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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5화 (85/1,018)

< 11장 일보 앞으로!(4) >

인생 리셋 오 소위! 084화

11장 일보 앞으로!(4)

3중대장이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 자신이 알려준 지름길로 왔다면 1등을 해야 옳을 텐데 이진영 소위는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디야?”

“1중대 3소대장입니다.”

“오오, 그래? 역시 1중대야.”

“그런데 대대장님. 오 소위가 아닙니다.”

“오 소위가 아니라고?”

한종태 대대장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지켜보는 걸 알고 있을 테니 오상진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1등으로 들어올 거라 여겼는데 엉뚱한 사람이 나타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김철환 1중대장도 의아한 얼굴로 결승점을 통과한 3소대장에게 갔다.

“1소대장은?”

“아, 그게 오는 도중에 1소대장이 뭔가를 발견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박 하사와 남아서 그것을 확인하고 온다고 했습니다.”

“시합 중인데 뭘 발견했다는 거야?”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1소대장이 저보고 먼저 내려가라고 해서 제가 선두로 들어왔습니다.”

“그래, 알았다. 좀 쉬어.”

“네.”

“뭐 곧 오겠지.”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이 늦지 않게 도착할 거라 여겼다. 하지만 오상진은 5명의 간부가 결승점을 통과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남은 사람은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 3중대 4소대장 이진영 소위뿐.

“뭐야? 왜 이렇게들 안 와?”

“혹시 낙오자가 생긴 거 아닙니까?”

“낙오자?”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늦어질 리가 없을 텐데 말입니다.”

“흠······.”

한종태 대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만에 하나 오상진이 낙오가 된 것이라면? 그동안 열심히 오상진을 예뻐했던 자신의 꼴이 우스워질 것 같았다.

그때였다.

“어? 저기 누군가 옵니다.”

누군가의 외침에 이어 저만치서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 그리고 이진영 소위가 나타났다.

1등으로 먼저 골인한 3소대장과 최민규 하사가 후다닥 뛰어갔다.

“아니, 어떻게 된 겁니까? 이 소위는 어쩌다 다친 겁니까?”

“그게 중간에 발목을 좀 삐끗한 모양입니다.”

“그럼 아까 멈춘 게 이 소위 때문입니까?”

“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에게 말씀을 해 주시지······.”

3소대장이 서운하다는 투로 말했다. 자신은 그것도 모르고 1등을 했다고 좋아했으니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그래도 시합인데 중대장님 얼굴도 있고, 1등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상진은 3소대장이 미안하지 않게 말했다.

“그래서 1등은 하셨습니까?”

“예, 덕분에 1등 했습니다.”

“에이, 무슨 덕분입니까. 역시 잘하셨습니다. 제가 3소대장을 믿었던 것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진짜 잘하셨습니다.”

오상진의 칭찬에 3소대장이 멋쩍게 웃었다.

한종태 대대장도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가 이진영 소위를 도왔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보란 듯이 추켜세웠다.

“다들 봐. 저게 바로 참 군인의 모습이니까. 시합도 중요하지만 낙오된 동료를 버리지 않는 게 얼마나 멋져? 안 그래? 내가 이래서 1중대를 좋아한다니까?”

그렇게 3중대는 내기에서도 지고, 자존심에서도 졌다.

3중대장은 얼굴을 붉히며 산악 구보에 출전했던 간부들에게 소리쳤다.

“야, 너희들은 대체 뭘 한 거야? 이 소위 낙오된 거 발견 못 했어?”

“죄송합니다. 전혀 안 보였습니다.”

“그럼 오상진이는 어떻게 발견한 건데!”

“그, 그건!”

“아무튼 다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길고 길었던 체력검정 이후 오상진은 또 하나의 별명을 얻었다.

“오오오, 우리 참군인 1소대장 오셨습니까.”

“참군인은 뭡니까? 갑자기!”

“모르십니까? 대대장님이 붙여 주신 별명 아닙니까.”

“네? 대대장님이요?”

“그냥 즐기십시오. 멧돼지 소대장, 사자후 소대장보다는 참군인이 더 좋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오상진이 살짝 인상을 썼다. 그리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아, 또 이번 별명은 또 언제까지 가려나.”

4.

일요일은 업체에 맡겨놓은 리모델링이 끝나는 날이었다.

오상진은 관사를 나와 곧장 이사하는 아파트로 향했다. 마무리가 한창인지 현관 앞쪽에 폐기물을 담은 큼지막한 쓰레기봉투가 세 개나 놓여 있었다.

“수고 많으십니다.”

오상진이 들어가며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현장을 진두지휘하던 리모델링 업체 사장이 오상진을 발견하고 곧바로 다가왔다.

“주말인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고생은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주말이 대수겠습니까.”

사장은 말이 나온 김에 잠깐 푸념을 늘어놓았다.

서울시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권장하면서 리모델링을 하려는 가구들이 늘어난 상황이지만 그만큼 이권들이 많이 개입하면서 영세하게 움직이는 개인 사업자들은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워진 모양이었다.

“작업은 다 되었습니까?”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 뒷정리 중입니다. 한번 둘러보시겠습니까?”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천천히 보십시오.”

오상진은 걸음을 옮겨 먼저 싱크대 쪽을 확인했다. 어머니가 알아서 하라고 하셔서 타일부터 선반 색감까지 너무 밝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어떠십니까?”

“좋습니다.”

“믿고 맡겨 주셔서 요즘 트렌드에 맞춰 봤습니다. 어머님이 쓰신다고 하셨지만 어머님도 여자 아니겠습니까? 여자에게 주방은 또 다른 일터나 다름없는데 일할 분위기가 안 나면 곤란할 테니까요. 가능하면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느낌으로 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싱크대를 조금 낮게 설치해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그렇게 된 건가요?”

“네, 물론입니다. 사장님께선 잘 모르시겠지만 어머님은 금방 아실 겁니다. 그렇다고 또 너무 높이를 낮추면 허리가 더 아플 수 있으니까요. 반 뼘 정도 낮아졌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장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뒤 오상진은 화장실을 확인했다. 전주인 세대가 깔끔하게 잘 쓰긴 했지만 세를 들어 사는 것도 아니고 집을 구매한 이상 변기와 세면대는 새 걸로 바꾸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고 겸사겸사 타일까지 교체하게 됐다.

집에 화장실은 총 세 개.

안방에 딸린 화장실과 거실의 공용 화장실, 그리고 2층 화장실이었다.

“너무 똑같으면 재미없을 거 같아서 조금씩 포인트를 다르게 줘 봤습니다.”

별도의 주문이 없었지만 사장은 세 화장실의 타일을 조금씩 다르게 사용해서 차별성을 주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어떻게 마음에는 드십니까?”

“네. 이런 거 잘 모르는 제 눈에도 참 마음에 듭니다.”

“하하, 마음에 드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기분 좋게 화장실을 나온 오상진은 걸음을 옮겨 가며 도배 상태를 확인했다.

주방과 화장실의 상태로 봐선 알아서 잘했을 것 같지만 그래도 꼼꼼히 확인하는 게 나중에 하자를 발견하고 속앓이를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그때 구석진 곳에 약간 손때가 탄 흔적이 발견됐다.

“저기 사장님.”

“네!”

“여기가 벽지에 얼룩이 좀 있는데요?”

“아, 그래요?”

사장이 와서 바로 확인을 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작업하다 조금 실수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여기도 살짝 찢긴 듯한데요?”

“어이쿠.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바로 교체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문제가 발견되면서 오상진과 사장 사이에 멋쩍은 기류가 흘렀지만 다행히도 더 이상의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잘 된 것 같습니다.”

“맘에 드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다행입니다.”

“이렇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상진은 업체 사장이 고마웠다. 자신은 물론이고 어머니도 자주 들여다볼 수 없는 사정이다 보니 대충대충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공사를 잘 진행해 주었다.

그러자 업체 사장이 재빨리 고개를 흔들었다.

“어이구, 감사는요.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큰 업체들도 많은데 저희 믿고 맡겨 주시고 또 먼저 결제도 해주시고요.”

“결제야 당연한 걸요.”

“그렇죠. 당연한데 요즘 사장님처럼 먼저 결제를 해주시겠다는 분이 흔치 않습니다. 계약금 일부 걸어놓고 공사 내내 찾아와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다가 나중에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공사비 깎으려는 사람들뿐이에요. 그렇게 해야 뒤통수를 안 맞는다나 뭐라나. 이러니 업체들도 싼 자재 써서 부담을 줄이려는 거 아니겠습니까.”

업체 사장의 푸념에 오상진도 입안이 썼다. 군대 내의 실상도 별반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드려야 할 돈을 조금 먼저 드린 것뿐인데요.”

“그래도 사장님 덕분에 돈 걱정 없이 제대로 공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저희가 저급한 자재를 썼거나 한 건 아니니까 안심하시고요.”

“네. 믿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벽지만 보수해 주시면 될 것 같네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 중으로 확실하게 끝내겠습니다.”

“그리고 이사한 이후에 잔금도 최대한 빨리 넣어 드리겠습니다.”

“아이고, 사장님 감사합니다.”

업체 사장은 정말 감사한지 넙죽 인사를 하며 고마워했다. 오상진 역시도 미소를 지으며 같이 인사를 했다.

“참, 테라스 한번 보고 가겠습니다.”

오상진은 다시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테라스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먹을 수 있는 바비큐 시설을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테라스에는 두 명의 인부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 담배 피우시네.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시지는 않겠지?”

오상진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부들에게 다가갔다. 그런 줄도 모르고 두 사람은 장안의 화제인 로또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너 로또 샀나?”

“아뇨. 그거 살 돈이 어딨어요?”

“어휴, 답답아. 술 먹을 돈은 있고 얼마 하지도 않은 로또 살 돈은 없냐?”

“술 하고 로또 하고 같아요?”

“당연히 다르지. 술은 마셔봐야 속만 쓰리지만 로또는 당첨만 되면 인생이 달라지잖아!”

“그야 당첨됐을 때 이야기고요. 솔직히 전 로또 사는 사람들 이해가 안 가요. 되지도 않을 텐데 왜 엄한 데다가 돈을 쓰나 몰라.”

오상진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벌써 두 번이나 1등에 당첨된 입장에서 일반 사람들이 로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럼 너는 어차피 머리 아프고 속 버릴 술을 왜 마시냐? 건강 생각해서 로또를 사는 게 낫지.”

“저는 됐습니다. 형님이나 로또 많이 사세요.”

“너 이번에 로또 당첨금이 얼마인 줄 아냐? 이번에 로또가 말이야. 2주나 이월됐어!”

“그게 뭔데요?”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매주 당첨자가 나와야 하는데 이번엔 2주 동안 당첨자가 없었다고.”

“와, 그럼 그 돈은 누가 가져가는 겁니까?”

“가져가는 게 아니라 그게 다 쌓인단다.”

“쌓여요?”

“그래! 지난 2주간 판매 금액에다가 이번 주 판매 금액까지 더해서 1등한테 몰아주는 거지.”

“정말요?”

“모르긴 몰라도 이번에 1등 당첨되면 200억쯤 받을걸?”

“헉, 200억이요?”

< 11장 일보 앞으로!(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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