘던데 말입니다.”
김우진 상병이 바로 동조해 줬다. 김일도 상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내가 한번 꼬셔 봐? 나도 이제 몇 개월 안 남았는데.”
“오오, 가능하시겠습니까?”
“가능하든 안 하든 가능하게 만들면 되는 거지. 안 그래?”
김일도 상병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러다 지나가는 자매님을 불렀다.
“누나!”
자매님이 고개를 돌려 김일도 상병을 봤다. 자매님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일도 왔구나.”
“네. 저야 매주 오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왜? 초코파이 하나 더 줘?”
“아뇨! 물어볼 것이 있어서요.”
“뭔데?”
“이번 주에 새로 온 누나 있잖아요. 바로 저 누나!”
김일도 상병이 가리킨 곳으로 자매님이 바라봤다.
“아, 수경이 언니?”
“와, 누나보다 언니예요?”
“그렇지, 왜? 관심 있어?”
김일도 상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관심 있으면 누나가 소개시켜 주게요?”
“야, 꿈 깨! 저 언니 유부녀야. 애가 둘이라니까.”
순간 김일도 상병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띵했다.
“진짜요?”
“그래!”
김일도 상병은 고개를 푹 숙이며 좌절했다.
“말도 안 돼! 저렇게 예쁜 누나가 유부녀라니. 아무튼 얼굴이 예쁜 사람들은 다 임자가 있다니까. 젠장!”
자매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열었다.
“일도야, 너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혹시 유부녀 취향이니?”
“아니거든요? 아니에요!”
“그런데 이번에도 유부녀에게 관심을 주고 그래?”
“하아…….”
김일도 상병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매님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으며 가버렸다. 순간 주위에 있던 후임병들이 ‘풋’ 하고 웃었다.
김일도 상병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웃지 마. 웃지 말라고! 이 자식들이 고참이 망신을 당했는데 웃어? 웃음이 나오냐고!”
“아닙니다.”
“어쭈! 누가 이빨을 보여.”
김일도 상병은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괜스레 더 큰 목소리를 냈다. 그의 옆에 있던 이해진 일병은 장난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