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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75화 (175/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75화

18장 신병 받아라!(7)

한편 그 시각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의 호출을 받고 중대장실로 들어갔다.

“저 찾으셨습니까?”

“바빠? 아까 가 보니까 자리에 없던데.”

“신병들 내무실에 데려다주고 왔습니다.”

오상진이 씩 웃었다. 그 역시도 소대원들 이상으로 신병들이 반가웠다.

“그렇게 좋냐?”

“이제야 내무실이 꽉 찬 느낌입니다.”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이 군사 재판을 받게 된 이후 오상진은 줄기차게 충원을 요청했다.

강상식 상병의 빈자리는 예상외였지만 최용수 병장은 제대가 코앞이었던 만큼 금방 충원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도 소식이 없던 신병이 한꺼번에 두 명이나 들어왔으니 웃음이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신병들과 면담을 마친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처럼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신병에 대해서 얘기할 것이 있어서 불렀다.”

“혹시 신병에게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래. 이번에 이상한 놈들만 들어왔다.”

김철환 1중대장의 말에 오상진이 눈을 물었다.

“네? 무슨 말씀입니까?”

“두 놈 말인데 한 놈은 상태가 좀 안 좋아.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거 같아. 그리고 다른 한 놈도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할 거 같아. 아버지가 현역 국회의원이거든.”

“네?”

순간 오상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둘 중에 국회의원 아들이라면 최강철인 거 같은데. 요즘 국회의원들은 다들 잘 사나? 아무리 그래도 어린 아들이 고급 스포츠카를 끌고 다니는 건 과해 보이는데.’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말입니다. 국회의원 아들이 최강철입니까?”

“어? 그래, 최강철! 너 어떻게 알았냐?”

“예전에 밖에서 한 번 봤던 녀석입니다. 그때 꽤 부잣집 녀석인 줄 알았는데…….”

“부잣집 맞아. 걔 엄마가 말이야.”

“아…….”

오상진이 대충 알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평범한 국회의원 아들이 아니라 어머니가 부자라면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김철환 1중대장의 걱정은 최강철이 아니었다.

“최강철은 알아서 신경 좀 써라. 아무래도 큰 뜻이 있어서 자식을 군대 보낸 모양인데 안에서 탈이라도 나면 골치 아파지잖아.”

“네. 문제 생기지 않게 잘 들여다보겠습니다.”

“그보다 말이야. 강대철 이놈을 어쩌냐?”

“그 녀석도 문제가 있습니까?”

“문제가 많지. 게다가 이미 신교대에서 사고도 엄청 쳤어!”

“보통 그런 녀석이면 훈련소에서 거르지 않습니까?”

“그렇지. 원래 그것이 정석인데. 이 녀석이 알고 보니 3번이나 퇴소와 입소를 반복했더라고. 그래서 더 이상 이 녀석을 퇴소시키지 못한다면서 억지로 끌고 왔어.”

“아, 그렇습니까?”

오상진도 표정이 심각해졌다.

“어떻게? 정 힘들 것 같으면 4소대랑 바꿔줘?”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오상진을 알고 있었다. 그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미 끝났는데 바로 바꿀 수 있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뭐, 어때? 내가 중대장인데, 까라면 까야지.”

“아닙니다. 정말 그렇다면 강대철을 어떻게 4소대장에게 맡깁니까. 아마 4소대장 머리 쥐어뜯을 겁니다. 그냥 제가 잘 관리해 보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상진아. 이런 녀석은 1소대장이 책임감을 가지고 맡아야지. 네가 아니면 그런 녀석 어떻게 교화를 시키냐.”

“제가 무슨 교화부장입니까. 만날 그러게.”

“이 형이 널 믿으니까 그러는 거잖아. 너 잘할 거야.”

“네네.”

오상진은 대답을 하고 중대장실을 나왔다. 행정반으로 돌아온 오상진은 신병들을 떠올렸다.

강대철도 문제지만 보다 신경이 쓰이는 쪽은 최강철이었다.

‘하아, 녀석의 아버지가 국회의원이었다니. 그런 것 치고는 꽤 바르게 큰 것 같은데…….’

군대라는 조직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게 다름 아닌 정치인이다.

정치인의 꽃은 누가 뭐래도 국회의원.

전직도 아니고 현직 국회의원의 아들이 1소대에 들어왔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밖에서 본 최강철이 설렁설렁할 느낌은 아니었지만 폐쇄적인 군대 특성상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때 조금이라도 잘못 대처를 할 경우 그 책임은 1소대를 넘어 충성대대, 나아가 대한민국 군대 전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다소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그런 전례는 상당하니까.

그렇다고 대놓고 최강철을 잘 봐 줄 수는 없었다. 오상진이 그런 성격도 아니었고 말이다.

‘일단 대식이를 불러서 이야기를 해봐야겠어.’

오상진이 지나가는 병사를 시켜 김대식 병장을 불렀다.

그리고 잠시 후 김대식 병장이 행정반에 나타났다.

“충성, 병장 김대식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어, 그래. 김 병장. 나랑 담배 피우러 가자.”

“네? 아, 네.”

오상진이 김대식 병장을 데리고 행정실을 나갔다. 그러다 이해진 일병을 만났다.

“어, 해진아.”

“충성! 일병 이해진.”

“어디 가냐?”

“휴게실에 갑니다.”

“그래? 우리도 가는데 같이 가자.”

“아닙니다. 두 분 말씀 나누시는 것 같은데.”

“아니다. 너의 의견도 듣고 싶어. 가자.”

“네.”

이렇듯 세 사람은 휴게실로 향했다.

공교롭게도 휴게실에는 최우식 상병이 먼저 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신병들 어때? 잘 적응하는 것 같아?”

“네. 문제없습니다.”

이해진 일병이 말했다. 그런데 최우식 상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적응은 얼추 하는 것 같은데 두 명이 좀 다릅니다.”

“어떤 면이?”

“일단 강대철은 밝고, 붙임성도 좋은 편입니다. 고참들에게 싹싹하게 굴려고 노력하는 느낌이고요. 그런데 최강철은 어딘지 모르게 좀 차갑습니다. 말수도 그다지 없고 말입니다. 제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응하는데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이해진 일병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해진 일병이 최우식 상병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건 최 상병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강대철 이병이 싹싹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강철 이병은 그와 반대입니다. 바짝 언 것이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습니다.”

“강철이가 그랬어? 이것 참…….”

오상진이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세 사람에게 말했다.

“알았다. 두 사람 얘기는 잘 들었고. 소대장이 얘기를 좀 할게.”

“네. 말씀해 보십시오.”

“최강철 말이야. 너희들이 좀 더 신경을 써라.”

“최강철 말입니까?”

“그래.”

김대식 병장은 머릿속으로 최강철을 떠올렸다. 강대철과 달리 최강철은 말도 그다지 없고, 항상 표정이 굳어 있었다. 반면 강대철은 싹싹하고 행동도 빠릿빠릿하고 그랬다.

‘벌써 고문관인가? 이러다가 관심병사로 등록되는 거 아냐?’

김대식 병장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혹시 최강철 이병. 관심병사입니까?”

“관심병사까진 아냐. 그래도 적응을 못 하고 있다고 하니까 고참인 너희들이 잘 보살펴 줘. 그럴 만한 사정이 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살펴보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오상진이 가고 김대식 병장은 그럴 만한 사정에 대해 고민했다.

오상진이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가정사가 불우하거나 혹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신경을 써야 하나?”

김대식 병장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내무실로 돌아왔다. 그러다 신임들을 데리고 PX에 다녀온 김우진 상병과 눈이 마주치자 밖으로 불러냈다.

“우진아.”

“상병 김우진.”

“신병들 말이야. 잘할 거 같아?”

“당연히 적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군대에 왔고, 자대 배치도 받았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건 그런데…….”

“보셔서 아시겠지만 강대철은 걱정이 없겠습니다. 문제는 최강철입니다.”

“너도 그러냐?”

김대식 병장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는 걸 보니까 신경을 많이 써 줘야 할 거 같습니다.”

“너도 소대장님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네? 소대장님 말입니까?”

“사실 조금 전에 소대장님을 뵙고 오는 길이다. 소대장님께서 최강철을 신경 쓰라고 하더라.”

“혹시 최강철 진짜 고문관입니까?”

“대놓고 말씀하진 않으셨지만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관심병사까지는 아니라고 하지만……. 나중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래도 소대장님께서 신경 쓰라고 한 것은 아마도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 아마도 그렇겠지.”

“아놔, 이거 귀찮게 되었습니다.”

“귀찮다고 외면하지 말고 부대 적응 잘할 수 있게 신경 써줘.”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최강철은 졸지에 관심병사로 전락해 버렸다.

다음 날.

행정계원이 최강철 이병과 강대철 이병을 불렀다.

“너희들 오늘 총기 전달식이 있으니까. 총번 잘 확인해라.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과 강대철 이병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행정계원은 간단히 총기 전달식에 대해서 알려준 후 몇 번 연습을 반복시켰다.

두 사람 다 실수 없이 따르자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고 생각을 했던지 신병들을 데리고 곧바로 중대장실로 이동했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어리바리하지 마라. 총번 확인 후 잘 답하고, 그리고 꼭 총번은 외워둬라.”

“네, 알겠습니다.”

똑똑똑!

“들어와라.”

“중대장님 총기 전달식 준비 다 되었습니다.”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이 다시 한번 섰다. 최강철과 강대철이 전입 신고할 때처럼 섰다.

그 옆에 행정계원이 서며 총기 전달식이 시작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총기 전달식이 있겠습니다.”

“이병 강대철 앞으로.”

“이병 강대철.”

강대철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김철환 1중대장이 총기를 건네받고 총번을 확인 후 강대철에게 전달했다.

“이병 강대철. 총번 357 234 이상입니다.”

“그래, 앞으로 제대할 때까지 한 몸처럼 챙겨야 할 총이다. 관리 잘해야 한다.”

“이병 강대철. 예, 알겠습니다.”

강대철이 뒤로 빠졌다.

“다음은 이병 최강철.”

“이병 최강철.”

최강철이 앞으로 나섰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총기를 받아 건넸다.

“이병 최강철. 총번 357 786 이상입니다.”

“최강철도 이 총을 마누라로 생각하고 아주 소중히 다뤄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이상으로 총기 전달식을 마치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두 사람을 바라봤다.

“내일부터 이틀간 부대 사격 날이다. 부대에 와서 처음으로 사격하는 것이니 사고 없이 잘하기 바란다. 고 상병.”

김철환 1중대장이 행정계원을 불렀다.

“상병 고대원.”

“얘들 영점부터 잡아야 하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영점 사격장에 누가 인솔하냐?”

“1소대장님과 부소대장입니다.”

“그래? 잘됐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둘 다 영점 잘 맞춰서 실사격에서도 두각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참고로 만발이면 포상휴가가 주어지는 거 알고 있지? 가능하면 꼭 포상휴가를 받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래. 애들 데리고 나가라.”

“네. 충성!”

행정계원이 인사를 하고 두 명을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그 길로 곧장 1소대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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