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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82화 (182/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82화

18장 신병 받아라!(14)

한소희는 오상진과 통화하는 걸 좋아했다.

오상진이 군인이라 자주 만날 수 없으니 통화로 그 아쉬움을 대신하는 것이다.

오상진도 한소희의 목소리를 듣는 게 낙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유격 훈련 기간 동안에는 지금처럼 한소희와 통화를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소희 씨에게 미리 말해둘 것이 있습니다.”

-뭔데요?

“제가 다음 주 내내 유격 훈련이 있습니다.”

-그래요?

“네. 그래서 아마 연락을 잘 못할 겁니다. 소희 씨가 전화를 해도 못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미리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문자를 남기면, 제가 저녁에 짬내서 문자나 전화를 하겠습니다. 하지만 못할 경우도 있으니까. 이해해 주세요.”

-하아, 그렇구나. 어쩔 수 없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한소희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많이 묻어났다. 오상진은 미안한 마음에 다급하게 말했다.

“소희 씨! 제가 훈련 끝나면 바로 가겠습니다. 토요일 저녁에 영화도 보고, 맛난 것도 먹어요.”

-알았어요. 그럼 주말에 봐요.

“소희 씨…….”

-몰라요.

오상진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땀을 삐질 흘리며 토라진 한소희를 한참 동안 달래주었다.

15.

유격 훈련 하루 전 일요일 저녁.

1소대 내무실은 그야말로 분주했다.

김일도 상병이 내무실 중앙에 서서 하나하나 지시를 내렸다. 그 뒤에 김대식 병장은 한발 물러서서 그런 김일도 상병의 모습을 지켜봤다.

“내일 유격 훈련 가는 거 알고 있지.”

“네.”

“준비물 다 체크했냐?”

“네, 그렇습니다.”

“다시 한번 체크해, 빠진 거 없나.”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은 유격 훈련 준비물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작성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유격장에서 꼭 하나씩 빠지는 경우가 있었다.

“진모야.”

“일병 구진모.”

“너는 행정반에 가서 민무늬 전투복 좀 가져와라.”

“알겠습니다.”

구진모 일병은 손주영 이병을 바라봤다.

“주영아. 가자.”

“이병 손주영,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행정반으로 가고 김일도 상병이 다시 한번 말했다.

“나머지는 다시 한번 장구류 및 군장을 체크한다. 이상이 있다면 즉각 말할 수 있도록.”

“네.”

“그리고 신병 둘은 해진이와 영일이가 한번 봐줘.”

“일병 이해진.”

“일병 조영일.”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김일도 상병은 고개를 끄덕인 후 힐끔 김대식 병장을 봤다.

김대식 병장은 대답 대신 가볍게 웃어주었다.

‘잘했어. 그래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김대식 병장의 표정을 읽은 김일도 상병은 조금 더 자신감을 가졌다.

그렇게 1소대 내무실은 김일도 상병의 주도하에 유격 훈련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물티슈, 옷걸이, 간식, 손수건, 모기 퇴치제, 밥 관련 첨가물……. 좋았어. 문제없어.”

이해진 일병이 체크리스트를 재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김 상병님. 모두 문제없습니다.”

“그래? 빠짐없이 체크했어?”

“네.”

“그럼 내일 지고 갈 짐은 한 곳에 옮겨놔.”

“알겠습니다.”

“나머지도 군장이나 장구류는 빠지지 않았겠지?”

“네, 그렇습니다.”

“좋아!”

김일도 상병은 다소 흥분이 되었는지 목소리가 살짝 높았다.

‘가, 가만 목소리가 좀 컸나?’

그러면서 김대식 병장 눈치를 살짝 살폈다. 하지만 김대식 병장은 별다른 리액션이 없었다.

잠시 후 구진모 일병과 손주영 이병이 행정반에서 돌아왔다. 민무늬 전투복과 이번 유격 훈련 때 배정받은 번호 스티커가 들려 있었다.

“진모는 사이즈 확인 후 전투복 나눠줘.”

“네.”

“그리고 민무늬 전투복을 받으면 상의 왼쪽에 즉, 포켓 바로 위에 지금 나눠주는 스티커를 부착 후 실로 꿰매준다. 알겠나.”

“네.”

“어서 나눠줘.”

구진모 일병이 일일이 사이즈를 체크 하며 나눠줬다.

“난 5사이즈를 줘야지. 6사이즈를 주면 어떻게 해.”

“죄송합니다. 바로 찾아서 드리겠습니다.”

“저도 6사이즈입니다.”

“가만 기다려 봐.”

구진모 일병은 민무늬 전투복을 뒤져 사이즈를 찾아 건네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기 실하고 바늘 좀 줘.”

“네. 여기 있습니다.”

손주영 이병은 배정받은 번호 스티커와 실과 바늘을 건네주었다. 유격용 전투복을 받은 사람들은 실로 스티커를 마킹했다.

최강철 이병은 유격용 전투복에 스티커를 마킹한 후 옆에 있는 이해진 일병을 보았다.

“이 일병님 이제 뭐 해야 합니까?”

“짐은 다 챙겼어?”

“네.”

“바느질은?”

“바느질도 다 했습니다.”

“가져와 봐.”

최강철 이병이 유격용 전투복을 가져왔다. 이해진 일병이 꼼꼼히 확인한 후 말했다.

“잘했네. 이거 군장에 잘 챙겨놔. 가자마자 옷 갈아입어야 하니까. 군장 맨 위에 넣고!”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군장 가져와 봐.”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은 최강철 이병의 군장을 확인해 주었다.

“너 야삽 어디다 뒀냐?”

“아…….”

“아는 무슨, 빨리 가져와.”

“네.”

최강철 이병이 부랴부랴 관물대 맨 위에 놓인 야삽을 가져왔다.

“어디다가 설치하는지 알지?”

“그게 잘…….”

최강철 이병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해진 일병이 군장 맨 앞에 야삽 넣는 자리를 확인시켜 주었다.

“잘봐, 이번 한 번만 알려줄 테니까.”

“네.”

“야삽은 여기 끈 있지. 그리고 손잡이 부분은 여기에 끼워 넣어서 고정시켜 주면 된다.”

“아!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바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맞은편에 있는 최우식 상병과 김우진 상병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짐 다 챙겼냐?”

“좀 이따가.”

“그러다 까먹고 그냥 가는 거 아니냐?”

“한번 그래볼까?”

“미친놈.”

“아, 근데 진짜 바느질은 귀찮아서 못하겠네.”

최우식 상병이 바느질하는 것을 던져 버렸다.

“벌써 노환이 왔나. 바느질 구멍이 안 보이네.”

옆에 있던 김우진 상병이 한마디 툭 던졌다.

“다른 구멍은 잘 찾으면서.”

“어떤 구멍?”

“에헤이, 알면서 물어보냐.”

김우진 상병이 음흉한 얼굴을 하면 말했다. 그 얼굴을 본 최우식 상병이 피식 웃었다.

“그건 또 내가 잘 찾지. 어둠 속에서도 한 방에 찾아버리잖아.”

“그런데 이건 왜 못 찾냐.”

“그게 미스터리야.”

최우식 상병이 손을 턱으로 가져가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미친…….”

김우진 상병이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한태수 일병이 다가왔다.

“제가 바늘에 실 넣어 드리겠습니다.”

“오오, 태수가 해줄래?”

“네.”

최우식 상병이 바늘과 실을 건넸다. 한태수 일병이 단번에 실을 넣은 후 건넸다.

“오오, 한태수!”

“일병 한태수.”

“자식, 눈 좋은데, 한 번에 그냥 꽂아버리네.”

한태수 일병이 살짝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던 김우진 상병이 옆에 있던 구진모 일병을 힐끔 봤다.

“진모야.”

“일병 구진모.”

“너 다했냐?”

“아직 조금 남았습니다.”

“그래? 네거 다하고 내 것 좀 해줄래?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

김우진 상병이 앓는 소리에 구진모 일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 몇 바늘만 더 하면 끝납니다.”

“역시 우리 진모밖에 없다니까. 고맙다.”

“아닙니다.”

그리고 김일도 상병은 김대식 병장 곁에서 이것저것 얘기를 듣고 있었다.

“잘했어. 그렇게 네가 중심이 되어서 통솔해야 해.”

“네.”

“네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소대는 망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그래, 오늘처럼만 하면 돼. 잘하고 있어 김일도!”

“상병 김일도, 감사합니다.”

김일도 상병은 김대식 병장에게 칭찬을 받고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말이야. 너 때문에 휴가까지 반납하고 유격 훈련에 참석하는 거야. 알고 있어야 해.”

“감사합니다. 그래도 말년이신데…….”

“뭐, 됐어! 내가 원해서 하는 건데.”

“그래도 이번에 참석하면 유격 훈련만 3번째 아닙니까?”

“맞아, 재수 옴 붙었지. 제기랄…….”

김대식 병장이 팔짱을 끼며 투덜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너희와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훈련이잖아. 이 정도로 위안을 삼아야지.”

김대식 병장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오상진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부대에 올라왔다. 내일 유격 훈련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오상진이 1소대 내무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얘들아 준비 잘하고 있냐?”

“충성, 네 그렇습니다.”

김일도 상병이 김대식 병장을 대신해 경례와 함께 대답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잠깐 확인을 했다.

“준비 잘했다고? 빠진 것도 없고?”

“네.”

오상진이 확인을 했다. 그 옆에 김일도 상병이 붙으며 준비된 물품과 군장까지 설명을 했다.

오상진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얼추 마무리된 것 같네. 고생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대장이 유격가기 전 거하게 한번 쏜다.”

“와아아아! 역시 소대장님 최고입니다.”

“멋있습니다.”

오상진이 히죽 웃으며 카드를 꺼냈다.

“참, 일도야.”

“상병 김일도.”

“PX 가는 김에 너희 부식 좀 챙겨라.”

“아닙니다. 저희 이미 마련했습니다.”

“그래? 어디 한번 볼까?”

오상진이 확인했지만 그래도 조금 모자란 것 같았다.

“그래도 이것저것 좀 챙겨! 사발면도 챙겨가고, 뜨거운 물이야 야외 취사장에서 공수하면 되잖아.”

“네.”

김일도 상병과 이해진 일병, 구진모 일병, 최강철 이병 이렇게 오상진과 함께 PX로 향했다.

“필요한 거 다 사.”

“네.”

이해진 일병, 구진모 일병이 고르기 시작했고, 최강철 이병은 바구니를 들고 따라다녔다. 오상진과 김일도 상병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첫 번째 바구니를 챙겨서 왔다. 김일도 상병이 체크를 한 후 슬그머니 물었다.

“소대장님, 어떻게 좀 더 챙깁니까?”

“그래. 좀 더 넣어봐.”

오상진이 큰소리를 쳤다. 예전이었다면 뭘 그렇게 많이 샀냐고 눈치를 줬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리고 재빨리 바구니 하나가 더 나타났다. 김일도 상병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좀 더 가능하시겠습니까.”

“더 필요하냐?”

“정 부담스러우시면 여기서 스톱하겠습니다.”

“아니다. 필요하면 더 챙겨야지.”

“넵!”

그러게 바구니가 하나에서 2개, 3개, 4개까지 늘어났다. 그것을 보며 오상진이 눈을 크게 떴지만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이놈들이 간단하게 챙긴다더니…….”

“이정도면 충분히 5일간 버티지 않겠습니까?”

“그래. 기왕 소대장이 쏘는 거 제대로 준비해라.”

오상진이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이해진 일병과 최강철 이병이 재빨리 움직였다. 오상진은 카드로 결제한 후 말했다.

“부식이랑 내무실에서 먹을 간식까지 다 샀지?”

“네.”

“그럼 가자!”

다시 내무실에 복귀를 한 병사들은 유격장에서 밥과 함께 먹을 야식을 더플 백에 넣었다. 깻잎 통조림과 볶음 고추장, 참치캔, 김 등 유격장에서 반찬 대용으로 먹을 것들이었다.

그 외 과자와 음료수는 침상에 깔아서 다 함께 나눠 먹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오상진의 시선이 최강철 이병에게 향했다.

최강철 이병도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과자를 주워 먹고 있었다.

“강철아. 맛있냐?”

“이병 최강철. 맛있습니다.”

“요즘 별일 없지?”

“네. 괜찮습니다.”

“그래, 무슨 일 있으면 말하고.”

“네, 알겠습니다.”

“많이 먹어.”

오상진이 최강철 이병을 챙기자 맞은 편에 앉아 있던 강대철 이병이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두 사람을 노려봤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오상진은 그대로 내무반을 빠져 나갔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1소대는 짐들을 한곳에 놓았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유격의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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