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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6화 (96/1,018)

< 13장 내 생에 봄날은 왔다(3) >

인생 리셋 오 소위! 095화

13장 내 생에 봄날은 왔다(3)

4.

일과를 마치고 오상진은 관사에 들러 간단히 샤워를 했다.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매만진 뒤 살짝 향수도 뿌렸다.

“이거 세나가 좋아한다던 향수인데······.”

과거 세나가 방송에 나와서 좋아하는 향수에 대해 한 번 얘기했던 적이 있었다.

페리 라이트 후레쉬.

다소 생소하던 이 향수는 방송 직후 전국적인 품귀 현상을 겪어야 했다. 세나를 좋아하던 남성 팬들이 앞다투어 향수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오상진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향수를 썼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몇몇 병사들로부터 세나 팬이 아니냐는 말을 듣고 바꾸긴 했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세나의 향수 취향이 알려지기 전이니 마음 편히 페리 라이트 후레쉬를 써도 될 것 같았다.

준비를 마친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 집으로 갔다.

“오셨어요.”

김선아가 반갑게 맞이해 줬다.

“네. 세나는요?”

“지금 방에 있어요. 도련님 오시기만 기다리던 눈치였어요. 그런데 그건 뭐예요?”

“아, 오다가 간식으로 먹을까 해서 떡볶이 좀 사 왔습니다.”

“지금 저녁 차리던 중인데······. 이거 세나가 시킨 거죠?”

눈치 빠른 김선아가 눈을 흘겼다. 여기서 수긍하면 김세나가 혼이 날 것 같아 오상진은 냉큼 고개를 흔들었다.

“형수님이 매번 고생하시는 거 같아서 그냥 사 왔습니다. 그런데 떡볶이 안 좋아하세요?”

“좋아하긴 하는데······.”

“그럼 오늘은 이걸로 때우시죠. 어차피 매주 오는데요, 뭘.”

“대신 오늘만이에요?”

김선아가 마지못해 비닐봉지를 받아 들었다. 그 안에는 떡볶이 5인분과 순대 3인분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데 도련님. 허파하고 간도 먹어요?”

“네?”

“지난번에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지 않으셨나? 이거 세나 취향인데.”

“아, 그게 바빠서 대충 주문했더니 알아서 넣어주신 모양입니다.”

“그래요? 확실한 거죠?”

“그, 그럼요. 그럼 전 들어가서······.”

오상진이 도망치듯 김세나 방으로 갔다. 김선아의 말처럼 김세나는 벌써 책상에 앉아 있었다.

“나 왔어. 세나야.”

“왤케 늦었어요오.”

“떡볶이 사 오라며.”

“정말? 그래서 사 왔어요? 순대하고?”

“그래. 그것 때문에 형수님한테 한 소리 들었다.”

“헤헤. 잘했어요, 오빠.”

떡볶이 이야기에 김세나의 얼굴이 환해졌다.

오상진이 의자를 가져와 김세나 옆에 앉았다. 그 순간 김세나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코로 냄새를 맡았다.

“응? 오빠 향수 뿌렸어요?”

“어, 왜? 이상해?”

“아뇨. 나쁘진 않은데······ 그런데 무슨 향수 써요?”

“그냥 아무 향수나 쓰는데.”

오상진은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 그러자 김세나가 오상진에게 바짝 다가와 킁킁 냄새를 맡더니 이내 인상을 쓰며 손으로 코 주위를 펄럭거렸다.

“근데 오빠. 냄새가 좀 독한 것 같은데요.”

“어어? 도, 독해?”

오상진이 살짝 당황했다.

“내, 내가 좀 많이 뿌렸나?”

오상진은 자신의 몸에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 향수를 뿌린 지 오래다 보니 적정량을 초과한 모양이었다.

“향은 좋은데······ 난 좀 더 은은한 향수가 좋은 거 같아요.”

“좀 더 은은한······ 향수?”

오상진이 멋쩍은 표정이 됐다. 김선아가 좋아한다고 해서 특별히 구해 뿌린 건데 이게 아니라고 하니 살짝 농락당한 기분도 들었다.

“암튼, 일단 공부하자.”

“히잉. 벌써요?”

“벌써는 뭐가 벌써야.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칫.”

김세나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책을 폈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오상진을 불렀다.

“그런데 오빠.”

“왜?”

“저번 주 로또 말이에요. 아직도 당첨자가 안 나타난 거 알아요?”

“그, 그래?”

“네. 그거 1등 당첨자 나왔다는데 아직 찾아가지 않았데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오상진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그거 인터넷이고, 신문이고, TV고 온통 난리잖아요. 우리 반 애들도 다 알고 있던데.”

김세나는 마치 중요한 비밀이라도 알고 있다는 듯 조용히 말했다.

“내 친구가 그러는데요. 로또 당첨자 1등요. 그 사람 조폭에게 납치당해서 죽었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래서 당첨금을 찾아가지 못하고 있데요.”

“에이, 설마······. 그거 유언비어야.”

오상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김세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에요. 이거 진짜 확실한 정보에요. 그게 아니면 그렇게 어마어마한 돈에 당첨되었는데 왜 일주일째 안 찾아가고 있데요? 이건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어요.”

“그런 일 없으니까 안심하세요.”

오상진이 건성으로 답하자 김세나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오빠! 진짜라니까요.”

“알았어. 우리 이제 공부하자.”

“칫! 오빠는 내가 무슨 말만 하면 공부하자고 해.”

김세나가 뾰로통해지며 삐진 척을 했다. 그 모습이 귀여운 오상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세나야. 미안한데 그 납치됐을지도 모른다는 사람, 네 앞에 있거든? 그건 그렇고 로또 당첨금을 받긴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오상진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날짜를 확인했다.

‘아무래도 다음 주 중에 날짜를 잡아서 한번 다녀와야겠다. 이참에 동생들 적금도 하나씩 더 들고. 펀드가 있을 텐데······. 펀드로 할까?’

오상진이 혼자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김세나가 옆구리를 툭 쳤다.

“오빠, 무슨 생각해요?”

“으응? 아, 아니야.”

“로또 생각했죠.”

“무슨 로또 생각이야.”

“그럼 뭐예요. 무슨 생각으로 표정이 심각해요.”

“아, 아니야. 공부하자! 어디까지 했지?”

“칫! 또 피한다.”

“후후, 공부합시다.”

오상진은 피식 웃으며 볼펜을 들었다. 공부 못하는 연예인은 팬들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 통한 걸까. 요즘 들어 김세나도 공부에 점점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아직 따라가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발전을 했다.

“자, 잘 봐. 여기서는 말이야.”

5.

부대로 복귀한 오상진은 중대 창고로 향했다. 다음 주에 있을 시가전 모의 전투훈련 준비 때문에 김도진 중사를 만나야 했다.

“김 중사님.”

오상진이 부르자 김도진 중사가 환한 얼굴로 맞이했다.

“아이고 1소대장님 또 여기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오상진은 손에 든 검은 색 비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오늘은 빈손 아닙니다.”

그 안에는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었다. 김도진 중사가 아이스크림 킬러라는 걸 PX병에게 듣고 사 온 것이었다.

그 정보가 사실이었던지 김도진 중사가 아이스크림을 보고 표정이 환해졌다.

“안 그래도 더웠는데 감사합니다.”

“네, 드시죠.”

김도진 중사가 아이스크림을 까서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오상진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입니까?”

“아. 다음 주에 있을 시가전 모의 전투훈련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 때문에 장비 좀 확인하려고 합니다.”

“아. 그거라면 전화로 물어보셔도 되는데. 왜 직접 오십니까.”

“겸사겸사 와 봤습니다. 김 중사님 얼굴도 뵐 겸 해서요.”

“하하하, 일단 앉으십시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역시 아이스크림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김도진 중사는 히죽 웃으며 맛나게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렇게 하나를 해치우고 두 번째 아이스크림을 집어 들 때쯤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참, 중사님. 페인트 탄이랑 안전 장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오, 이번에는 아예 실전처럼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네.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김도진 중사가 서류철을 빼내더니 확인을 했다.

“안전 장구야 충분히 있고······. 페인트 탄은 이미 올렸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 날 보수대에 찾으러 갈 예정이니까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

“제가 1소대 것은 책임지고 A급으로 빼놓겠습니다.”

김도진 중사가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지난 박중근 하사 모금 이후로 오상진에 대한 호감이 커진 모양이었다.

오상진도 김도진 중사의 호의가 싫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김 중사님!”

“당연한 거 아닙니까.”

“참, 얘기 들으셨습니까? 박 하사 아들 다음 주에 수술한다고 합니다.”

“아, 네. 잘 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애 엄마가 너무 고마워해서 오 소위님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난리입니다.”

“아이고, 그러지 마십시오. 저 혼자 한 것도 아닌데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해줬습니다. 그건 그렇고 박 하사에게 슬쩍 얘기를 들어보니 모금액보다 돈이 좀 더 갔던데 말입니다.”

김도진 중사가 오상진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오상진이 모르는 척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들리는 소문에는 어떤 좋은 사람이 자신의 사비까지 털어서 지원해 줬다는 말도 있던데······. 사실입니까?”

“그것은······ 제가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하긴 그것이 뭐가 중요합니까. 서로 돕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만약에 정말 사비로 털어준 사람이 있다면 박 하사가 아무 걱정 없이 아이 수술 잘 받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김도진 중사가 살짝 감동한 눈빛으로 말했다.

“역시 우리 1 소대장님. 말씀하시는 것도 어쩜 그렇게 멋들어지게 하십니까.”

“에이, 또 그러신다. 제가 뭘 했다고······.”

오상진은 살짝 쑥스러워했다. 그러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서 바로 물었다.

“아, 그리고 예전에 말씀드렸던 민용기 상임 행보관 말입니다. 혹시 뭔가 들으신 게 있습니까?”

“아. 민 상사님. 안 그래도 제가 좀 알아봤습니다.”

“어떤 분입니까?”

“그보다 1소대장님께서 왜 갑자기 그분에 대해서 이렇게 궁금해하십니까?”

“그게 새로 오신 분이니까. 어떤 분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살짝 잘 보여야 우리 1중대에게 좋은 보급품을 줄 거 아닙니까.”

“에이, 1소대장님께서 굳이 그러지 않아도 제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물론이죠. 우리 김 중사님이 계신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저 저의 작은 호기심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아, 호기심······. 난 또 그 양반에게 관심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호기심도 관심인가?”

김도진 중사가 말을 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냥 둘 다라고 해두죠.”

“에이, 뭐 그럴 수도 있죠. 사람이 살다 보면 이래저래 관심도 생기고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죠.”

김도진 중사는 뭔가 아는 듯 말 속에 뼈가 담겨 있었다.

‘역시 그냥은 안 넘어간다니까.’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을 하며 김도진 중사를 똑바로 바라봤다. 김도진 중사도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오상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왜 궁금해하십니까?”

김도진 중사가 다시금 물었다. 오상진은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아예 솔직하게 대답을 했다.

“좋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아는 기자가 한 명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 온 행보관에 대해서 궁금해하더란 말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직접 나서서 알아볼 수도 없고 말입니다.”

“어? 그렇습니까? 어이쿠야, 내가 위험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오상진이 움찔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곤란하시면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했던 말도 잊어주십시오.”

“에이, 무슨 곤란까지야. 저도 솔직히 그 양반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 13장 내 생에 봄날은 왔다(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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