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177화 (17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77화

18장 신병 받아라!(9)

최강철 이병은 그런 두 사람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왠지 그 모습에 살짝 질투가 나기도 했다. 자신도 잘했다면 분명 저런 칭찬도 받을 수 있을지 몰랐다.

“하아…….”

최강철 이병은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이 오상진의 눈에 들어왔다.

“강철이 표정이 좋지 않은데. 사격이 잘 안 됐나?”

오상진은 살짝 걱정이 됐다. 아무래도 좋은 부모를 만나 유복하게 지냈으니 군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다른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최강철만 챙길 수는 없었다.

“좀 더 지켜보자.”

오상진은 애써 조바심을 지웠다. 그렇게 모든 영점 사격이 끝났다.

“자, 모두 정렬!”

박중근 하사의 외침에 영점 사격에 참여했던 모든 장병이 2열 종대로 섰다.

오상진이 박중근 하사를 봤다.

“박 하사. 탄피는 이상 없죠?”

“네. 모두 수거했습니다.”

“네. 그럼 모두 부대로 복귀한다. 재민아.”

“일병 이재민.”

“왔을 때처럼 네가 인솔해. 부대 복귀하자.”

“넵!”

이재민 일병의 인솔하에 최강철 이병과 강대철 이병은 영점사격자들과 함께 부대에 복귀했다.

내무실에 들어가자 오전에 실사격을 한 소대원들이 복귀해 있었다.

김우진 상병이 강대철 이병을 보며 물었다.

“강대철.”

“이병 강대철.”

“영점은 잘 잡았어?”

“제가 누굽니까. 바로 잡았지 말입니다.”

“정말이야?”

“저 세 번째 영점 사격은 면제였지 말입니다.”

“그래? 그럼 처음부터 잘 쐈나 보네. 역시, 대철이야.”

김우진 상병이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선을 최강철 이병에게 뒀다.

최강철 이병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그 시선을 외면했다.

“강철이는 영점 잡았어?”

“이병 최강철…….”

최강철 이병이 막 말을 하려는데 강대철 이병이 끼어들었다.

“강철이는 못 잡았습니다. 그래서 오후에 또 영점 잡으러 갑니다.”

“뭐?”

김우진 상병이 인상을 썼다. 어제 총기 분해를 할 때도 그랬지만 최강철 이병이 너무 소극적으로 군 생활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김대식 병장도 자리를 비운 터라 김우진 상병이 작심하고 최강철 이병 앞으로 가서 말했다.

“야, 최강철.”

“이병 최강철.”

“너 인마. 그 총이 어떤 총인 줄 모르지. 그 총은 퍼펙트 총으로 불리고 있어. 내 할아버지가 가졌던 총으로 쐈다 하면 만발인 그런 총이란 말이야. 아니, 영점도 잡을 필요 없는 총이었어. 그런데 그 아성에 네가 흠집을 내?”

빈말이 아니라 실제 최강철 이병이 받은 총은 만발자가 많기로 유명했다. 실력 있는 병사들이 이 총을 받았는지 아니면 병사들이 이 총의 덕을 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명성에 최강철 이병이 흠집을 낸 것 또한 부정할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새끼야, 군인이 죄송하다는 말을 왜 해!”

“죄…… 아닙니다.”

최강철 이병은 자꾸만 주눅이 들었다.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몰랐다.

그런 최강철 이병을 보고 강대철 이병은 실실 웃음을 흘렸다.

“저기 김 상병님.”

“왜?”

“강철이 총 말입니다. 그렇게 대단한 총입니까?”

“그래. 나도 총번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몰랐지. 그런데 저 총이 말이야. 만발의 신화를 여러 번 작성한 그 총이란 말이지.”

“아……. 만발.”

강대철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우진 상병은 강대철 이병이 관심을 가지자 피식 웃었다.

“왜? 전설적인 만발의 신화에 대해서 궁금하냐?”

“물론입니다.”

“그럼 이리 와봐.”

김우진 상병이 강대철 이병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자신의 자리로 데리고 갔다.

“그분은 말이야. 그야말로 사격의 신이었어. 쐈다 하면 백발백중이었지. 오죽했으면 사단에서 그분을 스카우트해 가려고 했을까.”

“와, 대단합니다.”

최강철 이병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그러자 이해진 일병이 슬쩍 눈치를 보고는 최강철 이병의 옆으로 다가왔다.

“강철아.”

“이병 최…….”

“쉿!”

이해진 일병이 검지를 입에 가져갔다. 최강철 이병이 관등성명을 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많이 실망스럽지?”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나도 처음에 영점 잡을 때 무지 고생했어. 훈련소 때는 제법 맞춘다고 생각했는데 자대 배치받고 나니까 총이 이상한 건지 내가 이상한 건지 미치겠더라고.”

“……정말 그러셨습니까?”

“내가 너 위로한답시고 없는 이야기 지어내겠냐?”

“아닙니다.”

“솔직히 난 그때 나한테 엄청 화가 나더라.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싶어서. 너도 그래?”

“네, 그렇습니다. 특히 제 자신에게 더욱 그렇습니다. 신교대 때는 안 그랬는데 왜 여기에 와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영점 못 잡을 수도 있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어깨가 축 늘어져 있는 것은 보기 안 좋아. 그러니까 힘들더라도 어깨 펴고. 힘을 내.”

“감사합니다. 이해진 일병님.”

“감사는 무슨. 그리고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정말 그래도 됩니까?”

“당연하지, 내가 네 사수인데.”

이해진 일병이 가볍게 어깨를 두드린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후에는 꼭 영점 잡고 내려와.”

“네.”

“그래.”

뒤늦게 내무실로 들어온 김대식 병장이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피식 웃었다. 하필 강우진 상병이 잔소리를 한 다음이라 어찌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이해진 일병이 알아서 선임 노릇을 해주니 고맙기만 했다.

‘후후, 우리 해진이도 이제 어엿한 사수가 다 되었네.’

김대진 병장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다들 점심 먹으러 가자. 수저 챙기고.”

“네!”

“네, 알겠습니다.”

1소대원들은 내무실을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7.

오후가 되고 다시 총을 든 최강철 이병은 재빨리 연병장으로 향했다.

오전에는 강대철 이병과 함께했지만 오후에는 서로 길이 갈렸다.

최강철 이병은 다시 영점을 잡으러 가는 반면 강대철 이병은 김우진 상병과 함께 사격장으로 가서 실사격을 할 예정이었다.

“강대철. 몇 발 맞힐 거 같냐?”

“저는 당연히 만발입니다.”

강대철 이병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자식!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만발이 쉬운 게 아니야.”

“그래도 기왕 사격하는 거 만발 맞혀보고 싶습니다.”

“자신 있어서 좋네. 그래 꼭 만발 맞춰서 포상휴가 얻어라!”

“흐흐. 저도 포상휴가를 받고 싶지 말입니다.”

강대철 이병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김 상병님. 포상휴가 받으면 바로 쓸 수 있습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어느 군대에서 자대 배치받은 신병에게 휴가를 주겠냐?”

“그럼 못 쓰는 겁니까?”

“그건 아니고 100일 휴가 다녀온 다음에 갈 수 있을 거야. 100일 휴가에 붙여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안 될 거고.”

“아…….”

강대철 이병의 얼굴에 아쉬움이 번졌다. 만발을 쏘고 곧장 휴가를 갔다가 잠수를 탈 예정이었는데 계획이 틀어져 버린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김우진 상병이 강대철 이병을 다독였다.

“시간 금방 간다.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만발은 솔직히 무리니까 현실적인 목표를 잡아.”

“그래도 최소 18발 이상은 맞추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8발? 여전히 욕심이 과하긴 하지만 뭐, 한번 해봐라. 기대할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김 상병님께서 가지고 계신 노하우라도 알려주시지 말입니다.”

“뭐? 내 노하우?”

“네. 당연히 김 상병님께서 가지고 있는 사격 잘하는 노하우 있지 않습니까.”

“있긴 있는데…….”

“김 상병니임~”

“좋아, 내가 알려 주지.”

“감사합니다.”

“사격을 잘하려면 말이야…….”

김우진 상병이 강대철 이병 곁으로 가서 나직이 속삭였다.

8.

“자자! 영점 사격할 사람은 이동한다.”

오상진의 목소리가 들리고 최강철 이병은 사격장으로 향하는 강대철 이병을 애써 외면하며 이번에 꼭 영점을 잡고 말겠다는 각오를 다잡았다.

그리고 잠시 후.

땅땅땅!

영점 사격장에 다시 총성이 울렸다.

“노리쇠 고정. 총기 놓고 표적지 확인!”

“표적지 확인!”

표적지로 향하는 최강철 이병은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오전보다 더 신경 써서 사격을 했으니 결과가 좋아졌기를 기대하며 재빨리 먼저 뛰어가 표적지를 확인했다.

다행히 표적지에 총알 세 발이 다 맞았다.

“어디 보자.”

어느새 최강철 이병 뒤쪽으로 온 박중근 하사가 말했다.

“이야, 오전보다 훨씬 좋네. 표적지에 총알이 다 박히고 말이야. 이 정도면 다음 세 발에 영점 잡히겠는걸. 그런데 아직도 네 호흡이 문제인 것 같다. 총 쏠 때 살짝 호흡을 내뱉었지?”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면 총구가 흔들려서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지. 일단 호흡을 멈춰. 그리고 총을 쏘고 난 후 호흡을 내뱉어. 알았지?”

“네.”

“그래, 다음에는 영점 잡겠다.”

박중근 하사의 칭찬에 그제야 최강철 이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가자.”

“네!”

그리고 다시 사로로 돌아간 후 최강철 이병은 마지막 3발을 남기고 완벽한 영점을 만들었다.

부대에 복귀한 최강철 이병은 한결 밝아진 얼굴로 1소대 내무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내무실은 강대철 이병 중위로 선임병들이 모여 칭찬을 하고 있었다.

“이야, 너 인마! 17발을 쏠 줄을 몰랐다.”

“18발이 목표였는데 아쉽지 말입니다.”

“신병이 17발이면 엄청 잘한 거지. 이러다가 만발 나오는 거 아니야?”

“다음번에는 꼭 만발 쏘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최강철 이병이 경례를 했다.

“충성, 다녀왔습니다.”

이해진 일병이 먼저 최강철 이병을 맞이했다.

“왔어? 영점은?”

“잡았습니다.”

“그래? 고생했네. 내일 실사격 또 있는 거 알고 있지?”

“네.”

“오늘 고생했으니까 내일 제대로 보여줘.”

“노력하겠습니다.”

“일단 총기 거치대에 놓고 장구류 벗어 놔.”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화장실로 가서 세면에서 얼굴을 씻었다. 영점 사격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홀가분한 기분이었는데 고참들에게 사랑받는 강대철 이병을 보니까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하아…….”

최강철 이병은 그저 모든 게 낯설었다.

동기들 속에서 인정받던 자신은 고문관이 되고.

반대로 동기들의 따돌림을 받던 강대철 이병은 인정을 받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무슨 한숨을 땅이 꺼지라 내뱉어.”

최강철 이병이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이해진 일병이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왜? 또 뭐가 문제인데?”

“아닙니다.”

“말해봐.”

“그냥 제가 너무 못해서 말입니다.”

“이등병 때는 원래 다 못해! 잘해야 본전이야.”

“하지만 대철이는…….”

“대철이 저 녀석은 그냥 특출난 거고. 뭐랄까, 그냥 자신감이라고 할까? 그런데 강철이는 그런 자신감이 없네.”

“원래 저 이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자꾸 주눅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 알고 있어. 원래 이등병 때는 다 그래. 아무리 나이가 들어서 와도 이등병 때는 실수하고, 욕먹고 그러는 거야. 이런 과정이 있어야 일병 달고, 상병 달고 그러지. 그렇게 서서히 군대에 녹아드는 거야.”

이해진 일병의 위로에 최강철 이병은 조금은 안정이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