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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89화 (18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89화

19장 유격!(7)

“그래도 화장실은 다녀와야지.”

오상진이 상체를 일으켰다. 고개를 돌려보니 박중근 하사는 오늘도 아주 열심히 코를 골고 있었다.

드르르르렁 푸앗!

오상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텐트를 나섰다. 텐트에서 나온 오상진은 얼굴에 조금이지만 비가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어? 비가 오네.”

오상진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 있었다.

“요즘 일기예보가 왜 이러지?”

오상진은 투덜거리며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는 그냥 조금씩 내리는 것이 다였다. 그런데 화장실을 나온 순간 조금씩이지만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텐트에 도착했을 때는 좀 더 강하게 내리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이거 큰일이네. 쉽사리 그칠 비가 아니야.”

오상진은 서둘러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군장에서 야삽을 챙기는데 박중근 하사가 눈을 떴다.

“어? 뭐 하십니까?”

“아, 밖에 비가 와서요.”

“비가 말입니까?”

박중근 하사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오상진이 그런 박중근 하사를 말렸다.

“됐어요. 박 하사는 좀 더 자요. 전 잠이 깨버려서 괜찮습니다. 텐트 주위 고랑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에이, 같이 해야죠. 애들도 깨웁니까?”

“아뇨. 애들 깨울 거였으면 저 혼자 이러겠습니까. 그냥 간단히 손만 보면 됩니다. 그러니 어서 자세요. 전 이왕 깬 거…….”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 박중근 하사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는 차마 하지 못했다.

‘네, 어차피 저는 잠을 못 잘 것 같습니다. 그러니 박 하사만이라도 푹 자세요.’

오상진이 속으로 말했다. 그러나 박중근 하사가 바로 준비를 했다.

“아닙니다, 우리는 같이 움직여야죠.”

오상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박중근 하사를 바라봤다.

한편, 통제실에서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20분이 흘렀지만 비가 그치기는커녕 더욱더 빗줄기가 강해졌다.

이대우 3중대장은 일의 심각성을 확인했다.

“이거 비가 그칠 분위기가 아닌데.”

이대우 3중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곧장 불침번들을 불렀다.

“너희들은 야삽을 챙겨서 텐트 주위 고랑을 다시 파라. 물길을 새로 내.”

“네, 알겠습니다.”

이대우 3중대장은 불침번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잠을 자고 있는 장병들을 깨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보다 더 빗줄기가 굵어지면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최악의 상황은 오지 말아야 할 텐데…….”

불침번들은 판초 우의와 야삽을 들고 텐트 주위 고랑을 다시 팠다. 텐트 위로 빗줄기가 강하게 때렸다.

두두두두두!

텐트 내부에 있던 장병들이 하나둘 눈을 떴다.

“어? 비가 오는데 말입니다.”

“그렇지? 좀 심각하냐?”

“확인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때 밖에서 고랑을 파는 소리가 들렸다.

“밖에 누구냐?”

“일병 한태수.”

“지금 비 많이 오냐?”

“네. 좀 많이 옵니다.”

“아, X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유격 훈련받는데 비가 오냐. 상황이 좀 어때?”

김일도 상병이 재차 물었다.

“지금 텐트 주위로 고랑을 파고 있지만 아무래도 감당 못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김일도 상병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옆에 있던 구진모 일병 역시 눈을 떴다.

“김 상병님 어디 가십니까?”

“너 잠 좀 더 자. 내가 밖에 나가서 확인 좀 해야겠다.”

“네.”

김일도 상병이 판초 우의를 꺼내 몸에 썼다. 그리고 텐트를 열자 밖은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워,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나? 뭔 비가 이리 쏟아지지?”

우르르르르 쾅쾅!

하늘이 번쩍하며 천둥 번개가 터졌다.

“우씨, 놀래라!”

김일도 상병이 밖으로 나와 한태수 일병을 봤다.

“너 봤냐? 번개가 저기 연병장까지 내리친 거?”

“네. 봤습니다.”

“와이 씨! 겁나네.”

김일도 상병이 점점 심각해졌다. 그러다가 한태수 일병을 바라봤다.

“지금 상황은 어때?”

“일단 이곳은 대충 끝냈습니다.”

김일도 상병이 텐트 주위를 확인했다. 고랑이 깊게 파인 채로 물줄기가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어차피 임시방편이었다.

“야삽 몇 개 더 꺼내고, 네 야삽은 날 줘.”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상병이 야삽을 챙겨서 다른 텐트로 이동했다. 그곳은 이미 물이 넘쳐서 텐트를 적시고 있었다.

“아이 씨…….”

김일도 상병이 인상을 썼다. 이곳 텐트는 바로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가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팟! 파파파파팟!

김일도 상병은 열심히 고랑을 팠다. 김대식 병장도 텐트에서 나왔다.

“일도야 상황이 어때?”

“지금 안 좋습니다. 일단 소대장님 텐트 주위 고랑을 파고 있지만 빗줄기가 너무 굵습니다.”

“그래? 알았다.”

김대식 병장도 판초 우의를 입고 야삽을 꺼냈다. 그때 또다시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쳤다.

우르르르 쾅쾅!

“우씨, 내 머리에 내치는 건 아니겠지?”

김일도 상병이 움찔움찔하며 열심히 고랑을 팠다. 그때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가 텐트 안에서 나왔다. 밖에서 들린 소란으로 두 사람은 이미 판초 우의를 입은 상태였다.

“일도야, 여긴 됐고. 소대원들 주위로 일단 파라.”

“소대장님.”

“여기 내가 할게.”

“아닙니다.”

“아니다. 내가 해!”

“알겠습니다.”

김일도 상병이 다른 텐트로 향했다. 이미 다른 중대들도 몇몇 사람들이 나와 텐트 주위 고랑을 파고 있었다. 오상진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거 쉽게 그칠 비가 아닌데.”

“그러게 말입니다.”

옆에 선 박중근 하사도 걱정스레 말했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이 있던 텐트에 그가 뛰쳐나왔다.

“우씨, 뭐야? 무슨 비가 이렇게 쏟아져!”

“중대장님, 아무래도 쉽게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깨어난 애들이 주위 고랑을 다시 파고 있지만 아무래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일단 1소대장은 애들 지휘에서 텐트 주위 고랑 파는 데 집중해.”

“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전투모를 쓰곤 곧장 통제실로 내려갔다. 그사이 오상진은 일어나 있는 김대식 병장과 김일도 상병에게 지시를 내렸다.

“일단 우리들끼리 만이라도 고랑 파는 데 집중하자!”

“네. 알겠습니다.”

그나마 오상진이 처음 텐트 주위 고랑에 집중했던 게 다행이었다. 그때 좀 더 깊게 파라고 했던 것이 약간 주효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텐트는 이미 물바다가 되었을 것이다.

“다 끝냈습니다.”

김일도 상병이 다가와 말했다. 이렇듯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 김일도 상병, 김대식 병장 등 발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다른 소대원들이 편히 잠을 잤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 쪽은 그나마 괜찮은데 다른 중대는 난리네.”

“네. 초반에 소대장님께서 미리 고랑을 깊게 파 놓으라고 했던 것이 다행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이 난리이니…….”

오상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른 중대를 바라봤다. 1소대 텐트 쪽을 수습했다고 해도 다른 중대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박중근 하사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지원을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래야죠.”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김대식 병장을 봤다.

“대식아, 네가 이곳을 잠시 살펴줘. 일도는 야삽 들고 날 따라오고.”

“네!”

오상진이 김대식 병장에게 다시 말했다.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보고해.”

“네.”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 김일도 상병은 다른 소대로 지원을 갔다. 특히 2소대는 난리가 났다. 고랑을 깊게 파지 않아 물이 그냥 넘쳐버린 것이다.

“아, 텐트! 텐트에 물이 다 들어왔습니다.”

텐트 안에서 자고 있던 2소대원들이 우르르 뛰쳐나왔다. 2소대장도 나와서 얘기했다.

“모두 야삽 꺼내서 고랑을 깊게 파!”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쪽은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그럼에도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고랑을 깊게 파야 했다.

“2소대장, 도와주러 왔습니다.”

장재일 2소대장이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를 봤다. 그는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괜찮습니다. 저희 소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도움을 주면…….”

“괜찮다고 했습니다. 여긴 저희가 알아서 합니다.”

장재일 2소대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오상진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4소대로 가자.”

“네.”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 김일도 상병이 4소대로 갔다. 그들의 보며 장재일 2소대장이 한마디 했다.

“이번 일 도와주고 얼마나 생색을 내려고. 흥!”

아무튼 장재일 2소대장은 변함이 없었다.

오상진은 4소대 근처에 도착했다.

“4소대장.”

4소대장도 일어나 야삽을 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 1소대장님.”

“상황 어때?”

“아이고, 애들이 고랑을 대충대충 파놨던 바람에 난리가 아닙니다.”

“알았다. 도와줄게.”

“1소대는 괜찮습니까?”

“괜찮아.”

“이야, 역시 1소대장님은 뭔가 달라도 다르십니다. 미리 예측하고 고랑을 깊게 파신 거 아닙니까.”

“아니야. 그리고 깊게 파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야. 그걸 4소대장이 미리 확인을 했어야지.”

오상진의 핀잔에 4소대장이 머리를 긁적였다.

“설마 비가 올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까. 다음번에는 꼭 예방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예방은 해놓으면 좋은 거야.”

“넵!”

오상진은 발 빠르게 4소대를 지원하며 고랑을 팠다. 그사이 빗줄기가 더욱더 세차게 쏟아졌다. 4소대장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미쳤다. 미쳤어! 무슨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도 아니고, 비가 이렇게 쏟아지냐.”

그렇게 한 차례 쏟아지던 비는 새벽 4시가 되어서야 그쳤다. 1소대는 그나마 괜찮지만 다른 중대들은 모든 장병이 나와 고랑을 파며 잠을 자지 못했다.

“하아, 난리네, 난리야.”

김철환 1중대장이 통제실에 있다가 복귀를 했다.

“우리 중대는 어때?”

“일단 발 빠르게 움직여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그래? 잘했네! 그 와중에 1소대는 괜찮았다며.”

“네.”

“역시 오상진이야. 미리미리 예방하고 말이지. 그래서 유비무환이라고 하는 거잖아. 안 그러냐, 2소대장!”

김철환 1중대장이 비에 흠뻑 젖은 장재일 2소대장을 보며 말했다.

“네.”

“그러게 1소대장처럼 미리미리 예방했어야지. 애들은 무슨 고생이냐.”

김철환 1중대장은 아예 대놓고 핀잔을 줬다. 장재일 2소대장이 고개를 푹 숙였다. 오상진이 곧바로 나섰다.

“이제 비도 거의 그친 것 같은데 중대장님도 들어가서 쉬시죠.”

“그래야지. 그런데 넌 판초 우의는 언제 챙겼냐? 그것도 유비무환?”

“아, 네에. 그렇죠.”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다시 장재일 2소대장을 봤다.

“쯧쯧쯧…….”

김철환 1중대장이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자신의 텐트로 향하며 말했다.

“애들 다시 재우고, 기상은 6시가 아니라, 7시로 하기로 했으니까. 그리 통보해.”

“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몸을 돌려 오상진을 바라봤다.

“참! 1소대장.”

“네.”

“그러고 보니, 내 텐트에 물이 들어온 것 같더라.”

“그, 그렇습니까?”

“짜식이, 내 것은 손 안 봐주고……. 아무튼 오늘은 같이 자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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