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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69화 (16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69화

17장 체육대회는 끝이 났지만(9)

솔직히 로또 당첨금으로 건물을 사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오상진은 건물을 유심히 바라봤다.

‘저 건물을 산다고? 그럼 내가 건물주가 되는 거야?’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장님. 혹시 저 건물을 구입하실 생각입니까?”

한 사장도 그것을 눈치채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뭐 가능하면요.”

“그렇다면 제가 한번 알아봐 드릴까요? 정식은 아니지만 경매 쪽도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저야 좋죠.”

솔직히 오상진은 경매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당연히 그쪽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을 통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한 사장은 제법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오상진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한 사장에게 말했다.

“그럼 한 사장님께서 수고 좀 해주시겠습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한 사장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그때 한소희가 나섰다.

“아니에요, 한 사장님. 괜찮아요. 아무리 그래도 경매 쪽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한소희의 말에 한 사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아시는 분이 있습니까?”

“네.”

오상진도 놀란 얼굴로 물었다.

“소희 씨가 아는 사람이 있어요?”

“아는 이모인데. 저희 어머니랑 좀 친해요. 부동산 자산관리사라고 경매 쪽도 하시더라고요.”

“아, 그래요?”

“아마 제 부탁이라면 바로 도와주실 거예요.”

한소희가 이렇게 말하는데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오상진이 살짝 미안하다는 듯이 한 사장에게 눈치를 보냈다. 그런데 한 사장은 오히려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아는 분이 있다면 괜찮죠.”

사실 저 건물의 주인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워낙에 고압적인 데다가 주변 시세를 무시해서 중계인들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상진이 저 건물주가 된다면?

그땐 이야기가 달랐다.

텅 빈 건물을 채우려면 당연히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

그 일을 자신이 온전히 맡을 수만 있다면 경매는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었다.

한 사장이 한발 물러서자 오상진이 한소희를 바라봤다.

“그럼 소희 씨 부탁드릴게요.”

“네.”

한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한소희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네, 이모. 저 소희예요. 혹시 바쁘세요?”

-아니야, 왜? 소희 무슨 일 있어?

“이모 지금도 경매 쪽 일하고 계시죠?”

-물론이지. 그런데 왜?

“그럼 서울 강서구 쪽으로 경매 나온 건물 하나 있는지 알아봐 주실 수 있어요?”

-왜? 네가 투자하려고?

“집에서 용돈 받는데 제가 무슨 투자예요. 남자 친구가 투자한다고 해서 한번 알아봐 주기로 했어요.”

-남자 친구? 소희 남자 친구 생겼어?

이모는 경매보다는 한소희의 남자 친구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한소희는 자신의 사생활을 쉽게 떠드는 성격이 아니었다.

“네, 생겼어요.”

-그래? 누군데? 이모가 아는 사람이야?

“그보다 알아봐 주실 수 있죠?”

-그건 어렵지 않지. 그런데 엄마는 알고 계시니?

이모는 역시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았다. 한소희는 괜히 전화를 걸었나 생각이 들었다.

“이모! 아무튼 매물 나온 거 있으면 연락 주세요.”

-알았어. 그게 뭐가 어렵다고. 그나저나 우리 소희에게 드디어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거지? 후후후.

“이모…….”

-알았어. 그런데 얼마 정도 예상하고 있어?

“음……. 일단은 50억 전후로 한번 봐주세요.”

-오호, 그 정도 금액이면 괜찮은 거 있겠다. 알았어.

“네, 이모 부탁드려요.”

한소희가 전화를 끊고 오상진에게 말했다.

“이모가 알아봐 주신다고 했어요.”

“그래요. 감사하네요.”

“매입가는 일단 50억 정도 이야기했어요. 아까 본 그 건물이 대략 그 정도 수준일 거라.”

“네. 잘했어요. 저도 기왕 매입할 거면 번듯한 건물을 사고 싶으니까요.”

“그보다 우리 이제 어디 가요?”

“간단하게 차 한잔할까요?”

“그다음에는요?”

“퇴근 전에는 부대에 복귀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아, 그래요?”

한소희가 살짝 아쉬운 얼굴이 되었다. 오상진이 애써 웃으며 말했다.

“소희 씨. 이해해 줘요. 우리 이번 주말에 보기로 했잖아요. 대신 이번 주말에는 아침 일찍 만납시다.”

“정말이죠?”

“그럼요. 저는 원래 아침형 인간이라 일찍 일어납니다. 어디 사는 어떤 공주님께서 아침잠이 많아서 그렇죠.”

“치이. 저 아침잠 별로 안 많거든요?”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뭔가를 떠올리고는 살짝 불안한 얼굴이 되었다.

“가만, 이모가 엄마에게 말하지는 않겠지? 뭐 상관없으려나.”

“네? 방금 뭐라고 했어요?”

“아, 아니에요. 우리 커피는 학교 근처에서 먹어요. 제가 가는 커피숍이 있거든요.”

“그래요.”

한편, 강경자는 한소희와 통화를 마친 후 휴대폰을 가만히 쳐다봤다.

“소희에게 남자 친구라…….”

강경자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곧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고는 냉큼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언니는 알고 있으려나.”

한소희의 어머니 이선주는 방에서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때 일하는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사모님, 다과 준비되었는데 여기로 가져다 드릴까요?”

“아뇨, 거실에 두세요.”

“네, 사모님.”

이선주는 다시 책 위로 시선을 옮겼다. 별생각 없이 들었던 책인데 하필 재미있는 대목이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응? 강경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이선주가 전화를 받았다.

“그래, 경자야.”

-언니. 소희 요새 남자 만나?

“남자? 얘는 무슨 소리야. 우리 소희가 무슨 남자를 만나. 걔는 남자에 관심 없어.”

이선주가 실없는 소리라며 웃었다. 정말 남자를 만나는 거면 엄마인 자신이 모를 리 없다고 여겼다.

그러자 강경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소리야, 언니. 방금 소희가 자기 남자 친구가 경매 물건 하나 봐 달라고 했다고 나한테 전화했는데.

“뭐? 그게 정말이야?”

이선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머, 언니는 진짜 몰랐나 보네.

“자세히 좀 말해봐. 어떤 남자래?”

-몰라, 그냥 그 이야기가 다였어.

“경매 물건을 봐달라고 했다고? 얼마 정도나?”

-나도 자잘한 원룸이나 말할 줄 알았는데 50억 규모를 보고 있네.

“50억?”

-그 정도면 제법 잘 사는 집안 아닐까?

“그래? 알았어. 고마워 경자야. 나중에 밥 한 끼 해.”

-응, 언니.

이선주가 휴대폰을 끊으며 씨익 웃었다.

“한소희! 이게 엄마 모르게 밖에서 연애를 하고 있었어? 아주 귀여운 짓을 골라 하네. 어쩐지 요새 자주 웃더라니…… 연애를 해서 그러나?”

그때 문이 열리며 한만식이 들어왔다.

“어? 이 시간이 당신이 들어오다니. 무슨 일이에요?”

“오늘 일이 일찍 끝났어. 그보다 애들은?”

“애들이 지금 들어올 시간이에요?”

“이것들은 해 다 지고 있는데 뭐 한다고 안 들어오고. 오늘 같은 날은 일찍 일찍 집에 들어오고 그래야지.”

한만식이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모처럼 일찍 집에 왔는데 자식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니 서운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선주는 그런 남편이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어휴, 당신이 이렇게 구니까. 애들이 연애를 못 하잖아요.”

“이게 왜 내 탓이야. 자기들이 변변치 못한 탓이지.”

“내가 못 살아. 애들이 누굴 사귀어도 참 걱정이에요. 아마 인사하러 와도, 당신 때문에 다 도망갈 거예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밥이나 차려.”

한만식이 옷 갈아 입으러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이선주가 혀를 찼다.

“어이구 저놈의 인간. 진짜 돈이라도 못 벌어오면 당장 이혼했을 텐데…….”

거실로 나간 이선주가 부엌을 향해 소리쳤다.

“아줌마, 저녁 준비해 주세요.”

“네, 사모님.”

18장 신병 받아라!(1)

1.

다음 날.

끼이익.

충성대대에 입구에 차량 한 대가 섰다. 맨 처음으로 인사계원이 내렸다. 그리고 차 안을 향해 말했다.

“자, 다들 내립니다.”

잠시 후 더플 백을 든 신병이 줄줄이 나왔다.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차 앞쪽에 줄을 섰다. 인사계원이 인원을 체크한 후 말했다.

“자, 더플 백 잘 챙겨서 저 따라옵니다.”

인사계원이 앞장을 서고 11명의 신병이 줄을 지어 따라갔다. 그런데 그 속에 낯익은 인물이 있었다.

바로 최강철이었다.

“후우…….”

최강철 이병은 약간 긴장되면서도 떨리는 마음으로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자, 모두 여기로 들어간다.”

인사계원이 빈 내무실로 신병들을 인도했다. 이곳은 파견을 나간 소대의 내무실이었다.

신병들은 한 이틀 정도 이곳에 머물면서 중대에 배치를 받을 예정이었다.

“자, 모두 자리에 앉았으면 내 얘기를 듣는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각 중대로 배정을 받을 것이다. 그동안 이곳에 있으면서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대기한다. 아, 그리고 화장실 가고 싶으면 나에게 말을 하던가. 잠깐만…….”

인사계원이 신병을 쭉 훑어서 보더니 누구 하나를 지목했다.

“너.”

“이병 최강철.”

“그래 네가 여기서 당분간 책임자다. 내가 없을 때 모두 이 녀석에게 말을 해서 행동한다. 그 외 책임은 네가 지는 거다. 그러니 현명하게 판단해라.”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은 졸지에 책임자가 되었다. 솔직히 맡고 싶진 않았지만 강제로 지목을 받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자, 아까도 말했지만 화장실이나 어디 갈 때 이 녀석과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절대 단독행동은 용납 못 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좋아, 질문!”

신병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인사계원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아, 참고로 중대 고참들이 너희들 보러 간혹 내려올지도 모른다. 그것에 휘둘리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물론 짓궂게 장난치는 고참이 있을 수도 있다. 팁을 주자면 그때는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있으면 돼. 괜히 빌미를 주면 장난이 계속될 거다.”

인사계원의 말에 신병 하나가 손을 들었다.

“어, 왜?”

“그럼 나중에 저희만 혼나는 거 아닙니까?”

“그 걱정은 나중에 그 고참들과 같은 내무반을 썼을 때 하도록.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인사계원이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잔뜩 긴장해 있던 신병들이 일제히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긴장되어 죽는 줄 알았다.”

“와, 아직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

긴장이 풀린 신병들이 자기들끼리 쑥덕거렸다. 최강철 역시도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훈련소 생활도 막막했는데…….”

다시 부대에서 생활하려니 갑갑했다.

‘남은 군 생활이 1년 하고도 11개월 남았나? 앞으로 어떻게 버티냐.’

최강철이 대충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보았다.

현재 군 복무 기간은 2년.

끔찍했던 훈련소를 벗어났는데 고작 한 달이 지났을 뿐이다.

지인들은 2년 금방이라고 말했지만 과연 제대할 시간이 올지 암담하기만 했다.

그때 누군가 한 명이 불쑥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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