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176화 (176/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76화

18장 신병 받아라!(8)

“어? 우리 신병들 총 받아왔네.”

“어차피 내일부터 사격이니까. 영점 맞춰야 하잖아.”

“네, 그렇습니다.”

“어디 보자. 총 줘봐!”

총을 들고 들어 온 신병들을 보며 고참들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 여기 있습니다.”

최강철 이병은 별생각 없이 총을 건넸다. 순간 옆에 있던 사수인 이해진 일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야, 인마! 너 신교대에서 뭐 배웠어?”

“이병 최강철…….”

최강철 이병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김우진 상병이 인상을 쓰며 강대철 이병을 바라봤다.

“너 총 줘봐.”

“이병 강대철. 총번 357 234 이상입니다.”

“역시! 대철이야.”

김우진 상병이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강대철 이병의 입가로 미소가 스르륵 번졌다.

반면 최강철 이병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차, 총번을 대지 않았구나.’

김우진 상병은 최강철을 보며 말했다.

“너 인마. 총번 대는 거 기본인 거 몰라?”

“죄, 죄송합니다.”

“아무리 신병이어도 그렇지 그걸 잊어버리면 어떻게 해.”

“…….”

최강철 이병은 고개를 푹 숙였다. 김우진 상병이 다시 한마디 하려고 하는데 김대식 병장이 말했다.

“우진아, 그만해라.”

김우진 상병이 말리지 말라고 고개를 돌리자 김대식 병장이 입을 뻥긋거렸다.

‘관심병사.’

김우진 상병이 그 입 모양을 확인했다.

“후우, 아무튼 긴장 좀 하자. 최강철.”

“이병 최강철. 알겠습니다.”

“그래, 저기 앉아서 총기 수입부터 해. 오늘 저녁 점호 중점 사항이 총기 수입이라니까.”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관물대 앞에 앉았다. 그리고 총기를 분해해 깨끗하게 청소를 시작했다.

강대철 이병은 총기 분해를 시원하게 하는 반면, 최강철 이병은 혼이 나서인지 제대로 분해하지 못해서 낑낑거렸다.

“하아, 진짜 가지가지 한다.”

김우진 상병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최강철 이병은 더욱 주눅이 든 채로 말을 하지 못했다.

그때 이해진 일병이 재빨리 다가와 말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아, 아닙니다.”

“훈련소에서 분해하는 거 안 배웠어?”

“배웠습니다.”

“그럼 왜? 다칠까 봐 무서워?”

“…….”

“처음엔 다 그러니까 괜히 무서워하지 마. 여길 꾹 눌러서 핀을 제거한 후 이런 식을 빼내면 되는 거야.”

“네…….”

이해진 일병이 친절하게 가르쳤지만 최강철 이병의 목소리는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반면 강대철 이병은 거침없이 분해를 한 후 부직포에 기름을 살짝 묻혀 총기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이야, 우리 대철이 잘하네.”

“제가 좀 잘하지 말입니다.”

강대철 이병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자식 그렇다고 너무 흥분하지는 말고!”

“네, 알겠습니다.”

“그래, 구석구석 손질해.”

“넵!”

김우진 상병은 다시 최강철 이병에게 갔다. 마치 휴가 나온 장병처럼 느릿느릿 청소하는 것을 보니 절로 답답해졌다.

“야, 강철아. 꼼꼼하게 하는 것은 좋은데 그렇게 느려서 어떻게 하냐. 좀 팍팍 해.”

“이병 최강철. 네, 알겠습니다.”

강대철 이병이 워낙 잘하니 김우진 상병은 최강철 이병이 성에 차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정신 바짝 차리게 제대로 한 번 혼을 내고 싶었다. 하지만 오상진까지 나서서 신경을 쓰라고 하니 그럴 수가 없었다.

“신병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이해를 하겠는데. 이런 거로 책 잡히지 마라.”

“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강대철 이병은 벌써부터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야, 저 X신 새끼. 훈련소에서는 잘난 척 다하더니 저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어? 이래서 부모 빽 믿고 까부는 놈들은 안 된다니까.’

총기 수입을 다 끝낸 후 김우진 상병이 말했다.

“해진아, 총기 거치대 열어라.”

“일병 이해진.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이 상황실로 뛰어가 총기 거치대 열쇠를 가지고 왔다.

“거치대 열었습니다. 총기 거치해 주십시오.”

“자, 총기 수입 다 끝난 사람은 총기 거치대에 올려라.”

“네, 알겠습니다.”

총기를 모두 조립한 후 다들 총기 거치대에 올렸다. 강대철 이병과 최강철 이병도 총기를 넣어두고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때 강대철 이병이 슬쩍 눈치를 살피더니 낮게 말했다.

“너, 훈련소에서는 안 그러더니 여기 오니 어리바리 탄다. 잘 좀 해.”

“…….”

최강철 이병은 애써 무시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대철 이병은 옆에서 계속 쫑알거렸다.

“왜? 내가 너무 잘해서 긴장했냐? 그래서 말이야. 인생은 실전이라는 거야.”

강대철 이병이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최강철 이병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살다 살다 오늘 같은 굴욕은 처음이었다.

6.

그다음 날 1소대원들은 장구류를 착용한 채 연병장에 모였다.

오늘은 대대 사격이 있는 날이었다.

“자, 영점 사격할 인원은 왼쪽으로 열외!”

김대식 병장이 최강철 이병과 강대철 이병을 따로 불렀다.

“최강철, 강대철.”

“이병 최강철.”

“이병 강대철.”

“너희들 오전에는 영점 맞춰야 하지?”

“네. 그렇습니다.”

“저기 소대장님 계시는 곳으로 가.”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과 강대철 이병이 오상진이 있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 그곳에는 영점을 맞추려는 신병들로 가득했다.

오상진이 그들을 쓱 훑어보며 말했다.

“자, 영점 맞출 사람 다 모였나?”

“네. 그렇습니다.”

“그럼 이동한다.”

영점을 맞추는 인원 중에는 1중대 3소대 이재민 일병이 있었다.

“재민아.”

“일병 이재민.”

“네가 인솔해서 올라가자.”

“네!”

이재민 일병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2열 종대 옆에 서서 소리쳤다.

“부대 앞으로 가! 왼발, 왼발.”

이재민 일병이 구령을 하며 인솔했다. 그 모습을 한 발 뒤에서 지켜보던 오상진이 박중근 하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총알은 받았습니까?”

“네. 여기!”

박중근 하사가 총알 통을 들어 보였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오상진과 병사들은 약 20분을 걸어서 영점 사격장에 도착했다.

“영점 표적지는 다들 챙겨 왔지?”

“네. 그렇습니다.”

“그럼 간단히 조를 나눈 후 영점을 쏘겠다.”

영점 사격은 말 그대로 총의 영접을 잡기 위한 사격이었다.

25미터 지점에 영점 표적지를 두고 조를 나눠 사격하는데 영점 사격 시에는 총 세 발씩 아홉 발을 쏴서 영점을 맞혔다.

박중근 하사가 탄창을 거둬서 그 안에 세 발씩 총알을 넣었다.

“자, 탄창 받아가라.”

“네.”

병사들이 줄을 지어서 탄창을 받았다. 그리고 총을 거치대에 놓고 사격을 준비했다.

오상진이 확인 후 입을 열었다.

“탄창 인계.”

“탄창 인계!”

총알 세 발을 확인 후 외쳤다.

“탄창 결합!”

“탄창 결합!”

오상진이 외치면 사수들이 또 한 번 외쳤다.

“조종간 반자동!”

“조종간 반자동!”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시작!”

“사격 시작!”

주위는 고요했다. 몇 초의 시간이 흐른 후 탕 하고 총알이 발사되었다.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여러 곳에서 ‘탕탕탕’ 총알 발사되었다.

“1사로 사격 끝!”

“4사로 사격 끝!”

오상진이 확인을 한 후 외쳤다.

“모든 사로 사격 끝! 노리쇠 후퇴 전진!”

“노리쇠 후퇴 전진!”

착착착!

“발사!”

“발사!”

“이상 무!”

“노리쇠 후퇴 고정!”

“노리쇠 후퇴 고정!”

“다들 총기 놓고 표적지 확인!”

“표적지 확인!”

표적 판으로 다가가 표적지를 확인한 강대철 이병의 얼굴에 한가득 웃음이 번졌다.

사격에는 딱히 자신이 없었는데 요즘 잘한다는 소리를 하도 들어서일까.

탄착군이 예쁘게 형성되어 있었다.

박중근 하사도 강대철 이병의 표적지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강대철 생각보다 잘 나왔네. 한 번 더 쏘면 영점 잡겠는데.”

“이병 강대철! 감사합니다.”

박중근 하사는 흡족한 얼굴로 옆 사로로 갔다. 그리고 표적지를 확인하는데 너무 깨끗했다.

“여기 표적지 누구 거야?”

“이병 최강철.”

박중근 하사가 최강철 이병을 보며 물었다.

“넌 도대체 어딜 보고 쏜 거냐?”

“…….”

최강철 이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명히 표적지에 정조준해서 쐈다. 그런데 반동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쉽사리 조준점을 찾지 못했다.

“왜 말이 없어.”

“죄송합니다.”

“어제 온 신병이지? 그렇게까지 죄송할 것은 없어. 어차피 두 번 더 남았으니까. 그런데 조준점이 잘못된 거야? 아니면 네가 잘 못 쏜 거야?”

“제가 잘 못 쏜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다. 일단 두 번째가 있으니까. 한번 보자!”

“네.”

병사들은 표적지를 다 확인한 후 다시 사로에 섰다. 오상진이 재차 소리쳤다.

“탄창 인계!”

“탄창 인계!”

그렇게 3발씩 3번, 총 9발의 영점 사격이 끝이 났다.

두 번째 영점 사격까지 깔끔하게 성공시킨 강대철 이병은 마지막 3발을 쏘지 않았다.

반면 최강철 이병은 달랐다.

“강철아.”

“이병 최강철.”

“총알이 구멍이 제각각이야. 부소대장이 보기에 이건 네가 조준을 하지 못한 것 같은데?”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거 없대도. 그래도 아까보단 좋아졌으니까 조준할 때 조금만 더 신경 쓰자.”

“네, 알겠습니다.”

두 번째 쏘았을 때도 탄착군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박중근 하사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잘하자. 최강철.”

최강철 이병은 마지막 9발 총알을 다 쏜 후 다시 표적지로 향했다. 그리고 표적지를 확인하고는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으음…….”

박중근 하사도 최강철 이병의 표적지를 보고 골똘히 생각했다.

일단 총알 세 발이 표적지에 맞긴 했다. 그런데 그 방향이 여전히 들쑥날쑥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영점이 잘못 잡힌 것 같은데…….”

“잘 확인해서 쐈는데…….”

최강철 이병이 뒷말을 얼버무렸다. 이번에는 정말 신경 써서 사격했는데 결과는 두 번째 사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 그런데 왜 안 잡혔다고 생각해?”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쏠 때 총구가 흔들린 것 같거든. 이런 식이면 영점을 아예 다시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 습니까?”

“그래, 오후에 다시 영점 잡으러 오자!”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기죽은 모습을 하고 있자, 박중근 하사가 격려를 했다.

“괜찮아. 초반보다 마지막 세 번째가 훨씬 잘 쐈잖아. 이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거다. 그러니 오후에는 꼭 영점을 맞춰보자.”

“네.”

박중근 하사의 격려에 최강철 이병은 조금이나마 기운이 났다. 그 모습이 샘이 난 것일까. 강대철 이병이 박중근 하사에게 말을 걸었다.

“부 소대장님.”

“왜?”

“저도 칭찬해 주시지 말입니다. 단 2번 만에 영점을 완벽하게 잡았지 않습니까.”

박중근 하사는 살짝 황당한 눈빛이 되었다. 이등병이, 그것도 전입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요즘 신병들은 예전 같지 않다더니 정말인가 보네.’

그렇다고 잘한 신병에게 화를 내기도 뭐했다.

“어어, 그래. 강대철 너도 잘했어.”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대철이 너는 오후에 곧바로 실전사격으로 넘어가도 되겠다.”

“정말입니까?”

“그래. 대신 영점 잡을 때처럼 잘 쏴라. 잘못 쏴서 부소대장 망신시키지 말고.”

“넵! 걱정하지 마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