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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79화 (17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79화

18장 신병 받아라!(11)

“아, 그런 거 안 주셔도 됩니다.”

“네?”

“저희 그런 거 받으면 안 됩니다. 큰일 납니다.”

오상진이 먼저 선을 그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촌지라니. 큰일 날 일이었다.

그러자 최강희가 미소를 지었다.

“아, 돈이 아니에요. 저도 그 정도는 알아요. 군대 다녀온 회사 분들에게 물어봤거든요. 빈손으로 오긴 그렇고 어떻게 좋을까 싶어서요. 그러니까 다들 부식을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사발면이었습니까?”

오상진은 살짝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사발면이면 좋죠. 애들이 엄청 좋아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디 있죠?”

“아, 양이 좀 많아서 차에 있어요.”

“차에요?”

“네.”

오상진과 최강희가 주차장으로 갔다. 어차피 오상진도 위병소에 오면서 차를 가져왔기에 뒤 트렁크에 실으면 되었다.

최강희도 SUV를 타고 왔다. 그녀가 뒤 트렁크를 열자 수북하게 쌓인 사발면 박스가 보였다.

“열두 박스인데 너무 적나요?”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저희 중대원들 전부 다 나눠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다행이네요.”

오상진이 자신의 차로 사발면 박스를 옮겨 실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아무쪼록 우리 강철이 잘 부탁드립니다.”

“네. 그럼 살펴 가십시오.”

“네.”

오상진은 최강희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차에 올라타 부대로 복귀했다.

9.

1중대 행정반으로 사발면 박스가 한가득 쌓였다.

점심을 먹고 돌아온 4소대장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어이쿠야, 이게 다 뭡니까?”

“아, 소대에 최강철 이병이라고 있는데 그쪽 집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우리가 무슨 선생도 아니고 이런 걸 다 받아봅니다.”

“원래 부모님들이 워낙에 걱정들이 많지 않습니까. 이래저래 전방에서 총기 사고도 일어나고 말이죠. 어쨌든 잘 봐달라는 의미로 보내신 것 같습니다.”

“아, 총기 사고! 그 부대는 좀 이상했죠. 우리 부대였다면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거야 그렇죠.”

“그보다 1소대는 좋겠습니다. 당분간 부식 걱정은 없겠습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이걸 어떻게 1소대 혼자 먹습니까. 각 소대별로 3개씩 나눠가져가면 됩니다.”

“오오, 저희 소대도 주는 겁니까?”

“당연하죠.”

“감사합니다.”

4소대장은 감사하다고 말하곤 재빨리 박스 3개를 챙겨 4소대로 가져갔다.

10.

일찍 저녁밥을 먹은 최강철 이병이 내무실로 돌아왔다. 행정계원이 나타나며 최강철 이병을 불렀다.

“최강철.”

“이병 최강철.”

“행정실로 가 봐, 소대장님께서 찾으신다.”

“네.”

최강철 이병이 일어나 내무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강대철 이병이 바라보았다.

‘왜 강철이만 부르지?’

강대철 이병은 괜히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고참들의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다.

최강철 이병은 행정실로 들어갔다.

“충성, 이병 최강철.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어, 왔냐. 이리와라.”

“네.”

오상진이 어느새 사발면 두 개에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고 있었다.

“딱 맞춰서 불렀다. 시간 다 되었을 거야.”

“네.”

오상진과 최강철 이병은 서로 마주 보고 사발면을 먹었다. 그러나 최강철 이병은 몇 젓가락 먹고는 그만 먹었다.

“왜 입 맛이 없어?”

“아닙니다. 밥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말입니다.”

“원래 이등병 때는 돌아서면 배고프고 그런데.”

“괜찮습니다.”

“그래도 다 먹어야 할 텐데, 이 사발면 너희 누나가 보내준 거야.”

“네?”

최강철 이병이 화들짝 놀랐다.

“저희 누나 왔었습니까?”

“왔지. 너 걱정된다고 왔더라.”

“저에게 말도 없이……. 죄송합니다, 소대장님.”

“네가 죄송할 것이 뭐가 있어. 그런데 왜? 군 생활이 많이 힘들어? 적응하기가 쉽지 않지?”

“아닙니다.”

“강철아.”

오상진이 나직이 불렀다.

“네.”

“군 생활이 힘들지?”

“아, 아닙니다.”

“아니긴. 군 생활 힘든 건 다 마찬가지야. 훈련이 힘들 수도 있고 사람이 힘들 수도 있고.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군대 체질이라는 병사들도 군 생활이 마냥 행복하진 않으니까.”

“…….”

“소대장은 말이다. 그렇게 힘들게 군 생활을 하는 병사들을 잘 어루만지라고 있는 존재야. 그런데 뭔가 문제가 생겨도 마음속에 담아두고만 있으면 소대장이 어떻게 해줄 수가 없어. 그리고 그런 것들이 쌓이면 나중에 본인만 더 힘들어지고.”

최강철 이병이 잠시 고민했다. 누나까지 찾아온 터라 앓는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렇듯 진심을 내비치는 오상진을 보니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오늘 사격을 했는데 잘 안 됐습니다.”

“영점 사격 말하는 거지? 솔직히 소대장도 봤어. 박중근 하사가 옆에서 잘 지도해 주길래 그냥 두고 봤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었어?”

“박 하사님은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다만 좋은 총으로 오후까지 가서 어렵게 영점을 잡았다는 것에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좋은 총?”

“그게…… 고참들 말로는 만발총이라고.”

순간 오상진은 헛웃음이 났다. 병사들 사이에서 길을 잘 들인 총을 두고 만발총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좋은 총을 쓴다고 해서 무조건 사격을 잘하는 건 아니었다.

“신병인데 사격을 못할 수도 있지. 그게 당연한 거야.”

오상진이 최강철 이병을 달랬다. 하지만 최강철 이병은 사격에 대한 부담감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훈련소 때도 총 쏠 때 겁이 났습니다. 왜 이렇게 안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상진은 최강철 이병이 자존심 상해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신경이 쓰였다.

“너 사격할 때 어떻게 쐈어? 박 하사가 별말 안 해?”

“호흡이 불안정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호흡을 어떻게 하는지 배웠습니다.”

“그래? 배우기 전에는 어떻게 했는데. 숨을 들이켰다가 바로 쐈어?”

“아뇨, 숨을 들이켰다가 잠깐 참았다가 내쉬면서 쏩니다.”

“어? 왜 내쉬면 쏴? 그거 누구한테 들었던 거야?”

“훈련소에서 총 잘 쏘는 애가 알려 줬습니다.”

“아이고,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다음번에는 주변 총 쏘는 것에 신경 쓰지 말고 네 호흡을 가지고 있다가 차분하게 호흡을 멈춘 후 쏴봐. 그럼 확실히 좋아질 거야.”

“네. 안 그래도 박 하사님께 다시 배웠습니다.”

“그래? 잘됐네. 계속해서 그렇게 해.”

“네.”

“그런데 말이야. 지금 총을 못 쏴도 괜찮아. 문제는 상병, 병장이 되었을 때 후임병들 앞에서 못 쏘면 문제가 있겠지만 지금은 괜찮아. 신병이잖아. 부대 적응하기도 바쁜데, 안 그래?”

오상진은 웃으며 말했다. 최강철 이병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지금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너의 호흡에 맞게 총을 쏘는 방법을 알아보자.”

“네, 알겠습니다.”

“그래, 사발면 마저 먹자.”

“네.”

오상진은 최강철 이병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며칠이 지나 다시 사격 날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중대 사격 날이었다.

“자, 모두 사격장으로 이동한다.”

이번에는 김철환 1중대장이 직접 지휘를 했다. 그 속에 강대철 이병이 지난번 17발에 힘입어 만발을 자신했다.

“이번에 꼭 만발 쏘겠습니다.”

“그래, 꼭 맞혀라.”

“만발이면 진짜 포상 휴가입니까?”

강대철 이병의 물음에 김철환 1중대장이 다가와 말했다.

“강대철!”

“이병 강대철.”

“정말 만발 맞힐 수 있겠어?”

“못 쏠 것도 없지 말입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신병은 18발만 맞춰도 휴가 준다.”

김철환 1중대장의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강대철 이병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건 포상 휴가를 따 놓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전에 저 17발 맞췄습니다. 이번에도 자신 있습니다.”

“그래, 그래! 꼭 맞춰라.”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으며 통제실로 올라갔다. 그사이 오상진이 최강철 이병에게 다가갔다.

“강철아.”

“이병 최강철.”

“긴장하지 말고 침착하게 쏴. 남들 쏜다고 허겁지겁 쏘지 말고. 좀 늦어도 괜찮으니까 네 호흡에 맞춰서 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거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1중대 사격이 시작되었다.

결과적으로 가장 많이 쏜 발수는 19발이었다. 그리고 그중 최강철 이병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18발을 맞췄다.

호흡을 참고 사격을 하라는 박중근 하사의 조언과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라는 오상진의 조언을 새겨들은 결과였다.

반면 자신만만해하던 강대철 이병은 16발이었다.

“뭐야? 강철이가 18발이라고? 며칠 전까지 영점 못 맞춰서 난리였잖아.”

“와, 갑자기 무슨 일이 있었지?”

“신병이 18발 맞추면 진짜 포상 휴가 주는 겁니까?”

“중대장님께서 약속했으니까 주겠지.”

“대박! 저 녀석 진짜 환골탈태라도 했나?”

1소대 병사들은 최강철 이병이 18발을 맞혔다는 사실에 다들 놀라워했다.

하지만 강대철 이병은 구석에서 최강철 이병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뭐야? 18발? 감히 네까짓 것이 날 넘어서?’

강대철 이병이 잔뜩 인상을 쓰며 이를 빠드득 갈았다.

11.

다음 날.

오상진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행정반으로 출근을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상진이 환한 얼굴로 인사를 했다. 먼저 와 있던 3소대장과 4소대장이 웃으며 오상진을 반겼다.

“네,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상진은 인사와 함께 2소대장 자리를 힐끔 봤다. 아직 출근 전인지 자리에 없었다.

“2소대장은 출근 전인가 봅니다.”

오상진이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앉으며 물었다. 곧바로 4소대장이 말했다.

“네. 요즘 들어서 출근을 너무 늦게 합니다. 게다가 저희들과 대화도 좀 없고 말입니다.”

옆에 있던 3소대장이 나섰다.

“요즘 좀 의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제 살짝 봤는데 제대 날짜를 확인하고 있던데 말입니다.”

4소대장이 바로 나섰다.

“장기복무 신청 안 한답니까?”

“지금 상황에서는 좀……. 성적도 안 나오고 말이죠. 무엇보다 중대장님께 찍혔다는 것이 크죠.”

3소대장의 말에 4소대장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하긴 이해가 갑니다. 그래도 출근시간은 맞춰줘야 하는데……. 안 그렇습니까?”

3소대장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2소대장이 들어왔다. 그는 인사도 없이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오셨습니까?”

오상진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2소대장이 힐끔 오상진을 보며 대답했다.

“네.”

그게 끝이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오상진도 더 이상 대화를 걸지 않았다. 잠깐 동안 소강상태로 있던 중 4소대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옆에 있던 3소대장이 물었다.

“왜 그렇게 깊은 한숨을 내쉽니까?”

4소대장이 한 달 훈련계획표를 보여주며 말했다.

“다음 주 훈련 보셨습니까? 유격입니다, 유격!”

3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아, 그것 때문입니까?”

“네. 소대장 부임하고 첫 유격인데 어떻게 할지 막막합니다.”

“원래 소대장 교육받을 때 유격 하지 않았습니까?”

“네. 했습니다. 그걸 아니까 이러는 거 아닙니까. 하아…….”

4소대장은 고개를 푹 숙이며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3소대장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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