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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61화 (16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61화

17장 체육대회는 끝이 났지만(1)

1.

체육대회의 꽃은 축구라고 하지만 진짜 꽃은 체육대회 후 즐기는 저녁 만찬이었다.

하지만 모든 이가 마음 편하게 이 분위기를 즐기는 건 아니었다.

대대 식당의 분위기는 언제부터인가 두 개로 나누어져 있었다.

우승을 맛본 중대와 그렇지 못한 중대로 말이다.

당연히 우승을 한 1중대나 준우승을 차지한 화기중대 같은 경우는 표정이 매우 밝았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3중대 병사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

“와, 분위기 진짜 이상합니다.”

“왜 인마?”

“저쪽 3중대 말입니다. 분위기 너무 무겁지 않습니까.”

“어쩌겠냐. 우승 하나 못했으니 오죽하겠어.”

“그래도 삼겹살이지 않습니까. 막걸리까지 있는데 이걸 먹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게 어디 쉽겠냐. 지금 저 녀석들 삼겹살 먹는 게 아니라 돌이나 모래 씹는 기분일 거다.”

“에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3중대에서도 이런저런 얘기가 나왔다.

“와. 오늘처럼 삼겹살이 맛 없는 적은 처음입니다.”

“그냥 먹어!”

“그런데 저 녀석들은 뭐가 저리도 좋아서 웃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이지 ‘1’이라는 숫자가 싫어질 것 같습니다.”

“됐으니까, 처먹기나 해.”

“네. 알겠습니다.”

괜히 말을 꺼냈던 일병이 고참의 짜증에 입을 다물었다.

한편, 간부들만 모인 테이블에도 열심히 고기가 구워지고 있었다.

상석에 앉은 한종태 대대장의 입가에서는 연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하하핫, 오늘 술맛 좋구나.”

“네, 고기도 맛있습니다.”

“그렇지. 행보관이 신경을 좀 쓴 모양이야.”

“아, 그렇습니까.”

“하하핫, 그보다 1중대장.”

“네.”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답했다. 한종태 대대장은 김철환 1중대장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연신 지었다.

“역시 1중대야. 내가 1중대가 종합 우승할 거라 생각했잖아. 안 그런가?”

곽부용 작전과장이 바로 말을 받았다.

“네,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어디 제 덕분이겠습니까. 전부 1중대원들이 노력해 준 덕분 아니겠습니까.”

“하핫, 겸손하기는……. 자, 1중대장 내 잔 한 잔 받아.”

“넵!”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컵을 받았다. 그곳에 한종태 대대장이 손수 막걸리를 따라주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돌려 술을 단숨에 들이켠 뒤 술잔을 다시 한종태 대대장에게 내밀었다.

“대대장님. 제 잔도 한 잔 받으십시오.”

“아니야. 됐어. 괜찮아.”

“제가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한 잔 받아볼까?”

이대우 3중대장의 못마땅한 시선에 몸을 사리던 한종태 대대장도 김철환 1중대장이 계속해서 권하니 마지못해 술잔을 받아 들었다.

그러곤 김철환 1중대장이 따라준 막걸리를 시원하게 들이켠 뒤 다음 주자를 찾았다.

“자, 다음. 준우승은 누가 했지?”

“화기중대입니다.”

“그래, 화기중대! 화기중대장은 어디 있나?”

“여기 있습니다.”

테이블 끝에 자리하고 있던 화기중대장이 벌떡 일어났다. 한종태 대대장은 화기중대장을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 우리 화기중대! 오늘 다시 봤어. 저력이 장난 아닌던걸?”

“아닙니다. 아직 1중대 쫓아가려면 멀었습니다.”

“그래도 정말 수고 많았어. 이리와 한 잔 받게.”

“네. 감사합니다.”

화기중대장이 한종태 대대장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그다음으로 한종태 대대장은 3위를 차지한 4중대장을 치하했다.

비록 3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이대우 3중대장은 어쩌면 자신도 한종태 대대장의 술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매정하게도 한종태 대대장은 남은 중대장을 쓰윽 훑으며 말했다.

“나머지 중대장들도 수고 많았다.”

그 순간 이대우 3중대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3중대는 순위권에 있었다. 그래서 항상 다른 중대장들로부터 부러움의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3등 안에 들지 못하다 보니 ‘나머지 중대장’ 중 하나가 되고 만 것이었다.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젠장! 이게 다 1중대 때문이야.’

이대우 3중대장이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러면서 못마땅한 눈으로 화기중대장을 노려 보았다.

‘화기중대장도 그래. 분명 우리를 도와주기로 해놓고선…….’

물론 화기중대에게 모든 탓을 돌리는 건 한계가 있었다.

화기중대가 돕기로 약속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씨름이나 줄다리기를 포기하겠다고 한 건 아니니까.

이어달리기 땐 오히려 화기중대장이 쿨하게 점수를 포기하겠다고까지 말했다. 실격패를 각오하고 1중대를 견제하겠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화기중대는 간발의 차이로 준우승을 차지했고 김철환 1중대장에 이어 두 번째로 한종태 대대장의 술잔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이대우 3중대장은 그런 화기중대장이 못마땅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화기중대장은 연신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이것 참 내가 대대장님의 술을 다 받아보고 말이야.”

“쳇!”

이대우 3중대장은 콧방귀를 끼며 술을 거칠게 들이켰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다른 중대장들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정신 빠진 새끼들!’

이대우 3중대장이 이맛살을 찌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화장실.”

5중대장의 물음에 퉁명스럽게 대답한 이대우 3중대장은 이후로 한참 동안 자리에 돌아오지 않았다.

1중대 각 소대장들도 자신들의 소대에서 먹고 있었다. 그중 유독 장재일 2소대장만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장재일 2소대장의 표정 역시 좋지 않았다.

‘젠장, 일이 왜 이렇게 꼬이지? 이대우 3중대장님이 이번 일만 잘 되면 다시 불러주기로 했는데……’

장재일 2소대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이대우 3중대장과의 약속을 떠올렸다.

체육대회 전날 장재일 2소대장은 이대우 3중대장과 만남을 가졌다.

“이봐, 장 소위.”

“네.”

“저번에는 나도 어쩔 수 없었다. 그건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서 말인데 이번 체육대회 때 우리 3중대가 우승하면 그것으로 내가 대대장님과 잘 얘기해 보겠다.”

“정말입니까?”

“그래. 그러니 기분 풀게.”

“네.”

물론 이대우 3중대장이야 지나가는 말로 얘기를 했지만 장재일 2소대장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일이 틀어져버렸다. 3중대가 우승은커녕, 3등 안에도 들지 못했던 것이다.

“제기랄……. 이럴 줄 알았으면 농구라도 신경을 더 쓸 걸 그랬어.”

장재일 2소대장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막걸리 한 통을 자신 앞에 두고 연거푸 들이켰다.

그도 그럴 것이 장재일 2소대장은 자발적인 연습이라는 명분하에 농구 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부식 한 번 사 준 적 없었다. 선수들이 연습하겠다고 찾아오면 알아서 하라고 손사래까지 쳤으니 거의 방치나 다름이 없었다.

솔직히 배가 아팠다는 핑계를 대긴 했지만 3-4위전에도 일부러 나가지 않았다.

1중대가 3등을 차지하고 30점이나마 점수를 획득하는 것보다 4등을 해서 점수를 따지 못하는 편이 3중대의 우승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말 하늘이 자신을 버린 것인지 결과는 계속해서 안 좋게 흘러갔다.

‘진짜 왜 이렇게 꼬이기만 하지.’

장재일 2소대장이 그렇게 한탄할 때 3소대장이 다가왔다.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컵을 내밀며 말했다.

“2소대장님 한 잔 받으십시오.”

장재일 2소대장이 고개를 홱 돌렸다.

“뭐야? 이제 와서 왜 이래?”

“그냥 술 한 잔 따라 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됐어! 너 오 소위 편이잖아.”

장재일 2소대장이 짜증스럽게 내뱉었지만 다행히 오상진은 그 자리에 없었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분위기 이상해지게 말입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4소대장이 불쑥 끼어들며 한마디 했다. 그러자 장재일 2소대장이 버럭 화를 냈다.

“야, 너도 똑같아. 오 소위 있을 때는 거의 강아지 수준으로 딸랑거리더니. 없으니까, 이제 나한테 빌붙어?”

“제가 말입니까? 제가 왜 2소대장에게 빌붙습니까?”

4소대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재일 2소대장이 눈을 부릅떴다.

“이것들이! 지금 나랑 장난해!”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중대의 실세는 오상진이 아니라 장재일 2소대장이었다.

육사 출신임에도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했던 오상진과 달리 장재일 2소대장은 부임 첫날부터 일 처리를 똑소리 나게 해서 김철환 1중대장의 눈도장을 받았으니까.

비록 그 신뢰를 지나치게 악용하다 오상진에게 밀리고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지만 아무리 그래도 4소대장 따위에게 무시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4소대장은 더 이상 장재일 2소대장이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지만 요즘엔 왜 저러고 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두 사람의 불편한 감정을 눈치챈 것일까.

3소대장이 중간에 서서 두 사람을 만류했다.

“그만하십시오. 오늘 우리 1중대가 우승한 날 아닙니까. 기분 좋게 한잔하시고 기분 푸십시오. 언제까지 이러실 겁니까.”

“아, 몰라!”

“그냥 3소대장이 한 잔 따라 줄 때 못 이긴 척하고 받으십시오.”

4소대장도 거들었다. 장재일 2소대장이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솔직히 지금 상황이 싫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 자리가 끝날 때까지 혼자 술을 푸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자자, 한 잔 받으십시오.”

“제 것도 받으십시오.”

이렇듯 두 소대장이 이런 자리를 빌려 자신에게 친근하게 대해주니 조금은 기분이 누그러졌다. 그때 슬쩍 자리를 피했던 오상진이 돌아와 앉았다.

“우리 1소대장 고생 많았습니다. 제 잔 받으십시오.”

“제가 무슨 고생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우리 중대원들이 잘해서 그렇죠.”

2소대장도 마지못해 오상진에게 막걸리 통을 들었다.

“제 잔도 한잔 받으시죠.”

“와, 2소대장이 한 잔 주는 겁니까?”

“왜요? 제 술은 받기 싫습니까?”

“그럴 리가요. 감동해서 그럽니다.”

오상진이 환한 얼굴로 장재일 2소대장의 술을 받았다. 오상진은 깔끔하게 술을 비운 후 2소대장에게 내밀었다.

“저도 한 잔 따라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오상진과 장재일 2소대장은 서로 술잔을 주고받았다. 물론 살가운 대화는 없었지만 말이다.

2.

식사 겸 회식 자리가 끝나고 오상진은 축구팀만 따로 식당에 모이게 했다.

물론 당직사령인 2중대장에게는 양해는 구했다. 2중대장은 오히려 병사들을 위하는 마음이 기특하다며 오상진을 칭찬했다.

“너희들만 따로 부른 이유는 소대장이 너희들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그런다.”

오상진의 말에 축구팀 선수들은 밝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아무튼 너희들 진짜 고생많았다. 너희들이 아니었으면 우리 1중대 종합 우승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닙니다. 우리 소대장님께서 더 고생하셨지 말입니다.”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축구 우승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모든 건 너희들의 열심히 노력해 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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