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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80화 (18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80화

18장 신병 받아라!(12)

“어차피 몇 년 동안 겪어야 할 일입니다. 그냥 받아들이십시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아니, 간부가 왜 유격을 받습니까. 원래 지도하는 거 아닙니까?”

4소대장이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오상진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대대장님의 지침 아니겠습니까? 까라면 까야죠. 안 그렇습니까?”

“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3소대장은 쓴 웃음을 지었지만 4소대장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했다.

“아니, 대대장님도 그렇습니다. 신입 소대장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하라니. 그래도 같은 간부인데…… 그러면 대대장님도 참가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대대장님은 쏙 빠지면서, 완전 배신감 느낍니다.”

3소대장이 한마디 했다.

“우리가 대대장님하고 같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4소대장이 바로 시무룩해졌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하면 됩니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운 것이고, 그냥 즐기다보면 시간이 갑니다. 즐기십시오. 그러면 됩니다.”

오상진은 마치 유격을 해본 것처럼 말을 했다. 그 말을 곰곰이 듣고 있던 4소대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1소대장님.”

“네?”

“방금 말입니다. 꼭 유격을 많이 해 본 것처럼 말씀을 하십니다.”

“아, 제가 그랬습니까?”

“네.”

“하하하…….”

오상진이 크게 웃으며 속으로 말했다.

‘해봤죠. 그것도 아주 많이! 어디 보자, 소대장, 중대장 시절에 해봤고, 대대장이 된 후로는 안했지만……. 가만 내가 유격을 몇 번이나 했더라?’

오상진은 과거를 가만히 따져보았다.

‘이거 너무 많이 해서 셀 수도 없네.’

속으로 허풍을 떨며 오상진은 혼자 피식피식 웃었다.

‘뭐, 아무튼 유격에 관한 것은 여기서 내가 가장 많을 거야.’

4소대장은 혼자서 웃고 있는 오상진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1소대장님 괜찮으십니까?”

“네? 아, 네에. 괜찮습니다. 그럼 저는 1소대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오상진이 전투모를 챙기고 행정실을 나갔다. 4소대장이 재빨리 3소대장에게 물었다.

“봤죠? 1소대장님 웃는 거. 혼자서 계속해서 웃고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신경 쓰입니까?”

“그게 아니라……. 아닙니다.”

4소대장은 또 시무룩해지며 고개를 돌렸다. 3소대장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뭔가 자신감이 있어서 그러시겠죠. 그냥 ‘아,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면 안 됩니까?”

“안 됩니다. 전 1소대장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하나하나 다 지켜볼 겁니다. 1소대장님은 바로 제 롤모델이란 말입니다.”

“하아, 4소대장 자각을 하십시오. 같은 소대장입니다.”

“그래도 본받고 싶은 걸 어떻게 합니까. 3소대장은 아닙니까?”

“1소대장님이 잘하는 건 맞지만…… 요즘 4소대장을 보면 좀 과한 것 같습니다.”

3소대장이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좀 더 뜯어말릴까 했지만 4소대장은 이미 오상진에게 홀딱 빠져 있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 같았다.

한편, 오상진은 행정반에서 나와 1소대 내무실로 향했다.

“다들 잘 지냈냐?”

김대식 병장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했다.

“충성!”

“그래.”

1소대원들은 교육 준비를 하다가 오상진의 등장에 재빨리 침상에 앉았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다음 주에 유격이 잡혀 있다.”

그 순간 1소대원들은 깊은 한숨과 함께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아아…….”

“유격이구나.”

“하아…….”

몇몇 선임병들은 머리를 잡으며 괴로워했다. 오상진은 그런 모습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 피식 웃었다.

“어차피 겪어야 할 훈련이다. 다들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보다 훈련은 차질없이 잘 준비하고 있지?”

“네.”

“그리고 신병들은…….”

오상진의 시선이 최강철 이병과 강대철 이병에게 향했다. 두 사람은 오상진과 눈이 마주치자 곧바로 관등성명을 댔다.

“이병 최강철.”

“이병 강대철.”

“너희들 이번이 첫 유격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래도 신교대에서 유격 해봤을 거 아니야.”

“네.”

“그래, 이곳에서도 별반 다를 것 없어. 그냥 즐기면서 해. 소대장이 말하겠지만 유격은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거다.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거면 유격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선임들은 두 신병을 잘 챙겨주고.”

오상진의 말에 이해진 일병이 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래 아직 준비할 시간이 있으니까, 천천히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준비할 수 있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들 해라.”

오상진이 내무실을 나가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아…… 유격이라니. 미치겠네.”

“날씨도 더운데 하필 지금이냐.”

“작년에는 하반기에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올해는 왜 상반기에 합니까?”

“그걸 낸들 아냐!”

그러는 사이 두 신병인 최강철 이병과 강대철 이병은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최강철 이병은 사격만큼이나 유격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겪어보진 않았지만 지인들이 가장 끔찍한 훈련으로 유격을 꼽았기 때문이다.

반면, 강대철 이병은 실실 웃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철아.”

김우진 상병이 불렀다.

“이병 강대철!”

“넌 걱정 없냐?”

“몸 쓰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 끄떡없습니다.”

“넌 자신감이 너무 넘치는데.”

김우진 상병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강대철 이병은 눈치없이 계속해서 말했다.

“자신감 빼면 시체지 말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유격 그까짓 것 열심히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너……. 아니다, 준비 잘하고 모르는 것 있으면 물어보고.”

“네.”

김우진 상병은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자식 좀 너무 나대는데……. 첫인상이 좋아 귀여워해 줬더니, 이제는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고 말이야.’

김우진 상병의 입가를 타고 쓴 음이 번졌다. 한참 만에 받은 부사수이다 보니 잘 챙겨주고 싶은데 강대철 이병이 자꾸 기어오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 두 사람을 묵묵히 지켜보던 김일도 상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진아.”

“상병 김우진.”

“담배 피우러 가자.”

“제가 담배 챙깁니까?”

“아니야, 내가 있어. 가자.”

“네.”

김일도 상병과 김우진 상병이 내무실을 나갔다.

그러자 이해진 일병이 자리에서 일어나 잔뜩 긴장한 최강철 이병 옆에 앉았다.

“강철아, 왜 그래?”

“이병 최강철. 아닙니다.”

“왜? 다음 주 유격 때문에 그래?”

“아, 네에. 솔직히 겁이 좀 납니다.”

“당연하지. 나도 부대 배치받고 얼마 안 있어서 유격훈련 받았는데.”

“그렇습니까?”

최강철 이병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이해진 일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때 나도 조금 무섭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 지금 딱 너처럼 말이야.”

“그렇습니까?”

“그런데 미리 겁먹고 고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더라. 그러니까, 그냥 받아들여. 그리고 너희들보다 저기 계시는 김 병장님이 더 안타까워.”

“네? 왜 그렇습니까?”

“지금 김 병장님 다음 달이면 제대인데 말년에 유격하시잖아. 얼마나 억울하겠어. 그러니 너희들도 재수 없으면 두 번 받을 유격, 세 번 받을 수도 있어. 저렇게 꼬일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럼 제가 나은 겁니까?”

“너도 모르지, 유격일자 바뀌어서 너도 말년에 받을지.”

“그런 말씀 마십시오. 진짜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게 네 뜻처럼 되냐.”

“하아…….”

최강철 이병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나서 물었다.

“그런데 이 일병님. 유격 어떻게 하면 잘합니까?”

“부대 안에서 훈련받을 때하고 똑같아. 목소리 크게 하고, 이 악물고 버티면 돼.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그리고 너무 잘하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중간 정도만 해.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생각을 가져. 달리기로 치면 유격은 단거리가 아니야. 장거리나 다름없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의 조언이 도움이 됐을까.

최강철 이병은 결의를 다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12.

김일도 상병과 김우진 상병이 휴게실로 왔다. 김일도 상병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 후 한 개비를 건넸다. 김우진 상병이 알아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줬다.

“우진아.”

“네.”

“너 말이야. 대철이 교육 좀 시켜야 하는 거 아니야?”

“뭘 말입니까?”

“이등병이 너무 나대는데 아무리 봐도, 너에게 자꾸 말대꾸하는 것 같고 말이지. 물론 네가 사수라서 챙겨주고 싶은 맘은 알겠어. 그런데 자꾸 오냐오냐해 주니까, 더 기어오르는 것 같아서 그래. 여기서 한 번쯤은 눌러줘야 할 것 같은데.”

김우진 상병이 움찔했다. 그는 어색하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 김우진 상병 본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일도 상병에게도 그렇게 보였다면 문제가 있었다.

‘하아, 이 자식을 진짜…….’

하지만 김우진 상병 본인도 동조해 버리면 왠지 자기 탓인 것만 같았다. 그래서 짐짓 모르는 척 말했다.

“그래도 신병치고 의욕이 있고 좋지 않습니까.”

“인마, 자꾸 그러다가 너 잡아먹을 지도 몰라. 기어오르기 전에 알아서 처리해. 아니면 내가 하리?”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우진아, 알잖아. 이등병은 이등병다워야 해.”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상병은 표정이 굳어진 채로 연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후우…….”

김우진 상병의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13.

모두가 잠든 새벽 1소대 내무실로 작은 불빛 하나가 들어왔다. 그 불빛은 누군가를 찾는 듯 보였다. 그리고 최강철 이병 앞에 멈춰섰다.

툭툭!

“최 이병, 일어나. 최 이병!”

순간 최강철 이병이 눈을 떴다.

“이병 최강철.”

최강철 이병은 잠을 자고 있는 상황에서도 누가 건드리자 바로 관등성명이 나왔다.

“근무 나갈 시간이야.”

“아, 네에.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낮게 말을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전투복을 꺼내 갈아입었다. 전투복으로 환복 후 장구류를 꺼냈다. 침상에 앉자 바로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어?”

“쉿, 천천히 준비해서 나와.”

바로 같이 근무를 설 이해진 일병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이 내무실을 나가고, 최강철 이병도 부랴부랴 장구류를 걸친 후 내무실을 나갔다.

이해진 일병이 최강철 이병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래, 잘했네. 가자.”

“네.”

두 사람은 곧바로 상황실로 향했다. 이해진 일병이 문을 두드린 후 안으로 들어갔다.

“충성, 일병 이해진 외 1명 상황실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상황실에는 당직사령과 당직사관이 있었다.

“어디 근무자냐?”

“네, 탄약고입니다.”

“그래, 근무 잘 서고 무슨 일 있으면 즉각즉각 연락하고.”

“네, 알겠습니다.”

야간 근무자는 미리 상황실에 총기를 가져다 놓았다. 당직사관이 총기 거치대를 열었다. 총기를 꺼내 확인 후 실탄이 든 탄창을 확인했다.

“확인했습니다.”

“그래, 투입해.”

“네, 알겠습니다. 충성!”

이해진 일병과 최강철 이병이 상황실을 나와 탄약고로 향했다. 밖은 어두컴컴했고, 저 멀리 탄약고 초소에 불빛만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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