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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50화 (15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50화

16장 지고 싶지 않아(12)

다만 장재일 2소대장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회식 이후로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느낌이었다.

4소대장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중얼거렸다.

“부대 체육대회 얘기만 들었지 이렇게 크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게요. 저도 놀랐습니다.”

“그런데 3소대장님은 체육대회가 두 번째 아닙니까?”

“아닙니다. 저도 처음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원래 이렇게 하는 건가?”

4소대장이 잔뜩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 뒤쪽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아니, 올해만 유난을 떠는 것 같네.”

3소대장과 4소대장이 고개를 홱 돌렸다. 뒤에는 2중대 1소대장이 내려오고 있었다.

“이 중위님!”

4소대장이 반색하며 이 중위를 불렀다. 손바닥을 부채 삼아 부채질을 하던 이 중위는 오상진을 비롯해 3소대장, 4소대장과 눈을 맞춘 뒤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이 중위는 충성 대대 2년 차로 소대장 중에서는 거의 왕고나 다름이 없었다.

“맞다. 이 중위님께서는 이번이 두 번째 체육대회죠?”

“그렇지?”

4소대장이 의문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럼 작년 체육대회도 이 정도였습니까?”

이 중위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까 말했잖아. 나도 이렇게 크게 하는 건 처음 봐.”

“그렇습니까?”

“작년에는 대충 한 것 같은데 올해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성대하게 하는지 모르겠네.”

“아무래도 대대장님의 입김?”

4소대장의 말에 이 중위가 피식 웃었다.

“하긴 그러네. 역시 대대장님의 입김이 세긴 센가 봐.”

“그러게 말입니다.”

4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옆에 앉은 오상진을 바라봤다.

“그런데 말입니다. 1소대장.”

“네.”

“우리가 종목이 6개인데 종합 우승은 어떻게 정하는 겁니까?”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 제가 알기로는 점수제로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찾아봤는데 축구,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이 세 종목의 1등이 100점이고, 2등 70점, 3등, 50점 이렇게 나눠 가집니다. 그 외 나머지 종목은 1등 70점, 2등, 50점, 3등 30점 이렇게 나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4소대장이 이해를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축구에서 이기는 팀이 어지간하면 종합 우승 먹겠네요?”

구기 종목 중에서 축구가 유일하게 점수가 높았다. 물론 축구 하나만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일단 100점을 확보해 놓고 나면 그만큼 다른 종목을 치르기가 수월할 것 같았다.

“결국 우리 1소대장님 어깨에 우리 1중대의 종합 우승이 걸려 있는 거네요.”

4소대장의 말에 오상진은 살짝 부담스러워 했다.

“벌써부터 그러지 마십시오. 괜히 부담이 됩니다.”

“에이, 우리 1소대장님에게 부담감은 어울리지 않지 말입니다.”

“저도 인간입니다. 부담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죠.”

“그래도 잘하시지 않습니까. 이번에 믿습니다.”

“아, 네에…….”

“1중대 축구팀 파이팅!”

“파이팅.”

“우승 가자!”

“가자아.”

오상진은 4소대장의 맹목적인 믿음이 진심으로 부담스러웠다. 차라리 1중대 선수들의 실력이 좋아서 우승할 거 같다고 말하면 그나마 나을 텐데 감독이 자신이기 때문에 우승할 거라는 건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오상진은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옆 막사로 들어가 스케줄표를 살폈다.

“어디 보자, 오늘 경기 시간이 어떻게 되더라?”

-오전 농구 3-4위전, 족구 3-4위전, 씨름 결승전. 축구 3-4위전.

-오후 농구 결승전, 축구 결승전, 족구 결승전,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오상진이 스케줄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 상대가 없어진 4소대장은 아쉽다며 입맛을 다시다 잠깐 자리를 비우고 돌아온 3소대장을 반겼다.

“어디 다녀오십니까?”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왜요? 말 상대가 없어서 심심하셨습니까?”

“그걸 아시는 분이 말도 없이 화장실에 가십니까?”

“그렇다고 남자끼리 화장실에 간다고 말하고 가긴 좀 그렇지 않습니까.”

“아무튼 잘 오셨습니다. 아까 보니까 오전 일정이 농구던데 이번에 2중대가 우리 1중대 꺾고 결승에 올라가지 않았습니까. 그럼 당연히 2중대가 우승하겠죠? 190 넘는 애들이 3명이나 있는데.”

4소대장은 요즘 식으로 말하면 답정너 기질이 있었다. 하지만 3소대장도 자기 고집이 있는 편이라 무조건 4소대장의 말을 들어주진 않았다.

“물론 저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은 하지만 작전과장님 의견은 다르시던데요.”

“네?”

“사실 방금 화장실 간 김에 작전과장님 만나고 왔습니다.”

“과장님을요?”

“네. 만난 김에 역대 우승 중대 정보도 물어보고 왔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게 궁금했던 차였거든요.”

4소대장이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그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3소대장이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작전과장님 픽은 뭡니까? 2중대가 아니면 어느 중대입니까? 누가 가장 유력하다고 합니까?”

“솔직히 농구는 작전과장님도 잘 모르겠답니다.”

“네?”

“농구는 막말로 선수들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해마다 우승팀이 바뀐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4중대가 우승하고, 우리 1중대가 준우승을 했다고 합니다.”

“네에? 우리 1중대가 준우승을 했다고 합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왜 떨어졌답니까?”

“아, 작년에 잘했던 애들이 현재는 다 전역을 했답니다.”

“아하! 하긴 농구는 키가 반은 먹어 주니까 선수가 없으면 어쩔 수가 없겠네요. 어쨌든 농구는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씀이죠?”

“그렇죠. 작전 과장님도 다른 중대를 찍으시긴 했지만 감일 뿐이지 확신은 못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족구는 어떻습니까?”

“족구는 작년에 3중대가 우승했는데, 올해는 우리 1중대가 우승하지 않을까 합니다.”

족구 이야기가 나오자 3소대장이 어깨를 폈다. 좀 뻔뻔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본인이 맡은 족구팀이 우승을 할 거라 확신했다.

4소대장이 씩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족구 연습하는 것을 봤는데 엄청 잘합니다. 진짜 제가 족구팀을 맡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4소대장의 말끝으로 진한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자 3소대장이 미안한 듯 말했다.

“그럼 그때 제가 교환하자고 할 때 바꾸지 그랬습니까?”

“에이,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말이. 그리고 족구는 저보다 3소대장님이 더 잘하시지 않습니까?”

“진짜 족구를 잘하는 건 2소대장님이시죠.”

“이 타이밍에 2소대장님 이야기는 좀…….”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3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저만치서 뭔가를 보고 있는 오상진에게 공을 넘겼다.

“솔직히 우리 족구팀이 우승하면 다 1소대장 덕분입니다. 저는 1소대장이 만들어 놓은 족구팀에 그냥 수저만 올린 것뿐이니까요.”

“에이, 말씀을 또 그렇게 하십니까. 족구팀이 우승하면 당연히 3소대장 덕분이죠. 팀을 구성한 건 1소대장님이 맞지만 그 팀을 성장시켜서 우승까지 이끈 건 누가 뭐래도 3소대장님이니까요.”

“와, 순간 감동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4소대장.”

“고맙긴요.”

3소대장과 4소대장이 여느 때처럼 훈훈하게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오상진이 경기 스케줄을 확인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무슨 얘기들을 그렇게 재미있게 하고 계십니까?”

“아, 올해 체육대회 종목별 우승팀이 어딜지 유추하고 있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말이 나와서 말인데 1소대장님은 씨름은 누가 우승할 것 같습니까?”

“아, 씨름…….”

3소대장의 물음에 4소대장이 어색하게 웃었다.

“이거 참……. 갑자기 씁쓸합니다.”

오상진이 곧바로 위로의 말을 던졌다.

“괜찮습니다. 원래 저희 중대가 씨름은 약하지 않습니까.”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보다 씨름은 역시 화기중대가 이기겠죠.”

4소대장의 말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단체전이라 경기를 지켜봐야겠지만 화기중대가 가져갈 확률이 농후하다고 봅니다.”

역대 우순 내력만 봐도 거의 다 화기중대 차지였다. 적어도 씨름이라는 종목에서 화기중대의 적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4소대장도 인정을 했다.

“하긴 저희가 예선전에서 화기중대랑 붙었지 않습니까. 진짜 그 녀석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완전 괴물입니다. 괴물!”

그러자 3소대장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들 화기중대가 우승한다고 했는데 작전과장님 말씀이 올해는 화기중대도 장담 못 한다고 합니다.”

“네? 여태껏 화기중대가 우승하지 않았습니까.”

오상진도 4소대장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3소대장은 뭔가를 더 알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사실 작전과장님께서 말씀해 주셨는데 화기중대가 매번 결승전 단골이지만 그렇게까지 압도적으로 이긴 적은 손에 꼽힌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 작년이었나? 우승은 했지만 그때 아주 어렵게 이겼다고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4소대장의 귀가 쫑긋해졌다. 3소대장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그리고 올해 화기중대를 위협할 다크호스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다크호스?”

오상진과 4소대장이 눈을 반짝였다. 3소대장은 혼자만 알고 있다는 것에 약간의 희열을 느꼈다.

“으음, 이것이군요. 혼자만 알고 있다는 이 기분 말입니다.”

“아, 진짜! 빨리 좀 말씀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이번 결승전에 화기중대랑 7중대랑 붙는 거 알고 있습니까?”

“알죠. 왜 모르겠습니까?”

“그 7중대에 어마어마한 녀석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키는 그리 크지 않는데 씨름 기술이 그렇게 좋다고 합니다.”

“씨름 기술 말입니까?”

“네. 체격도 탄탄한데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할 줄도 알고 되치기 기술도 아주 뛰어나다고 합니다.”

“오호.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옵니다.”

오상진과 4소대장은 3소대장의 설명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3소대장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이번 씨름 결승전도 화기중대 우승은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거 듣기만 해도 흥미진진해집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다들 화기중대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7중대가 파란을 일으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화기중대가 씨름을 가져간다고 한다면…… 잠깐만요.”

4소대장이 눈을 반짝이더니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

“농구는 모르겠고, 족구는 우리, 씨름을 화기중대가 가져가면 오후 경기는 빡세겠습니다. 무조건 축구는 우리가 우승해야 합니다.”

4소대장의 시선이 다시 오상진에게 향했다. 3소대장 역시 틀린 말이 아니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작년 체육대회때도 3중대가 종합 우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화기중대가 가져갔습니다.”

“화기중대가요? 그게 가능합니까?”

“다른 구기 종목 전부 버리고, 씨름하고 줄다리기, 두 개에서 1등을 해버렸습니다. 달리기에서 3등인가 했다고 하고요. 그래서 종합 점수에서 3중대를 눌렀다고 합니다.”

“이야, 화기중대 대단합니다. 의외의 복병인데요?”

“그러게요. 긴장해야겠습니다.”

다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두 사람 다 화기중대의 우승 가능성을 낮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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