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190화
19장 유격!(8)
오상진이 놀란 토끼 눈으로 대답했다.
“새끼, 놀래기는 아무튼 일이 그렇게 되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아, 네에…….”
오상진이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하아, 오늘 잠자기는 글렀네.”
오상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터벅터벅 자신의 텐트로 올라갔다.
“야, 빨리 안 와!”
김철환 1중대장이 소리쳤다. 오상진이 말했다.
“네네, 갑니다. 가요.”
그렇게 오상진은 다크서클이 더 깊어짐을 느끼며 터벅터벅 올라갔다.
13.
오상진은 자신의 텐트로 왔다. 그런데 도저히 이 상태로는 같이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하아……. 좌 박중근 하사, 우 중대장님……. 난 절대로 편히 쉬지 못할 거야.”
오상진은 혼잣말을 중얼거린 후 몸을 돌렸다.
“나도 편히 자고 싶다고.”
그때 텐트 입구가 열리며 김철환 1중대장이 얼굴을 내밀었다.
“상진아, 안 들어와?”
“중대장님 주무십시오. 전 다른 곳에서 자겠습니다.”
“야, 같이 자자!”
“중대장님 저는……. 아닙니다. 그냥 다른 곳에서 자겠습니다.”
“아, 자식! 그냥 같이 자지. 어디서 잘려고?”
“그냥 따로 자리 펴고 자겠습니다.”
“인마, 비가 온 후라 마땅히 잘 곳도 없어! 그냥 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오상진은 극구 사양하며 몸을 돌렸다.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을 불렀지만, 그의 발길을 멈추지는 못했다.
그렇게 오상진이 찾은 곳은 김대식 병장의 텐트였다.
“김 병장 자?”
오상진 텐트 문을 열고 슬그머니 김대식 병장 옆으로 갔다.
“어이쿠, 누구야?”
“김 병장, 소대장이야.”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김대식 병장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소대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그게…… 텐트가 전쟁통이라 이곳으로 피난 왔다.”
“네?”
“그럴 일이 있다. 아무튼 여기서 좀 자도 되지?”
김대식 병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진짜 왜 그러십니까! 옆 텐트 가십시오. 여기 좁습니다.”
“아, 좀 같이 가자.”
오상진이 막무가내로 몸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해진 일병이 몸을 뒤척였다.
“소대장님, 여긴 4인용입니다. 5명은 무리입니다.”
“아이, 좀 봐줘! 나도 편히 자고 싶어서 그래.”
“아, 진짜…….”
김대식 병장은 싫은 척하면서도 오상진이 들어와 잘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오상진이 비좁은 틈으로 들어왔다.
“고맙다, 애들아.”
오상진이 눕자 김대식 병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제가 군 생활은 오래 하긴 오래 했나 봅니다. 이렇듯 소대장님과 같이 자고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다. 그보다 너 코 고냐?”
“아닐 겁니다.”
“해진이 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대식 병장이 바로 말했다.
“해진이는 코 안 곱니다.”
“그래? 다행이네. 아무튼 얘기는 다음에 하고 자자! 소대장 너무 피곤하다.”
“네. 안녕히 주무십시오.”
“그래.”
오상진은 이틀 만에 꿀 같은 단잠에 빠졌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누군가 오상진을 잠에서 깨웠다.
“일어나십시오! 기상입니다.”
“뭐, 뭐야? 벌써 기상이야?”
오상진은 잔뜩 인상을 구겼다. 어젯밤 비 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잠을 청했다. 3시간밖에 잠을 못 잔 것 같았다.
“아, 졸려…….”
다른 소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젯밤 그 난리에 제대로 잠도 못 잤을 것이다. 그래도 오상진은 일어나 소대원들을 다독였다.
“자자, 빨리 일어나! 아침 점호 해야지.”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방송으로 아침 점호 시각을 알려 주었다.
-아아, 통제실에서 알립니다. 금일 아침 점호는 없습니다. 각 분대장들은 인원 파악을 한 후 통제실로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각 분대장들은 인원 파악 및 환자 파악 후 통제실에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와, 아침 점호 없다.”
“그렇다는 것은 아침 구보도 없다는 거겠구나.”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식들 좋냐?”
“네. 좋습니다.”
“빨리 옷 갈아입고 아침 먹으러 가자!”
“네, 알겠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난관이 그들 앞에 남아 있었다. 바로 눅눅한 민무늬 전투복이었다.
“으윽 찝찝해.”
“어제 비를 맞아서 그런지 아직 다 안 말랐습니다.”
“으으으, 미치겠네. 이걸 입고 또 뒹굴어야 하는 거야?”
“지금 연병장도 난리입니다. 물웅덩이가 곳곳에 있습니다.”
“하아, 이거 완전히 최악이구만.”
소대원들은 투덜거리며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아침 식사를 끝내고 유격 3일째를 시작했다.
14.
교관이 단상 위에 섰다.
“여러분 어젯밤 편히 잤습니까?
“악!”
목소리가 다소 낮게 들렸다.
“목소리가 왜 하루아침에 변했습니까? 어제 제대로 못 잤습니까?”
분명 교관은 다들 비 때문에 잠을 못 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묻는 것이었다.
“악!”
“허허, 이게 뭡니까? 벌써 목소리에 힘이 다 빠지고……. 그렇다면 이 또한 교관이 할 일! 저기 뒤에 보이는 골대 선착순 5명!”
그 순간 올빼미들이 후다닥 뛰어갔다. 어젯밤 비 때문에 잠도 못 자고, 하물며 땅까지 질퍽질퍽했다. 달리는 것이 배는 더 힘들었다.
“아이 씨…….”
“와, 저런 진짜 저승사자!”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
“으아아아아아!”
골대를 향해 달려가는 올빼미들이 하나둘 욕을 내뱉었다. 물론 교관 및 조교들이 들리지 않게 말이다.
그렇게 선착순 5번을 더하고서야 멈추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이제 몸이 좀 풀린 것 같습니까?”
“악!”
“이보십시오, 얼마 우렁찬 목소리입니까. 교관은 항상 이런 목소리를 원합니다. 알겠습니까!”
“악!”
“좋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산뜻하게 PT 체조로 몸을 푼 후 유격 3일 차 일정을 실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준!”
“50번 올빼미 기준!”
“유격 대형으로 벌려!”
“유격대!”
다시 공포의 PT 체조가 시작되었다.
15.
어느덧 4일 차 유격 훈련도 끝이 났다.
“와. 드디어 내일 오전만 받으면 끝이다.”
“우리가 해냈어.”
“미친 다시는 못하겠다.”
“온몸이 천근만근입니다.”
모든 소대원들이 하나둘 힘들어 하며 둘러앉았다. 김우진 상병이 민무늬 전투복을 벗으며 말했다.
“와. 이제 이 전투복도 내일 오전이면 끝이구나.”
“미리 다들 고생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번 유격 훈련 너무 힘들지 않습니까?”
“맞아, 비가 오니까. 더 힘들었던 것 같아.”
“그거 아십니까? 오전에 장애물 코스에서 물웅덩이 있지 않습니까. 그거 말입니다. 사실은 완전 오물통이랍니다.”
“에이 씨, 알아. 갑자기 물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네.”
“저도 먹었습니다.”
다들 괴로워하며 인상을 썼다. 김대식 병장이 옷을 다 갈아입고 나왔다.
“내일 화생방이랑 행군만 남았다.”
“아, 화생방과 행군…….”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최강철 이병도 화생방은 진짜 못할 것 같았다. 그러면서 이해진 일병이 슬쩍 말했다.
“그냥 몇 분만 참으면 돼. 그럼 금방 끝나.”
“저 신교대 때 한 번 하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할 것 굳게 맘을 가져!”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상병도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자자, 빨리 씻고 밥 먹을 준비하자. 오늘은 일찍 자고 싶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5일 차 아침이 밝아왔다. 오늘은 PT 체조를 간단하게 한 후 장애물 코스가 아닌, 화생방 건물로 향했다.
“유격, 유격, 유격!”
“선두 제자리, 제자리에 섯!”
“유격대!”
“자, 모두 줄을 서서 대기합니다.”
전방에 보이는 화생방 건물을 보며 다들 바짝 긴장한 얼굴이었다.
“하아, 진짜 화생방을 하는구나.”
김우진 상병은 자포자기한 얼굴로 그 자리에 앉았다. 일단 다른 대대부터 먼저 시작했다. 화생방 건물 틈 사이로 스멀스멀 최루가스가 나오고 있었다.
“와, 벌써부터 눈이 아프네.”
김일도 상병이 잔뜩 인상을 구겼다. 일병 및 이등병들은 잔뜩 긴장한 채 화생방 건물을 바라보았다.
이미 CS탄이 터져 있기 때문에 노란 가스는 계속해서 피어나왔다. 잠시 후 화생방 건물 문이 확 열리며 누군가 줄줄이 튀어나왔다.
“으아아아악, 물! 물 줘! 물!”
줄줄이 나온 장병들 모두 눈물 콧물을 쏟으며 파닥댔다. 모두 직립보행 오징어를 보는 듯했다.
“와, 엄청 괴로워한다.”
“저기 곧 우리가 닥칠 일이야.”
“그래 괜찮을 거야. 괜찮아.”
최강철 이병은 잔뜩 긴장한 듯 보였다. 옆에 있던 이해진 일병은 그런 최강철 이병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그냥 참으면 돼. 그럼 금방 끝날 거야.”
순간 최강철 이병은 ‘말이야 쉽죠!’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꾸역꾸역 삼켜냈다.
“자자, 소대장도 참여하니까.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전원 통과한다. 알겠나!”
“네.”
“1소대!”
“화이팅!”
그리고 드디어 충성대대 1중대 1소대가 화생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들어갈 때는 모두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였다.
“자, 입장합니다.”
마침내 1소대 차례가 되었을 때 긴장과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괜찮다.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마치 자기 최면이라도 거는 것 같았다. 그리고 화생방 교장에 진입했다.
보이는 거라곤 누런 CS탄과 교관, 조교 2명뿐이었다.
“빨리빨리 들어옵니다.”
교관의 재촉하는 말이 들려왔다. 1소대 전원이 입소하자 조교가 문을 ‘쾅’ 하고 닫아버렸다. 그리고 양옆의 문을 조교가 지키고 섰다.
“여러분 시간이 없기 때문에 빨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방독면을 벗습니다.”
교장에 들어서자마자 20초 만에 방독면을 벗으라고 했다.
“뭐 합니까, 교관 말 안 듣습니까. 빨리 벗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모두 방독면을 벗었다. 그 순간 눈과 코로 엄청난 CS탄이 들어왔다.
“우엑!! 우에에에에엑!”
“따가워, 따가워.”
누군가는 발까지 동동 굴렀다. 하지만 교관은 전혀 그런 것을 봐주지 않았다.
“자, 그 상태로 군가를 제창합니다. 군가는 ‘전우’, 하나, 둘, 하나, 둘, 셋, 넷!”
이 순간 전우의 박자와 음정은 개 무시를 하고 그냥 빨리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교관은 절대 만만치 않았다.
“PT 팔 벌려 뛰기 10회! 몇 회?”
“10회……. 콜록콜록!”
“목소리 봐라. 몇 해?”
“10회, 콜록콜록.”
“좋습니다. 7회.”
“하나, 둘, 셋, 하나. 하나, 둘, 셋, 둘!”
인간은 생존의 본능이 뛰어난 동물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구호를 외쳐대던 사람도 이 안에서 살아야겠다는 강한 일념은 한 번에 통과를 이루어 냈다.
“자, 다시 방독면 착용합니다.”
순간 모든 소대원은 울컥했다.
‘이씨, 다시 쓸 거면 왜 벗으라고 한 거야!’
이 말이 강하게 올라왔지만 지금은 방독면을 쓰는 것이 급했다. 최강철 이병은 서둘러 가방에서 방독면을 꺼냈다.
“으아아아.”
최강철 이병은 서두르며 방독면을 썼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 봐도 방독면이 제대로 써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