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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7화 (97/1,018)

< 13장 내 생에 봄날은 왔다(4) >

인생 리셋 오 소위! 096화

13장 내 생에 봄날은 왔다(4)

“네?”

“아, 새로 온 양반이 우리 부대에 대해서 뭘 안다고 감 놔라 배 놔라 아주 난리도 아닙니다. 그리고 얼마나 쪼아 대는지······. 머리숱이 다 빠질 지경입니다.”

“그렇습니까?”

오상진이 별 감흥 없이 대답하자 김도진 중사는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며 말했다.

“진짜입니다. 여기 좀 보십시오.”

실제로 김도진 중사의 정수리 쪽은 휑한 상태였다. 갑작스러운 증상인지 원래 탈모가 진행됐는지는 몰라도 마음고생을 하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아이고, 많이 심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제가 요즘 그 양반 때문에 잠을 못 잡니다.”

“그 정도입니까?”

“그래서 저도 뭐라도 알아내 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알아보는 중인데 아직까지는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지금 조금씩 정보가 들어오니까. 제가 조합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1소대장님도 알다시피 제가 이쪽으로는 또 빠삭하지 않습니까.”

“네. 그렇죠. 그런데 제가 괜한 말을 해서 김 중사님에게 부담만 준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에이, 우리가 남입니까. 서로 돕고 그러는 거죠.”

“어쨌든 감사합니다.”

“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페인트 탄과 안전 장구는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감사합니다.”

“제가 또 사서 오겠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김 마담표 커피를 또 딱! 타드리겠습니다.”

“네, 기대하겠습니다.”

그렇게 오상진은 김도진 중사와 새로운 끈을 이어가게 됐다.

6.

“후우······.”

대대장실 앞에 선 작전 장교 김한용 중위가 호흡을 고르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종태 대대장이 자리에 앉아 누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하하하, 그럽시다. 조만간 식사 한번 합시다. 네네. 그럼 담에 또 뵙죠.”

한종태 대대장이 전화를 끊고 귀찮은 얼굴로 김한용 작전장교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야?”

“네. 다음 주에 있을 시가전 전술 훈련에 관해서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귀찮게 그런 것까지 보고받아야 해? 좀 알아서 하면 안 돼?”

“그럼 제가 알아서······.”

“됐어. 그냥 보고해.”

한종태 대대장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김한용 작전장교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네, 보고하겠습니다. 현재 전술 훈련은 정해진 시간 안에 적을 전멸시키거나 최종 점거지인 건물 3층의 옥상을 점거해야만 승리하는 방식입니다.”

“그걸 누가 몰라?”

“그, 그래서 지금 대진표를 작성 중인데 공정성을 위해 대대장님께서 결정해 주시는 게 낫겠다 싶어서······.”

“결국 괜한 뒷말 안 나오게 나보고 하라는 거 아냐?”

“그, 그런 뜻이 아니라······.”

“시끄럽고. 알아서 해. 알아서!”

“그럼 제 방식대로 정해도 되겠습니까?”

“네 맘대로 하라고.”

“네, 알겠습니다.”

김한용 중위가 쭈뼛거리며 나가고 민용기 상사가 대대장실로 들어왔다.

“어, 행보관 왔나?”

“네. 그런데 방금 작전장교 아닙니까? 무슨 일이라도?”

“다음 주에 있을 부대 전술 훈련 때문에. 요즘 친구들은 다 저러나? 별 쓸데없는 것까지 물어보고 한다니까?”

“솔직히 저희 때랑 같겠습니까? 그러려니 해야죠.”

“그보다 민 상사는 웬일이야?”

“오랜만에 대대장님 얼굴 뵈러 왔습니다.”

“후후, 그래? 커피라도 한잔할까?”

“네, 좋습니다.”

민용기 상사가 피식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C.P병이 커피 두 잔을 들고 들어왔다.

한종태 대대장도 그제야 자리를 옮겼다.

“그래, 우리 부대는 좀 어때? 지낼 만해?”

“하아, 말도 마십시오. 내가 대충 훑어봤는데, 애들이 얼마나 개판으로 했는지 손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그래? 그 정도야?”

“조만간 보고서 올릴 테니까 보고 놀라지나 마십시오.”

한종태 대대장이 피식 웃고는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그건 그렇고 민 상사.”

“네.”

“이번 부대에서는 적당히 하자. 적당히!”

“아이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합니다. 제가 언제 저 혼자 잘 먹고 잘살자고 그랬습니까.”

“알지. 아는데. 지난 부대에서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 내가 자네 여기로 데려오려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 막 섭섭해집니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살살 하자고. 살살. 알았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난번엔 운이 좀 나빴습니다만 이번엔 확실히 할 테니까요. 그건 그렇고 지금 타고 계시는 차, 슬슬 바꿀 때 되지 않았습니까?”

“차? 그렇지. 바꿀 때가 되긴 했지.”

“안 그래도 이번에 한대에서 에코스가 새롭게 출시되었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그게 아주 죽여줍니다.”

“오호, 그래?”

차 이야기가 나오자 한종태 대대장의 눈빛이 반짝였다. 젊은 애인을 두고도 예쁘장한 여자를 보면 절로 눈이 돌아가는 한종태 대대장에게 차는 일종의 작업 수단이나 다름없었다.

“우리 대대장님 품격 정도면 그 정도는 끌고 다니셔야 하지 않습니까.”

“또 그건 그런데······. 역시 날 알아주는 사람은 민 상사밖에 없어. 그래서 어떻게, 바꿔줄 거야?”

“당연히 바꿔드려야죠. 그러니까 그냥 저만 믿으십시오.”

“그래, 그래. 알았네.”

한종태 대대장이 껄껄 웃었다.

7.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오상진은 행정실을 들렀다가 1소대 내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대식아.”

“병장 김대식.”

“오늘 주말인데 햇볕도 따뜻하고 좋으니까. 내무실 대청소 좀 하자.”

“안 그래도 오늘 모포랑 매트 소독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내무실은 간만에 미싱 한번 할 생각입니다.”

“아, 미싱! 그래 괜찮네.”

오상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편안한 오후를 기대했던 후임병들은 좋아하지 않겠지만 위생을 위해서라도 내무반 청소는 자주 해줘야 했다.

“대식이가 알아서 잘하고······ 이놈들아, 환기 좀 하자! 아무리 남자들만 있는 곳이라고 해도. 이게 뭔 냄새냐.”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지시를 내린 후 1소대를 나왔다. 뒤이어 김대식 병장이 곧바로 병사들을 지휘했다.

“해진아.”

“일병 이해진.”

“너 치약 물 만들어서 와라.”

“네.”

“그리고 주영이랑 현래는 침상 밑에 있는 전투화 다 가지고 가서 햇볕에 말리고.”

“이병 손주영. 네, 알겠습니다.”

“이병 노현래. 알겠습니다.”

두 이병이 재빨리 전투화를 빼내서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도 미싱을 할 준비를 했다.

이해진 일병이 세숫대야에 치약 물을 풀어서 가져왔다.

“김 병장님 가져왔습니다.”

“그래, 바닥에 뿌려라. 그리고 상병들은 알아서 빗자루로 팍팍 쓸어라!”

“네.”

김우진 상병과 차우진 상병이 인상을 썼다. 솔직히 상병쯤 되면 궂은일이 귀찮아지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감히 토는 달지 않았다. 솔선수범하듯 김대식 병장이 먼저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8.

오상진은 행정반에서 간단히 업무를 마무리하고 시계를 확인했다.

그리 오래 앉아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11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이러다 늦겠네.”

오상진은 대충 정리를 한 후 서둘러 관사로 내려가 샤워를 했다. 그리고 깔끔한 옷차림으로 환복한 후 위병소를 통해 부대를 나섰다.

“택시.”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오늘따라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익숙한 차 한 대가 오상진 앞에 섰다.

잠시 후 차창이 내려가자 선글라스를 착용한 한 대위가 보였다.

“오 소위, 타요.”

“어? 한 대위님. 저 데리러 오신 겁니까?”

“나도 슬슬 출발하려던 길인데 오 소위가 택시 잡는 게 보여서요.”

“출발이요?”

“그래도 내가 주선자인데 서로 소개는 시켜줘야 할 것 같아서요.”

“아, 네에.”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옆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원래 주선자는 그냥 약속 장소만 알려주는 거 아니었습니까? 이러니까, 꼭 맞선 나가는 기분입니다.”

오상진이 농담 식으로 말했다. 그러자 한 대위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 원래는 그렇지만 제가 너무 신경이 쓰여서 말이죠. 얼마나 신경을 썼던지 어제 잠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잘 안 될까 봐 걱정되십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두 사람이 정말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하. 그렇습니까?”

오상진이 대답을 하는데 앞의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차량의 속도가 좀처럼 줄지를 않았다. 오상진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려 한 대위를 봤는데 한 대위는 바짝 긴장한 얼굴로 앞만 보고 있었다.

“하, 한 대위님. 빨간불! 빨간불!”

“네? 아!”

그제야 한 대위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다소 꽉 밟아서인지 오상진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한 대위님. 운전이 좀 거치십니다.”

“하하, 내가 원래 이러지 않는데 오늘따라 이상합니다. 왜 빨간불이 안 보였지?”

한 대위가 어색하게 웃었다. 마치 자신이 소개팅이라도 하는 것처럼 잔뜩 긴장한 한 대위를 보며 오상진은 조용히 팔을 들어 손잡이를 꽉 움켜잡아야 했다.

9.

약속 장소에 도착을 한 오상진과 한 대위는 예약한 테이블로 향했다.

“이상하네. 먼저 출발한다고 했는데.”

텅 빈 테이블을 보며 한 대위가 미간을 찌푸렸다. 부대에서 출발하기 전에 신신당부를 했건만 근처에 있다던 여동생이 보이질 않았다.

그러자 오상진이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한 대위님. 진정하세요. 아직 약속 시간 10분 남았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래도 처음 보는데 미리 나와 있어야 했는데 미안합니다.”

“미안하긴요. 원래 여자들은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습니까. 괜찮습니다.”

“이야, 역시 오 소위! 내가 이래서 오 소위를 좋아한다니까요?”

“하하.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오상진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하지만 한 대위는 마음 편히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입구를 힐끔거리던 한 대위는 더는 못 참겠던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네.”

한 대위는 서둘러 화장실로 가서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너 어디야?”

-지금 가고 있어.

“너 진짜 이럴래? 근처라며! 금방 도착한다고 했잖아!”

-택시가 막혀서 그래. 서울 교통 체증 심한 거 오빠도 잘 알잖아.

“자꾸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온다 이거지?”

-간다고! 가! 오빠 자꾸 그러면 나 집에 가버린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빨리 좀 와, 소희야. 지금 기다리고 있다고.”

-거의 다 도착했어. 5분이면 돼.

“참, 소희야. 너 옷은 조신하게 입고 왔지?”

-오빠, 자꾸 이럴 거야? 내가 애야?

“미안. 오빠가 믿음이 부족했네. 우리 소희 믿지. 믿어. 암. 그러니까 빨리 와.”

한 대위가 전화를 끊고, 오상진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갔다.

“하하, 거의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안 괜찮아서 그럽니다. 그러니까 좀 늦더라도 너그럽게 이해 좀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약 5분이 흐른 후 레스토랑 입구에서 한소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대위가 동생 한소희를 발견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다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옷차림을 보고는 살짝 인상을 썼다.

“저 녀석이 조신하게 입고 오라니까.”

< 13장 내 생에 봄날은 왔다(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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