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188화
19장 유격!(6)
11.
김대식 병장이 애들을 집합시켰다.
갑작스러운 집합에 1소대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중 손주영 이병과 강대철 이병만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다 모였나?”
김대식 병장이 물었다.
“네. 다 모였습니다.”
김일도 상병이 나서서 말했다. 김대식 병장은 곧바로 김일도 상병을 불렀다. 그를 나무라기 위함이었다.
김대식 병장을 절대로 이등병을 야단치지 않았다. 원래 병장은 이등병을 갈구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밑인 김일도 상병을 야단쳤다.
“야, 김일도.”
“상병 김일도.”
“넌 내가 우습냐?”
“네? 에이, 김 병장님 무슨 일 있습니까?”
김일도 상병은 아직 무슨 일이 생겼는지 잘 몰랐다. 김대식 병장이 잔뜩 인상을 구긴 채 말했다.
“야, 실실 쪼개냐? 내가 지금 장난치는 것 같냐?”
순간 김일도 상병이 상황이 심각함을 깨닫고 바로 표정을 굳혔다.
“아닙니다.”
“너 인마, 선임병이 얼마나 X같이 보였으면 후임병이 그 지랄이야!”
“…….”
“김일도.”
“상병 김일도.”
“넌 곧 분대장 달 놈이, 내무실 돌아가는 것도 모르냐? 그래서 분대장 달 수 있겠어!”
“…….”
김일도 상병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김대식 병장은 아예 밑에 사람이 보라는 듯 김일도 상병만 잡았다. 그럴수록 강대철 이병의 인상을 점점 더 일그러졌다. 손주영 이병과 노현래 이병도 마찬가지였다.
“제발 좀 맘 편히 좀 가자. 이래서 무슨 애들을 통솔하겠다고……. 쯧쯧쯧! 잘 좀 하자.”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상병이 대답했다. 김대식 병장은 좀 더 말을 하려 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할 말은 더 많지만 말년 병장이 꼬장 부린단 말 나올 것 같아서 여기까지 한다. 일도야, 이러면 내무실 분위기 엉망이다. 알겠냐?”
“네.”
김일도 상병에게 한 번 더 주의를 시킨 김대식 병장이 텐트로 돌아갔다. 김일도 상병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아…….”
김일도 상병의 그 한숨이 주위에 서 있는 후임병들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
“뭐냐? 뭔 일이야? 왜 갑자기 우리 김 병장님 저렇게 빡 도셨냐 말이야.”
김일도 상병이 감정을 억제한 체 물었다. 하지만 1소대원들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지 않았다. 솔직히 이들도 정확한 일을 몰랐다.
“몰라? 아는 사람 없어?”
김일도 상병이 재차 물었다. 그러다 손주영 이병과 눈이 마주쳤다. 김일도 상병이 손주영 이병을 불렀다.
“손주영.”
관등성명을 댔다.
“이병 손주영.”
“뭐야? 넌 알고 있지? 손 시원하게 말해봐. 도대체 뭔 일이 있었기에 김 병장님이 저렇게 화를 내!”
“……실은 말입니다.”
손주영 이병은 오늘 저녁에 있었던 노현래 이병과 강대철 이병의 일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김일도 상병은 어처구니없어했다.
“핫, X발…….”
얘기의 당사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더욱 화가 난 사람은 김우진 상병이었다. 김우진 상병이 곧바로 강대철 이병을 노려봤다. 강대철 이병은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저 새끼…….’
그때 김일도 상병이 김우진 상병을 불렀다.
“야, 김우진.”
“상병 김우진.”
김우진 상병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재빨리 관등성명을 댔다. 김일도 상병이 김우진 상병 앞으로 갔다.
“너 이 새끼, 내 말이 우습지!”
“아닙니다.”
“아니지, 우스울 거야. 그러니 내가 말한 것을 씹어버리지.”
“아닙니다.”
김우진 상병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내가 말했지. 단속 잘하라고.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와? 어디 감히 이등병 나부랭이 새끼가, 거짓말을 해. 그리고 얼마나 고참이 우습게 보였으면 그딴 식으로 취급을 당해!”
툭!
김일도 상병이 김우진 상병의 가슴을 툭 밀었다. 김우진 상병이 한 발 뒤로 밀렸다가 바로 자세를 잡았다.
“그러니 내 말이 우습지!”
“아닙니다.”
툭!
“우습잖아! 안 그래?”
“아닙니다.”
툭!
김일도 상병이 계속해서 김우진 상병의 가슴을 툭툭 밀었다. 그럴 때마다 김우진 상병은 재빨리 제 자리로 돌아왔다.
“요즘 많이 풀어줬다. 맞지?”
“아닙니다.”
“아니긴, 많이 풀어줬으니까 이따위 일이 벌어지지 안 그래?”
“…….”
“진짜 내무실 꼴 잘 돌아간다. 잘 돌아가.”
“…….”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김일도 상병은 분명 경고를 했고, 김우진 상병도 1차로 경고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 사수인 김우진 상병에게 그 책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제가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진즉에 했어야지! 진즉에!”
김일도 상병의 언성이 올라갔다.
“죄송합니다.”
“잘해라! 제발 부탁이니까, 좀!”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일도 상병이 모인 소대원들을 보며 한마디 했다.
“시발! 군대가 X같지, 너희들!”
“아닙니다.”
“아니긴, X발! 아무튼 너희들 유격 훈련 끝나고 한번 보자.”
김일도 상병이 으름장을 한번 놓은 후 몸을 홱 돌려 텐트 쪽으로 사라졌다. 이번에는 김우진 상병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와아, 미친 새끼!”
김일도 상병이 눈을 부라리며 강대철 이병을 봤다. 강대철 이병은 여전히 기분 나쁘다는 듯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더 김일도 상병을 화나게 하고 있었다.
“야, 강대철.”
“이병 강대철.”
“너 이 새끼, 내가 말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사고를 쳐!”
“그게 아니라…….”
강대철 이병이 또 변명을 하려 했다. 최우식 상병이 곧바로 나섰다.
“야, 강대철! 입 안 닥쳐! 어디 이등병 나부랭이가 고참이 말하는데 입을 열어!”
“…….”
강대철 이병이 입을 다물었다. 잔뜩 인상을 쓰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X발, 이등병 나부랭이? 웃기네, 상병 나부랭이 것들이. 진짜 들이받아버려?’
강대철 이병이 속에서 갈등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김우진 상병의 갈굼은 계속 이어졌다.
“야, 강대철. 내가 처신 잘하라고 했지. 어느 군대에서 후임병이 잘못한 것을 고참에게 뒤집어씌워! 도대체 어디서 그런 생각을 했냐고.”
“…….”
강대철 이병은 일단 입을 다물었다. 김우진 상병의 질타는 계속 이어졌다.
“아무리 개념이 없어도 그렇지. 이제 갓 전입 온 신병 새끼가 그딴 짓을 해! 내가 진짜 너무 오냐오냐해 줬지. 그런 거지?”
“…….”
강대철 이병은 이번에도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 강대철 이병은 속으로 계속해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아놔, 연극 그만하고 그냥 박아?’
그 모습을 이해진 일병이 가만히 쳐다보았다. 표정으로 봐서는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대답도 안 한다 이거지? 그래 새끼야, 너 오늘 너 오늘 죽었어.”
김우진 상병이 막 들이대려고 할 때 이해진 일병이 나섰다.
“김 상병님, 지금 보는 눈이 많습니다. 게다가 여긴 유격장입니다. 소란이 일어나면 중대장님 및 소대장님께서 난처해질 수 있습니다. 일단 오늘은 참으시고 부대 복귀해서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우진 상병은 이해진 일병을 바라봤다. 듣고 보니 그것도 일리가 있었다.
“에이, X발! 신병 하나 잘못 들어와서 이 꼴이 뭐냐! 아무튼 너 부대복귀하면 보자.”
김우진 상병도 텐트로 올라갔다. 강대철 이병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주 지랄들을 해요.’
마지막 남은 최우식 상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난 할 말 없다. 어차피 우진이가 다 말했고. 해진아.”
“일병 이해진.”
“여기 네가 알아서 정리해라.”
“알겠습니다.”
최우식 상병이 힐끔 강대철 이병을 노려보고는 그대로 텐트로 올라갔다. 이해진 일병이 고개를 돌려 노현래 이병을 봤다.
“너 왜 그랬어?”
“그게……. 죄송합니다.”
노현래 이병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이해진 일병이 강대철 이병을 보았다.
“넌 자숙 좀 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현래는 다음부터 이러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자자, 일단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자. 조금 있으면 저녁 점호 시간 다 되었다.”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일병이 강대철 이병 앞을 지나면서 중얼거렸다.
“아놔, X발! 좀 괜찮은 놈인 줄 알았는데 지뢰였네. 오히려 강철이 훨씬 나아.”
순간 강대철 이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시발! 최강철. 내가 그 새끼보다 못한 게 뭐야? 진짜 사고 한번 제대로 쳐봐!’
강대철 이병이 눈을 부라리며 한 걸음 내디디려고 했다. 그러자 그 앞을 이해진 일병이 막았다.
“아까 내가 말했지. 자숙하라고, 금세 잊어버렸나.”
강대철 이병이 이해진 일병을 보았다. 순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들었다. 그래서 선뜻 나서질 못했다.
“내 말 안 들려?”
“들립니다.”
“그럼 조용히 올라가.”
“알겠습니다.”
강대철 이병이 대답을 하고 텐트 쪽으로 올라갔다. 그러면서 힐끔 이해진 일병을 보았다.
‘뭐지?’
강대철 이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의 텐트 근처에 도착한 강대철 이병을 김우진 상병이 노려봤다.
“저녁 점호 전까지 다른 데 가 있어. 내 눈에 띄지 말고.”
강대철 이병이 고개를 홱 돌렸다. 잔뜩 찡그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시발…….”
12.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난 후 소대원들은 모두 잠을 청했다.
불침번 두 번째 시간에 최강철 이병이 근무조였다.
최강철 이병은 가만히 텐트 주위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구름이 가득한 것이 꼭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곧 비가 오겠는데.”
최강철 이병이 손바닥을 펼쳤다. 그때 비 한 방울이 툭 하고 떨어졌다.
“어? 비 오네.”
통제실에 있던 당직사령에게 바로 보고가 되었다. 불침번 근무조 중 한 명이 통제실로 가서 말했다.
“지금 밖에 비가 옵니다.”
오늘 당직사령은 충성대대 이대우 3중대장이었다.
“그래? 당직사관.”
“네.”
“나가서 확인해 봐.”
당직사관이 재빨리 나가서 확인했다. 비는 내리지만 그리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비가 옵니다. 그런데 보슬비 정도인데 말입니다.”
“보슬비? 알았다.”
이대우 3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불침번 근무자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수시로 비에 대해서 보고를 하고 다음 불침번 근무조에게도 교대 시 전달해.”
“알겠습니다.”
이대우 3중대장은 그렇게 지시를 내린 후 의자에 몸을 푹 파묻은 채 눈을 감았다. 다리를 앞의 의자에 올린 상태였다.
투두두두두.
텐트 위로 좀 더 강한 빗줄기가 내렸다. 당직사관도 확인을 한 후 곧바로 보고했다.
“당직사령님 아까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리는데 말입니다.”
당직사령은 잠을 자다가 눈을 비비며 살짝 밖을 확인했다.
“야야, 이 정도는 괜찮아. 금방 그치겠지. 호들갑 떨지 마. 뉴스에서 비 조금밖에 안 온다고 했어.”
“그래도 요즘 일기예보가 거의 맞은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괜찮아. 안 그래도 유격 받느라 피곤한 애들인데 그냥 자게 둬.”
“알겠습니다.”
10여 분이 흐르자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비가 더 굵어졌는데 말입니다.”
“20분만 더 기다려 보자.”
“네.”
오상진이 텐트 안에서 눈을 떴다.
“아, 오줌 마렵네. 가기 귀찮은데…….”
화장실을 가려면 통제실이 있는 곳까지 걸어 내려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