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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1화 (81/1,018)

< 10장 일이 점점 커지네(9) >

인생 리셋 오 소위! 080화

10장 일이 점점 커지네(9)

“웬일은 나는 뭐 맨날 한우만 먹나!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 그리고 우리······ 이제부터 저 집에 살잖아.”

오상희가 말끝을 얼버무렸다.

‘저 녀석······. 그새 철들었네.’

오상진이 가만히 오상희를 바라보았다. 오상희가 고개를 들어 오상진과 눈이 마주쳤다.

“왜 쳐다봐?”

“아니, 그냥 귀여워서.”

“하긴 내가 좀 귀엽긴 하지.”

“그 정도는 아니고.”

“우씨. 시비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오상희가 저러는 이유는 대충 짐작이 되었다. 자신 덕분에 큰 집으로 이사하게 생겼으니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주려는 모양이었다.

오정진도 믿기지 않는 듯 한마디 거들었다.

“근데 오상희. 너 설마 돼지갈비로 입가심하고 한우를 먹겠다는 건 아니지?”

“내가 돼지야? 나를 뭐로 보고.”

“뭐로 보긴 뭐로 봐. 한우 킬러 오상희로 보지.”

“나도 눈치는 있거든요? 그리고 큰 오빠 집 구한다고 돈 엄청 썼을 텐데 지금부터 모아야지. 그래야 결혼도 할 거 아냐.”

“오오, 네가 그런 기특한 생각을 했어?”

오정진이 오상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오상희가 손을 툭 치며 짜증을 냈다.

“아, 왜 이래. 머리 손대지 마, 깻잎 머리 망가진단 말이야.”

“야, 칭찬해 줘도 지랄이냐.”

“흥!”

오상희는 콧방귀를 끼며 오상진을 보았다.

“큰 오빠, 대신 나 많이 먹어도 되지?”

“그래, 10인분 먹어라.”

“나 그 정도로 돼지는 아니거든.”

“오빠 돈 많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많이 먹으라고.”

잠시 후 종업원이 돼지고기 6인분을 내왔다.

오정진이 습관처럼 젓가락과 수저를 놓았다. 그사이 오상진이 슬쩍 오상희를 불렀다.

“그런데 상희야.”

“왜?”

“너 오디션은 잘 돼가?”

순간 오상희가 물을 마시다가 앞으로 품었다. 오정진이 금방 인상을 썼다.

“야, 더럽게.”

신순애가 급히 물수건으로 탁자를 닦았다.

“뭐가 그리 급해서······.”

그러거나 말거나 오상희는 오상진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 잠깐만! 오빠 갑자기 왜 그래? 왜 그런 걸 물어보고 그러지?”

“왜, 내가 물어보면 안 되는 거냐?”

“아니, 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오빠 나 연예인 되는 거 싫어했잖아.”

“인마, 내가 언제 싫다고 했냐? 그냥 네가 공부도 안 하고, 연예인 한다고 밖으로 싸돌아다니니까 뭐라고 한 거지.”

“칫!”

오상희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오상진이 다시 차분하게 말을 했다.

“그런데 네 꿈이니까. 한번 열심히 해봐. 오빠도 응원할 테니까. 대신, 학교는 꼭 다녀라. 졸업은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래야 나중에 연예인으로 데뷔해도 학창시절에 수업 다 빼먹고 졸업도 못 했다고 소문이 나지 않지.”

“나도 알거든요. 흑역사 안 남기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리고 혹시라도 불량한 애들하고 어울리지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 못된 짓도 하지 말고. 만약에 누구에게 못된 짓 했으면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알았어. 알았다고! 잔소리는······.”

“인마, 잔소리가 아니라.”

“아아, 알았어! 내가 다 알아서 해.”

오상진이 다시 말을 하려는데 종업원이 숯불을 들고 나타났다.

“불 들어갑니다.”

오상진은 어쩔 수 없이 입을 닫았다. 오상희는 히죽 웃으며 오상진을 바라보았다.

“큰오빠. 빨리빨리.”

“어휴.”

“얼르은~ 고기 꾸워 주세요오~”

오상진은 피식 웃으며 고기를 올렸다. 그러자 신순애가 오상진의 손에서 가위와 집게를 빼앗았다.

“엄마, 제가 할게요.”

“내가 할 테니까 너도 어서 먹어.”

“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오상진은 다음날 일찍 부대에 복귀했다.

체력검정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부대 전체가 체력을 키우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애들 체력은 어떻습니까?”

박중근 하사가 행정실로 들어오자 오상진이 넌지시 물었다.

“걱정 마십시오. 지금 제가 짜놓은 훈련 프로그램을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역시 박 하사가 있어서 든든합니다.”

“사회에서 배웠던 것들을 좀 써 먹은 것뿐입니다.”

“군대 오기 전에 헬스 트레이너를 했다고 했죠?”

“네. 그 경험을 살려서 1소대원들 체력을 확실하게 올려놓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오상진이 환하게 웃었다. 따라 웃던 박중근 하사가 화제를 바꿨다.

“참, 소대장님.”

“네.”

“저희는 인원 보충 안 합니까? 아직은 특별한 훈련 없어서 괜찮지만 나중에 결원된 인원 보충은 꼭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인사과에 요청 넣었습니다. 그런데 언제가 될지 아직 답은 얻지 못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그렇긴 합니다만 아마 이번 체력검정 때 다른 소대와 약간의 점수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저도 아쉽지만 이번 체력검정은 있는 인원으로 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박중근 하사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체력검정은 특급 병사가 많이 나오는 소대가 유리했다. 인원이 많을수록 특급 병사가 나올 기회가 많은 법. 반대로 인원이 적으면 그만큼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고 박 하사.”

“네.”

“이번에 우리 소대에서 특급 한 명 정도는 나오겠죠? 저번에도 한 명은 나왔었는데······.”

“한 명이요? 혹시 그 한 명이 누굽니까?”

박중근 하사가 물었다.

“제가 알기론 강상식 상병이었습니다.”

최용수 병장의 하수인 노릇을 해 왔지만 강상식 상병은 몸 쓰는 데 능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1소대를 대표하는 일에 강상식 상병이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번 체력 검정때도 1중대 1소대에서 특급 판정을 받은 건 강상식 상병밖에 없었다.

“그렇습니까? 좀 의외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번에 제가 잠깐 체력을 테스트해 봤는데 세 명이나 특급에 가깝게 나왔습니다.”

“세명이나요?”

“그런데 지난 체력검정 때 강 상병 혼자였다니 믿기지가 않아서 말입니다.”

“혹시 기록지가 있습니까?”

“네. 여기 있습니다.”

박중근 하사가 가져온 리스트에는 세 가지 체력검정 테스트가 나열되어 있었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오래달리기.

종목마다 1소대원들 이름과 함께 측정 결과가 나열되어 있었다.

“여기 보시면 김대식 병장과 구진모 일병, 한태수 일병이 특급 판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중근 하사의 말에 오상진이 측정결과를 확인했다. 대부분 특급에 가까웠다.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였다.

“정말이네요.”

오상진이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강상식 상병만 여태껏 특급 판정을 받아왔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테스트 결과대로만 나온다면 평소보다 더 많은 특급 전사를 배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뭐가 달라진 거지?”

오상진은 지난 체력검정 결과를 확인했다.

세 사람의 기록을 보니 앞선 측정 때도 전부 특급에 가까운 판정을 받았다.

김대식 병장은 오래달리기에서 1등급 판정을 받아 특급전사가 되는 데 실패했고 구진모 일병과 한태수 일병도 한두 개 차이로 특급전사 타이틀을 놓친 정도였다.

“일부러 안 한 느낌인데.”

오상진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보나마나 강상식 상병이 압력을 가했겠지.’

강상식 상병은 돋보이는 걸 좋아했다. 적어도 몸 쓰는 것에 있어서는 늘 최고가 되고 싶어 했다. 그 과정에서 특급 전사를 노리는 병사들에 대한 견제가 있었을 거란 짐작이 들었다.

“어쨌든 이번 체력검정에 의외의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애들의 열의가 대단합니다.”

“이게 다 박 하사 덕분입니다.”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보다는 김대식 병장이 솔선수범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마 분대장이 되고, 후임병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어서일 겁니다. 그 녀석 나름 책임감이 좀 있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대식 병장이 의외로 몸이 좋습니다. 구진모 일병과 한태수 일병은 몰라도 김대식 병장은 무조건 특급전사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좋겠습니다.”

“구진모 일병과 한태수 일병도 거의 다 왔으니까 좋은 결과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박중근 하사가 헬스 트레이너라도 된 것처럼 굴었다.

하지만 모두가 박중근 하사의 스타일을 따르는 건 아니었다.

“상병들은 어떻습니까?”

“그 녀석들은 답이 없습니다. 벌써부터 빠져 가지고 대충 대충입니다.”

한창 신이 나서 떠들던 박중근 하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특급전사가 된다고 해서 어마어마한 포상을 받는 게 아니다 보니 병사들마다 참여도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모두를 다 끌고 갈 수는 없으니까요. 일단 세 명이라도 특급 전사로 만들어주십시오.”

“그건 걱정 마십시오. 나머지도 최소 1등급은 나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박 하사입니다. 전 우리 소대에 박 하사가 와서 너무 좋습니다.”

오상진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는 박중근 하사가 든든했다. 박중근 하사도 기분이 좋은지 방긋 웃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장교들도 체력검정 있는 거 아시죠?”

“네. 중대장님께 들었습니다.”

“소대원들도 열심히 하니까 소대장님도 특급 받으셔야 합니다.”

“에이, 저는 좀 빼주십시오.”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저는 무조건 특급 될 건데 당연히 소대장님도 특급 되셔야죠.”

“하아. 너무 부담 주시는 거 아닙니까?”

“일부러 부담 드리는 겁니다. 멧돼지도 잡은 소대장님이시지 않습니까.”

“거기서 왜 또 멧돼지가 나옵니까.”

“그만큼 주위에 보는 눈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만약에 소대장님이 특급이 못 되시면 이상한 말이 나돌 수 있습니다. 그러니 특급이 되어서 그런 말이 안 나오게끔 하셔야 합니다.”

오상진은 인상을 쓰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놈의 멧돼지······.”

결국 오상진도 일과 후 체력 단련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15

-그러니까, 부대 체력검정 때문에 이번 주도 식사는 힘들 것 같다, 이 말씀이죠?

“네, 일이 이렇게 되어서 미안합니다.”

-어쩔 수 없죠. 바쁘시다는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이번 주는 좀 바빠요. 갑작스럽게 조사할 게 생겼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참, 상진 씨. 혹시 말이에요. 부대에 민용기 상사라고 아세요? 새로 온 행보관이라고 하던데······.

“민용기 상사? 새로운 행보관이라면······. 아, 네.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 아직 인사를 나누지는 못했지만요.

-혹시 그 행보관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요?

“딱히 아는 건 없는데 아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아뇨,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고요. 혹시라도 뭔가 들으시는 게 있으면 저한테 알려주세요.

박은지가 정중히 사양했지만 오상진도 박은지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동안 받기만 했으니 저도 보답을 해야죠. 그런데 무슨 일을 조사하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오상진의 물음에 박은지가 말끝을 흐렸다.

-그게······.

“말씀하기 곤란하면 안 하셔도 됩니다. 아무튼 제가 티 나지 않게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고요.

“알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약속은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괜찮아요. 식사야 언제든 하면 되니까요.

오상진은 전화를 끊고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민용기 상사의 이름을 똑똑히 적어 놓았다.

< 10장 일이 점점 커지네(9)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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