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164화 (16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64화

17장 체육대회는 끝이 났지만(4)

“아니, 너희 소대 TV 아직 괜찮잖아. 그러니 저 TV 우리 2소대에 양보하라니까.”

가만히 듣던 3소대장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뭐야, 날강도도 아니고.’

3소대장은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그러자 장재일 2소대장이 살짝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왜? 싫어?”

“네!”

3소대장이 망설임 없이 대번에 말했다. 장재일 2소대장은 설마 잘못 들었나 착각이 들었다.

“뭐라고?”

“싫다고 했습니다.”

“야,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잘 생각해 봐. 지금 우리 2소대 TV 상태 안 좋은 거 알잖아.”

“무슨 소리십니까. 2소대보다 저희 3소대 TV 상태가 더 안 좋습니다.”

3소대장이 바로 대답을 했다. 2소대장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다.

“그러니까, 새 TV 우리 주고, 2소대 것 가져가면 되잖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 부리지 마십시오.”

“인마, 억지가 아니라. 부탁이잖아.”

“이게 부탁하는 사람 태도입니까?”

“이 자식이 왜 이래!”

3소대장의 행동에 장재일 2소대장이 살짝 당황했다. 3소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저 TV는 양보 못 합니다. 막말로 저거, 제가 맡은 족구팀이 우승해서 받은 것이 아닙니까.”

종합 우승 상품으로 TV가 나온 거였다면 3소대장도 흔쾌히 양보했을 것이다.

하지만 TV는 종목별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부상이었다.

족구 팀을 이끌고 우승한 3소대장의 지분이 확실하다는 이야기였다.

“요즘에 너 말 참 섭섭하게 한다. 너 내가 알던 조인범 맞아?”

좋은 말로 해결될 거 같지 않자 장재일 2소대장이 인정에 호소했다.

“왜 그러십니까.”

“인범아, 내가 너한테 서운하게 한 거 있냐?”

“그건 없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죠. 막말로 저도 이번 기회에 3소대장 노릇 좀 하고 싶습니다.”

“넌 이미 충분히 보였잖아. 하지만 난…….”

장재일 2소대장이 말을 끊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뗐다.

“그래, 자존심을 내려놓고 말할게. 요즘 내가 뭐 한 게 뚜렷이 없잖아. 그렇다고 이번 체육대회 때 성과를 낸 것도 아니고 말이야. 요즘 솔직히 2소대원들 볼 낯이 없다. 그래서 이거라도 챙겨줘야 조금은 체면이 설 것 같아서 그래. 그러니까 좀 도와주라.”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할 말 있습니다. 저라고 3소대에게 해준 것이 있는 줄 아십니까? 저도 소대장 체면 좀 세우고 싶습니다.”

“야, 3소대장!”

“죄송합니다.”

조인범 3소대장은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듯 시선을 외면했다. 장재일 2소대장이 눈을 부릅떴다.

“너…….”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부사관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더 이상 조인범 3소대장을 닦달할 수 없었다.

두 사람 언쟁을 하는 사이 4소대장과 오상진은 서로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아닙니다. 저희 4소대 TV는 아직 멀쩡합니다.”

“우리 1소대 TV도 좋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방금 언쟁한 2소대장, 3소대장과 180도 달랐다.

오상진은 부상으로 탄 TV를 4소대에 주고 싶었다.

막말로 축구 팀이 우승한 거지 자신이 이끄는 1소대가 우승한 게 아니었다. 축구 팀 안에 4소대원들도 있으니 4소대가 TV를 받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4소대장은 그런 오상진의 호의가 부담스러웠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뭘 했다고 부상을 받는단 말인가?

“그럼 이렇게 하시죠.”

“어떻게 말입니까?”

“지금 쓰고 있는 1소대 TV를 저희소대로 주십시오. 그리고 여기 있는 새 것은 1소대가 가져다 쓰시면 됩니다.”

“아니, 굳이 왜 번거롭게 그렇게 합니까.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냥 제 맘이다, 생각하고 받으십시오. 제가 4소대장 많이 고생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4소대장이 씨름을 담당하지 않았다면 저희들끼리 곤란하지 않았겠습니까. 게다가 씨름장까지 새로 만들고 말이죠. 궂은일을 도맡아서 해줬는데 제가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해 주고 싶으니까, 받으십시오.”

“1소대장님…….”

오상진이 저렇게까지 말하니 4소대장도 마음이 흔들렸다.

처음에는 체육 대회에서 공을 세우지 못했으니 동정하는 차원에서 TV를 주는 거라 여겼는데 오상진은 진심으로 자신의 노고를 높이 평가해 주고 있었다.

4소대장의 눈동자에 감동이 밀려왔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2대의 TV는 3소대와 4소대로 향했다.

물론 장재일 2소대장의 표정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4소대장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4소대로 TV를 가지고 갔다.

“분대장. TV 설치해라.”

4소대장이 가지고 온 TV를 보고 소대원들이 놀랐다.

“어? 저희 소대에 새 TV가 온 것입니까?”

“그래!”

“우와, 대박! 야, 빨리 TV 교체해라.”

4소대 분대장의 한마디에 소대원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빨리빨리 바꿔봐. 뭐 하고 있어!”

“네, 지금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TV를 떼어내고 새로운 TV 설치를 마무리했다.

“야, TV 켜봐. 나오냐?”

4소대장이 물었다. 그리고 리모컨으로 전원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TV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나옵니다.”

“와아아아아!”

4소대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이게 신형 TV입니까?”

그런데 설치를 했던 일병 하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 신형입니까? 그냥 보기에 신형 같지 않습니다.”

“왜?”

“겉모습이 새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래? 내가 보기에는 별것 없는데.”

“아닙니다. 딱 봐도 오래 묵은 것 같지 않습니까?”

일병의 말에 4소대 분대장이 TV 상태를 살폈다. 4소대 분대장도 뭔가 꺼림직 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인마, 아무리 새 것이라고 해도 A급으로 들어오겠냐. 그나마 오래 묵은 B급으로 들어오지.”

“아, 그런 겁니까?”

“그래도 새것이 어디야.”

“그런데 왜 우리 소대에 들어온 겁니까? 전 당연히 1소대로 갈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일병의 의문에 이재민 일병이 나서며 말했다.

“우리 김이중 상병 몰라? 일명 킹리로 불린 김 상병님 덕분에 우리 4소대로 TV가 온 거잖아.”

“아, 그런 겁니까?”

“그래, 인마. 그때 못 봤어? 김이중 상병님의 신들린 골 장면 말이야. 예선전 때부터 시작해서 결승까지 골망을 흔들었잖아. 당연히 우리 4소대로 TV가 오는 것이 맞지.”

“오오오오!”

“그때 김이중 상병님이 골을 넣은 후 1소대장님이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네?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내가 옆에서 바로 들었는데 ‘너 아니였으면 졌다고, 정말 고맙다고’ 그리 말씀을 하셨단 말이지.”

“우와, 대박! 정말입니까?”

“당연히 진짜지!”

신형 TV에 신이 난 이재민 일병이 허풍을 떨었다.

“역시 김이중 상병님이십니다.”

“그러니 이번에 특별히 외박까지 나가시지 않았습니까.”

“그 외박도 1소대장님께서 엄청 힘을 쓰셨다고 하더라고.”

“와, 그렇습니까?”

“정말 멋있습니다.”

“그러니, 너희들 앞으로 김이중 상병님께 잘해.”

“당연하지 말입니다.”

졸지에 소대의 영웅이 된 김이중 상병이 흐뭇한 얼굴로 이재민 일병을 바라봤고 이재민 일병은 슬그머니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5.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 사무실로 향했다.

똑똑똑.

“들어와.”

오상진이 들어가고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을 바라봤다.

“어? 왔냐?”

“네.”

“지난번 훈련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래? 여기다 둬.”

“네.”

오상진이 훈련 내용에 대한 서류를 책상에 뒀다. 김철환 1중대장이 잠시 뭔가를 하다가 고개를 홱 들었다.

“참! 상진아.”

“네.”

“너, TV를 왜 4소대에 줬냐?”

“아, 4소대장도 고생을 했는데 그냥 넘기기에는 좀 그래서 선물로 줬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희 소대는 괜찮아?”

“저희 소대는 괜찮습니다. 나중에 부식 한 번 쏴주면 됩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아무튼 새끼……. 잘했다.”

“감사합니다.”

“아참, 너 좋은 소식 있더라.”

“네? 뭡니까?”

“내일 신병 온다고 하더라.”

“정말입니까?”

“그래! 오면서 들었다. 내일 신병 온다고.”

“확실합니까?”

“이번에는 확실하데. 그것도 두 명이 한 번에 들어온다고 하더라. 괜찮지?”

“괜찮습니다. 저희는 지금 그 누구라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 잘 가르쳐 봐.”

“예,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중대장실을 나오며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잘됐다. 안 그래도 김대식 병장 제대도 얼마 안 남아 9명 되는 줄 알았는데 2명이라도 들어와서 다행이야.”

오상진은 곧장 1소대로 향했다.

“애들아.”

김대식 병장이 장구류를 착용하다가 화들짝 놀라며 경례했다.

“충성! 훈련 준비 중.”

“쉬어.”

“쉬어.”

“좋은 얘기를 들려주려고 왔다.”

“어떤 얘기입니까?”

김일도 상병이 눈을 반짝였다. 오상진이 실실 웃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소대에 드디어 신병이 오기로 했다. 그것도 2명이나!”

“와, 진짜입니까?”

“그래!”

“와, 드디어 신병이 오는구나.”

1소대원들 다들 기뻐했다. 오상진이 김대식 병장을 봤다.

“대식아.”

“병장 김대식.”

“너도 이제 제대 얼마 남지 않았지.”

“네, 그렇습니다.”

“신병 들어오면 세세하게 일러주고. 뭐,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걱정 마십시오.”

“그래, 대식이 너만 믿는다. 그리고 미리 신병이 쓸 관물대도 정리해 놓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들 해라.”

“네.”

오상진이 나가고 1소대원들 전부 기분이 좋은지 실실 웃어댔다. 특히 손주영 이병과 노현태 이병은 신병 소식을 온몸으로 좋아했다.

“드디어 신병이구나. 내 밑으로 후임병이 들어와.”

손주영 이병은 다음 달이면 일병을 달았다.

“그래도 내가 일병 달기 전에 와서 다행이네.”

손주영 이병의 시선이 바로 밑에 후임병 노현태 이병을 바라봤다. 그도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손주영 이병이 노현태 이병에게 다가갔다.

“야, 좋냐?”

“이병 노현태! 네, 좋습니다.”

“자식 막내 생활도 오래 안 했으면서…….”

“그래도 막내를 벗어났다는 것이 좋습니다.”

“하긴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 막내 오면 막 갈구고 그럴 거야?”

“아뇨, 절대 아닙니다. 엄청 잘해줄 겁니다.”

“자식, 그래 어디 한번 두고 보자.”

“진짜입니다.”

“그래, 알았다. 열심히 해봐.”

“네!”

두 이병은 그렇게 좋은 선임이 되자고 다짐했다.

그날 저녁.

오상진은 퇴근한 후 관사에 도착했다. 전투복을 벗고, 씻으려고 화장실로 향하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어? 소희 씨네.”

오상진이 웃으며 휴대폰을 받았다.

“네. 소희 씨!”

-지금 퇴근했어요?

“방금 관사에 들어왔어요. 이제 씻으려고요.”

-내가 딱 맞춰서 전화했네. 저녁은 먹었어요?

“오늘은 관사에서 대충 때우려고요.”

-왜 대충 때워요. 밥이 얼마나 중요한데.

“괜찮아요. 그보다 소희 씨는요?”

-저도 뭐 대충 먹었어요.

“소희 씨도 나랑 같으면서.”

-그래도 군인이랑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사람이랑 같나요.

“네네. 알겠습니다.”

-바보…….

“네?”

-아니에요. 그보다 이번 주말은 뭐해요?

“약속 있어요.”

-네? 약속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한소희의 음성은 약간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

“네. 제 여자 친구와 데이트가 예정되어 있거든요.”

-어멋! 상진 씨!

“왜요?”

오상진은 짐짓 모르는 척 말했다.

-방금 완전 얄미웠던 거 알아요?

“어? 그랬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