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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37화 (13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37화

15장 전투체육을 아는가(22)

“그냥. 불고기 전골 좀 했어.”

“어? 내가 좋아하는 거네?”

“그래서 준비했지. 어서 씻고 와. 밥 먹자.”

“네.”

오상진이 서둘러 겉옷을 벗고 화장실로 갔다. 세면을 한 후 밖에 나오자 이미 저녁이 다 차려져 있었다.

그리고 언제 나왔는지 오상희도 자리에 앉아 있었다.

“큰 오빠. 요즘 왜 이렇게 자주 집에 와? 군인 맞아?”

“군인은 사람 아니냐? 쉴 때 가끔 집에 다녀오고 그래야지.”

“너무 자주 오니까 그렇지.”

“다행히 부대가 가까우니까 자주 얼굴 볼 수 있는 거야. 다른 지역이었어 봐라. 명절 때 얼굴 보기도 힘들걸?”

“그런데 이거 직무유기 뭐 그런 거 아냐?”

“넌 직무유기가 뭔 줄 알고 말하는 거냐?”

“그걸 왜 몰라?”

“뭔데?”

“그니까…… 아, 됐어! 말하기 싫어.”

“짜식이 모르면서 큰 소리는.”

“흥! 그거 몰라도 사는 데 전혀 지장 없네요.”

오상희는 퉁명스럽게 말을 하며 고개를 홱 돌렸다. 오상진은 그런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보다 상희야.”

“왜!”

“요즘 공부는 좀 하냐?”

“뭐래? 밥맛 떨어지게.”

“이 자식아, 오빠가 말하는데…….”

“아, 몰라. 왜 갑자기 공부 얘기야.”

“오빠가 궁금하니까, 물어보는 거지.”

“몰라, 몰라. 밥맛없어.”

그러면서 오상희가 수저를 내려놓았다. 괜히 더 앉아 있다가 오상진에게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았다.

“엄마, 나 밥 나중에 먹을래.”

“왜? 차렸을 때 같이 먹지 않고.”

“됐어. 오빠가 지금 잔소리 시작하려고 해.”

오상희가 오상진에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어머니가 따라서 오상진을 바라보자 오상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쳇! 됐어.”

오상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오상진이 냉큼 오상희를 달랬다.

“알았어. 말 안 할 테니까 앉아. 그런데 정진이는?”

“둘째 오빠 아직 학교 끝날 시간 아니거든?”

“그러냐?”

“오빠는 같은 학교 다녔다면서 그것도 몰라?”

“내가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모르는 게 당연하지.”

오상희는 모르겠지만 오상진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건 어림잡아 20년이 다 되었다. 하지만 바로 몇 년 전까지 교복을 입은 오상진을 기억하는 오상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래. 아저씨같이.”

“짜식이 오빠한테는 잔소리하지 말라고 하더니 네가 오빠한테 잔소리하냐?”

“내가 뭘? 가족끼리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럼 나도 잔소리해도 되는 거잖아. 안 그래?”

“오빠는 적당히 넘어가는 법이 없으니까 그렇잖아!”

오상희가 버럭 화를 냈다. 모처럼 같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성질을 부리고 싶지 않지만 오상진의 잔소리는 여느 엄마들만큼이나 심했다.

오상진도 할 말은 있었다. 어지간해서 싫은 소리 하지 않는 어머니를 대신해 잔소리하다 보니 잔소리꾼이 됐을 뿐 오상진이라고 사랑하는 동생들에게 잔소리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너 내년이면 고등학생인 거 알지?”

“또, 또 시작이다, 또.”

“일단 들어봐. 네 꿈이 연예인인 거 알지만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 학업에 소홀히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오상진은 오상희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몸 건강히. 학생으로서 학업에 충실히 할 것.

그렇게만 해준다면 오상희가 정말 연예인의 길을 걷는다 해도 말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맘때 아이들이 그렇듯 오상희도 아니라고 발뺌부터 했다.

“누가 뭐래? 나 학교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다니고 있거든?”

“성희야.”

“왜?”

“아직도 너희 담임 선생님이 오빠한테 전화하거든?”

어머니가 식당 일 때문에 자주 전화를 받지 못하면서 오상희의 담임 선생님이 오상진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학기 초의 일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2주에 한 번 정도 서로 통화를 하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오상진이 먼저 전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주로 오상희의 담임 선생이 오상희 문제로 전화를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그건 오상희가 2주 간격으로 전화할 만한 사고를 치고 있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헐…….”

뒤늦게 진실을 알아챈 오상희가 얼어버렸다. 그러고는 부엌에서 국을 푸는 어머니의 눈치를 봤다.

오상진도 여기서 더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서 애써 목소리를 낮췄다.

“좋은 말로 할 때 학교는 잘 다니자. 알았지?”

“오디션 때문에 몇 번 빼먹은 거뿐이야. 진짜야. 믿어 줘 오빠.”

“알았으니까 앞으로는 학교 착실히 다녀. 다시 한번 너희 담임 선생님께 전화 오는 날에는 용돈이고 쌍수고 국물도 없을 줄 알고. 알았어?”

“아, 치사해!”

“그래. 나 치사해. 이제 알았냐?”

“우씨.”

“우 씨 아니고 오 씨. 넌 너희 오빠 성도 모르냐?”

“아, 진짜아!”

오상희가 짜증을 내자 어머니가 슬쩍 눈치를 줬다.

“오상희. 적당히 해.”

“네.”

어머니는 다른 어머니들처럼 잔소리가 심하진 않지만 한 번 화를 내면 무서운 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걸 겪어온 오상희도 어머니가 화를 낼 것 같으면 냉큼 꼬리를 말았다.

“아무튼 상희야. 학생의 본분은 공부니까 고등학교 진학해서도 공부 열심히 하고. 알았어?”

“알았다고오.”

“이게 다 너 생각해서 하는 소리다. 막말로 네가 나중에 유명한 아이돌이 됐다고 해봐. 근데 너랑 같은 반 애들이 너 수업도 빼먹고 어쩌다 한 번 학교 오면 침 질질 흘리면서 잠만 잤다고 댓글 달아봐. 세상에 그런 망신이 또 어디 있겠냐. 안 그래?”

“뭐래! 나 침 흘리면서 잠 안 자거든?”

“아예 잠을 안 잔다는 소리는 안 하는 거 보니까 자긴 하나 보네?”

“그, 그야 피곤하면 그럴 수도 있지.”

“어쨌든 이제 3년 남았으니까 조금만 참자. 네가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하면 오빠도 기왕 투자하는 거, 조금 더 투자할 수도 있어.”

“투자라니 뭘? 설마…… 성형?”

“오늘은 여기까지. 오빠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넵! 오라방!”

“그래. 앞으로 잘하고. 지켜본다 오상희.”

“옛썰!”

그렇게 저녁을 다 마치고 오상희는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부엌에는 오상진과 신순애 두 사람만 남았다.

“그러니까, 엄마가 하고 싶은 것이 국밥집이란 말씀이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국밥은 엄마가 잘 만들거든.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유명한 식당은 어떤 맛인지도 다 알고 있고.”

“그런데 엄마, 혹시 일하던 가게 레시피를 쓰려는 건 아니죠?”

“사실 그 레시피도 엄마가 만든 거야. 본래 거기가 프랜차이즈였잖아.”

“그렇긴 한데 너무 비슷하면 문제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오상진이 걱정스러운 투로 말했다. 그러자 신순애가 생각해 둔 바를 꺼냈다.

“엄마도 일하던 집하고 똑같은 국밥 만들 생각 없어. 솔직히 거긴 너무 자극적이거든. 그래서 엄마 고향에서 먹던 맛을 좀 살려 볼까 하는데. 거기서 조금만 변형을 하면 괜찮을 것 같아. 넌 어떻게 생각하니?”

오상진이 바로 답했다.

“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국밥이 거기서 거기이긴 하지만 특색이 있다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거 같고요.”

“그래? 엄마가 잘 생각한 거니?”

“네. 잘 생각하셨어요. 그럼 한 번 연구해 보시고 완성되면 우리 가족들끼리 시식 한번 해요.”

“그럴까?”

“네. 어차피 우리야 엄마가 요리를 잘한다는 것은 알고 있잖아요. 그래도 평가는 해야겠죠? 가족들 의견도 한번 들어보고.”

“그래, 알았다.”

신순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따라 큰아들인 오상진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상호는 혹시 생각해 두셨어요?”

“그것까진 아직.”

“그건 천천히 생각해요, 그럼.”

“그래. 그러자.”

“그럼 저 먼저 올라가 볼게요.”

살짝 피곤해진 오상진은 계단을 올라가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본래 살던 집에서 가져온 작은 TV를 켰다.

예전에는 이 낡고 오래된 TV가 참 꼴 보기 싫었는데 이사 온 집에 장식처럼 두니까 왠지 모를 정이 느껴졌다.

“좋네. 역시 집이 좋아.”

그렇게 오상진은 TV에서 나오는 영화를 시청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오상진은 한소희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나갔다. 이번에도 한소희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해요. 제가 좀 늦었죠?”

“아니에요. 제가 좀 일찍 나온 거예요. 그런데 누가 군인 아니랄까 봐 시간은 정확하게 맞췄네요.”

“하하, 몸에 밴 습관이라 그런가 봅니다.”

오상진은 민망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한소희의 옷 입은 모습을 봤다.

지난번에 했던 말 때문일까.

오늘의 한소희는 온몸에 착 달라붙는 원피스 차림이었다.

게다가 가슴도 살짝 파여 있었다.

“오늘 의상이 화려하시네요.”

오상진이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한소희가 짓궂은 웃음을 흘렸다.

“왜요? 이만하면 평상시 복장인데.”

“아, 이게 평상시 복장입니까?”

“농담이에요, 농담. 누가 집에서 이렇게 입고 다니겠어요?”

“그렇죠?”

“그런데 이상해요? 이번에 새로 산 옷이라 일부러 입고 왔는데.”

“아, 아뇨. 오늘도 아름다우십니다. 다만 제가 눈 둘 데가 없어서…….”

오상진이 말을 하면서 슬쩍 눈을 피했다. 그러자 한소희가 그러지 말라며 오상진의 팔뚝을 꼬집었다.

“으이그. 안 그래도 돼요. 그냥 편하게 봐요. 상진 씨한테 잘 보이려고 입고 온 건데 그렇게 힐끔거리면 꼭 훔쳐보는 거 같잖아요.”

“아, 제가 그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그럼…… 정말 대놓고 봐도 될까요?”

“뭐래, 이 남자가. 으휴. 어서 가기나 해요.”

“네.”

한소희가 오상진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순간 뭉클한 감촉이 팔을 타고 전해졌다.

“그, 그럼 가실까요?”

괜히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오상진이 길을 잡았다.

“그런데 우리 어디 가요?”

“일단 식사부터 하는 게 어떨까요?”

“조금 이른 시각이긴 하지만 그래요. 나도 슬슬 배가 고팠거든요.”

“그런데 소희 씨. 고기 괜찮으세요?”

“제가 말했잖아요. 저 고기 좋아한다고.”

“오늘은 어떠시나 해서요.”

“뭐죠? 이 센스는? 진짜 어디서 과외받는 거 아니에요?”

“그냥 소희 씨를 향한 관심이라고 해두죠. 그럼 가시죠.”

오상진은 근처에 알아둔 한우 전문점으로 한소희를 안내했다.

“이런 데에 한우 전문점이 있네요?”

먹을 거 좋아하는 작은 오빠와 친구들을 둔 덕분에 서울 시내 맛집들은 대부분 섭렵한 한소희였지만 여기는 처음이었다.

“여기가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곳입니다.”

“그래요? 그런데 나는 왜 몰랐지?”

“조금 외진 곳에 있어서 모르셨나 봅니다. 그럼 일단 주문부터 할까요?”

“네.”

오상진은 일단 등심 2인분과 후식 냉면 2개를 주문했다. 본래 3인분을 주문하려고 했지만 한소희가 일단 먹어보고 시키자며 오상진을 만류했다.

“혹시 모르니까요.”

한소희는 성격대로 자신이 모르는 한우 전문점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와아, 여기 고기 진짜인데요?”

먹음직스럽게 나온 고기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

“오늘 고기 합격입니까?”

“네. 정말 상태가 좋은 거 같아요.”

“그럼 셰프. 제가 불판에 올려도 되겠습니까?”

“뭐죠? 그건?”

“그냥 셰프 놀이 한번 해봤는데 재미없나요?”

차가운 도시 여자처럼 굴다가 가끔 어린애처럼 무장해제되는 한소희를 볼 때면 오상진은 장난기가 솟구쳤다. 하지만 한소희는 그런 오상진의 진심을 멋대로 왜곡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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