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장 일보 앞으로!(6) >
인생 리셋 오 소위! 086화
11장 일보 앞으로!(6)
8.
진지 공사 덕분에 한 주가 훌쩍 지나고 이삿날이 다가왔다.
오상진은 관사를 나와 곧바로 택시를 타고 새로 산 아파트로 향했다.
“거참 박중근 하사에게는 미안하네.”
사실 어제 박중근 하사가 이사하는 거 도와준다고 말했다. 오상진이 거부를 했지만 아니라고 꼭 도와줘야겠다고 떼를 썼다.
부소대장으로서 소대장과 가까이 지내고 싶은 박중근 하사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집이 너무 좋은 게 문제였다.
“짐이 많은 것도 아니니까 다음번 이사할 때 꼭 도와주십시오.”
박중근 하사는 잘 구슬려 떼어냈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자신을 가족처럼 여기는 김철환 1중대장과 김선아는 떼어내지 못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둘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내가 당연히 가야지.”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허, 이미 네 형수랑 얘기 끝냈다. 문자로 주소나 찍어!”
“괜찮은데······. 짐도 얼마 없습니다.”
“그래도 동생이 이사를 한다는데 형으로서 당연히 찾아가야지.”
오상진은 어쩔 수 없이 아파트 주소를 가르쳐 주었다. 비록 과거로 거슬러오긴 했지만 김철환 1중대장과 김선아는 오상진이 평생을 고마워해야 할 은인이었다.
“으음, 여긴가?”
김철환 1중대장과 김선아가 모습을 아파트 단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철환 1중대장 손에는 두루마리 휴지 묶음이 들려져 있었다.
“여보, 여기가 맞아요?”
“어, 여기가 맞는데.”
두 사람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낡아 빠진 아파트로 이사 가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아파트가 제법 번듯했다. 대충 봐도 지어진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것 같았다.
“106동이라고 했지?”
“네.”
“어? 여기다.”
엘리베이터에 탄 두 사람은 15층을 눌렀다.
“어? 여보!”
“왜 그래?”
“여기 15층밖에 없나 봐요.”
“꼭대기야? 여름이면 많이 더울 텐데······.”
김철환 1중대장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김선아가 옆구리를 툭 쳤다.
“상진 씨 앞에서 티 내지 마요.”
“알았어. 내가 그런 눈치 하나 없을까 봐.”
꼭대기 층은 폭염에 콘크리트가 뜨거워져 집안 온도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었다.
김철환 1중대장도 꼭대기 층에서 살면서 고생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 그때 엄청 더웠지?”
“네. 그랬죠. 에어컨을 켜도 소용이 없었잖아요.”
“맞아.”
두 사람이 한창 얘기를 나누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15층에 도착했다.
“상진아 형 왔다.”
“어? 중대장님. 형수님 오셨습니까.”
“그래. 정리 중이구나.”
“네. 이제 거의 끝났습니다.”
“그래.”
김천환 1중대장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자신이 생각했던 그런 집이 아니었다.
15층 꼭대기 층이라고 해서 안 좋다고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게다가 집이 복층으로 되어 있었다.
“여, 여보 여기 펜트하우스인가 봐요!”
김선아도 놀라며 김철환 1중대장에게 속삭였다.
“펜트하우스?”
“그 영화에서 보면······.”
“그래? 그런 곳도 있었어?”
김철환 1중대장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사이 오상진이 음료수를 들고 다가왔다.
“집이 아직 정리가 안 되었습니다. 우선 이거라도 좀 드세요.”
“야, 상진아. 집이 너무 좋잖아. 어떻게 된 거야? 이거 꼭대기 층이라 걱정했는데······. 완전 펜트하우스잖아. 여기 엄청 비싸지 않아?”
김철환 1중대장이 의심의 눈초리로 물어봤다. 그러자 오상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아 지금이라도 1등 당첨되었다고 말해야 하나?’
오상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반짝였다.
“너 설마.”
“네.”
“전화 받았냐?”
“예?”
“대한은행 말이야. 나에게도 자꾸 전화가 오더라고. 초 저리로 대출해 주겠다고. 그래서 우리도 이사 갈까 고민을 했었거든.”
“아, 네, 맞습니다. 저도 그 전화 받았습니다.”
“어쩐지······. 집이 으리으리하더라 했다. 그런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이 집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습니다.”
“그래도 십억은 넘을 거 아냐?”
“그게······ 어머니께서 모아 놓았던 것도 있고, 원래 살던 집도 팔고 해서 급매로 나온 것을 저렴하게 구입했습니다. 너무 큰 집을 샀나 싶긴 했지만 다른 아파트와도 가격 차이도 별로 나지 않고 방도 많고 해서 고민하다 계약했고요. 그리고 말이 좋아서 펜트하우스지 그냥 옥탑방 몇 개 있는 것뿐입니다.”
“하긴, 네가 어련히 알아서 했겠냐.”
오상진의 설명을 들은 김철환 1중대장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진이 좋은 집에 산다고 해서 배 아파할 만큼 김철환 1중대장은 속이 좁지 않았다.
“그래도 너 여기 유지하려면 돈 잘 벌어야 되겠다.”
“네, 그렇지 않아도 열심히 벌 생각입니다.”
“그래. 기왕 사는 거 좋은 집에서 살면 좋지.”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이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김선아는 눈치껏 부엌으로 갔다. 신순애 옆에 서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어머니.”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니에요. 도와드리러 온 건데요. 부담 가지지는 마세요.”
그러면서 김선아는 이것저것 정리를 도와주었다. 신순애는 미안한 얼굴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미안해서 어째요. 손님이신데······.”
“수술하신 지 얼마 안 되셨으니까 앉아서 쉬세요. 여긴 제가 할게요.”
김선아는 싹싹하게 일을 거들었다. 그런데 짐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았다.
“이게 다야?”
“낡은 짐들은 버리고, 필요한 것만 가져왔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기왕 새집으로 왔으니까 이제 하나씩 구입해야죠.”
“그러려면 네 형수랑 다녀. 네 형수 가구 고르는 솜씨가 보통이 아냐.”
“하하, 네.”
기승전형수인 김철환 1중대장을 보며 오상진은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와서 얼마나 도움이 될까 했지만 워낙에 이사 경력이 많아서 그런지 손이 빠릿빠릿했다. 게다가 잔소리도 많았다.
“아뇨, 거기 말고요. 저쪽으로요. 살살, 살살 좀 부탁드립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진두지휘했다.
짐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오전 중으로 이삿짐을 옮기는 게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원래 이사한 날에는 중국집이라고 하던데 괜찮으시죠?”
“당연한 걸 물어봐. 탕수육도 시켰냐?”
김철환 1중대장의 물음에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 기본 아닙니까.”
“참, 네 형수는 간짜장을 좋아한다.”
“그럴 줄 알고 이미 간짜장으로 주문했습니다.”
“짜식. 센스 있다니까?”
“중대장님은 짜장보다는 짬뽕이죠?”
“암. 남자는 짬뽕이지.”
잠시 후 중국집에서 음식이 도착을 했다. 오상진이 바닥에 신문지를 깔았다.
“다들 식사하러 오십시오.”
“오오, 벌써 왔어? 안 그래도 배가 고팠는데. 여보, 식사하자, 어머니 식사하세요.”
“네. 지금 가요.”
김선아와 신순애가 거실로 왔다. 신문지를 깐 자리에 음식들이 어느새 먹음직스럽게 펼쳐졌다.
“여기 형수님이 좋아하시는 간짜장.”
“도련님. 잘 먹을게요.”
“그리고 엄마는 볶음밥.”
“고마워, 아들.”
오상진은 짜장면을 주문했다. 군 생활하면서 물리게 먹긴 했지만 그래도 집 근처 짜장면 맛이 어떤지는 확인해 보고 싶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짬뽕 국물을 한 번 들이킨 후 젓가락으로 면을 후루룩 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신순애가 환하게 웃었다.
“중대장님.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어머니.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우리 아들 항상 챙겨줘서 정말 고마워요.”
“에이, 무슨 말씀입니까. 저희가 오히려 상진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걱정 마십시오. 저는 상진이와 평생 함께 갈 겁니다. 하하하!”
김철환 1중대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덩달아 신순애의 얼굴에도 안도감이 번졌다.
오상진에게 김철환 1중대장 부부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들었지만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일까 내심 궁금했는데 정말로 오상진을 아끼고 가족처럼 대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신순애의 시선이 김선아에게 향했다.
“우리 상진이 형수님 되신다고요.”
“네.”
“세상에 이렇게 고울 수가 없네요. 형수님 같은 며느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어, 엄마!”
당황하는 오상진을 보며 김철환 1중대장이 씩 웃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우리 상진이 연애는 확실히 책임지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신순애가 거듭 인사를 했다. 오상진은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밥 식겠습니다. 어서 식사들 하십시오.”
“어, 그래. 먹어야지. 어머니도 드십시오.”
“네.”
그렇게 화기애애한 점심 식사가 끝이 났다.
9
“이 정도면 대충 마무리 된 것 같은데?”
김철환 1중대장이 집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 쪽도 끝난 것 같다.”
“네. 중대장님께서 도와주셔서 빨리 끝났습니다.”
“짜식. 당연한 걸 가지고.”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김선아가 부엌 정리를 마저 끝내고 다가왔다.
“여보, 소은이가 많이 기다릴 것 같아요.”
“참, 그렇지?”
김철환 1중대장이 황급히 시계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짐 정리가 일찍 끝났지만 친구 집에 맡겨두었던 딸 김소은을 생각하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상진아. 우리 먼저 가 볼게.”
“벌써 가시게요?”
“어머니도 좀 쉬셔야지. 어쨌든 이사 축하하고, 열심히 살아.”
“네.”
신순애가 현관 앞까지 나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어머니.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월요일에 부대에서 뵙겠습니다.”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이 손을 흔들며 집을 나섰다.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나고 오상진과 신순애도 식탁 의자에 앉았다.
“엄마, 다 끝났죠?”
“끝나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지.”
“예? 다 정리한 거 아니었어요?”
“그냥 대충 자리만 잡아 놓은 거야. 다 꺼내서 다시 제자리에 둬야지. 그건 내가 천천히 하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마.”
“아무튼 엄마도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네가 했지.”
신순애는 조금 무리를 했는지 허리에 통증이 살짝 밀려왔다.
“엄마는 방에 들어가서 좀 쉬어야겠다.”
“네. 들어가 쉬세요.”
“저녁은 어떻게 할까?”
“아까 먹은 짜장면 소화도 안 됐는데요, 뭘. 배고프면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그래.”
신순애가 방에 들어가고 오상진은 잠시 시계를 확인했다. 저녁 8시가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가만 로또 추첨!”
오상진은 곧바로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본래 거실에서 쓰던 작은 TV가 놓여 있었다.
거실에 60인치 TV를 놓기로 하면서 처치 곤란이 된 TV는 오상진의 차지가 됐다.
어머니는 본래 TV를 잘 안 보시고 한창 공부해야 할 오정진이나 가뜩이나 공부 안 하는 오상희의 방에 놓는 건 어머니가 반대하셨다.
“그럼 로또 당첨 추첨식을 볼까?”
TV를 켜니 때 막 로또 추첨식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로또 제9회차 추첨을 시작하겠습니다. 2주 연속 이월이 되었는데요. 과연 이번 주에는 당첨자가 나올 것인지! 그 행운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지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아나운서의 멘트가 나오고 곧바로 추첨기에서 하나둘 공이 빠져나오며 번호가 나왔다.
-자! 그 첫 번째 번호는 16번입니다. 두 번째는 4번이 되겠습니다. 그렇게 36, 2, 17, 마지막 39번입니다. 당첨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2등 보너스는 14번입니다.
< 11장 일보 앞으로!(6)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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