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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67화 (16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67화

17장 체육대회는 끝이 났지만(7)

“저는 괜찮습니다. 사실 저는 디자인보다 소희 씨랑 이렇게 커플 신발을 신고 싶었거든요. 그냥 소희 씨가 맘에 들면 저는 다 좋습니다.”

오상진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한소희의 입가에도 덩달아 웃음이 번졌다.

‘말은 참 예쁘게 잘한다니까?’

조금 전 살짝 실망했던 마음이 스르륵 녹아내렸다. 한소희가 신발을 보며 말했다.

“그럼 커플 신발이니까 제 건 제가 계산할게요.”

“아닙니다. 신발이 얼마나 한다고요. 그냥 제가 내겠습니다.”

“상진 씨 돈 많은 건 알지만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에요?”

“저 좋자고 쓰는 건데요, 뭘.”

어떻게든 오상진의 부담을 줄여 주려던 한소희가 생각을 바꿨다.

“그럼 오늘 상진 씨에게 신발 선물도 받았으니까, 다음번에 저도 선물하나 할게요. 제가 선물 준비해도 되죠?”

한소희가 당차게 물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오상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한소희의 시선이 슬그머니 오상진의 팔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허름한 군용 전자시계가 착용되어 있었다.

“제 취향대로 살 거니까 마음에 안 들어도 무르기 없어요?”

한소희가 재차 물었다.

“소희 씨 선물인데 그럴 리가요. 기대하겠습니다.”

“그래요, 기대해요.”

한소희가 배시시 웃었다.

8.

신발을 구매한 후 두 사람은 곧장 백화점을 나와 맞은 편에 있는 파스타 전문점으로 향했다.

“여기 맛집이에요.”

“그래요?”

한소희의 말처럼 오상진이 먹어본 파스타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맛이 좋았다.

한 가지 단점은 우리 밀로 만들어서 비싸다는 점이었지만.

“군인이신가요?”

“네.”

“나라사랑카드로 결제하시면 20퍼센트 할인 가능하세요.”

“그래요?”

뜬금없는 군인 할인 혜택으로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밥도 먹었겠다. 이제 뭐 해요?”

한소희가 살짝 나온 배를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오상진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만큼 이후의 데이트 코스가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오상진이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한소희가 새로 산 운동화를 쳐다보며 말했다.

“설마 이거 신고 운동하는 거 아니죠?”

“왜요? 운동 싫어해요?”

“솔직히 운동은 자신 없어요. 그런데 진짜 운동하러 가는 거예요?”

한소희의 물음에 오상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운동은 아닙니다.”

“다행이다.”

“그보다 먼저 사과부터 할게요.”

“네?”

“사실 지금 일 때문에 외출 나온 거라서요. 소희 씨 데려다주고 일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흠. 그래요?”

순간 한소희의 얼굴에 실망감이 번졌다. 오상진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네. 소희 씨 얼굴 보고 싶어서 학교에 잠깐 들른 겁니다. 대신 우리 주말에 제대로 데이트해요.”

자신이 보고 싶어 불쑥 찾아왔다는 남자 친구에게 어찌 화를 낼 수 있을까.

한소희는 애써 아쉬움을 추슬렀다.

“근데 무슨 일 때문에 외출한 거예요?”

“어머니 가게 자리가 나왔다고 해서 보러 가려고요.”

한소희와 자주 통화를 하면서 오상진은 어머니에게 가게를 차려주기로 했다는 사실도 말해주었다.

“어머니 가게요? 정말 그 일 때문에 나온 거예요?”

“그럼요.”

“그럼 뭐, 제가 빠질 수가 없죠.”

“네?”

“같이 가요.”

“소희 씨 오후 수업은요?”

한소희가 움찔하며 말했다.

“오늘 오후 수업 없는데.”

“제 기억으로는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요?”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소희의 시간표를 전부 꿰고 있는 건 아니지만 평일 오후에는 대부분 수업을 듣는 편이었다.

그러자 한소희가 바로 말했다.

“휴강이에요.”

“아, 휴강요?”

“네. 그러니 저도 갈게요.”

한소희가 물었다. 오상진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럼 가요. 그런데 약간 지루할 텐데 괜찮겠어요?”

“저는 괜찮아요. 어떤 것이든 막 구경하는 거 좋아해요.”

“네, 알겠어요.”

오상진은 한소희를 태우고 다시 차를 몰았다.

차가 출발하고 얼마 후 한소희에게 톡이 날아왔다.

-야, 한소희! 수업시간 다 되었는데 왜 안 와?

친구 임혜선에게서 온 톡이었다. 순간 깜짝 놀란 한소희가 오상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톡을 보냈다.

-나 중요한 일 때문에 수업 못 들어가. 네가 대출 좀 해줘.

-뭐야? 데이트하냐?

-부탁할게.

톡을 확인한 임혜선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얘가 데이트한다고 안 하던 대리출석까지 해달라고 하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단박에 거절했겠지만 한소희는 달랐다. 평소에도 제발 연애 좀 하라고 닦달을 했는데 이제 와서 못 해준다고 할 순 없었다.

잠시 후 교수가 강의실로 들어왔다. 그 교수는 제법 젊은 교수였다. 게다가 한소희를 무척이나 예뻐하는 교수였다.

“자, 다들 왔지?”

“네.”

교수가 고개를 들어 학생들을 쭉 훑었다. 그런데 누군가 보이지 않았다.

‘어? 한소희가 안 왔나?’

교수가 출석부를 펼쳤다.

“출석 부른다.”

교수는 학생들 이름을 쭉 부른 후 맨 나중에 한소희를 불렀다.

“한소희.”

“네…….”

맨 뒤에서 누군가 대답을 했다. 교수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한소희 왔어? 어디야? 고개 들어봐.”

교수의 부름에도 한소희는 없었다. 순간 교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야? 한소희 없어? 아까 누가 대답했어! 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봐.”

순간 임혜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이 씨, 큰일 났네.”

단짝이라 목소리까지는 흉내 낼 수 있지만 한소희의 예쁜 얼굴은 대체 불가였다.

그 시각 오상진의 차는 부동산 앞에 도착을 했다.

“여기에요?”

한소희가 부동산을 쳐다보며 물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들어가죠.”

오상진이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상진을 발견한 으뜸 부동산 한 사장이 환한 얼굴로 오상진을 맞이했다.

“어이쿠, 고객님 어서 오십시오.”

그런데 같이 들어온 한소희를 발견하고 움찔했다. 한 사장은 뭔가 살짝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다가 이내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같이 오신 분은 누구…….”

한 사장은 예전 아파트를 구입할 때 박은지를 아내로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오상진이 다른 여자랑 나타나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놀라고 있었다.

“아, 저 여자 친구예요.”

한소희가 먼저 말을 했다. 한 사장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예. 그러시구나.”

그러면서 슬쩍 오상진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사장님 애인이신가 봐요.”

“아, 네에.”

“능력도 좋으십니다.”

한 사장이 눈까지 찡긋하며 말했다. 오상진은 당황하며 손을 흔들었다.

“아아, 그게 아니라…….”

“괜찮습니다. 그리고 걱정 마십시오. 제가 또 이런 쪽으로 입이 무겁습니다. 혹여, 제가 말실수를 하면 눈치 한번 주십시오.”

“아, 예에…….”

오상진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한소희와 데이트에 정신이 팔려서 예전에 박은지를 아내로 소개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만 것이다.

‘하아, 오해는 나중에 따로 풀어야겠다.’

오상진은 생각을 마치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것보다 매물이 나왔다면서요.”

“네. 사장님. 어떻게, 지금 보러 가시겠습니까?”

“네. 가요.”

으뜸 부동산에서 조금 걸어가니 빈 상가가 나왔다.

“여기입니다. 어떻습니까?”

오상진은 한 사장이 가리킨 건물을 확인했다. 인접 도로와 좀 떨어져 있지만 이 정도는 괜찮았다.

그 상가 1층에 50평 규모의 가게 자리가 나온 것이다.

“해장국집이었나 보네요.”

오상진이 벽면에 붙어 있는 메뉴판을 보며 물었다.

한 사장이 곧바로 답했다.

“네. 맞습니다. 해장국집인데 근방에서 제법 장사가 잘됐습니다.”

“그런데 왜 문을 닫은 건가요?”

“폐업한 건 아니고 계약 기간이 1년 정도 남았는데 더 넓은 곳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가게 주인이 내놨습니다.”

“아, 그렇구나.”

오상진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사실 국밥집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기가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방은 거의 손댈 필요 없을 테고, 인테리어 조금 손보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한 사장의 설명에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메뉴가 다르긴 하지만 국밥과 해장국은 조리 방식이 비슷했다. 주방 상태를 봐야겠지만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그 시설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괜찮네요. 여기 세와 보증금은 어떻게 되나요?”

“세는 주변 가격보다 특별히 비싸지는 않습니다. 보증금 5천에 월 임대료가 250만 원 정도 합니다. 대신 권리금이 조금 비쌉니다.”

“권리금이 얼마죠?”

“1억 정도 합니다.”

한 사장이 오상진을 눈치를 슬쩍 살폈다. 그때 옆에 있던 한소희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네요.”

오상진의 시선이 한소희에게 향했다.

“그래요?”

“네. 예전에 제 친구가 커피숍 한다고 해서 잠깐 같이 다녔는데 비슷한 가격이었어요.”

“어이구, 우리 사모님이 시세를 잘 아시네요.”

오상진이 순간 당황하며 한 사장을 봤다. 한 사장 역시 놀라며 입을 가렸다. 하지만 한소희는 히죽 웃으며 물었다.

“사장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아……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사모님이 아니라, 여자 친구분이시죠. 이거 습관이 되어서 말이죠. 하하하.”

한 사장은 민망함에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한소희는 싱글벙글이었다.

“아니요, 듣기 좋은데요.”

한 사장이 웃으며 냉큼 가게 문을 열었다.

“일단 들어오세요. 가게가 빠진 지 며칠밖에 안 되어서 약간 어수선합니다.”

오상진과 한소희가 가게 내부로 들어갔다. 가게 내부는 약간 지저분했지만 나름 청소는 한 모양이었다. 한소희가 심각한 얼굴로 가게 내부를 꼼꼼히 살폈다.

“으음, 좌식이네요.”

“네.”

“솔직히 좌식은 별로인데.”

“그렇죠. 요새는 많이 식탁을 놓고 쓰죠.”

“이런 거 뜯고, 새로 하면 리모델링 비가 많이 들까요?”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을 겁니다.”

“흠…….”

한소희는 손을 자신의 턱에 올리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가게 내부를 쭉 훑어보며 말했다.

“식탁은 한 12개 정도 놓고, 전체적으로 조명만 바꾸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상진 씨 생각은 어때요?”

“아, 소희 씨 말을 들어보니 괜찮네요.”

오상진의 반응에 한소희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 한 사장이 슬쩍 다가왔다.

“이 가게가 맘에 드십니까?”

“네, 괜찮네요.”

“그럼 건물주를 한번 만나보시겠습니까?”

“지금 바로 가능한가요?”

“물론이죠. 이 근처에 사십니다. 아까 미리 연락도 해놓았고요.”

“아, 그럼 부탁드립니다.”

“네네. 잠시만요.”

한 사장은 밖으로 나가면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로부터 약 20분 후 건물주가 나타났다.

“아, 오셨네요.”

한 사장이 환한 얼굴로 말했다. 오상진의 시선이 건물주에게 향했다.

40대 후반쯤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몸에 치렁치렁 액세서리를 단 게 딱 봐도 ‘나 돈 좀 있는 사람이에요’라고 자랑하는 것 같았다.

“가게 하신다는 분이 이분들인가요?”

아주머니가 오상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

그러자 오상진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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