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183화
19장 유격!(1)
1.
현재 시각 4시 30분.
어둠이 내린 내무실 안에 누군가 들어오더니 벽에 있던 스위치를 건드렸다.
파파팟!
순간 내무실이 갑자기 환해지며 불침번이 소리쳤다.
“기상! 기상입니다. 모두 일어나십시오.”
모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특히 손주영 이병과 노현래 이병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재빨리 움직였다.
반면 김대식 병장을 비롯한 몇몇 고참 선임병들은 이불을 푹 뒤집어쓴 채 버텼다.
어차피 일어나야 하는데도 말이다.
“으으으음, 벌써 깨우고 지랄이야.”
김우진 상병이 뒤척이며 중얼거렸다. 그사이 이해진 일병은 일어나 이불을 정리했다.
그리고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최강철 이병의 몸을 흔들었다.
“최강철.”
“이병 최강철…….”
최강철 이병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관등성명을 댔다.
“정신 차리고 어서 일어나!”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지친 몸을 이끌고 일어났다.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최강철 이병의 눈이 자꾸만 감겼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이해진 일병의 따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정신 차렷!”
“이병 최강철. 네, 알겠습니다.”
“어서 서둘러! 그리고 어제 챙겨 둔 짐들은 미리 연병장에 가져다 놓고.”
“네.”
최강철 이병이 마지못해 몸을 일으키는 동안에도 강대철 이병은 이불 속에서 꼼짝을 하지 않았다.
“강대철 빨리 일어나.”
보다 못한 이해진 일병이 강대철 이병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하아, 진짜!”
강대철 이병이 짜증이 나는지 인상을 썼다.
“아니, 몇 시인데 벌써 기상입니까?”
“어제 못 들었어? 오늘 유격하러 가는 날이라고 말이야. 일찍 일어나서 움직여야지. 어서 서둘러!”
“하아! 시발, 진짜…….”
김우진 상병이 이불을 정리하다가 그 소리를 들었다.
“뭐 새꺄?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강대철은 짜증이 잔뜩 묻어난 얼굴로 대답했다. 그 모습을 황당하게 바라보던 김우진 상병이 한마디 하려 했다.
“너 이 자식…….”
그때 김일도 상병이 어느새 장구류를 다 착용한 후 말했다.
“빨리빨리 해라. 시간 없다!”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이 새끼, 오냐오냐해 줬더니……. 아무튼 이따가 보자.”
그렇게 새벽 4시 30분에 눈을 뜬 분대원들은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에는 수십 대의 육공트럭이 줄지어 서 있었다. 김철환 1중대장와 오상진도 미리 와 있었다.
“대식아.”
“병장 김대식.”
“인원 체크부터 하자.”
“네, 알겠습니다.”
김대식 병장이 인원 체크를 했다.
“자, 다들 빠짐없이 모였지!”
“네.”
“앞줄부터 번호!”
“하나, 둘, 셋…… 열, 열하나, 끝!”
김대식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상진에게 가서 보고했다.
“인원 이상 없습니다.”
“그럼 모두 짐들 챙겨서 차량에 실어라.”
“네.”
김대식 병장이 다시 소대원들에게 향했다.
“다들 짐들 챙기고, 차량에 모두 실어라.”
“네.”
군장부터 시작해 2개의 더플 백까지 챙겨서 움직였다. 더플 백에는 각종 부식과 생활필수품들이 들어 있었다.
육공트럭에 먼저 짐을 싣고 소대원들이 올라탔다. 먼저 이해진 일병과 구진모 일병이 먼저 올라갔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나머지들도 각자 차에 올라타게 했다.
“자, 이등병들은 모두 안쪽으로 가서 앉아라.”
“네.”
이등병들이 가장 안쪽에 앉고 중간에 상병과 일병이 앉았다. 차량 끝쪽으로는 병장이 자리했다. 최종적으로 박중근 하사가 올라탄 후 맨 뒤쪽에 있는 바를 고리에 걸었다.
“다 탔나?”
김철환 1중대장이 각 소대별 차량을 돌며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1소대 차량에 와서 물었다.
“네. 인원 다 탔습니다.”
“짐은?”
“짐도 빠짐없이 챙겼습니다.”
“알았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조수석으로 갔다. 오상진이 이미 중간에 자리해 있었다.
“올라오십시오.”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이 타면서 모든 준비가 다 끝났다. 곧이어 한종태 대대장이 탄 1호 차를 선두로 차량들이 하나둘 꼬리를 물며 출발하기 시작했다.
소대원들을 태운 차량은 약 1시간을 달려 도심을 벗어났다. 그리고 고속도로를 30여 분을 달린 끝에 지방도로에 들어갔다. 거기서 다시 10분을 더 달리자 비포장도로가 펼쳐졌다.
덜컹, 덜컹!
비포장도로에 접어드니 차량이 심하게 요동쳤다. 뒤에 앉은 장병들 모두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중에서 몇몇 장병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한태수 일병이 옆에 앉은 노현래 이병을 보며 물었다.
“왜 그래?”
노현래 이병은 잔뜩 인상을 쓰며 말했다.
“차가 덜컹거리니 속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 못 참겠어?”
“아닙니다. 참을 만합니다.”
“그래, 조금만 참아 이제 거의 다 도착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상병과 김대식 병장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들은 차량이 많이 흔들리고 있어도 편안함을 유지했다.
그때 김일도 상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김 병장님.”
“왜?”
“이 길을 세 번 오는 느낌이 어떻습니까?”
김일도 상병의 짓궂은 질문에 김대식 병장이 피식 웃었다.
“일도야, 너도 세 번 와봐라. 어떤 기분인지.”
“에이, 저는 세 번 안 오지 말입니다. 바로 말년휴가 써 버립니다.”
“그러게…….”
“아니 왜 말년휴가를 안 썼습니까? 제가 휴가 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맞다. 일도 너의 말을 들을 걸 그랬다.”
“말년에 이 무슨 고생인지…….”
김일도 상병이 위로 삼아 한 말이지만 계속 듣다 보니 김대식 병장도 짜증이 났다.
“인마, 이게 다 누구 때문에……. 됐다, 뱁새가 황새의 깊은 뜻을 어찌 알까.”
“네네,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것보다 안타까워서 그럽니다.”
“하아, 그래도 이 상황에서 나 혼자 편하자고 어떻게 휴가를 쓰냐.”
“어쨌거나 김 병장님께서는 고생을 자처하신 겁니다.”
“시끄러워, 나도 지금 내 스스로가 원망스러우니까. 말 시키지 마.”
김대식 병장도 호의로 유격 훈련에 참석을 했지만 막상 유격장에 다가오니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살짝 후회가 밀려왔다.
‘하아, 젠장…….’
김대식 병장의 시선이 저 멀리 산꼭대기를 향했다. 그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2.
잠시 후 모든 차량이 유격장에 도착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내렸고, 오상진은 곧바로 차량 뒤쪽으로 향했다.
“자, 모두 내려라.”
“네.”
소대원들이 짐과 함께 육공트럭에서 내렸다. 그사이 오상진이 1소대가 텐트를 칠 숙영지를 살폈다.
숙영지 확인을 마친 오상진이 소리쳤다.
“자, 모두 짐을 들고 날 따라오도록.”
1소대원들이 오상진을 따라 이동했다. 연병장 왼쪽으로 살짝 능선이 있었다. 그곳에 텐트를 칠 공간들이 있었다.
“우리 1소대는 여기, 저기, 그리고 저곳 세 군데에 텐트를 친다. 4인 1조로 해서 신속히 움직인다.”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은 김대식 병장, 이해진 일병, 노현래 이병과 함께 1조에 편성되었다. 오상진이 시계를 확인한 후 말했다.
“현재 시각 10시 46분. 12시 전까지 모든 텐트 설치를 마무리하고,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서둘러라.”
“네.”
김대식 병장이 움직였다.
“자, 군장에서 텐트를 꺼내, 야삽도 챙기고.”
“네. 알겠습니다.”
1소대는 3조로 나뉘어 각자 숙영지에서 텐트 칠 준비를 했다. 김대식 병장과 최강철 이병은 텐트를 만들었고, 이해진 일병과 노현래 이병은 텐트를 고정할 말뚝을 박기로 했다.
“자, 빨리 텐트를 설치한다. 오전 중으로 마무리해야 해. 이제 2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서둘러.”
“네!”
오상진이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병사들은 주변을 정리하고 마련된 자리에 텐트를 설치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노현래 이병은 텐트를 고정시킬 말뚝을 박는 임무를 맡았다.
“후웁!”
망치를 들고 노현래 이병이 힘껏 망치질을 했다.
딱! 딱! 딱!
그런데 망치가 제대로 박히질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오상진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망치질은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누가 이병 아니랄까 봐 노현래 이병은 망치질을 잘못하고 있었다. 저대로 내려치지 못하니 말뚝이 중간 부분에서 휘고 있었다.
결국 그를 지켜보던 오상진이 나섰다.
“현래야, 그렇게 망치질을 하면 안 되지. 이리 줘봐.”
“이병 노현래.”
노현래 이병이 망치를 건넸다. 오상진은 그것을 받아들고 힘껏 망치를 때렸다.
딱!
그런데 잘못 때려서 삑사리가 났다. 순간 주변은 정적이 흘렀고, 오상진 역시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하하, 실수야. 실수! 소대장도 실수할 때가 있는 거야.”
오상진은 심기일전하고 두 번째 망치질을 했다. 하지만 너무 힘이 들어간 것일까.
딱!
두 번째 망치질 역시 정중앙에 맞질 알았다.
“어? 이게 왜 이러지?”
그때 그곳을 지나던 박중근 하사가 지켜보다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
“어이쿠, 소대장님. 소대장님이 이런 것을 왜 하십니까. 제가 하겠습니다.”
박중근 하사가 오상진에게서 망치를 빼앗듯 가져왔다. 그리고 거의 망치질을 정석이라고 할 수 있게 정확하게 말뚝의 정중앙을 때렸다.
딱! 딱! 딱!
그 순간 말뚝은 언제 그랬냐는 듯 쭉쭉 박혀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1소대원들이 박수를 쳤다.
“와, 역시 박 하사님!”
“괜히 터미네이터가 아닙니다.”
박중근 하사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 가지고…….”
반면 오상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박 하사가 폼이 좋네. 나도 저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망치질을 좀 한 것 같은데.’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괜히 폼을 잡으며 망치질을 하는 것처럼 손을 휘둘렀다.
“이렇게, 이렇게 말이야.”
그런데 왠지 모르게 몸이 뻣뻣한 느낌이 들었다.
‘어? 이상하네. 내가 긴장했나?’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알지 못했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몸 상태에 100퍼센트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텐트 설치가 얼추 마무리되고 병사들이 야삽으로 주변 물길을 내고 있을 때 오상진이 말했다.
“얘들아, 점심시간이다. 밥 먹어라.”
“네.”
김대식 병장이 이해진 일병과 최강철 이병에게 말했다.
“너희 둘은 야외 취사장에 가서 밥 좀 가져와라.”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식판 2개와 반합 하나를 챙겨서 취사장으로 내려갔다.
점심 메뉴는 간단했다. 어묵국에 김치, 감자볶음, 김이 다였다.
야외 취사장도 최대한 빨리 조리 할 수 있는 것들로 반찬을 준비한 것 같았다.
“강철이 넌 식판에 밥 좀 퍼와. 난 반찬이나 국을 가져올 테니까.”
“네.”
최강철 이병이 식판 하나에 밥을 산처럼 쌓아서 가져왔다. 이해진 일병은 반찬을 다 받고 다시 텐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김대식 병장은 부실한 반찬 상태를 보고 한숨을 내쉬다가 고개를 돌렸다.
“야, 부식 좀 꺼내봐라.”
“네.”
김대식 병장은 각 텐트별로 참치캔 하나와 깻잎 통조림을 하나씩 건넸다.
본래라면 아껴 먹어야 했지만, 오상진이 부식비를 지원해 준 덕분에 부식량이 넉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