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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4화 (84/1,018)

< 11장 일보 앞으로!(3) >

인생 리셋 오 소위! 083화

11장 일보 앞으로!(3)

3소대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4소대 부소대장인 최민규 하사가 슬그머니 다가와 경례를 했다.

“충성.”

“어서 와. 최 하사.”

박중근 하사가 최민규 하사를 반겼다. 오상진도 박중근 하사와 나란히 특급 전사가 된 최민규 하사에게 관심을 보였다.

“식사는 했습니까?”

“네. 든든하게 먹었습니다.”

“잘했습니다. 4소대장이 최 하사가 운동부 출신이라고 하던데 오늘 믿어도 되는 거죠?”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 부상으로 그만둔 이후로 일반인 다 됐습니다.”

“에이, 그래도 그 실력이 어디 가겠습니까.”

그러자 3소대장이 불쑥 끼어들었다.

“박 하사하고 최 하사만 믿고 가시죠.”

“너무 띄워주십니다. 저는 그저 1소대장님과 3소대장님만 보고 달리겠습니다.”

“오히려 저희가 최 하사 뒤를 보고 쫓아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자기중심적인 2소대장이 없어서일까.

1중대의 분위기는 제법 화기애애했다.

“그런데 저쪽은 어떻습니까?”

3소대장이 3중대 쪽으로 턱짓을 했다. 그러자 박중근 하사가 바로 브리핑을 했다.

“3중대에서는 2소대장과 2소대 부소대장이 체크 대상입니다.”

“저 둘이죠?”

오상진이 2소대장과 부소대장을 가리켰다.

“네. 저 두 사람 모두 학창시절에 육상을 했다고 합니다.”

“육상부라면 우리 위험한 거 아닙니까?”

오상진이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박중근 하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저도 그 점이 걱정되어서 조금 더 알아봤는데 둘 다 단거리 선수였다고 합니다.”

“아, 단거리. 그렇다면 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육상 선수였으니 뛰는 데 일가견이 있긴 하겠지만 중장거리 선수가 아닌 이상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3중대 4소대장도 좀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박중근 하사가 3중대 4소대장을 보며 말했다.

“저 4소대장이 좀 악바리입니다. 어제 체력검정 하는 것을 봤는데 말입니다. 정말 이 악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세 종목 다 턱걸이로 특급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더 대단하다는 겁니다. 저런 스타일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니까요.”

“하긴 그렇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제가 따라다닐 생각입니다.”

박중근 하사가 눈을 번뜩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3소대장이 입을 열었다.

“저 친구 ROTC 출신입니다. 아무래도 그래서 더욱더 열심히 하는 모양입니다.”

“아, ROTC······.”

오상진이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듣기로 3중대는 대부분 3사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속에서 4소대장 혼자 ROTC 출신이라면 눈칫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3중대장의 눈에 들기 위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체력검정에 임했을 게 틀림없었다.

그때 박중근 하사가 오상진 옆으로 다가와 살짝 속삭였다.

“소대장님 저쪽 4소대장이 아까부터 소대장님을 보고 있습니다.”

“저를요?”

오상진이 고개를 돌리자 정말로 4소대장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4소대장이 바로 시선을 피했다.

“아무래도 소대장님을 엄청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니라 박 하사를 본 거 아니었을까요?”

“저를 봤다면 바로 알았을 겁니다. 분명 소대장님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각별히 조심하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자, 준비되셨으면 출발합니다.”

누군가의 외침에 선수들이 출발선에 모였다.

선수들을 눈으로 훑던 김철환 1중대장이 호루라기를 힘껏 불었다.

삐이이익!

출발 신호가 울리고 오상진을 비롯한 여덟 명의 선수가 빠르게 지축을 차고 내달렸다.

그런데 3중대 4소대장이 초반부터 폭주를 하듯 앞으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어어, 저 사람······.”

오상진은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올렸다. 그때 박중근 하사가 다급히 오상진을 제지했다.

“소대장님. 쫓아가지 마십시오. 페이스에 말려들면 안 됩니다. 우리 페이스대로 뛰십시오. 저렇게 뛰어봤자 후반에 따라잡습니다.”

박중근 하사의 한마디에 모두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러자 3중대의 나머지 간부들도 오상진과 1중대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쫓아왔다.

이러다 발목이 잡히는 건 아닐까 걱정됐지만 산악 구보를 습관처럼 한다는 박중근 하사는 걱정할 거 없다는 투였다.

“저만 믿고 따라오십시오, 소대장님. 반드시 1등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4

“하아, 하아······. 여기 어디쯤이었는데.”

미친 듯이 내달렸던 3중대 4소대장 이진영 소위가 호흡을 고르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뭔가를 발견하고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찾았다!”

3중대 4소대장이 찾은 것은 가파른 비탈길이었다. 반환점을 기준으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사이에 위치한, 일종의 지름길이었다.

‘이 길을 이용하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 내가 원하는 건 압도적인 승리야. 그러니까 위험하더라도 여길 통과해. 알았어?’

3중대장은 이진영 소위에게 어려운 임무를 맡겼다. 그러면서 일이 잘못될 경우에 자신이 모든 걸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진영 소위는 3중대장이 자신을 두둔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1소대장부터 3소대장까지 3중대장의 입맛에 맞춰 뽑은 3사 출신 장교들이었다.

반면 자신은 ROTC 출신.

따돌림은 물론이고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처지였다.

3중대장이 자신에게 이 일을 맡긴 이유도 간단했다.

여차하면 꼬리를 자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패하면 내가 다 뒤집어쓰게 될 거야. 그러니까 무조건 성공시키자.’

크게 숨을 들이켠 뒤 이진영 소위는 조심스럽게 비탈길에 올랐다.

경사가 상당했지만 잔 나뭇가지들을 잡고 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비탈길을 이용한 횡단 거리는 대략 30미터 정도.

만만찮은 거리였지만 5㎞ 이상을 돌아가는 것보다는 확실히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된다.”

고지가 가까워질수록 이진영 소위는 초조해졌다. 만에 하나 1중대 간부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기라도 한다면 3중대 전체가 욕을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2미터쯤 앞쪽에 놓인 돌부리를 보자 욕심이 생겼다.

저걸 한 번에 밟고 간다면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으악!”

잘 버텨줄 줄 알았던 돌부리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빠져버리면서 이진영 소위도 그대로 비탈길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3.

“잠깐만 박 하사!”

“왜 그러십니까?”

“무슨 소리 못 들었어?”

“무슨 소리 말입니까?”

오상진이 속력을 늦추며 주변을 살폈다.

박중근 하사도 귀를 쫑끗 세워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소대장님,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박중근 하사는 내심 초조했다. 앞서 달린 이진영 소위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페이스를 떨어뜨리면 1위를 3중대에게 내주게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귓가에 또렷이 들린 누군가의 비명을 모른 체할 수가 없었다.

“잠깐만요. 분명 누군가 있습니다.”

오상진이 비탈길 쪽으로 다가가 아래를 살폈다. 그러다 저만치 뭔가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박 하사! 저기 사람 아닙니까?”

“어디, 어디 말입니까?”

박중근 하사가 오상진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나무인가 싶었지만 그 주변으로 옷가지 같은 게 보이는 거로 봐서 뭔가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때 오상진의 머릿속으로 앞서 달린 이진영 소위가 떠올랐다.

“혹시 3중대 4소대장 아닙니까?”

“4소대장이 왜 저기에 있겠습니까? 저쪽은 원래의 길이 아닌데 말입니다.”

박중근 하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사이 뒤쫓아 오던 3소대장이 나타났다.

“여기서 뭐 하십니까? 지금 쉬실 때가 아닙니다. 어서 뛰십시오.”

“3소대장. 아무래도 누가 저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네?”

“일단 3소대장은 먼저 뛰어가서 결승선을 통과하십시오.”

“제가 말입니까? 1소대장님은 안 가십니까?”

“비명까지 들었는데 이대로 모른 척할 수 없습니다. 제가 박 하사와 가서 확인해 볼 테니까. 3소대장님은 먼저 가십시오.”

“그래도 되겠습니까?”

“네. 먼저 출발하십시오. 대신 꼭 1등하십시오. 3소대장 믿습니다. 파이팅!”

오상진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3소대장은 군말 없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오상진에게 양보하기 위해 뒤따라 달리긴 했지만 1등에 대한 욕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물론이고 대대장까지 나와서 지켜보는 산악 구보였다.

1등으로 들어오는 간부는 당연히 좋은 인상을 남기게 될 터.

이 기회를 양보해 준 오상진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1등을 할 생각이었다.

그사이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는 인기척이 들리는 곳으로 내려갔다.

“정말 4소대장일까요?”

“길을 잘못 든 민간인일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도 이 근처에서 구조 요청받지 않았습니까?”

“민간인이라면 3소대장님이 1등 하기 어려울 텐데 말입니다.”

“박 하사. 1등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군인이지 않습니까?”

“하아. 알겠습니다.”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는 서로 의지하며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갔다. 그렇게 문제의 나무쪽에 다가가니 정말로 4소대장이 쓰러져 있었다.

“4소대장, 어떻게 된 거니까?”

“어, 그게······ 발을 헛디뎌서 굴렀습니다.”

박중근 하사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도대체 어디서 굴렀습니까?”

4소대장은 아픈 와중에도 움찔했다. 그때 박중근 하사의 눈에 낯선 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설마 저쪽으로 내려오시다가 굴렀습니까? 저쪽은 지름길 같은데······.”

박중근 하사가 말을 하면서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 역시 확인을 해보니 중간에 샛길 비슷한 게 보였다.

하지만 오상진은 이진영 소위를 추궁하고 싶지 않았다. 직접 눈으로 본 것도 아닌 데다가 다친 전우 앞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위. 걸을 수 있겠습니까?”

“아, 그게······. 힘들 것 같습니다.”

“일단 저랑 박 하가 양옆에서 부축하겠습니다. 그 상태로 일단 내려가도록 하죠.”

“네, 감사합니다.”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는 이진영 소위를 다시 내리막길까지 끌어 올렸다.

그사이에 다른 간부들이 반환점을 지나 사라졌지만 누구 하나 오상진의 구조 활동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제 됐으니까 두 분 다 먼저 내려가십시오. 저는 천천히 움직여서 내려가겠습니다.”

이진영 소위는 자신이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의 발목을 잡은 것 같아 미안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으로 낙오시킬 거였으면 애당초 구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4소대장! 걷지도 못하는 양반이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대회가 뭐가 중요합니까. 군인은 전우애 아닙니까. 저는 절대 전우를 버리고 가지 않습니다.”

그 시각 3중대장은 초조하게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올 때가 되었는데, 올 때가······.”

3중대장이 시계를 계속해서 바라보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저기 옵니다.”

3중대장의 시선이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모습을 드러낸 건 이진영 소위가 아니라 1중대 3소대장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왜 1중대가 먼저 들어오지?”

< 11장 일보 앞으로!(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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