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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54화 (15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54화

16장 지고 싶지 않아(16)

운이 좋았던지 화기중대가 힘을 모으기 위해 살짝 힘을 뺄 때 1중대 쪽으로 줄이 훅 넘어갔다.

화기중대가 다시 힘을 주어 잡아 버티긴 했지만 1중대 병사들이 단체로 드러누우면서 조금씩이지만 1중대로 줄이 넘어왔다.

“좋아! 좋아! 버텨! 조금만 더 버티면 돼!”

김철환 1중대장이 호들갑을 떨며 소리를 질렀다. 팔짱을 끼고 여유를 부리던 화기중대장의 입에서도 고함이 터져 나왔다.

“야, 새끼들아. 뭐 하고 있는 거야! 좀 더 힘을 써! 지금 1중대로 줄이 넘어가잖아.”

그때 심각성을 느꼈던지 화기중대원들이 더욱 힘을 냈다.

“좀 더 힘을 내! 좀 더!”

“으샷! 으샷! 으샷!”

여기서 경기가 끝났다면 승자는 1중대였다. 하지만 1분이라는 줄다리기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고 그 틈을 노려 화기중대가 조금씩 줄을 잡아당기면서 1중대 쪽으로 치우쳤던 줄이 중앙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텨! 조금만 더!”

“크아아아!”

화기중대의 힘을 느끼기 시작한 1중대 병사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경기의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10초를 남겨둔 시점에서 줄이 화기중대로 넘어갔다.

“좀 더 당겨! 당기라고!”

“버텨, 조금만 버티면 돼!”

양쪽의 중대장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1분의 시간이 흐른 후 감독관의 호각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이이익!

“화기중대 승!”

“우오오오오오!”

화기중대 선수들이 괴성을 내질렀다. 반면 1중대는 허탈한 얼굴이 되었다.

“아이 씨, 아깝다. 조금만 버티면 우리가 이길 수 있었는데…….”

“맞습니다. 단판이었던 것이 아쉽습니다.”

1중대 병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화기중대 병사들도 하마터면 질 뻔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젠장! 우리가 방심했다. 진짜 지는 줄 알았어.”

“1중대가 그런 작전을 가지고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됐어! 아무튼 우리가 이긴 거야. 결과는 승리다. 다음에 신중하게 하면 돼.”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1중대는 강력한 우승 후보 화기중대를 맞이해 줄다리기에서 분전했지만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이제 1중대에게 남은 종목은 이어달리기와 축구.

두 종목뿐이었다.

“야, 1중대가 예선탈락이네.”

“어쩔 수 없지. 운이 좋지 않았어.”

“맞습니다. 화기중대하고 첫판에 붙었지 않습니까.”

“솔직히 화기중대를 누가 이기겠어?”

경기 결과를 전해 들은 간부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중대별로 1중대를 최고의 전력이라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1중대가 모든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뒤로 줄다리기 준결승과 결승전이 연달아 펼쳐졌다.

1중대를 완파한 화기중대는 준결승전에서 3중대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1중대가 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누구보다 좋아했던 이대우 3중대장이었지만 그가 이끄는 3중대 역시도 화기중대의 제물이 되는 운명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반대편에서는 5중대와 4중대가 준결승에서 만나 5중대가 간발의 차이로 이기고 결승에 올라왔다.

3판 2선승제로 진행된 결승전의 결과는 나름 치열했다. 첫 판은 화기중대가 잡았고 두 번째 판은 5중대가 가까스로 이기면서 1승 1패 동률을 이루었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힘을 다 빼버린 5중대 선수들은 체력이 방전된 반면 화기중대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힘이 넘쳤다.

그 차이로 결국 줄다리기의 최종 우승은 화기중대가 차지했다.

줄다리기 3등은 3중대와 붙은 4중대의 승리로 돌아갔다.

50점이라도 획득하기 위해 이대우 3중대장이 악을 내질러봤지만 5중대와 거의 비등하게 싸웠던 4중대의 저력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4중대장은 육사 출신이었다.

‘여기서 3중대한테 점수를 주면 1중대가 곤란해져.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2중대장처럼 김철환 1중대장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3사 출신인 이대우 3중대장이 체육 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아서 병사들에게 죽기 살기로 싸우라고 지시했었는데 다행히도 병사들이 4중대장의 체면을 세워 주었다.

그렇게 줄다리기 종목이 모두 끝나고 간부들은 다시 중앙에 있는 현황표로 모여들었다.

1중대 70점. (족구 우승)

2중대 120점. (축구 3등, 농구 우승)

3중대 50점. (족구 준우승)

4중대 80점. (족구 3위, 줄다리기 3위)

5중대 120점. (농구 2위, 줄다리기 2위)

6중대 30점. (농구 3위)

7중대 0점.

화기중대 100점. (줄다리기 1위)

오상진도 점수판을 보고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줄다리기 종목 하나를 치르고 돌아왔을 뿐인데 순위 양상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일단 전체 1등은 농구에서 우승한 2중대와 줄다리기에서 준우승을 한 5중대의 차지였다.

그리고 3등은 줄다리기를 제패한 화기중대의 몫.

오전 중에 근소하게 1위를 달렸던 1중대는 줄다리기에서 4위를 한 4중대에 밀린 5위로 내려앉았다.

“어? 이거 점수가 너무 밀리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그때 씨름 종목이 끝났다는 보고가 들려왔다.

“씨름은 누가 1등이냐?”

“화기중대입니다.”

씨름 점수가 추가되자 점수판이 다시 확 달라졌다.

1중대 70점. (족구 우승)

2중대 120점. (축구 3등, 농구 우승)

3중대 50점. (족구 준우승)

4중대 130점. (족구 3위, 줄다리기 3위 씨름 2위)

5중대 120점. (농구 2위, 줄다리기 2위)

6중대 30점. (농구 3위)

7중대 30점. (씨름 3위)

화기중대 170점. (줄다리기 1위, 씨름 1위)

화기중대가 단독 1위로 뛰어 오르고 그 뒤를 4중대와 2중대, 5중대가 추격하는 그림이 만들어졌다.

1중대는 여전히 5위.

씨름 점수가 분산됐다면 차라리 나았겠지만 7중대를 제외하고 점수가 높았던 화기중대와 4중대가 점수를 챙기면서 오히려 상위권과의 격차만 벌어지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 역시 점수판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순간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우리 이길 수 있겠냐?”

“아직 경기 남았습니다. 중대장님.”

“지금 남은 게 뭐야?”

“이어달리기와 축구 남았습니다.”

“그럼 이 두 종목에서 무조건 점수를 따야 하네. 그것도 축구는 1등을 해야 하고 말이야.”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돌려 오상진에게 향했다. 오상진이 단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부담스럽다고 앓는 소리를 했겠지만 불안해하는 김철환 1중대장 앞에서까지 엄살을 부리고 싶지 않았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일단 축구에서 70점은 확보해 놓은 상태이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김철환 1중대장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최악의 경우 축구 준우승을 통해 70점을 얻는다고 해도 이어달리기에서 점수를 뽑지 못하면 종합 1등은 물 건너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축구는 왜 맨 마지막으로 밀렸습니까? 원래 이어달리기가 마지막 아닙니까?”

4소대장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다 대대장님 때문이지.”

“네? 왜 그렇습니까?”

“대대장님께서 꼭 축구를 직접 두 눈을 봐야 한다고 하잖아. 잠시 사단에 볼일이 있다고 내려가면서 지시를 내렸단다. 축구는 대대장님이 올 때까지 하지 말라고 말이야. 그래서 이어달리기를 먼저 하는 거고.”

“네? 정말입니까?”

“그럼 중대장이 거짓말 하겠냐?”

“아, 아닙니다.”

오상진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대대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축구 결승전을 보려고 이렇게까지 하시다니 말입니다.”

“정말 축구 매니아라서 그런 겁니까?”

“에이, 설마 다른 이유가 있겠지.”

“다른 이유? 그게 뭡니까?”

4소대장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애써 시선을 피했다.

“그런 것이 있어.”

“뭔데 말입니까?”

“아, 몰라 자식아!”

하지만 오상진은 알고 있었다. 한종태 대대장이 내기를 엄청 좋아한다는 걸 말이다.

아마 축구를 직접 관람하려는 것도 내기 판에 돈을 걸어놓고 결과를 지켜보고 싶은 노름꾼의 마음이 발동한 탓일 것이다.

오상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제발 1중대에게 안 걸었으면 좋겠는데.”

그러고 잠시 후 이어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이어달리기 결승전에 오른 중대는 지금 당장 본부석 앞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나오고 결승전에 오른 1중대와 3중대, 6중대, 화기중대 선수들이 본부석 앞으로 모였다.

체육대회의 특성 상 간부들도 선수로 참가할 수 있었다. 구기 종목에서 뛰는 건 눈치 보였지만 줄다리기나 이어달리기, 씨름처럼 신청자가 많지 않은 종목에는 운동 좀 한다는 간부들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다.

1중대는 1중대 터미네이터라 불리는 박중근 하사가 참여했다. 체력검정에서도 넉넉하게 특급 판정을 받은 그였기 때문에 그 누구도 박중근 하사가 선수로 뛰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박 하사가 잘해줘야 하는데.’

오상진의 시선이 박중근 하사에게 향했다. 박중근 하사는 결의를 다지듯 한참 동안 신발 끈을 동여매고 있었다.

보다 못한 오상진이 박중근 하사에게 다가갔다.

“박 하사. 컨디션 어때요?”

“저야 뭐 한결같습니다.”

“전 박 하사만 믿습니다.”

“아이고, 왜 또 부담을 주십니까. 아무튼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점수만 따도 좋은데 가능하면…….”

오상진의 말에 박중근 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능하면 1등 해보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네.”

박중근 하사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든든해 보이던지 오상진도 마음이 한결 놓였다.

이어달리기 우승 점수는 총 100점.

2등이 70점이고 3등이 50점이었다.

1위인 화기중대에 100점차이로 지고 있는 1중대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3등 안에 들어서 점수를 확보해야 했다.

만에 하나 1중대가 꼴등을 하고 1등인 화기 중대가 3등 안에 든다면 축구 결승전은 해보나 마나였다.

지금도 100점 차이인데 점수 차이가 더 벌어졌으니 축구에서 우승을 한다 해도 화기중대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신경 쓸 건 화기중대만이 아니었다.

농구에서 3등을 한 게 전부인 6중대야 상관 없지만 1중대처럼 축구에서 최소 70점을 확보한 3중대에게 밀리면 점수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축구를 3중대에 내준다고 가정했을 때 1중대 점수는 140점. 3중대 점수는 150점.

10점을 뒤지고 있으니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다면 이어달리기에서 무조건 3중대보다 앞서서 들어와야 했다.

박중근 하사도 끈을 다 동여맨 후 옆을 쭉 훑었다.

1중대, 3중대, 6중대, 화기중대 선수들이 나란히 결승전에 올랐다.

‘어디 보자, 첫 예선전에서 3중대가 미묘하게 앞섰어. 물론 무리해서 달렸다면 역전 시킬 수 있었지만 2등까지 결승전 진출이니까 봐줬던 거고. 문제는 6중대랑 화기중대인데…….’

박중근 하사의 시선이 3중대를 지나 반대편에서 올라온 미지의 상대, 6중대와 화기중대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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