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172화
18장 신병 받아라!(4)
“별것도 아닌 새끼가……. 지랄하고 자빠졌네. 한 주먹이면 나가떨어질 새끼가 말이야.”
강대철이 험하게 말을 한 후 앉아 있는 동기들에게 말했다.
“야, 너희들도 저런 병신 같은 고참들에게 기죽을 필요 없어. 나 같이 당당하게 굴어야 함부로 대하지 못해.”
강대철의 행동에 내무실 분위기는 싸늘하게 굳어졌다. 고참들의 농이 지나쳤다고는 하지만 면전 앞에서 하극상이라니. 저러다가 자신들에게까지 불똥이 떨어질까 걱정이었다.
최강철은 대책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짜 여기 있는 게 더 지옥이네. 빨리 중대 배치 받았으면 좋겠다. 저 녀석과 떨어지게.’
최강철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다. 신병들은 저녁을 먹고 다시 내무실에 앉아서 대기했다. 화장실을 갈 때는 꼭 두 명이 짝을 지어 움직여야 했다.
“와. 아까 봤냐? 중대 고참들 살벌하더라.”
“그러니까, 이제야 내가 군대에 온 것 같아.”
“우리 잘할 수 있겠지?”
“버터야지. 버티는 수밖에 없잖아.”
신병들이 이런저런 걱정들로 가득할 때 인사계원이 내려왔다.
“강대철.”
“이병 강대철.”
인사계원이 강대철을 위아래로 훑더니 입을 뗐다.
“너만 나 따라와.”
강대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2층 작전과를 향했다.
똑똑똑.
인사계원이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충성, 상병 임성재 작전과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그리고 작전과장에게 데리고 갔다.
“과장님 데리고 왔습니다.”
“그래?”
작전과장이 뒤쪽에 서 있는 강대철을 바라보았다.
“알았다. 내 면담을 한 후 작전계원을 통해 내려보낼게.”
“네, 알겠습니다. 충성.”
인사계원이 인사를 하고 작전과를 나갔다. 작전과장이 강대철을 한 번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와.”
작전과장은 바로 옆 상황실로 들어갔다. 회의 탁자에 앉혀 놓고 입을 열었다.
“강대철.”
“이병 강대철.”
“너 신교대에서 엉망이었다는 얘기는 들었다. 밖에서 조직생활 좀 했다고?”
“…….”
“어쨌든 좋아. 나는 네가 어떤 인간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말 하지 않겠다. 앞으로가 중요하니까. 군 생활 제대로 할 거지?”
“네.”
“사고 치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저, 부탁 하나 있습니다.”
강대철은 당당하게 부탁했다. 그 모습에 작전과장은 살짝 어이가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뭔 부탁?”
“이곳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중대 배치를 받을 때 동기랑 같이 가면 안 됩니까?”
“같이? 누구?”
“최강철 이병이라고 신교대 때 같은 내무실을 썼습니다.”
“최강철? 알았다.”
작전과장은 별생각 없이 승낙했다. 어차피 어려운 일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대신 진짜 사고 치면 안 된다.”
“네.”
작전과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잠시 생각을 했다.
‘이러면 2명을 묶어 보내야 하는데 빈자리가 있나? 지금 당장 급한 곳이 1중대였지. 1소대가 신병 2명도 원하고 있고 말이야. 그럼 1중대쪽으로 보내면 되겠네. 오 소위라면 어떻게든 하겠지.’
작전과장은 대수롭지 않게 결론을 내렸다.
2.
그다음 날 신병들은 각 중대별로 배정을 받았다.
1중대 행정계원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자, 내가 호명하는 사람은 날 따라온다. 최강철 이병, 강대철 이병, 박민규 이병!”
“이병 최강철!”
“이병 강대철!”
“이, 이병 박민규!”
“너희 세 사람은 더플 백 챙겨서 날 따라와.”
“네. 알겠습니다.”
1중대 행정계원이 세 사람을 데려 간 곳은 당연하게도 1중대 행정반이었다.
“너희들 저쪽에 가서 앉아 있어.”
최강철이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러다 바로 옆에 주저 앉는 강대철을 힐끔 보며 인상을 썼다.
‘뭐야, 이 녀석 하고 또 같이 움직이는 거야?’
최강철은 잔뜩 인상을 쓰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아, 시발! 왜 이런 녀석과…….’
최강철이 깊은 한숨을 쉬고 있을 때 행정반으로 4소대장이 들어왔다.
“어? 쟤들 신병이냐?”
행정계원이 바로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4소대장이 피식 웃으며 신병들을 보았다.
“여기서 우리 4소대로 배정받는 녀석이 누구냐?”
행정 계원이 슬쩍 보더니 한 녀석을 가리켰다.
“저 녀석입니다.”
4소대장이 그 앞으로 갔다. 녀석은 바짝 긴장한 채 자세를 잡았다.
“어디 보자, 이름이…….”
“이병 박민규!”
“오오, 민규! 이름 좋네. 내가 4소대장이다. 앞으로 잘해보자.”
“이병 박민규, 잘 부탁합니다.”
“그래.”
4소대장이 표정을 밝게 했다. 그리고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렸다.
“1소대장님 어디 계시냐?”
“저기 창가 쪽에 계시지 않습니까.”
행정계원이 가리킨 방향에 오상진이 창가에 서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1소대장님 신병 왔습니다.”
“네. 잠깐만 통화 좀 하고요.”
오상진은 통화를 마친 후 몸을 돌렸다.
“신병이 왔다고요?”
“네. 저쪽에…….”
오상진은 4소대장이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이 갔다. 오상진은 창가에 서서 신병들을 바라봤다.
그중 강대철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당당하게 오상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대철 역시 오상진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어라? 저 녀석이 소대장이야? 만만하게 생겼네.’
강대철은 속으로 비웃었지만 그 옆에 있던 최강철은 놀란 눈으로 오상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상진 역시도 최강철이 낯이 익었다.
그리고 바로 떠올랐다.
“어? 너 그때 교통사고…….”
최강철은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했다.
“충성! 이병 최강철.”
오상진이 환한 얼굴로 최강철 앞으로 다가갔다.
“이야, 반갑다. 안 그래도 그때 군대를 간다고 하더니 우리 부대에 왔냐?”
“네. 그렇습니다.”
최강철 역시도 그때 사고로 만난 사람이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야……. 이렇게 보니까 전혀 못 알아보겠는데?”
오상진은 놀라고 있었다. 훈련소에서 사회 물이 많이 빠져서일까. 귀티나던 최강철이 평범한 신병이 되어 있었다.
최강철 역시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놀람의 감정은 오상진과 사뭇 달랐다.
“저도 이곳에서 만날 것이라고는 전혀 몰랐습니다.”
솔직히 아는 사람 하나 없이 군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는데 오상진을 보니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강대철은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이 두 사람…….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러면 그렇지.
강대철의 눈빛이 어느 순간 싸늘하게 바뀌었다.
3.
신병들은 자대 배치를 받고 중대로 가면 신상명세서부터 먼저 작성을 한다.
1중대 행정계원이 빠르게 신상명세서를 세 사람에게 내밀었다.
“우선 이거부터 써라.”
“네, 알겠습니다.”
세 사람은 신상명세서를 받아 들고 가만히 있었다. 행정계원이 그것을 보며 말했다.
“왜 안 적어?”
“볼펜이…….”
“아, 볼펜! 잠깐만…….”
행정계원이 자신의 자리로 가서 곧바로 볼펜 3개를 가지고 왔다.
“자, 하나도 빠짐없이 꼼꼼히 적어라.”
“네. 알겠습니다.”
신상명세서는 간단했다.
소속부대, 군번, 이름, 전입일 이런 내용이었다. 그 외 가족에 관한 내용들도 적혀 있었다.
약 30여 분을 작성을 마친 후 행정계원이 걷어갔다.
“그리고 너희들 조금 있으면 중대장님 면담 있을 텐데 전입 신고식을 해야 해. 누가 할래?”
“…….”
세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행정계원이 살짝 인상을 쓰더니 최강철을 가리켰다.
“그냥 네가 해라.”
“이병 최강철, 네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약 15분간 전입 신고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세 사람은 행정계원을 따라 중대장실에 들어갔다.
똑똑똑!
“들어와.”
“중대장님 신병 전입 신고하러 왔습니다.”
“오, 그래? 들어오라고 해.”
“네.”
행정계원을 따라 나란히 들어왔다. 행정계원을 지정한 곳에 섰다. 그 앞으로 김철환 1중대장이 전투모를 쓰고 섰다.
“자, 시작해.”
“네.”
“지금으로부터 전입자 신고가 있겠습니다.”
행정계원이 눈치를 주자 최강철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부대 차렷!”
착착착!
“중대장님께 대하여 경례!”
“충성!”
김철환 1중대장도 차렷자세로 경례를 받았다.
“충성.”
“바로! 신고합니다. 이병 최강철 외 2명은 2003년 8월…….”
“자, 다들 앉아라.”
김철환 1중대장은 행정계원에게 받은 신상명세서와 신교대에서 올라온 기록부를 들고 앉았다. 그러다 반짝 긴장한 세 명의 신병을 보며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다들 편히 있어. 긴장하지 말고. 중대장 그렇게 무서운 사람 아니다.”
하지만 어느 누가 맘 편히 있을 수 있나. 껄렁거리던 강대철마저 정면을 바라보며 정 자세로 있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으며 행정계원을 불렀다.
“대원아.”
“상병 고대원.”
“차 좀 가져와라. 난 커피 할 건데 너희들은?”
최강철이 먼저 답했다.
“네, 저도 커피 마시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다른 두 사람을 바라봤다.
“너희 둘도 커피지?”
“네, 그렇습니다.”
“커피 좋습니다.”
“그래, 그래. 대원아 부탁한다.”
“네. 알겠습니다.”
고대원 상병이 중대장실을 나선 후 인상을 팍 썼다.
“에이, 내가 무슨 지들 커피 타주러 왔나. 이게 뭐야?”
고대원 상병이 투덜거리면서도 행정실로 가서 커피 네 잔을 타서 가져왔다.
“자, 마셔라.”
“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권하자 세 사람은 눈치를 살피며 홀짝 커피를 마셨다.
그사이 김철환 1중대장은 전입 신병의 서류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러던 중 강대철 서류에 눈이 갔다.
‘응? 이 녀석…….’
신교대 훈련 점수며 모든 것이 불량스러웠다. 게다가 신교대 중대장이 적은 글씨도 있었다.
-밖에서 조직생활을 했다고 하며 군 생활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음. 확실한 지도가 필요함.
그 문장을 확인한 김철환 1중대장이 힐끔 강대철을 보았다. 강대철 역시 김철환 1중대장과 눈이 마주치자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하아, 하필 고문관이 왔냐.’
김철환 1중대장은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강대철을 불렀다.
“강대철.”
“이병 강대철!”
강대철이 고개를 돌려 김철환 1중대장을 보았다. 그런데 김철환 1중대장의 눈빛이 뭔가 달라져 있었다.
순간 자신의 대한 안 좋은 얘기가 적혀 있다는 것을 대번에 눈치챘다.
‘아, 또 나에 대해서 뭐라고 적은 거야. 분명 안 좋은 얘기를 잔뜩 늘어놨겠지만……. 젠장.’
강대철이 속으로 욕을 하며 불안해하고 있을 때 김철환 1중대장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 우리 잘해보자.”
“네, 네에.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이번에는 최강철 것을 확인했다. 신교대에서 올라온 내용 중에는 별다를 게 없었다. 다만 가족 상황을 보고 김철환 1중대장이 놀랬다.
‘아버지가 국회의원?’
순간 김철환 1중대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앞서 강대철을 바라봤던 눈빛과는 사뭇 달랐다.
“우리…… 최강철이가 누구였지?”
“이병 최강철.”
순간 강대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우리 최강철?’
김철환 1중대장은 강대철에게 물어보는 것과 달리 목소리마저 부드러웠다.
“부대 적응 잘할 수 있겠어?”
“네. 그렇습니다.”
“그래, 그래.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중대장에게 말하고.”
“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겠는가.
강대철은 이런 김철환 1중대장에게 화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