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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62화 (162/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62화

17장 체육대회는 끝이 났지만(2)

오상진은 이 모든 공을 오롯이 선수들에게 돌렸다. 체육대회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고생했겠지만 1중대의 역전 종합 우승을 이끈 건 누가 뭐래도 축구팀이었다.

오상진은 뿌듯한 얼굴로 건빵 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냈다.

“너희가 최선을 다해준 덕분에 우승을 했으니 이제 소대장이 약속을 지켜야겠지.”

오상진의 말에 식당에 모인 선수들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앞서 말했던 외박증은 모두 나가게 될 것이다.”

“소대장님 정말입니까?”

“그래. 그렇다고 너무 티 내진 말고. 축구팀은 따로 포상을 약속했지만 다른 종목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다를 테니까. 무슨 뜻인지 이해했지?”

“아, 넵!”

“그리고 이것은 특별히 소대장이 준비한 선물이다.”

오상진이 흰 봉투를 하나씩 나눠줬다. 흰 봉투를 받아든 축구팀원들이 의아해했다.

“이것이 뭡니까?”

“확인해 봐.”

축구팀 선수들이 흰 봉투 안을 확인했다. 그 순간 이근우 병장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소대장님 이건…….”

“사실 소대장이 준비를 해봤는데, 지난 한 달 동안 군말 없이 따라 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그리고 소대장도 너무 기분이 좋다. 이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말이다. 이 돈은 그동안 고생한 보상이라 생각해라.”

“이게 도대체 얼마야?”

“와! 시, 십만 원?”

십만 원이라는 돈은 군인들에게 있어서 엄청 큰돈이었다. 특히 병사들 입장에서는 말이다.

“그냥 용돈이라 생각해라.”

오상진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전투 체육 시간은 물론이고 남들 다 쉬는 주말까지 나와 연습을 해준 덕분에 축구 우승을 차지했으니 이 정도 포상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포상금까지 챙겨 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병사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와! 소대장님 대박입니다.”

“소대장님 멋지십니다.”

“역시 우리 1소대장님! 진짜 화끈 하십니다.”

오상진은 환한 얼굴이 되었다가 이내 손가락으로 입을 가렸다.

“쉿! 너무 시끄럽게 떠들지 마라. 그리고 이건 우리들만의 비밀이다. 다른 데 얘기하면 안 돼!”

“넵! 알겠습니다.”

그때 김이중 상병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래 뭔가, 김 상병.”

“소대장님. 혹시 오늘 나온 외박증 내일 당장 사용해도 됩니까?”

“내일? 무슨 일 있어?”

“제 여자 친구 생일입니다. 그래서…….”

김이중 상병이 말을 하고도 눈치를 살폈다. 표정을 보아하니 여자 친구 생일을 직접 챙겨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글쎄다. 가능할지 모르겠다.”

“소대장님 좀 도와주십시오.”

“그래, 알았다. 내가 3소대장에게 미리 얘기해 놓을게.”

“감사합니다!”

오상진은 기뻐하는 김이중 상병을 보며 피식 웃었다.

사실 회귀 전 자신은 좋은 소대장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소대장이라는 임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다가 로또에 빠져서 소대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병사들의 시선은 예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외박증에 포상금까지 줬으니 그럴 만도 했지만 어쨌거나 오상진은 병사들의 그런 친밀감이 싫지 않았다.

시선이 달라진 건 비단 병사들뿐만이 아니었다.

“이야, 오 소위가 진짜 대단해!”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 오 소위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대단해. 이러다가 오 소위 장군까지 다는 거 아니야?”

“그럼 지금이라도 잘 보여야 하나?”

장교들 사이에서도 이런 식의 농담이 흘러나왔다.

그럴 때마다 오상진은 내심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멧돼지 사건 때문에 평판이 좋아진 게 크게 작용하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에 축구팀에 공을 들였는데 운 좋게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내부적인 평판이 더 좋아졌다.

“오상진 축구팀 멋졌어.”

“이야, 그 애들이 축구를 그리 잘했어? 이제 1중대에게 함부로 축구 내기 하자고 말도 못 꺼내겠다.”

“축구팀 유니폼은 어디서 맞췄어? 멋지더라!”

조금 전 회식을 하며 만난 간부마다 오상진에게 먼저 다가왔고 관심을 표현했다.

과거 저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렇게 애를 썼을 때는 눈길 한 번 받기 어려웠는데 말이다.

과거처럼 앞만 바라보고 살다 병에 걸려 죽고 싶지는 않아서 주변을 돌아보며 살자고 마음 먹었더니 오히려 일이 더 잘 풀리는 기분이었다.

“후우, 이런 군 생활도 나쁘지 않네.”

아까 마신 막걸리가 뒤늦게 올라 온 것일까.

오상진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3.

다음 날, 오상진은 관사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고 부대에 올라왔다.

행정실에 막 들어서자마자 김이중 상병이 나타났다.

“충성, 상병 김이중 행정실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어어, 김 상병. 왜?”

오상진이 김이중 상병을 반갑게 맞이했다. 김이중 상병이 잠시 쭈뼛거리더니 오상진에게 다가갔다.

“저기 소대장님.”

“왜? 말해봐.”

“안 되는 겁니까?”

“뭘 안 돼?”

“외박 말입니다.”

“아……. 그게 말이다. 소대장이 노력은 해봤는데…….”

오상진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 얼굴을 본 김이중 상병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주는 안 되는 겁니까?”

“혹시 여자 친구 오기로 했냐?”

“네. 제가 전화하면 바로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아하, 이것 참…….”

오상진은 매우 난감한 얼굴로 고민을 했다. 김이중 상병은 오상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마치 ‘제발 된다고 해주십시오, 제발’이라고 외치는 듯한 간절한 눈빛이었다.

“으음…….”

오상진이 신음을 흘린 후 피식 웃었다.

“자!”

오상진은 책상 서랍을 꺼내 외박증을 건넸다.

“어?”

김이중 상병의 눈이 커졌다.

“저 외박 나가도 되는 겁니까?”

“그래, 인마! 소대장이 특별히 신경 썼다.”

“소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이중 상병이 거듭 감사한다는 말을 했다.

“감사는 너희 3소대장에게 하고. 어제도 말했지만 수고 많았다. 이건 다 네가 노력에서 얻은 거야. 골도 많이 넣어서 특별히 신경 쓴 거 알고 있고.”

“넵!”

김이중 상병은 외박증을 보며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보니 오상진 역시도 기분이 좋았다.

“그보다 너 여자 친구 만난 지 얼마나 되었어?”

“3년째입니다.”

“3년이나 되었어?”

“네. 고등학교 때 만난 친구입니다.”

“그래도 오래 만났네. 고무신 거꾸로 신지도 않고 말이야. 너희들 말로 일말상초라고 하지 않았냐? 그걸 무사히 넘겼나 보다.”

일병 말에서 상병 초.

그 시기에 병사를 남자 친구로 둔 여자들이 가장 많이 변심한다고 해서 나온 말이었다.

시기적으로 대략 1년 정도이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니 변심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군대에서 버틴 만큼의 시간을 더 견뎌야 하는 병사들 입장에서는 피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3년 차라니. 김이중 상병 커플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물론입니다. 제가 엄청 잘해줍니다.”

“그래, 잘했다. 그보다 너 병장 언제 다냐?”

“다음 달에 답니다.”

“그럼 제대까지 얼마 안 남았네.”

“6개월 반 정도 남았습니다.”

“그렇구나.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으니까. 조금만 버텨라.”

“네.”

“그래, 어서 외박 나갈 준비 해.”

“알겠습니다.”

김이중 상병은 신이 난 얼굴로 행정반을 나가려 했다. 그런데 오상진이 도로 불러 세웠다.

“아참, 김 상병.”

“네?”

“이걸 준다는 걸 깜빡 했네.”

오상진이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어? 이게 뭡니까?”

“알면서 뭘 물어봐!”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김이중 상병도 확인을 하지 않아도 내용물이 뭔지는 알았다.

“어? 소대장님 감사합니다.”

“그거 지금 열어보지 말고, 나가서 열어봐. 많이는 못 넣었다.”

“감사합니다.”

김이중 상병이 다시 경례를 한 후 행정반을 나갔다. 그 길로 공중전화부스로 가서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곤 내무실로 복귀를 한 후 서둘러 외박을 나갈 준비를 했다.

“어? 김 상병님 외박 나가십니까?”

“그래, 인마!”

김이중 상병이 외박증을 흔들어 보였다.

“우와, 역시 1소대장님.”

“오늘 여자 친구 만나는 겁니까? 정말 부럽습니다.”

“새끼. 넌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냐?”

“제가 이렇게 생긴 걸 어떻게 합니까?”

“네가 어디가 어때서? 이참에 어떻게 형이 여자 친구 하나 만들어줘?”

“예! 당연히 좋지 말입니다.”

“가만, 제가 듣기론 김이중 상병님 여자 친구분이 엄청 예쁘시다고 들었습니다.”

여자 친구 이야기가 나오자 후임들이 김이중 상병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엄청 예쁜 정도는 아니지만 예쁘긴 하지.”

“사진 한번 보여주십시오.”

“사진?”

“네. 궁금합니다.”

“아, 새끼……. 기다려 봐.”

김이중 상병이 지갑을 꺼내 고이 모셔두었던 여자 친구 사진을 보여 주었다.

“봐봐, 예쁘지.”

소대원들이 잔뜩 기대하며 사진을 봤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그렇게 예쁘지는 않았다. 미소가 예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평범했다.

그렇다고 이제 곧 분대장이 될지도 모를 김이중 상병 앞에서 실망한 티를 낼 수는 없는 노릇.

“오오, 네에……. 엄청 미인이십니다.”

“하핫,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선창에 다른 소대원들이 한 목소리로 동참했다. 자연스럽게 김이중 상병의 두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자식들, 부럽냐!”

“네. 이렇게 예쁜 분은 처음입니다.”

“그래, 인마! 너희들도 이런 예쁜 여자 친구 만들 수 있어.”

김이중 상병은 여자 친구 사진을 도로 넣었다. 그리고 외박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난 외박 나갈 준비한다.”

“네.”

임찬규 병장이 누워 있다가 힐끔 김이중 상병을 보았다.

“야, 김이중.”

“상병 김이중.”

“뭐 하냐? 외박증 받았으면 어서 나가! 밍그적 거리지 말고.”

“네, 준비 다 했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빨리 꺼져 버려!”

김이중 상병이 서둘러 내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내무실에 있던 후임병들이 뒤늦게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김이중 상병님 여자 친구분 정말 예뻤습니까?”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지 말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전 제 여자 친구가 예쁘다고 생각 안 하는데 제 여자 친구가 나은 것 같습니다.”

“야, 인마! 고참의 여자 친구는 무조건 예쁜 거야. 그걸 모르겠어?”

“아!”

“그런 겁니까?”

“군 생활 편히 하고 싶으면 명심해라. 고참의 말은 다 옳은 거다. 알았냐?”

후임병들은 또다시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김이중 상병의 여자 친구는 본인에게만 엄청 예뻐 보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김이중 상병은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위병소 앞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고이 모셔두었던 외박증을 꺼내 위병소에 내밀었다.

“외박이십니까?”

“네.”

“그럼 여기에 작성 좀 해주십시오.”

김이중 상병은 시간과 부대명 계급과 이름을 적어서 내밀었다.

“네, 확인했습니다. 재미난 시간 보내십시오.”

“네.”

외박증을 다시 돌려받은 김이중 상병은 곧장 위병소를 나섰다.

“역시 위병소를 벗어나자마자 공기부터가 다르네.”

김이중 상병은 피식 웃으며 서둘러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뒤쪽에서 김이중 상병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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