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장 일보 앞으로!(2) >
인생 리셋 오 소위! 082화
11장 일보 앞으로!(2)
“몇 명 안 됐을 겁니다. 1소대에서 한 명, 2소대에서 1명, 3소대에서 2명인가 그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럼 총 4명이라는 거네.”
“네.”
“우리가 저번에 7명이 나왔으니까. 이번에도 7명은 기본으로 깔고 가겠군. 참 5중대는 그때 6명 나왔었나?”
“네. 6명입니다.”
“이거 내가 경계를 해야 할 사람은 1중대가 아니라 5중대였구만.”
“또 왜 그러십니까? 아무리 그래도 3중대는 못 따라가지 않습니까.”
“이래놓고 내 뒤통수치는 거 아냐?”
“우리끼리는 선의의 경쟁을 하고 대신 확실하게 연합을 해서 1중대를 누르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3중대장과 5중대장이 마주 보며 웃었다.
표정만 놓고 봐서는 벌써 체력검정 1등과 2등을 차지한 것만 같았다.
같은 시각.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은 중대장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상진아.”
“네?”
“대대장님이 이상한 소리를 하셔서 3중대장과 5중대장 분위기 장난 아니다.”
“하아, 이번에는 또 무슨 얘기를 하셨습니까?”
김철환 1중대장이 조금 전 한종태 대대장과 나눴던 얘기를 해줬다. 오상진은 살짝 두통이 오는지 이마에 손을 얹었다.
“대대장님 왜 그러셨답니까?”
“몰라, 갑자기 우리 1중대를 너무 싸고돈다.”
“하아, 미치겠습니다.”
“내가 더 미치겠다. 이거 다른 중대 눈치를 봐야 하니 원. 그래서 말인데 이제는 어쩔 수 없다. 우리가 뭐라도 좀 해야 할 판이야.”
“네, 알겠습니다.”
“너희 저번 체력검정 때 소대에서 특급 전사 몇 명이 나왔냐?”
“그때 한 명 나왔습니다.”
“한 명? 누군데?”
“강상식 상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뭐? 강상식 상병! 그 자식 국군교도소에 있잖아.”
“네.”
김철환 1중대장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다른 애들은 없어?”
“확인을 못 했습니다. 지금쯤 박 하사가 테스트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
“확인해 보고 연락 줘. 그리고 웬만하면 최소 3명은 뽑아내자.”
“세 명 말입니까? 1명도 겨우 나왔는데 어떻게 3명을 만듭니까.”
박중근 하사가 희망적인 전망을 전했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김철환 1중대장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훈련과 검정은 달랐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특급전사를 받았던 병사도 떨어지는 경우가 적잖았다.
하지만 제 코가 석 자인 김철환 1중대장은 이런저런 사정을 전부 봐 줄 수가 없었다.
“쥐어 짜봐. 그럼 나오겠지.”
“특급이 어디 쥐어짠다고 되는 겁니까.”
“아무튼 애들 좀 닦달해 봐. 내 이름으로 상품 걸어도 상관없어. 아예 휴가증을 걸어버려. 한 명이라도 늘리는 데 집중하자고.”
“하아, 네 일단은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중대장실을 나오고 1소대로 향했다.
소대원들은 오전 체력 훈련을 마치고 복귀한 상태였다.
“충성, 휴식 중.”
“쉬어!”
“쉬어.”
오상진이 잠깐 둘러본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체력검정 때문에 다들 고생이 많다. 다른 건 아니고, 이번 체력검정 때 잘하자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열심히 한 소대원들에게는 중대장님께서 특별한 상을 내려주신다고 한다.”
“어떤 겁니까?”
“포상휴가다.”
“포상휴가! 이야, 포상휴가 말입니까?”
피로에 지쳐 있던 소대원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럼 이번에 제가 특급으로 가야지 말입니다.”
“넌 지난번에 2등급이었잖아.”
“그때는 설렁설렁해서 그랬습니다. 이번에는 걸린 것이 다르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이번 포상휴가는 제 것입니다.”
“어쭈 너까지?”
확실히 포상휴가의 위력은 컸다. 소대원들은 앞다투어 특급전사가 되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체력검정의 날이 찾아왔다.
충성부대의 각 중대는 그동안 갈고 닦았던 체력을 마음껏 뽐냈다. 그런 와중에 1중대와 3중대 간의 불꽃 튀는 경쟁이 펼쳐졌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한종태 대대장은 종종 창가를 내다보며 체력검정 결과를 물었다. 그때마다 곽부용 작전과장은 보고받은 결과를 한종태 대대장에게 일러주었다.
“현재까지는 비슷하게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 1중대가 이길 가능성은 있고?”
“네. 그렇습니다.”
“그럼 됐어. 오후에 답이 나오겠지.”
그렇게 체력검정 일정이 모두 끝이 나고 상황실로 각 중대장이 모였다.
한종태 대대장을 대신해 곽부용 작전과장이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1중대 특급 7명. 2중대 특급 5명. 3중대 특급 7명. 4중대 특급 4명 5중대 특급 6명······.”
1중대에서 특급 전사가 7명이 나왔다고 하자 중대장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7명의 특급전사를 배출한 3중대장은 똥 씹은 표정이 되어버렸다.
지난 검정과 같은 결과를 냈을 때 1등을 확신했는데 설마하니 1중대에서 7명의 특급전사를 만들어낼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말도 안 돼. 어떻게 1소대에서 3명이 나올 수가 있지?’
뭔가 비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그렇다고 증거도 없이 대대장 앞에서 함부로 떠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먼저 결과를 보고받은 김철환 1중대장도 믿기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오상진에게 3명의 특급전사를 만들어내라고 닦달을 하긴 했지만 정말로 성공해 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
1중대에서 배출한 7명의 특급전사 중 3명이 1소대 소속이었다.
그 외에도 2소대에서 1명, 3소대에서 2명, 4소대에서 1명이 나왔다.
“1중대와 3중대의 특급전사가 동률이네. 그런데 1중대가 인원이 적은 것으로 아는데, 맞는가?”
“네. 그렇습니다.”
“인원이 적은 와중에 특급을 7명이나 나왔다? 그럼 1중대가 이긴 거 아니야?”
한종태 대대장이 슬쩍 1중대의 손을 들어주려 했다.
그러자 3중대장이 들고 일어났다.
“대대장님,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째서?”
한종태 대대장이 인상을 썼다. 3중대장은 완벽하게 찍힐 것을 각오하고 말했다.
“저희 중대 나머지는 전부 다 1등급입니다. 점수로 환산하면 오히려 저희가 이깁니다. 반면 1중대는 2등급이 두 명 있습니다. 특급전사의 수는 동일하지만 전투력은 저희 3중대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3중대장은 내가 말한 거에 불복하겠다는 거야?”
“불복이 아니라 확실히 결론을 내어달라 부탁드리는 겁니다.”
“그래서? 따로 결판이라도 보고 싶다는 거야?”
“네! 때마침 장교들도 이번 체력검정 시험을 보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으로 결판을 냈으면 합니다.”
“장교들끼리?”
“네. 그것도 소대장들끼리 말입니다.”
3중대장의 제안에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차피 장교들의 체력검정을 치르기로 했으니 딱히 번거로울 일도 없었다.
“그거 괜찮군. 그럼 부소대장들도 포함시켜서 하자고. 어때?”
한종태 대대장의 제안에 3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좋아. 병사들 체력검정 결과는 무승부로 하고 간부들 체력검정 결과를 통해 결정을 내리도록 하지.”
그렇게 정해진 간부들 간의 대결.
박은지와 저녁 약속도 미루고 틈나는 대로 준비한 덕분에 오상진은 큰 어려움 없이 특급전사가 됐다.
하지만 2소대장이 팔 근육 파열로 참가를 하지 못하면서 또다시 결과가 꼬여 버렸다.
체력검정 결과 1중대와 3중대에서 똑같이 4명씩 특급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또 무승부야?”
“그렇긴 한데 1중대에서 2소대장이 부상으로 불참했다고 합니다.”
“그럼 1중대가 한 명이 부족한 상태였다는 건데 이쯤 되면 1중대가 우세하다고 봐야 하는 거 아냐?”
한종태 대대장은 2소대장의 부상으로 인원이 적은 1중대의 승리로 마무리 지으려 했다.
하지만 3중대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버텼다.
“대대장님!”
“또 뭐? 뭐 어쩌라고? 체력검정을 다시 할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 그래야 속이 시원하겠어?”
“특급 판정받은 간부들끼리 번외 경기를 하게 해주십시오.”
“번외 경기? 뭐? 또 족구라도 하게?”
“족구 좋죠!”
3중대장이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반대를 했다.
“체력검정에 무슨 족구입니까. 족구는 스포츠지, 체력 검정이 아닙니다. 당연히 체력검정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야 합니다.”
“그럼 1중대장은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한종태 대대장이 김철환 1중대장에게 선택권을 줬다.
잠시 고민하던 김철환 1중대장이 멀리 보이는 산을 보고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산악 구보 한번 하시죠.”
“산악 구보?”
“네. 산악 구보를 해서 제일 먼저 들어온 사람이 이기는 거로 하는 겁니다.”
“3중대장 생각은 어때?”
“저도 좋습니다.”
3중대장이 바로 승낙을 했다.
“좋아, 그렇게 진행하자고.”
회의를 마친 김철환 1중대장은 중대장실로 돌아왔다. 중대장실에서는 오상진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미안하게 되었다. 상진아.”
“네? 왜 그러십니까?”
“다시 동률이 나온 관계로 산악 구보로 마무리 짓기로 했다.”
“저한테 미안하다고 하신 거 보니까 간부들이 출전하나 봅니다?”
“그렇게 됐다.”
“하아. 어쩌겠습니까? 까라면 까야죠.”
“어쨌든 네가 고생 좀 하자.”
“알겠습니다.”
“얼굴 좀 펴, 인마. 나도 진짜 3중대한테 1등 줄까도 생각했는데 대대장님이 자꾸 우리 1중대가 최고라고 말씀하시니 어쩌겠냐. 내가 거기다 대고 아니라고 하겠어? 3중대장 역시도 자존심이 걸려 있으니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일 테고.”
“어떤 상황인지는 이해가 갑니다.”
“후우······. 아무튼 또다시 육사 출신과 비육사 출신과의 대결이 되어버렸어.”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출신을 떠나 1중대장으로서 다른 중대장들과 잘 지내고 싶은데 대대장이 좀처럼 도와주질 않았다.
“어쨌든 이번에도 일등 꼭 해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 말고 1등을 하란 말이닷!”
“하하. 알겠습니다.”
3
다음 날.
이른 아침을 먹고 특급 전사를 받은 1중대와 3중대의 간부들이 산악구보를 위해 모였다.
김철환 1중대장이 1중대 간부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다들 컨디션은 어때?”
“괜찮습니다.”
“좋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1등 못 해도 괜찮으니까. 알았지?”
김철환 1중대장은 괜히 간부들만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했다.
하지만 간부들도 이제 와 3중대에게 지고 싶진 않았다.
“꼭 1등 하겠습니다. 중대장님.”
“저희만 믿고 마음 푹 놓으십시오.”
“그래, 다들 부담 갖지 말고 해.”
김철환 1중대장이 떠나고 박중근 하사가 슬쩍 오상진 옆으로 다가왔다.
“소대장님. 컨디션 어떻습니까?”
“괜찮습니다. 박 하사는 좋습니까?”
“전 컨디션 100%입니다. 그것보다 살다 살다 이런 일로 그것도 간부들끼리 산악 구보 하기는 처음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3소대장도 오상진 옆으로 다가왔다.
“1소대장님, 식사하셨습니까?”
“네, 먹었습니다. 3소대장은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저는 일부러 안 먹었습니다. 바로 뛰면 속이 좋지 않아서요.”
“아, 그렇습니까.”
“그래도 뒤처지지 않을 테니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 11장 일보 앞으로!(2)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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