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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73화 (173/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73화

18장 신병 받아라!(5)

‘뭔 차별을 이런 식으로 해.’

그다음 4소대로 갈 전입 신병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뒤 김철환 1중대장이 다시 입을 뗐다.

“그래, 우리 충성대대 1중대로 전입을 온 것을 환영한다. 중대장은 몇 가지만 얘기하겠다. 우선 그 첫 번째로 군 생활 기간이 나의 인생에 중요한 기간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군 생활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무의미하고 쓸데없는 시간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군대에서 충분히 자가발전을 할 수 있으니, 노력해 주기 바란다.”

“네.”

“좋아, 두 번째는 군 조직생활을 사회생활의 노하우를 배우는 과정으로 생각해라. 군부대는 이병, 일병, 상병, 병장으로 이루어진 계급사회다. 병사로서 그 직책에 상응한 일을 수행하며 각 관의 임무와 역할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김철환 1중대장은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세 번째,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길러라. 전역 후 취직을 하게 될 텐데 모진 상관을 만나더라도 능히 인내하고 버틸 수 있는 정신력, 강인한 체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모 형제에 대한 고마움. 이건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 거라 생각한다.”

“네. 그렇습니다.”

“그래 모두 적응 잘할 거라 생각을 하고,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항상 중대장실은 열려 있으니까. 부감 갖지 말고 찾아오도록.”

“네!”

곧이어 행정계원인 고대원 상병이 들어왔다. 김철환 1중대장이 말했다.

“애들 소대 잘 인도하고.”

“네.”

“나가봐라.”

“충성.”

고대원 상병이 전입 신병을 데리고 중대장실을 나왔다. 강대철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로 나와 최강철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시팔! 넌 잘난 아버지 둬서 좋겠다.”

최강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

“정치 하는 아버지를 둬서 좋겠다고. 새끼야.”

“또 시비야?”

“그래 넌 시비로 받아들이겠지. 그런데 난 X나 기분이 더러웠거든.”

최강철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야, 시비 좀 그만 걸어. 그리고 난 어떤 식으로든 아버지의 관한 얘기를 한 적도 없고 아버지 덕을 보려고 하지도 않았어. 그러니까 부모님을 들먹이며 나에게 시비를 걸지 말았으면 좋겠다.”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강대철이 발끈하듯 언성을 높였다.

그때 고대원 상병이 고개를 홱 돌렸다.

“뭐라고 했어?”

강대철이 곧바로 말했다.

“아닙니다.”

“조용히 하고 따라와.”

“네.”

강대철은 힐끔 최강철을 보았다. 고대원 상병 때문에 따져 묻지 못했지만 조금 전 그 말투는 마치 자기가 잘났다고 유세를 떠는 것 같았다.

‘너 이 새끼, 얼마나 잘났는지 두고 보자.’

강대철은 속으로 이를 빠드득 갈았다.

전입 신병들이 중대장실에서 나와 행정반으로 걸어오는 사이 4소대장이 오상진에게 다가갔다.

“1소대장님, 아까 그 친구 알고 계셨습니까?”

“아, 최강철이요? 밖에서 잠깐 인연이 있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거, 세상이 참 좁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한 후 자신의 책상에 앉았다. 그러다 뭔가를 떠올리고는 서랍을 열었다.

구석에는 최강철에게 받았던 명함이 잘 놓여 있었다.

‘그 녀석의 누나 명함이라고 했지?’

오상진이 그 명함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다시 서랍을 닫았다.

그때 행정반 문이 열리며 신병이 들어왔다.

“면담 잘 끝났어?”

“네.”

고대원 상병이 대답했다. 4소대장이 먼저 말했다.

“박민규.”

“이병 박민규.”

“넌 나 따라와.”

“네.”

박민규 이병이 4소대장을 따라 행정실을 나갔다. 곧이어 오상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희 둘도 일어나라. 더플 백 챙기고.”

“네.”

최강철과 강대철이 자신의 더플 백을 어깨에 멨다. 오상진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조심해서 잘 따라와.”

“네. 알겠습니다.”

4.

복도를 걷는 오상진의 뒤로 신병들이 오리 새끼처럼 졸졸 따라갔다.

복도에 나와 있던 장병들은 오상진을 발견하고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그래, 수고가 많다.”

“신병입니까?”

“그래.”

“저희 3소대는 신병 안 옵니까?”

“그건 인마, 너희 소대장에게 물어봐야지.”

“우리 소대도 곧 인원이 비는데…….”

“참, 이근우 병장은 언제 제대지?”

“이제 10일도 안 남았지 말입니다.”

“그래? 그럼 다음 달에 받으면 되겠네.”

오상진의 말에 3소대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비는 자리는 어떻게 합니까?”

“우리는 몇 달간 빈 자리가 둘이나 있었거든! 그러니 불평하지 마.”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다시 걸어갔다. 그리고 1소대 팻말이 부착된 곳에 도착했다.

“이곳이 오늘부터 너희가 지낼 1소대 내무실이다.”

오상진이 말을 한 후 문을 열었다. 내무실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후 훈련을 하는 중일 거다. 어디 보자, 지금 시간이…….”

오상진이 시계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조금 있으면 복귀하겠네. 일단 등에 멘 더플 백은 한 곳에 내려놓고 앉아서 대기하고 있도록.”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더플 백을 한 곳에 내려놓은 후 곧바로 자리에 앉았다. 오상진이 찬찬히 두 사람을 바라보고는 씨익 웃었다.

“그래, 중대장님과 면담을 잘했을 것이고, 소대장과는 차차 하면 되니까. 일단 이곳에 얌전히 대기하고 있어라.”

“네, 알겠습니다.”

“편히 쉬고 있어. 혹시 누가 뭐라고 하면 소대장이 편히 쉬라고 했다고 말해.”

“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두 사람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충성대대 1중대 1소대에 온 것을 환영한다. 앞으로 잘해보자.”

“네!”

오상진은 그 말을 남기고 내무실을 나갔다. 1소대 내무실에는 이제 전입 신병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최강철은 앉은 상태에서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강대철은 그대로 뒤로 누워 버렸다. 그런 강대철의 행동에 최강철이 눈살을 찌푸렸다.

“야, 너 그렇게 있으면 어떻게 해.”

“편하게 있으라는 말 못 들었어? 오 소위가 편안하게 있으라고 하잖아.”

“야, 소대장님이라고 해야 하잖아. 오 소위가 뭐냐.”

“와, X발 새끼! 말 X나 많네.”

강대철이 욕을 하며 투덜거렸다. 최강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강대철의 불만 섞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새끼, 넌 좋겠다. 감싸주는 사람 많아서.”

“야, 넌 아까부터 왜 자꾸 시비야.”

“시비가 아니라 사실이잖아. 김철환? 그 사람도 널 끔찍이 챙기는 것 같더라.”

“인마, 너 중대장님에게…….”

“쓰읍, 아가리 닥쳐라. 진짜 한마디만 더 하면 주둥아리 처발라 버릴 테니까. 그리고 경고하는데 아버지 하나 잘 만났다고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설교하지 마. 듣기 아주 엿 같으니까.”

강대철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최강철은 그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 역시도 같은 소대원이 아니라면 강대철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

최강철이 고개를 돌렸다. 내심 훈련을 나갔다는 고참들이 빨리 돌아오길 바랐다.

하지만 강대철은 드러누운 채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잘나가시는 아버지가 계시니까. 네가 겁대가리를 상실한 거지.”

강대철의 계속되는 빈정거림에 최강철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진짜 맘 같아서는 저 면상에 주먹이라도 한 대 날려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와, 저 새끼 진짜……. 그냥 훈련소에서 들이박고 퇴소를 하는 거였는데. 아버지만 아니었어도…….’

최강철은 아버지의 이미지를 생각해 참고 또 참았다.

‘아무튼 저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하지? 긴 군 생활을 저 녀석과 함께할 생각을 하니 깜깜하다.’

최강철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강대철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잽싸게 일어나 앉았다.

“어? 너희들 뭐야? 신병이냐?”

최강철은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려고 했다.

그런데 강대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참을 향해 경례를 했다.

“충성! 네, 그렇습니다.”

‘뭐, 뭐야. 이 자식!’

방금 한 강대철의 행동에 당황스러운 쪽은 최강철이었다. 솔직히 너무 어이없는 행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잘못 본 거지? 그래 내가 잘못 본 것일 거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군대 부적응자처럼 굴던 강대철이다. 그런데 고참이 나타나기가 무섭게 180도 다른 사람처럼 굴었다.

그 바람에 최강철은 경례할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그 모습이 김우진 상병에게는 안 좋게 보였다.

“누구는 일어나 경례를 하는데, 어떤 놈은 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네.”

그 소리에 최강철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례를 하려는데 김우진 상병이 말렸다.

“됐어, 인마! 버스 떠났어.”

김우진 상병이 강대철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건 그렇고 넌 눈치도 있고, 행동 잽싼 것도 맘에 드네. 너 이름이 뭐냐?”

“이병 강대철!”

“강대철이라……. 짜식. 괜찮네.”

그러면서 김우진 상병이 힐끔 최강철을 봤다. 최강철은 움찔하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됐어, 새꺄! 그냥 앉아 있어.”

김우진 상병이 자신의 관물대로 가서 장구류를 풀었다.

“한 놈은 괜찮은데 한 놈은 영 고문관 냄새가 난단 말이야.”

잠시 후 다른 선임병들이 하나둘 내무반으로 들어왔다. 그들 모두 앉아 있는 두 명의 신병을 보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최강철은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지만.

“어? 뭐야? 신병 왔어?”

“드디어 우리 소대에 신병이 왔구나.”

“오호호호, 좋아! 신병 좋아!”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의 빈자리 때문에 고생했던 1소대원들은 신병이 들어왔다는 사실에 그저 기분이 좋아졌다.

“현래 어디 있어? 현래야!”

김일도 상병이 노현래 이병을 찾았다.

장구류를 정리하던 노현래 이병이 곧바로 관등성명을 댔다.

“이병 노현래!”

“축하한다. 너 오늘부로 막내 탈출이네.”

“네. 그렇습니다.”

“자식 좋냐?”

“네, 그렇습니다.”

“하긴 많이 좋을 거다. 이제 네가 막내가 아니라 두 녀석이 막내니까. 아무튼 막내 탈출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노현래 이병이 실실 웃으며 대답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우식 상병도 말했다.

“새끼 좋아하는 거 봐라. 이병이 자꾸 이빨 보이지?”

최우식 상병이 음산하게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노현래 이병은 냉큼 입을 다물었지만 두 사람에게 향하는 시선을 멈추지 못했다.

뒤늦게 한태수 일병이 들어와 총기 거치대 열쇠를 풀었다.

“총기 거치대 열었습니다. 모두 총 거치해 주십시오.”

훈련을 나갔던 소대원들이 각자 총을 가져와 총기 거치대에 꽂았다.

마지막으로 김대식 병장이 내무실에 들어왔다.

“김 병장님. 우리 신병 왔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말했다.

“그래?”

김대식 병장이 고개를 돌려 잔뜩 긴장한 채 앉아 있는 신병 두 사람을 봤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로 가서 장구류를 벗은 후 두 사람 앞에 갔다.

“반갑다. 우리 1소대에 온 것을 환영한다. 난 1소대 분대장 김대식 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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