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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70화 (17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70화

18장 신병 받아라!(2)

“야, 너희들 중 담배 가지고 있는 사람 있냐?”

“담배라니. 담배 피우려고?”

신병들이 놀란 눈으로 그 녀석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 녀석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뭐야, 너희 다 쫄았냐? 아놔, 새끼들. 다 쫄보 새끼들밖에 없네. 병신들아, 잘 들어. 어차피 자대 배치받으면 다 담배 피울 텐데 뭐가 문제야? 그리고 우리가 아직까지 훈련병이냐? 어리바리 새끼들아, 그러다가 자대 배치받으면 고문관 소리 들을 거다.”

“야, 무슨 그런 말을 하냐.”

“맞아, 조심하는 거지. 무엇보다 벌써부터 책 잡힐 필요는 없잖아. 다들 안 그러냐?”

“맞아.”

“그래!”

신병들이 발끈하듯 맞받아쳤다. 그러자 그 녀석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겁을 줬다.

“그래서 너희들이 발전이 없는 거야. 용기없는 새끼들은 다들 아가리 닥쳐라.”

괜한 분란을 만드는 게 싫었던 신병들은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이 가소로웠던지 녀석은 계속해서 함부로 입을 놀렸다.

“에라이, X신 새끼들아, 너희들이 그러니까 괜히 신병들은 어리바리 하다는 소리를 듣는 거야. 아무리 군대가 계급이 깡패라고 해도 X같은 건 무시하면 되는 거야.”

“넌 그래서 계속 무시할 거냐?”

“그래, 난 내 뜻대로 할 거야.”

“너, 상명하복이 무슨 말인 줄 알아?”

“그게 뭔데?”

녀석은 정말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자 한 명의 동기가 말해주었다.

“상명하복. 윗사람의 명령에 불복한다는 뜻이야. 만약 전쟁터라면 넌 총살형이야.”

“훗! 총살형? 내가 당하기 전에 먼저 죽여 버리면 되지.”

녀석은 콧방귀까지 끼며 스스럼없이 말했다.

도대체 뭐가 저리로 당당할까?

최강철은 녀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신병들 역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됐다.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해!”

“맞아.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 같네.”

“어디 자대 배치를 받고도 그렇게 크게 소리칠지 두고 보자.”

“아마 제일 먼저 꼬리 내릴걸!”

“하하하, 맞네 그러겠네.”

신병들도 더는 참지 않고 비아냥거렸다. 솔직히 말로는 뭘 못하겠는가.

모두가 힘들게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왔는데 아직도 저렇게 객기를 부리는 거 보면 답이 없었다.

그러자 녀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야, 이 새끼들아! 지금 뭐라고 씨불였냐? 다들 뒤지고 싶지!”

“야, 말이 심하다. 동기들인데 꼭 그런 식으로 말해야 하냐?”

“뭐 새꺄! 그래서 뭐?”

녀석이 눈을 부라렸다. 그 눈빛에 말을 하던 동기들이 시선을 외면했다.

그중 한 녀석이 다시 입을 뗐다.

“아니, 같은 동기인데 말이 좀 심하지 않냐 이거지.”

“그래서? 그럼 X팔! 한판 뜨던가.”

녀석이 방금 말한 녀석에게 다가가려 했다. 최강철은 가만히 지켜보려다가 나섰다.

“야, 너희들 그만들 해. 그리고 강대철! 너도 그만하고.”

강대철이 최강철에게 시선을 갔다.

“어? 최강철 너도 있었냐?”

강대철이 히죽 웃었다.

순간 최강철은 헛웃음이 났다. 아까 자신의 이름이 나왔다. 아니, 관등성명까지 댔다. 그런데 이제야 발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웃기지도 않네. 마치 지금 발견한 것처럼 말하고 말이야.’

최강철은 고개를 흔들고는 이내 말했다.

“아까 내 이름 불렸는데 몰랐나 보네.”

“아, 그랬냐? 아까는 내가 딴 생각을 하느라.”

“그랬냐?”

최강철이 단답형으로 말을 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순간 강대철의 눈매가 사납게 일그러졌다.

“어쨌든 같은 내무실 동기 녀석이 이곳에 있으니 반갑긴 하네.”

“진짜 반가워?”

최강철이 반문했다. 강대철이 허연 이빨을 드러냈다.

“새끼……. X나 반갑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너는 안 반갑냐?”

“그래. 나도 반갑다.”

최강철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아, 진짜 하필 저 양아치 새끼랑 같은 부대에 오냐. 망할!’

최강철과 강대철은 신교대에서 같은 중대와 같은 내무실을 공유했다. 훈련병 번호가 각각 67번 70번이었다.

‘저 녀석 때문에 우리 내무실이 바람 잘 날 없었지. 올 때부터 사고를 치더니 나갈 때까지…….’

강대철은 이번이 3번째 입소였다. 그동안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훈련소에 입소할 때마다 사고를 쳐서 2번이나 퇴소를 당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같은 방법을 썼지만 불행히도 통하지 않았다. 3번 연속 귀가를 시켜서는 안 된다는 훈련소장의 지시 때문이었다.

‘아무튼 온갖 이상한 짓거리는 다 했지. 저 녀석!’

강대철에 관한 한 가지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 저녁 시간에 갑자기 조교 한 명이 고함을 질렀다.

“야 이 새끼들아! 누구야? 누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웠어! 어서 튀어나오지 못해!”

모두 조용했다. 조교는 일일이 내무실을 돌아다니며 확인을 했다.

“5중대 4소대!”

“네!”

“좋은 말 할 때 손들어라. 화장실에서 담배 피운 놈, 거수!”

“…….”

서로 눈치를 보며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조교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것들이 미쳤나! 다들 기합받고 싶어!”

조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때 한 녀석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제가 피웠습니다.”

바로 강대철이었다. 조교의 눈썹을 꿈틀거렸다.

“뭐? 70번 훈련병 네가 폈다고?”

“네. 그렇습니다.”

“시팔! 관등성명은 어디 갔어!”

“70번 훈련병 강대철! 제가 피웠습니다. 됐습니까?”

강대철이 거들먹거리자 조교가 인상을 팟 썼다.

“정말 네가 피웠다고?”

“네.”

“너 또 퇴소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지?”

“일부러 그랬다면 퇴소시켜 주는 겁니까?”

“닥쳐, 새끼야. 담배는 어디 있어?”

“버렸습니다.”

“버려? 어디다 버렸어?”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이 새끼가 장난해?”

“정말입니다.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강대철이 멋대로 떠들어댔지만 조교는 속지 않았다.

딱 봐도 퇴소하려고 이런 꼼수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너 따라나와.”

조교가 내무실을 나가고 강대철이 일어나 따라나갔다. 그러면서 내무실의 동기들을 향해 히죽 웃으며 말했다.

“병신들아. 잘 있어라. 난 집에 간다.”

강대철이 나가고 내무실에서는 여기저기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와, 시발! 저 새끼 뭐냐? 진짜 또라이 아냐?”

“맞아. 어떻게 조교에게 저렇게 개길 수가 있지? 저러고도 살아남는 것 보면 대단한 새끼 아냐?”

“이건 소문으로 들었는데. 저 새끼 이번이 3번째 입소래. 그 전에도 저런 식으로 퇴소하고 여러 번 반복했다는 거야.”

“와. 정말? 진짜 난놈이네.”

동기들끼리 떠들고 있는 사이 유독 한 녀석은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다.

최강철이 그 녀석을 보며 물었다.

“왜 그래?”

“사, 사실은 화장실에 담배 피운 사람 나거든.”

“뭐?”

“너무 겁이 나서 숨도 못 쉬겠더라.”

그 동기 녀석은 손을 부르르 떨며 무서워했다. 최강철이 동기에게 말했다.

“담배는?”

“저, 저기 구석에!”

“분명 저녁에 검열 뜰 거야. 그 전에 화장실에 버려!”

“아, 알겠어.”

그렇게 담배 사건은 조용히 무마됐다.

물론 강대철은 퇴소 대신 얼차려만 받고 돌아왔다.

“시팔! 이 정도면 그냥 집에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짜증나네.”

이 뒤로도 강대철은 어떻게든 퇴소하려고 온갖 짓을 다 했다. 조교에게 대드는 것부터 시작해 교관의 말에 불복종하기. 늦잠 자기. 행군 때 설렁설렁 움직이기까지.

뭐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힘든 것은 주위의 동기들이었다. 누군가 잘못하면 연대 책임을 지는 군대의 특성상 다 함께 얼차려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강대철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시발. 뭘 꼬나봐? 그럼 너희들도 개기던가!”

강대철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게다가 강대철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었다. 바로 자신은 조직생활을 했기에 무서울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X발! 제발 누가 날 좀 건드려봐. 다 죽여 버릴 테니까!”

이런 험악한 말도 스스럼없이 말했다. 그러다보니 동기들과도 자주 부딪쳤다.

급기야 체대생 동기와 주먹다짐까지 갈 뻔한 일도 있었다. 조교가 빨리 나타나지 않았다면 진짜 싸울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대철은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

“미친 새끼!”

“진짜 저 새끼 퇴소 안 시키냐?”

“저 새끼 때문에 내가 퇴소하고 싶은 심정이야.”

“야야 무시해! 이제 곧 자대 배치잖아.”

그렇게 강대철은 내무반에서 왕따가 되었고 신교대 3주차부터는 훈련소 조교들도 학을 뗐는지, 더 이상 강대철을 건들지 않았다. 아예 강대철을 투명인간 취급했다.

그럴수록 강대철은 더 거들먹거리고, 막 나갔다. 최강철도 그때 이후로 강대철과 어울리지 않았다.

‘하아, 그런데 하필이는 저 새기와 같은 부대로 전입을 오게 되었는지…….’

최강철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그때 누군가 옆구리를 두드렸다.

“저기…….”

옆에 앉은 동기의 부름에 최강철이 상념에서 깨어났다.

“왜?”

“혹시 말이야. 어느 중대로 가야지 편할 수 있는지 알아?”

“야, 나도 너랑 같은 동기야. 그걸 어떻게 알아.”

“그렇지.”

그 녀석은 시무룩해지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며 최강철이 낮게 한 숨을 내쉬었다.

“이거, 확실치는 않은데 나름 본부중대가 그나마 편하다고 하더라.”

“으응? 본부중대?”

“그래. 나도 얼핏 누구에게 들은 것 같아서 그래. 다른 중대는 훈련하고 막 그러는데 본부중대는 대충 사무적인 일을 한다고 하더라.”

“아, 사무적인 일……. 본부중대…….”

그 동기는 그렇게 입에 되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최강철 본인도 어느 중대로 갈지 고민을 했다.

‘하긴 나도 본부중대로 가면 좋은데…….’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옆의 동기가 또 옆구리를 툭툭 건드렸다.

“왜?”

“그럼 말이야. 어느 중대가 가장 힘들까?”

“내가 듣기로는 아마 화기중대나 아니면 1중대가 힘들다고 들었어.”

“그래? 화기중대는 뭐 하는 곳인데.”

동기의 계속되는 질문에 최강철이 살짝 짜증이 났다.

“야, 넌 계속 질문만 하냐?”

“아, 미안.”

동기는 다시 시무룩해지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답답했던지 최강철이 다시 입을 뗐다.

“내가 알기로 화기중대는 박격포로 후방에서 아군을 지원하는 중대야. 특히 81㎜ 박격포의 무게는 어마어마하다고 들었어. 게다가 행군할 때 그걸 어깨에 메고 한다고 그러더라.”

“진짜?”

“그래.”

“우와, 그런데 너 대단하다. 어떻게 그걸 다 알아?”

“입대하기 전에 인터넷이나 친구들이 알려주더라. 아무리 그래도 사전에 그런 것쯤은 확인해야지.”

“어? 그래? 확인해야 하는 거야?”

“아니다. 됐다.”

군대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던 최강철은 입대 전에 친구들이나 인터넷을 통해 미리 정보를 파악했다.

그리고 보충대에 있을 때 그곳에 있는 속칭 아저씨로 불리는 일병에게 군 생활 잘하는 노하우를 듣기도 했고.

하지만 다른 신병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미안해. 자꾸 질문만 해서.”

“아니야. 모르니까, 물어볼 수도 있지.”

“사실 나 너무 떨려! 중대 고참들 얼마나 무서울까. 막 구타도 하고 그런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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