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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71화 (17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71화

18장 신병 받아라!(3)

“구타는 옛날 말이고, 요즘에는 많이 없어졌대.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정말? 그럼 총도 안 사 가도 되겠네.”

“총?”

“응, PX에서 총도 사 가야 한다고 들었는데…….”

“헐, 너 도대체 어디서 뭘 듣고 온 거냐?”

“아니야?”

“어디 가서 그런 소리 마라. 그리고 총은 함부로 살 수 있는 게 아니야.”

“어, 그래…….”

최강철은 옆의 동기를 보며 괜히 한숨부터 나왔다. 도대체 저런 말은 어디서 듣고 왔는지 몰랐다.

최강철은 슬쩍 주위를 둘러봤다.

옆의 동기 녀석 말고도 다른 동기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난 어디 중대 갈까?”

“나는 아무 중대나 가도 상관이 없어. 다만 제발이지 좋은 고참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지랄 맞은 고참 맞으면 군생활 완전 꼬이는 거래.”

“하아, 제기랄! 제대는 언제 하냐?”

“야! 우리 이제 자대 배치받았어. 뭔 벌써부터 제대 생각이냐.”

“뭐, 제대를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지만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고 하잖아.”

“그렇지!”

“그래, 2년만 버티면 된다. 아니지 이제 1년하고 11개월 남았어.”

하지만 강대철만은 기분 나쁜 얼굴로 앉아 그 어떤 대화에도 끼지 않았다.

‘여전히 재수 없는 녀석. 그보다 나는 어느 중대로 배치받지? 제발 편안한 곳으로 배치되었으면 좋겠는데.’

최강철 스스로도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면서 최강철도 되도록 화기중대나 1중대는 피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한편, 강대철은 그런 최강철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흘겨보았다.

솔직히 강대철은 최강철이 맘에 들지 않았다. 신교대 때도 그렇고 지금 저 녀석 때문에 조금 전 상황이 확 바뀐 것도 그렇고 말이다.

‘에이, 재수 없는 새끼! 자기 아버지가 정치인이라고 유세를 떨어! 새끼 내가 언제가 너 꼭 밟아버린다.’

강대철이 속으로 으르렁거렸다. 그것도 그럴 것이 신교대에 있을 때는 그 누구도 자길 건드리지 않았다. 교관은 물론 조교들까지 자기가 조직생활을 하고, 막 나가니 포기를 했다.

그런데 딱 한 놈 최강철 저 새끼만 달랐다. 신교대에서 최강철만 자기를 대놓고 무시했는데 강대철은 최강철을 어찌하지 못했다.

‘아버지 빽만 믿고 설치는 새끼.’

사실 강대철은 신교대에 있을 때 최강철을 손 볼 생각이었다. 최강철이 쉽게 걸려들지 않으니 억지로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야, 하지 마.”

“뭐 인마? 가만히 있어 봐!”

“조교님 오면 큰일 난단 말이야.”

“오라고 해. 그 새끼들 아무것도 못 해.”

“넌 괜찮지만 난 아니란 말이야.”

“괜찮아. 괜찮아. 내가 다 커버쳐 줄게.”

강대철은 계속해서 동기를 괴롭혔다. 주위에 있는 동기들 그 누구도 말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직생활을 했다는 녀석의 말 때문에 섣불리 건드릴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강철은 달랐다.

“야, 강대철 적당히 해.”

강대철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최강철을 날카롭게 째려보며 말했다.

“너 이 새끼. 생긴 것이 곱상하게 생겨서 봐주고 있었더니. 눈에 뵈는 게 없지? 나랑 한번 붙어볼래?”

강대철이 눈을 부라리며 다가왔다. 최강철도 지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이 중앙에서 대치했다. 그때 조교가 나타났다.

“야, 이 새끼들아 뭐 하는 거야? 다들 자리 안 앉아!”

강대철이 피식 웃으며 최강철에게 낮게 속삭였다.

“새끼, 운 좋은 줄 알아.”

그러곤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최강철도 자리로 가서 앉았다. 조교는 살짝 짜증 난 얼굴로 강대철을 봤다.

“70번 훈련병.”

“…….”

“대답 안 합니까? 70번 훈련병!”

강대철이 입을 꾹 다물었다. 조교가 인상을 썼다. 강대철은 아예 조교를 노려봤다. 조교는 속이 부글부글거렸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더라도 건들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래서 조교는 꾹 참았다.

“아무튼 이 새끼 따라와. 중대장님께서 찾으신다.”

조교가 내무실을 나갔다. 강대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신었다. 최강철을 날카롭게 노려 본 후 한마디 했다.

“너 이 새끼. 갔다 오면 보자.”

최강철은 시선도 마주치지 않았다. 강대철은 저 건방진 놈의 버릇을 제대로 고쳐놓겠다고 벼르듯 주먹을 불끈 쥔 후 내무실을 나섰다.

어차피 잔소리 하루 이틀 듣는 것도 아니니까.

그 핑계로 아주 자근자근 밟아 놓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강대철은 신병교육대 5중대장과 면담을 했는데.

“강대철.”

“네.”

“제발 부탁이니까. 사고 좀 치지 마라. 그냥 6주 차까지 얌전히만 있어.”

“그럼 퇴소시켜 주십시오.”

“야, 새끼야. 퇴소는 안 된다고 했지. 뭐 그건 됐고! 너희 내무실에 최강철이라고 있지?”

“아, 그 새끼 말입니까?”

“야, 새끼야. 중대장이 말하는데 새끼가 뭐냐.”

“그럼 새끼를 새끼라고 하지 뭐라고 합니까?”

강대철이 막 나가는 것은 알고 있지만 너무 막 나가는 것 같았다.

“너 중대장이 네가 무서워서 참고 있는 줄 아나? 정말 그렇게 생각해?”

“…….”

“지금까지 너 같은 훈련병이 너 하나였을 거라고 생각하냐고.”

“아닙니다.”

“좋게 넘어가 줄 때 선을 지켜. 널 또다시 퇴소시킬 수 없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줄이나 알라고. 알았어?”

“…….”

“아무튼 너 최강철은 건들지 마라.”

“네?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언제 건드렸다고 그러십니까? 저는 그 녀석과 아무런 접전도 없습니다.”

“없기는! 조금 전에 둘이 싸웠다며!”

“그, 그건…….”

“됐고! 아무튼 경고야. 최강철은 절대 건드리지 마라. 최강철 건드리면 여기 부대 난리 난다. 너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중대장의 따끔한 충고에 강대철은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그 녀석이 뭐라고 중대장까지 싸고도는지 말이다.

“도대체 최강철 그 녀석이 뭡니까? 아니, 최강철 아빠가 장군이라도 됩니까?”

“최강철 아버지 정치인이야. 잘못 건드리면 퇴소로 끝나지 않아. 너도 조직생활을 해 봤다면 네 쪽과 정치 관련 사람이 어떤 커넥션으로 엮여 있는지 알고는 있겠지.”

5중대장의 마지막 말에 강대철은 표정이 굳혀졌다. 그리고 입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조직에서 가장 꺼려 하는 부류가 다름 아닌 정치인이었다.

그들 한마디에 뜬금없이 공권력이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강대철이 입을 다물자 5중대장은 이만하면 알아들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네가 알아서 잘 처신할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조용히 신교대 교육만 끝내자. 참고로 위에서 내려왔는데 네가 아무리 이상한 짓거리를 해도 절대 퇴소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아. 그 점을 생각하도록. 그만 나가봐.”

강대철이 상담실에서 나간 후 인상을 팍 썼다. 조교가 곧바로 다가왔다.

“가자, 내무실로.”

강대철이 말없이 조교를 따라 내무실로 향했다. 그때 이후로 강대철은 더 이상 최강철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눈엣가시처럼 생각할 뿐이었다.

‘아 저 새끼! 계속 깐족대네. 어떻게 밟아버릴 방법이 없나?’

강대철은 침상 뒤로 팔을 쭉 뻗은 체 기대어 있었다. 최강철을 아니꼬운 눈으로 바라봤다.

‘아, 저 양아치 새끼. 손을 봐줘야 하는데.’

강대철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최강철은 어떻게든 회가중대와 1중대를 피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침묵이 꽤나 오래 가서였을까.

입이 심심해진 강대철이 최강철을 불렀다.

“야, 최강철!”

“왜?”

“너 어느 중대 가고 싶냐?”

강대철의 물음에 최강철은 선뜻 답하지 않았다. 그냥 1중대랑 화기중대만 아니면 상관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 녀석이 물으니 조금 꺼렸다.

물론 다른 동기가 물었다면 편하게 대답했겠지만 강대철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난 아무 데나 상관없어.”

“그럼 너 나랑 같은 중대 가자.”

“뭐?”

“왜? 쫄려? 그런 거 아니면 나랑 같이 가자. 너 나랑 신교대 때 같은 내무실이었잖아. 어차피 여기 나 말고는 아는 사람도 없고,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말이야.”

“…….”

최강철은 그저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꾹 다물었다. 저 말에 대꾸조자 하기 싫었다.

“새끼! 왜 말이 없냐? 내가 같이 가자고 하니까 쫄았냐?”

“…….”

최강철은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쫀 거 맞네. 킥킥킥!”

“맘대로 생각해.”

최강철은 그 뒤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강대철도 최강철이 별 반응이 없으니 김이 빠졌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인사계원의 인도하에 점심을 먹은 후 신병들은 다시 내무실에서 대기했다.

그때 내무실 문이 슬그머니 열리더니 누군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야, 너희들 신병이지?”

“네. 그렇습니다.”

“쉬쉬! 조용히 해.”

상병 둘이 들어오더니 신병들을 쭉 훑었다.

“이야, 신병이 얼마 만에 오는 것이냐.”

상병이 중얼거리더니 누구 한 녀석에게 다가갔다.

“야.”

“이병 우희준!”

“너 여동생이나, 누나 있어?”

“어, 없습니다.”

“새끼, 너 군 생활 꼬였네. 최소한 누나쯤은 있어야 편안할 건데.”

상병은 혀를 차고는 다른 녀석에게 갔다. 똑같이 물었다. 그런데 누나가 있다는 말에 눈을 반짝였다.

“있어? 예뻐? 사진 가진 거 있어?”

“사, 사진은 없습니다.”

“그래? 예뻐?”

“차, 착합니다.”

“착한 거 말고, 새끼야! 예쁘냐고.”

“차, 착하다고 생각합니다.”

“너 이름 뭐라고?”

“이병 한동민!”

“그래 한동민! 너 맘에 드네. 우리 3중대 2소대로 와라이.”

“네, 알겠습니다.”

“좋아, 맘에 들었어!”

상병은 또 한 명에게 시선이 갔다. 이번에는 강대철이었다.

“야.”

강대철은 상병이 부르는데도 관등성명을 대지 않고, 힐끔 쳐다봤다.

“어쭈, 관등성명을 안 대네.”

“그냥 꺼지십시오.”

“뭐, 새끼야? 꺼, 꺼져? 이 새끼가 겁대가리를 상실했네.”

강대철이 눈을 부라리며 일어났다.

“제가 겁대가리를 달나라에 두고 오든 뭔 상관입니까. 그냥 조용히 나가십시오.”

강대철이 싸가지 없이 굴자, 상병은 눈을 부릅떴다.

“뭐야, 너 새끼는? 이 새끼가 간땡이가 부었네.”

“자꾸 자극하지 마십시오. 저 밖에서 조직생활 했습니다.”

강대철이 눈을 부라리며 상병을 노려보았다. 그 순간 상병이 움찔했다.

“뭐? 그래서 너 깡패야?”

상병이 눈빛이 흔들리며 물었다. 강대철이 눈빛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봤다. 그러자 강대철이 비웃었다.

피식!

“어쭈 새끼 봐라. 웃어? 이등병 새끼가, 지금 웃어? 너 아주 막 나가자 이거네.”

“네, 맞습니다. 저 신교대에서도 막 나갔고, 부대에 왔어도 막 나갈 겁니다. 그 천성이 어디 갑니까? 꼬우면 덤벼 보시던가.”

강대철이 도발을 했다. 상병이 화를 참지 못하고 막 덤벼들려고 할 때 같이 온 동기가 바로 붙잡았다.

“야, 참아! 참아! 이등병이야.”

“아놔, 저 싸가지 없는 이등병 새끼가 나한테 하는 것 봤지. 저 새끼가 완전히 돌았네.”

“야, 그만해. 우리 여기 몰래 왔어. 나중에 저 새끼 조지면 되잖아.”

“와나! 미친……. 너 새끼야. 꼭 우리 중대 와라. 3중대다. 알았지! 꼭 와라! 그냥 밟아버릴 테니까.”

“됐어, 그만해. 나가자, 나가!”

동기가 상병을 끌고 나갔다. 강대철이 자리에 앉으며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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