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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5화 (95/1,018)

< 13장 내 생에 봄날은 왔다(2) >

인생 리셋 오 소위! 094화

13장 내 생에 봄날은 왔다(2)

“솔직히 말이야. 이번에 모금할 때 나 20만 원 냈다. 중대장 월급이 뻔하잖아. 거기서 20만 원이면 정말 큰돈이야. 그거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정말 알고 있는 거 맞아? 처음 듣는 눈치인데?”

“아닙니다. 3중대장님께서 신경 써주셨다는 이야기 듣고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식탁 위에 차려진 밥과 찌개가 식어가고 있었지만 오상진은 열심히 3중대장의 비위를 맞춰 주었다.

한편으로는 3중대장이 저러는 것도 이해가 갔다. 최근 들어 1중대와 라이벌 관계가 만들어졌지만 매번 깨지는 건 3중대였으니까. 이렇게라도 우쭐거리고 싶은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았다.

“아무튼 3중대의 노고를 잊지 말라고.”

“네.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 어여 식사해. 어험.”

원하는 대답을 다 듣고서야 3중대장이 웃으며 3중대 간부들이 자리 잡은 쪽으로 돌아갔다. 그런 3중대장을 한참 동안 바라본 뒤에 오상진은 늦은 식사를 시작했다.

3.

식사를 마친 오상진은 후식으로 나온 멜론 몇 조각을 입에 물고 간부식당을 나섰다.

“잘 먹었다.”

부대로 다시 복귀하기 전 근처 커피 자판기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식사를 마치고 나온 간부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오상진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밀크커피를 뽑았다.

그때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응? 누구지?”

발신자는 김세나였다.

-오빠, 오늘 과외 하는 거 맞죠?

-맞지. 시간 맞춰서 갈게.

-그럼 오빠.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면 안 돼요?

-무슨 부탁인데?

-오실 때 떡볶이 좀 사다 주시면 안 될까요?

-떡볶이?

-네. 저 떡볶이 무지 좋아하는데 언니가 너무 못 먹게 해서요. ㅠㅠ

-그래, 알았어, 떡볶이 많이 사 갈게.

-순대도요. 간이랑 허파 많이 달라고 해주세요.

-알았어.

오상진의 입가를 타고 즐거운 미소가 번졌다. 과외를 시작한 지 꽤 지났지만 아직도 김세나와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그때 또다시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이번에는 한 대위였다.

“네, 한 대위님.”

-오 소위. 식사는 했습니까?

“네, 방금 먹고 나오는 길입니다. 한 대위님은 식사하셨습니까?”

-저는 벌써 했죠. 그보다 주말에 시간 좀 내줬으면 좋겠는데.

“주말 말입니까?”

-네, 혹시 잊었습니까?

“아, 아닙니다. 안 잊었습니다.”

-잊은 것 같은데요?

“하하. 그럴 리가요.”

-어쨌든 이번 주말에는 꼭 시간을 내주셔야 합니다. 가능하시죠?

“물론입니다. 이번 주말은 괜찮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럼 토요일하고 일요일. 언제가 좋습니까?

“토요일이 좋을 거 같습니다.”

-토요일. 알겠습니다. 대신 이번에 진짜 미루면 안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다른 변동사항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네.”

오상진이 전화를 끊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소개팅이라······. 요즘 왜 이렇게 여자 소개해 주려는 사람들이 많지? 갑자기 여복이 터져서 당황스럽네.”

기억하기로 예전에는 소개팅을 해본 적이 없었다. 로또에 미쳐 살다가 뒤늦게 정신 차리고 다시 진급에 목을 매느라 여자를 멀리하기도 했다.

그런데 회귀를 한 이후부터 여자들이 꼬이는 기분이었다.

“뭐, 어쨌든 이번 주말은 시간을 빼놓아야겠네. 그런데 뭘 입고 가지?”

오상진은 주말에 입을 옷을 고민하며 부대로 올라갔다.

한편, 한 대위는 전화를 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오 소위는 됐고, 그렇다면······.”

한 대위가 다시 휴대폰에서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내 동생’이라고 입력된 전화번호를 눌렀다.

뚜우우우우-!

-왜?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가 퉁명스러웠다. 그렇지만 한 대위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스르륵 번졌다.

“내 동생. 뭐해? 밥은 먹었어?”

-목소리 뭐야? 징그럽게 왜 그래?

“내 목소리가 어때서? 왜? 사랑이 부족해? 좀 더 넣어볼까?”

-사랑은 개뿔!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용건이나 말해. 왜 전화했어?

한소희는 귀찮다는 듯 빨리 용건만 듣고 끊으려고 했다. 그러자 한 대위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야, 한소희! 너 뭐냐? 오빠가 오랜만에 전화했는데 이따위로 받을 거야?”

-오랜만은 무슨 오랜만이야. 어제도 전화했잖아.

“응? 그랬냐? 난 기억이 안 나네. 아무튼 어제 전화했어도 하루가 지난 거잖아. 그럼 오랜만이지.”

-아, 진짜. 오빠 스토커야? 왜 이래?

“이 녀석이. 하늘 같은 오빠보고 스토커라니. 내 귀여운 동생 목소리를 얼마나 듣고 싶었는데.”

-하아······ 됐으니까 장난치지 말고 빨리 용건이나 말해.

“그보다 지금 어디야?”

-이 시간에 학교지 어디겠어.

“오늘 공부는 잘했어?”

-아씨! 진짜 용건만 말하라고! 나 수업 들어가 봐야 해.

“웃기시네. 오후 3시에 첫 수업이 있는 거 다 알거든. 어디서 뻥을 쳐!”

-······.

순간 수화기 너머 한소희에게서 정적이 흘렀다.

“동생? 야! 한소희!”

-오빠 진짜 스토커네.

“스토커가 아니라 그런 걸 보고 애정과 관심이라고 하는 거다. 오빠가 되어서 동생 일주일 수업 시간표 정도는 알아야지. 안 그러냐?”

-그런 걸 스토커라고 하거든?

“너, 자꾸 이런 식으로 나가면 용돈 없다!”

-에이 씨. 주지 마! 용돈 필요 없어. 내가 돈이 없는 줄 아나.

“누가 우리 아빠 딸 아니랄까 봐, 쌀쌀맞기는······.”

-아 쫌! 용건을 말하라고! 아니면 끊는다.

한 대위가 여동생 한소희와 통화를 하면 늘 이런 식이었다. 조금이라도 오래 통화하고 싶어서 본론을 미루고 빙빙 말을 돌리는 한 대위와 그런 한 대위와의 통화를 어떻게든 빨리 끊고 싶은 한소희.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남매간에 사이가 좋지 않다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수십 년을 산 한 대위와 한소희에게는 일상과도 같은 대화였다.

“이번 주 토요일 소개팅 약속 잡아 놨으니까, 잊지 말고 준비해.”

-소개팅?

“그래, 인마. 네가 전에 오빠에게 부탁했잖아.

-그게 언제 적 일인데?

“그게 싫으면 이번에 아버지가 잡아 놓은 선 자리에 나가시든지.”

-하아. 그런데 지금 꼭 해야 해?

“왜? 아버지 선 자리에 관심이라도 생긴 거야? 그래?”

-그런 거 아니니까, 쫌! 그런데 그 남자 어떤 사람이야?

“오빠가 군인인데 누굴 소개시켜 주겠냐!”

-뭐? 그럼 군인이라고?

“왜, 싫어?”

-아니야, 차라리 잘됐네. 군인이면 대충 만나다가 헤어지기도 편하고.

“너, 오빠 아직 제대 안 했다. 오빠 체면에 먹칠하면 알지? 너 아빠에게 다 말한다.”

-알았어! 잔소리는······.

“그리고 오빠가 부탁하는데 이번에 올 때는 제발 옷 조신하게 입고 오자. 지난번처럼 자유분방하게 입고 오면 안 돼.”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 취향이거든? 오빠라면 존중해줘야지.

“존중? 야, 그건 존중의 선을 넘어섰잖아.”

-뭐가 넘어서! 예쁘기만 한데.

“됐고 아무튼 옷 제대로 입고 나와. 안 그럼 선 자리에 나가든가.”

-알았어.

“치사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게 다 널 생각하는 오빠의 마음이니까.”

-알았다고. 1절만 하시지?

“알았어, 정확한 시간하고 장소는 다시 문자로 보내줄게. 이번 주 토요일이다. 잊지 마라!”

한 대위의 마지막 말을 듣고 전화가 끊어졌다. 한 대위가 휴대폰을 바라보며 살짝 인상을 썼다.

“이 녀석이 오빠 말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끊어버리네.”

그렇게 휴대폰을 넣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 철없는 애를 오 소위에게 맡겨도 되려나 몰라.”

그때 옆에서 애교 섞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요? 아가씨가 싫대요?”

한 대위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는 김소희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한 대위의 표정이 금세 환해졌다.

“싫어도 어쩔 수 없죠. 안 그러면 아버지에게 붙들려서 선 보게 생겼는데.”

“아가씨는 선 보는 게 싫데요?”

“싫죠. 나이라도 많다면 모르겠지만 이제 대학교 들어갔는데 누가 선을 보고 싶겠어요? 그리고 남자 친구 소개시켜 달라고 한 사람이 바로 내 동생이에요.”

“아, 그래요?”

“네. 제 딴에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저러는데 어림없죠. 게다가 요즘에 아버지가 어디로 뛸지 모르는 막내딸을 빨리 시집보내고 싶어서 안달이거든요.”

“아버님께서 아가씨를 빨리 시집보내고 싶어 하시는구나.”

“소희 씨도 알겠지만 아버지가 병원장이시잖아요. 요즘 병원 확장을 생각하고 계시는데······ 정략혼도 고려하시는 거 같아요.”

“그래서 아가씨가 싫어하는 거예요?”

“뭐, 아버지가 소개시켜 주는 사람들 대부분이 유력가 집안의 자제들이니까요.”

김소희 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대위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 녀석이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더라고요. 아버지에게 철벽을 치기 위해서 남자를 소개시켜 달라는 거죠. 뭐, 자기 입장에서는 그냥 적당히 만날 남자를 소개시켜 달라는 거지만, 오빠 된 입장에서 아무나 소개시켜 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고른 사람이 오상진 소위예요?”

“네. 오 소위를 알면 알수록 진국이더라고요. 모든 것이 맘에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한 대위님도 오 소위를 엄청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럼요. 그보다 소희 씨 보기에는 어때요? 지난번에 내 동생 봤잖아요.”

한 대위가 눈을 반짝하며 물었다. 김소희 중위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봐서 어떻게 알아요. 다만 아가씨가 한 성격 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긴 해요.”

김소희 중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대위도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한 성격 하죠. 그래도 뒤끝은 없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오 소위 하고 잘 맞을 거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렇죠? 오 소위는 배려심도 좋고, 생긴 것도 잘생겼고 말이죠.”

그러자 김소희 중위가 대뜸 말했다.

“에이, 인물을 따지면 우리 한 대위님이 더 잘 생겼죠.”

“진짜요?”

“그럼요. 제 눈에는 우리 한 대위님밖에 보이지 않는걸요.”

“하하, 역시 우리 소희 씨 밖에 없다니까.”

그리곤 한 대위가 김소희를 바라보며 넌지시 손을 잡았다.

“소희 씨.”

“어멋, 왜 이래요.”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 대위의 눈이 진지해지며 김소희 중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김소희 중위 역시 바짝 긴장한 채로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한 대위가 냉큼 제 자리로 돌아왔다.

“뭐야?”

한 대위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의무병이 문을 열고 말했다.

“환자 왔는데 말입니다.”

“환자? 하아. 알았어. 들어오라고 해.”

“네.”

싸늘한 분위기를 직감한 의무병이 목을 움츠렸다. 그러자 김소희가 잔소리를 했다.

“한 대위님. 왜 의무병한테 그래요.”

“자식이 말이야.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잖아요.”

김소희 중위가 시간을 확인했다.

“점심시간 끝난 지가 언제인데요. 이러고 있는 우리가 잘못이죠. 아무튼 한 대위님 제대하기 전까지 안 들키게 조심해요. 알았죠?”

“알았습니다.”

김소희가 방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가 볼게요.”

“네. 소희 씨. 그럼 저녁에 봐요.”

한 대위가 손을 흔들었다. 김소희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 13장 내 생에 봄날은 왔다(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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