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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74화 (17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74화

18장 신병 받아라!(6)

“이병 강대철.”

“이병 최강철.”

두 사람이 동시에 관등성명을 댔다. 김대식 병장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 언제 왔냐?”

“어제 왔습니다.”

강대철이 곧바로 대답했다.

“어제? 중대장님 면담은 했고?”

“네. 그렇습니다.”

“그래. 그럼 어디 보자. 해진아.”

“일병 이해진.”

“네가 상식이 부사수였지?”

“네. 그렇습니다.”

“그럼 해진이 밑으로 한 명 넣고. 그다음은 누구냐?”

“상병 김우진.”

“아, 우진이였구나.”

“저 진짜 부사수 없이 몇 달을 고생했는지 모릅니다.”

“그래, 알았다.”

김대식 병장이 피식 웃으며 두 사람을 봤다. 그러곤 김우진 상병을 보며 물었다.

“우진이 넌 누굴 부사수로 삼고 싶냐?”

“저 녀석을 부사수로 삼고 싶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가리킨 녀석은 바로 강대철이었다. 김우진 상병은 처음부터 강대철의 행동이 맘이 들었다. 김대식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강대철은 약간 웃는 인상인데 반해 최강철은 어딘지 모르게 굳어 있어. 인상도 좀 차갑다고 해야 하나?’

김대식 병장은 이것저것을 생각했다.

“그래 우진이 네가 하고 싶은 녀석을 부사수로 삼아라. 그럼 해진 부사수는 최강철로 낙점된 거네.”

“일병 이해진. 네 그렇습니다.”

“좋아, 각자 알아서 부사수 잘 챙기고.”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이 최강철을 힐끔 봤다. 최강철이 움찔하며 관등성명을 대려고 할 때 이해진 일병이 재빨리 검지를 입에 가져갔다.

“이…….”

이해진 일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장구류를 정리했다. 김대식 병장이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이해진 일병을 다시 불렀다.

“해진아.”

“일병 이해진.”

“너 다음 달에 상병으로 진급하지?”

“네. 그렇습니다.”

이해진 일병의 입가로 스르륵 미소가 걸렸다.

“자식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해진이가 일병 왕고가 아니네. 그럼 누구지?”

그때 구석에 있던 구진모 일병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일병 구진모!”

“아, 진모구나. 그럼 진모가 이 둘 책임지고 케어해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주영이랑 현래.”

“이병 손주영!”

“이병 노현래.”

“너희 둘 애들 잘 챙겨줘라. 후임 왔다고 막 부려먹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두 명의 후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김대식 병장이 중앙에 서서 뭔가를 두리번거렸다.

“이제 뭐 하지? 오랜만에 신병이 왔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러자 김일도 상병이 입을 열었다.

“뭐긴 뭡니까. 애들 관물대 정해주고, 정리하고 청소해야죠.”

“맞다! 그래야지. 진모야.”

“일병 구진모.”

“네가 알아서 애들 관물대 정리 좀 해라.”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일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로 한태수 일병과 조영일 일병, 손주영 이병, 노현래 이병이 알아서 움직였다.

“너희들 더플 백 꺼내봐.”

“네.”

선임병들이 각각 두 명씩 붙어서 신병 두 명의 더플 백을 들어 침상에 부었다. 순간 땀 냄새가 진동했다.

“크으, 땀 냄새. 너희들은 빨래 안 했냐?”

“빨래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최강철이 답했다.

“보충대에서도?”

“…….”

최강철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서 솔직히 민망했다.

“하긴 나도 그랬다. 일단은 빨래할 것과 A급은 구분해서 분리해 놓자.”

“네.”

“아, 그리고 너희들 속옷은 네들이 직접 챙겨라. 나중에 도둑맞았다고 난리 치지 말고. 알았냐.”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최강철의 더플 백을 정리해 주는 손주영 이병이 조용히 말했다.

“나중에 네임펜으로 속옷에다가 이름을 적어놔. 그래야 안 잊어버려.”

“알겠습니다.”

노현래 이병도 강대철 옆에서 관물대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넌 빨래할 것만 따로 빼놔. 나머지는 내가 해줄게.”

노현래 이병은 후임병이 들어왔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기뻤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손을 움직였다.

“아, 이건 빨래하자. 한쪽으로 빼놔.”

“네.”

“그리고 이건 여기다 놓는 거야. 알겠지.”

“네.”

강대철은 노현래 이병이 알아서 다 해주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며 대답만 했다.

하지만 최강철은 달랐다. 손주영 이병이 옆에 붙어서 지시만 내렸다.

“그건 그쪽에, 그래. 이건 저쪽에 둬.”

“알겠습니다.”

“그리고 각은 이런 식으로 맞춰야 해.”

“네.”

“양말은 거기 아냐! 이쪽 서랍에 차곡차곡 넣어야지. 신교대에서 안 배웠어?”

“배웠습니다.”

“그런데 왜 이 모양이야. 잘 봐, 내가 하는 거.”

손주영 이병이 양말 접는 법을 알려 주었다. 최강철은 그것을 한 번 보고 바로 따라 했다. 이렇듯 두 사람의 관물대 정리는 극과 극의 상황이었다.

“후후후, 엄청 좋아하네.”

관물대 정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김우진 상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야, 우리 현래 후임병 왔다고 엄청 챙겨주네.”

“이병, 노현래. 아닙니다.”

“아니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데.”

진짜 노현래 이병이 실실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고참들은 웃고 있었다.

“야야, 너무 챙겨주지 마. 그러다가 그거 당연하게 생각한다.”

“오늘 처음이라서 그럽니다.”

“그래, 그 마음 안다. 그래도 적당히 해라.”

“이병 노현래. 알겠습니다.”

선임병들의 장난에도 노현래 이병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5.

관물대 정리가 끝나고 손주영 이병이 최강철을 보며 말했다.

“빨래할 것 챙겨서 화장실로 따라와. 빨랫비누도 같이.”

“네. 알겠습니다.”

노현래 이병은 강대철의 빨래를 직접 챙기며 말했다.

“내가 들 테니까. 넌 빨랫비누 챙겨서 와.”

“네.”

병사들은 빨래를 화장실 세면대에서 했다. 어차피 빨 거라고는 속옷과 양말이 전부였다.

전투복은 보통 주말에 세탁기를 이용해서 단체로 세탁했다.

“세탁기가 있는데 그건 주말에만 돌릴 수 있어. 지정된 시간에 각 중대별로 한 번에 돌려.”

“네.”

“속옷 양말은 시간 나는 대로 빨아놓는 게 좋아. 관물대에 처박아 두면 쉰 냄새가 나니까.”

“네.”

손주영 이병의 말에 최강철이 대답했다. 그 옆으로 강대철 역시 빨래를 빨았다.

강대철 옆에는 노현래 이병이 도와줬다.

“빨아서 건조대에 널면 돼.”

“네.”

노현래 이병은 고참들이 걱정할 만큼 적극적이었다.

강대철이 일부러 굼뜨게 행동하자 강대철의 양말까지 직접 빨아주었다.

하지만 손주영 이병은 고참으로서 선을 확실히 지키려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후임이 들어왔다는 게 반갑던지 주위를 쓰윽 살핀 후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약과 한 개를 꺼내 재빨리 최강철 입에 넣어 주었다.

“읍?”

“먹어. 안 들키게.”

“가, 감사합니다.”

손주영 이병이 환하게 웃었다. 최강철은 원래 군것질을 하지 않았다. 약과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먹는 꼬마 약과가 그렇게 달콤하고, 맛있을 수가 없었다.

이런 소소한 맛에 감동하며 최강철은 다시 한번 자신이 군대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어, 지금 뭐 먹습니까?”

“봤냐? 너도 줄까?”

“네. 주십시오!”

강대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주영 이병은 다시 한번 주위를 빠르게 살핀 뒤 꼬마 약과를 꺼내 강대철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강대철이 입에서 오물오물 약과를 씹었다. 그도 꼬마 약과의 달콤함에 놀라는 눈치였다. 그런 두 사람에게 손주영 이병이 나직이 말했다.

“지금은 정신이 하나도 없을 거야. 우리도 그랬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도 되고 말이야.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적응할 거니까 너무 걱정 말고 딱 하나만 명심해. 다른 건 몰라도 그냥 고참이 시키는 대로 하면 돼.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약 30여 분간 빨래를 다 한 후 건조실로 갔다. 그곳에서 1중대 1소대 건조대를 알려준 후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다.

전반적인 소대 상황과 고참들의 이름, 성격까지 싹 알려 줬다.

“고참들 이름은 웬만하면 빨리 외워야 해. 알았지?”

“네.”

“물으면 바로바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빨래를 다 널고 내무실로 돌아온 신병들을 김우진 상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야, 너희들 PX 안 가 봤지?”

“네.”

“그럼 PX 가자!”

김우진 상병이 두 사람을 데리고 PX로 갔다. 건물 뒤편으로 가자 PX가 보였다.

“너희들 말이야. PX는 함부로 오는 곳이 아니야. 나 혼자 PX를 방문했을 때가 상병 막 달고부터였다. 그러니 고참들과 함께가 아니라면 절대 PX에 단독으로 오지 마라. 알겠나.”

“네.”

김우진 상병은 어깨에 잔뜩 힘을 주며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중대 장병들을 만났다.

“어? 신병이네.”

“맞아! 너희 중대도 왔냐?”

“아뇨, 안 왔습니다. 우리도 빨리 와야 하는데.”

“뭐, 곧 오겠지.”

그러면서 신병에게 한마디 남겼다.

“너희들 말이야. 이등병이 PX에 나타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알겠어?”

“네.”

“야, 우리 소대 신병이야. 네가 왜 이래라저래라 간섭해.”

“그냥 충고 아닙니까.”

“충고도 내가 해.”

“에이. 왜 그러십니까.”

“빨리 가라.”

“아, 네…….”

김우진 상병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다른 중대 고참들에게는 경례할 필요 없다. 우리 1중대 고참들에게만 해. 그리고 최대한 빨리 고참들 얼굴 알아두고.”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PX에 들어간 후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먹고 싶은 거 골라!”

최강철은 과자와 콜라캔 하나만 골랐다. 반면, 강대철은 만두에 라면과 콜라를 골랐다. 그럼에도 약간 부족했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김 상병님.”

“왜?”

“닭강정 하나 더 먹어도 됩니까?”

강대철이 의외로 식탐이 있었다.

‘이 새끼 봐라, 비싼 것을…….’

김우진 상병이 속으로 말을 삼켰다. 그렇다고 상병이 되어서 차마 먹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 그래, 먹어라.”

“감사합니다.”

최강철은 괜히 눈치를 봤다. 김우진 상병이 최강철에게 말했다.

“최강철, 너도 하나 더 먹어.”

“이병 최강철.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너희들 PX 자주 못 간다. 그러니 지금 이 기회에 맘껏 먹어라. 그리고 네 동기 봐봐! 저 녀석은 알아서 자기 밥그릇을 챙겨 먹는데.”

“저는 괜찮습니다.”

그때 강대철이 닭강정을 렌지에 돌려서 가져왔다. 그리고 김우진 상병을 보며 말했다.

“이 녀석은 원래 숫기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아, 그래? 그런데 네가 어떻게 알아?”

“사실 이 녀석과 같은 훈련소에 같은 내무실이었습니다.”

“오, 그래? 같은 훈련소에 있다 왔으니 반갑겠다?”

“네. 엄청 반갑습니다.”

“자식. 그보다 강대철.”

“이병 강대철.”

“넌 싹싹하니, 훈련소 생활 잘했겠다.”

“아, 제가 또 이런 말씀 안 드리려고 했는데 훈련소에서 에이스 소리를 들었지 말입니다.”

순간 최강철이 눈을 번쩍 떴다. 고개를 홱 돌려 강대철을 바라봤다.

‘저, 저 자식.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네?’

훈련소에서 최악의 훈련병을 뽑으라면 모두가 강대철을 지목할 것이다.

하지만 강대철은 거짓말을 하면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지 최강철이 보는 앞에서 멋대로 떠들어댔다.

그렇게 강대철과 최강철, 두 사람에 대한 평가가 확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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