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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01화 (10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101화

13장 내 생에 봄날은 왔다(8)

“그,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그랬으면 내가 가서 뒤집어엎으려고 했는데 제비뽑기로 뽑았다더라. 그것도 공정함을 위해서.”

“헐. 제비뽑기에서 3중대가 결정된 겁니까? 이게 무슨 하늘의 장난도 아니고.”

“내 말이 그 말이야. 그러니까 그냥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 넘어가자. 알았지?”

김철환 1중대장이 4소대장을 다독였다. 그러면서 스스로 쓰린 속도 달랬다.

육사 출신이기 이전에 모든 중대를 이끄는 1중대장으로서 3중대장과 라이벌 관계가 성립됐다는 사실이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제 와 화를 내 본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상대가 누구든 간에 최선을 다해 전술 훈련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들었다니 설명은 생각하고 1소대와 2소대 중에서 한 팀은 공격, 다른 한 팀은 수비를 맡아야 하는데 누가 공격할래?”

말을 하면서 김철환 1중대장은 2소대장의 눈치를 살폈다.

순리대로라면 1소대가 공격을 맡고 2소대가 수비를 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무턱대고 그렇게 정했다간 2소대장이 불만을 가질 게 뻔했다.

그런데…….

“제가 방어하겠습니다.”

“방어를 한다고? 공격이 아니고?”

“네. 방어하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과 다른 소대장들이 모두 의외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2소대장은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다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제가 방어하면 안 되는 겁니까?”

“그야 자네는 공격적인 스타일이잖아.”

“물론 공격을 좋아하지만…….”

2소대장이 말을 하면서 오상진을 바라보았다.

“지금 1소대는 인원이 적지 않습니까. 그럼 수비보다는 공격이지 말입니다. 수비는 인원이 많을수록 좋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분명 2소대장이 맞는 말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왠지 그 말이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1소대 걱정을 해준다는 거야? 왜? 원래 이런 캐릭터가 아니잖아.’

김철환 1중대장이 의심 어린 눈으로 2소대장을 바라봤다. 그러다 2소대장과 눈이 마주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헛기침을 내뱉고는 오상진을 보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1소대장.”

“네.”

“아직 인원 충원 안 됐어?”

“네. 아직 안 되었습니다. 분명 인사과에서도 곧바로 충원될 거라고 말했는데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10명이야?”

“그렇습니다.”

“환장하겠네.”

김철환 1중대장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결원이 생긴 상황에서 충원을 차일피일 미룬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한 시간 후에 곧바로 전술 훈련이 시작된다는 점이었다.

“중대장님. 그럼 1소대는 10명으로 공격해야 하는 겁니까?”

“생각해 보니 그것도 문제네. 안 되겠어.”

4소대장의 우려를 들은 김철환 1중대장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어, 3중대장. 나다.”

-네. 1중대장님. 무슨 일입니까?

“다름이 아니라, 우리 1소대가 현재 10명인데 어떻게 하지?”

그 순간 3중대장은 살짝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네? 그걸 저에게 말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래도 가능하면 수를 맞추는 게 낫지 않겠어?”

-1중대장님. 저희가 훈련해온 게 있는데 이제 와서 인원을 어떻게 뺍니까?

“그래도 형평성을 맞춰야 하지 않겠나.”

-아니, 전쟁 상황에서도 형평성을 따지실 겁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북한군이 ‘아, 남한군 병사가 10명이니까 우리도 10명을 보내야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습니까?

솔직히 그 말을 들은 김철환 1중대장은 할 말이 없었다.

3중대장이 하는 말이 맞았다. 충원이 안 된 사정을 떠나 소대 대 소대 간의 전투인 만큼 있는 인원대로 치르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김철환 1중대장은 철판 깔고 조금 억지를 부리고 싶었다. 1중대에서 믿을 건 오상진뿐인데 이렇게라도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전시라면 당연히 그렇겠지만 지금은 훈련이지 않나.”

-그래서, 저희 인원 뺍니까? 그리 해달라는 겁니까?

“3중대장. 지금 나한테 화를 내는 거야?”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시니 그렇습니다.

“뭐? 터무니가 없어?”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제 와서 수를 맞추면 그동안 훈련한 게 전부 엉망이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두 명을 어떻게 뺍니까? 이병 두 명 빼면 인정하시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등병은 아니지. 우린 병장하고 상병이 빠졌는데.”

-그놈들 빠진 게 저희 3중대 탓은 아니지 않습니까?

“됐어, 인마! 하지 마!”

3중대장이 한마디를 져주지 않자 김철환 1중대장도 화를 내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빌어먹을 새끼! 융통성이 없어, 융통성이…….”

그러곤 잔뜩 인상 쓴 얼굴로 오상진을 보았다.

“1소대장. 너 10명 가지고 되겠냐?”

김철환 1중대장이 전화까지 해 가며 아쉬운 소릴 했는데 오상진도 안 된다고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해봐야죠.”

“그래. 1소대장이라면 잘할 거라 생각한다.”

“네.”

“자! 그럼 1소대가 공격하고 2소대가 방어하는 거로 하고. 그다음으로 넘어가 볼까?”

30여 분간의 회의를 끝내고 오상진은 철모와 장구류를 착용한 후 연병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1소대 부대원들이 미리 와 대기하고 있었다.

“모두 다 모였나?”

김대식 병장이 곧바로 답했다.

“네, 다 모였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혹시 어디 아픈 사람 없지?”

“네, 없습니다!”

“그럼 이동하자.”

“네.”

김대식 병장이 대답을 한 후 소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소대 앞으로 가!”

1소대원들이 2열로 맞춰 앞으로 걸어갔다. 김대식 병장의 인솔하에 발을 맞췄다.

“왼발, 왼발, 발 맞춰 군가 한다. 군가는 멋진 사나이! 군가 시작! 하나, 둘, 하나 둘 셋 넷.”

“멋있는~ 사나이~ 많고 많지만~”

군인은 이동 중 군가가 생명이었다.

1소대원들이 내지르는 군가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오상진은 흐뭇한 얼굴로 앞서 걸어갔다.

그 뒤로 박중근 하사가 달려왔다.

박중근 하사 옆에는 훈련장 축소모형이 들려 있었다.

“어? 그건 또 언제 만든 겁니까?”

“어제 대충 만들었습니다. 행정 계원 하나 붙잡고 고생을 좀 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게 있으면 작전 펼치기도 편할 것 같습니다.”

“네!”

오상진의 칭찬에 박중근 하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렇게 오상진과 1소대는 약 10여 분을 이동해 시가전 전술 훈련장에 도착했다.

잠시 후 1호 차를 타고 온 한종태 대대장과 다른 중대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 시작하지.”

한종태 대대장은 기다릴 것도 없이 시계를 확인하더니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곧바로 소리쳤다.

“A조부터 시작하자.”

“넵!”

1중대 A조 공격조로 1소대가 나선 반면 3중대는 2소대를 내보냈다. 김철환 1중대장을 통해 오상진의 1소대 병력이 적다는 걸 알게 된 3중대장이 1소대를 아낀 것이다.

하지만 수적 열세에 처한 1소대 입장에서는 3증대 2소대도 만만하게 볼 수가 없었다.

“대식아.”

“병장 김대식!”

“차량에 있는 서바이벌 장구류 좀 내려야겠다!”

“넵!”

김도진 중사의 주문에 김대식 병장이 김우진 상병을 불렀다.

“우진아. 애들 데리고 행보관님께 가봐라.”

“알겠습니다.”

잠시 후 김우진 상병과 세 명의 후임병들이 가서 서바이벌 장구류를 가져왔다.

오상진은 앞에 쌓인 장구류를 일일이 확인했다.

약속대로 거의 다 A급 장비들이었다.

‘역시 행보관님.’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김도진 중사를 봤다. 그러자 김도진 중사가 씩 웃더니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나중에 아이스크림 잔뜩 사 들고 또 가야겠네. 아니지, 이참에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자고 할까?’

오상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박중근 하사가 다가왔다.

“소대장님. 지금 애들 장구류 착용시킵니까?”

“아, 그렇게 해주십시오.”

박중근 하사가 소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자, 빨리 나와서 서바이벌 장구류 착용해라. 다들 어떻게 착용하는지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김대식 병장이 하나씩 총과 장구류들을 나눠줬다. 경험이 없는 이등병들은 사수인 일병들이 붙어 하나하나 전부 챙겨 주었다.

“자, 이리 와봐.”

“넵!”

“그렇게 매지 말고 이렇게.”

“아, 넵.”

그렇게 소대원들은 서로 도와가며 장구류 착용을 끝냈다.

오상진은 직접 한 명 한 명 둘러보며 상태를 점검했다.

“좋아! 잘했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전수칙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알다시피 아무리 페인트 탄이라고 해도 근거리에서 맞으면 멍이 들 정도로 아프다. 물론 고참들은 알고 있겠지만, 처음 접하는 이등병은 모를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설명한다. 먼저 훈련장 내에서 안전장구를 탈의하면 사망으로 간주한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시가전 전술 훈련장에 들어가면 절대 탈의하면 안 된다.”

“네!”

“그리고 약 2m 내에서 상대방에게 사격해도 사망으로 간주한다. 이상 모두 숙지한 것으로 알고 잠시 대기 하도록.”

“넵!”

말을 마친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에게 갔다.

“1소대 준비 끝났습니다.”

“문제없지?”

“네. 문제없습니다.”

“좋아. 잘하자.”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 번 두드린 뒤 다시 곽부용 작전과장에게 보고를 했다. 때마침 3중대도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가 왔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전방을 향해 소리쳤다.

“자, 그럼 1중대 1소대, 3중대 2소대 모든 준비가 끝났으면 단상 앞으로 집결!”

1중대 1소대와 3중대 2소대가 단상을 중심으로 좌우로 섰다.

“자! 1중대 1소대. 준비됐나?”

“넵!”

오상진과 소대원이 힘차게 답했다.

“3중대 2소대도?”

“네. 그렇습니다.”

이에 질세라 3중대 2소대도 고래고래 악을 내질렀다.

“좋아. 다들 준비가 잘 된 것 같으니까 3중대 2소대는 수비 위치로 가고, 1중대 1소대는 공격할 준비를 하도록.”

“넵!”

3중대 2소대는 소대장의 인솔하에 시가전 전투 훈련장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수비를 위해 움직였다.

그사이 오상진은 1소대를 다시 불러 모았다.

“박 하사.”

“넵!”

박중근 하사가 달려와 훈련장 축소 모형을 꺼내 내려놓았다.

“자, 지금부터 작전을 설명할 테니까 잘 듣도록. 1조는 나와 함께 움직이고 2조는 박 하사와 함께 움직인다. 우리가 노릴 타깃은 바로 여기 3층 건물 옥상이다.”

오상진은 훈련장 축소 모형을 두고 꼼꼼하게 작전을 설명해 나갔다.

“일단 여기까진 작전대로 움직인다. 다만 이 지점부터는 상황에 따라 작전이 달라질 수 있으니 다들 그 점을 항시 명시하고 소대장의 명령에 따라주기 바란다.”

“네!”

소대원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패기가 넘치는 것만으로 전투에서 승리하는 건 아니었다.

3중대 2소대가 소대장과 부소대장 포함 14명인 반면 1중대 1소대는 12명이 전부였다.

이 수적인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계획대로 치밀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그때 박중근 하사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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