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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9화 (79/1,018)

< 10장 일이 점점 커지네(7) >

인생 리셋 오 소위! 078화

10장 일이 점점 커지네(7)

사단장 이야기가 나오자 오상진의 표정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시장님께서 조만간 사단에 방문해 오 소위님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그런데 기사 반응이 너무 안 좋아서 저희 입장이 많이 곤란한 상태입니다. 조 주임 이야기만 좀 빠지면 좋을 텐데 기자님께서 그건 곤란하다고 하셔서요.”

“그렇군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조 주임이 워낙에 효자입니다. 어머니가 다쳤다고 하니까 앞뒤 따지지도 않고 오 소위님에게 실례를 범한 모양입니다. 사람이 좀 저돌적이어서 문제가 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 하나는 참 좋습니다.”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저 같아서도 솔직히 울컥하고 그랬을 것입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공무원의 갑질이라는 둥, 이렇게만 얘기를 하니 원······.”

김한솔 팀장이 말을 하면서 슬쩍 오상진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그 말마따나 조 주사가 한 행동은 엄연히 공무원의 갑질이 맞았다. 게다가 동영상 촬영을 안 했다면 오히려 오상진이 난처한 상황이 놓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상진도 더 이상 일이 커지는 건 원치 않았다.

“제가 정확하게 어떻게 하면 됩니까?”

“박 기자님에게는 저희가 따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박 기자님께서는 만약에 오 소위님께서 허락을 하신다면 후속 기사를 내줄 의향이 있다고 하십니다.”

그제야 오상진은 김한솔 팀장이 직접 찾아온 이유를 알았다. 자신에게 제대로 사과시키기 위해서 후속 기사를 두고 거래를 한 모양이었다.

‘후후, 은지 씨도 참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진짜 제대로 한 끼 대접해야겠네.’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을 마친 후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능하면 빨리 좀······.”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의 대답을 듣고 김한솔 팀장이 뒤에 서 있던 조 주사를 불렀다.

“조 주임! 빨리 이리와!”

“아, 네에······.”

최 주임은 뻘쭘한 얼굴로 걸어왔다.

“빨리 사과드려! 빨리!”

“아, 팀장님 이건 좀······.”

“쓰읍! 내가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데 아직까지 자존심 세우고 있을 거야, 진짜! 시장님 눈 밖에 나서 저기 강원도 산골짜기로 발령받아 볼래? 그러고 싶어?”

“아, 팀장님. 왜 그러십니까.”

“너야말로 왜 그러세요. 내가 너 때문에 부시장님께 한 소리 들은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려! 빨리 사과드려!”

조 주임은 마지못해 오상진에게 사과를 했다.

“그때는······ 내가 미안했습니다.”

거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듯 말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한솔 팀장이 한마디 했다.

“조 주임! 그것이 사과야? 똑바로! 제대로 하지 못해!”

“미안하게 됐습니다. 제가 많은 실례를 범했습니다.”

조 주임이 허리까지 굽혔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리고 저희 군인들 사실 고생 많이 합니다. 그 점은 좀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네, 알죠. 그럼 저는 사과드렸습니다.”

조 주임이 그렇게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김한솔 팀장이 민망한 얼굴로 입을 뗐다.

“거참, 죄송합니다. 사람이 좀 저렇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말씀하신 기사는 좀······.”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김한솔 팀장과 최 주임하고 헤어지고 오상진도 소대원들을 데리고 부대에 복귀를 했다.

9.

그다음 날 새롭게 기사가 났다.

-경기도 광주시청의 공무원과의 작은 마찰은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무원 조 모 씨는 근방에 소문이 자자한 효자로······

조 모 씨는 오상진 소위와 병사들에게 직접 찾아가 정식으로 사과를 했으며 오상진 소위도 다소간에 오해가 있었다며 사과를 받아들였다.

광주시청은 이번 일과 관련해 오상진 소위에게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다.

박은지가 수습성 기사를 냈지만 댓글 반응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모든 공무원을 싸잡아 비판하던 댓글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효자라고 해도 공무원 정도면 앞뒤 구분을 할 줄 알아야지.

└위에 말씀에 공감함. 충분히 상황을 파악한 후 행동에 옮기셔야죠.

└당신도 어머니가 다쳤다는 소리를 들어보소. 눈 안 뒤집히나! 난 저 사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공무원인데 저렇게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들어서는······.

└맞는 말입니다. 아무리 효자라고 해도 자기가 가진 권력을 이용했다는 것은 갑질입니다.

오상진도 기사와 댓글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정도면 별말 없겠지.”

그때 행정실 문이 열리며 김철환 1중대장이 들어왔다.

“1소대장.”

“네.”

“너 좋겠다. 한턱내야겠어.”

“네?”

“너 사단장님 표창받는단다.”

“제가 말입니까?”

오상진이 깜짝 놀랐다. 3소대장과 4소대장이 곧바로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이야, 사단장님 표창까지 받다니 대단합니다.”

반면, 2소대장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아무튼 내 방으로 와.”

“정말입니까?”

중대장실로 자리를 옮기기가 무섭게 오상진이 되물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진짜지. 방금 대대장실을 통해 연락이 온 모양이야. 지금 대대장님 입이 귀에 걸렸어.”

“예? 왜 대대장님이······.”

“잘 들어. 네가 표창을 받으면 그냥 넘어가냐? 나도 진급 점수에 플러스가 되고, 우리 대대장님도 진급 점수에 플러스가 될 거 아니야.”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럼 대대장님께 미운털 박힌 거 빠진 겁니까?”

“쓰읍, 그건 잘 모르겠다. 그 양반 성격이 좀 그래서. 그러지 말고 좀 더 노력해, 인마!”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너, 이번 주 과외는 언제 할래?”

“아······.”

“우리 처제가 난리도 아니야. 공부하고 싶은데 언제 오냐면서 말이야.”

원래라면 수요일 날 가기로 했다. 하지만 대민지원 때문에 바빠 가지 못했다.

“주말에 가겠습니다. 그리 전해 주십시오.”

“주말에? 나 때문에 못 쉬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알았다. 대신 너희 형수한테 말해서 한 상 차려 놓으마.”

10.

일요일.

종교 행사 참여를 위해 김우진 상병은 교회로 향했다.

그때 알고 지내던 상병 하나가 말을 걸었다.

“야, 너희 소대장 멧돼지 잡았다며.”

그러자 김우진 상병의 어깨가 으쓱하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거기 현장에 있었잖아. 말도 마라, 그날 어마어마했지.”

“자세히 좀 말해봐.”

“동영상은 봤냐?”

“봤지.”

“그건 너무 흐려서 제대로 잘 보여서 그런데. 현장에서 직접 본 나는 그날의 일을 잊지 못하잖아.”

“야, 자세히 좀 말해봐. 어쨌는데.”

김우진 상병의 눈빛이 반짝였다.

“듣고 싶어?”

“당연하지!”

“그럼 모여봐.”

그러자 김우진 상병 주위로 어느새 많은 병사가 모여들었다.

“그때가 상황이 어땠냐면 엄청 긴박했지. 황소만 한 멧돼지가 잔뜩 성을 내며 할머니한테 덤벼드는데 진짜 큰일 나는 줄 알았다니까?”

“에이, 황소는 좀 심했다.”

“닥치고 들어 봐. 그런데 우리 소대장님이 갑자기 사자후를 터뜨리는 거야. 그 순간 황소만 한 멧돼지의 눈알이 뒤집히면서 깜짝 놀라 산으로 도망을 갔다는 거 아니야.”

“봐봐, 구라치네.”

“구라라니, 인마. 내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정말 멧돼지가 눈이 뒤집혔다고?”

“생각해 봐라. 그런 게 아니면 맹렬히 달려오는 멧돼지가 어떻게 화들짝 놀라며 산으로 도망을 쳤겠냐. 안 그래?”

김우진 상병의 언변에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론을 제기했단 그 병사마저 어느새 김우진 상병의 말에 빠져들었다.

“원래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자신도 모르는 초인적인 힘이 나오잖아. 그때가 바로 우리 소대장님의 초인적인 힘이라는 거지.”

“하긴. 어떤 경비원 할아버지는 6층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받기도 했잖아.”

“그래. 바로 그런 거야. 암튼 나 말이야, 우리 소대장님 다시 봤다.”

김우진 상병은 그날을 떠올리며 살짝 감상에 젖어 들었다. 그렇게 주말 종교 행사 때 김우진 상병이 퍼뜨린 소문이 충성대대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11.

주말 과외를 마친 다음 날 아침.

“어? 우리 사자후 1소대장님 오셨습니까?”

행정실로 들어온 오상진을 향해 4소대장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예? 무슨 소리입니까.”

“모르셨습니까? 1소대장님 사자후로 멧돼지를 때려잡았다는 소문이 우리 사단에 쫙 퍼졌습니다.”

“어휴, 무슨 사자후입니까.”

“에이, 즐기십시오. 뭐 어떻습니까? 예전이야 누구 말처럼 멧돼지를 잡는 게 흔한 일이지만 요즘에는 그게 어디 쉽습니까? 구경하기도 쉽지 않은데요. 그리고 이번 일로 표창도 받으시니까 이해하십시오.”

“그래도 사자후는 좀······.”

“아무튼 부럽습니다.”

그때 1중대 행정실로 여자 장교 한 명과 여자 부사관 한 명이 나타났다.

“1소대장님. 저기.”

“······?”

오상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김희연 중위와 박희정 하사가 오상진에게 다가왔다.

“멧돼지를 잡았다고 들었는데 그 얘기 좀 우리에게 해줄 수 있을까?”

“듣고 싶어요. 오 소위님~”

“갑자기 얘기를 해달라니, 무슨 말씀입니까.”

“그러지 말고 오늘 저녁 식사 함께하는 건 어때?”

김희연 중사의 제안에 박 하사의 눈빛도 반짝였다.

“그거 좋은 생각이에요!”

“들었지? 거절은 사절이야.”

김희연 중위가 계급을 앞세워 으름장을 놓았다.

그때, 보다 못한 4소대장이 다시 한번 나섰다.

“맞다, 1소대장님.”

“아, 네에?”

“아까 행보관이 찾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 네, 그렇습니까?”

오상진은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군수과에 급히 가 봐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럼······.”

뒷일은 4소대장에게 맡긴 뒤 오상진은 도망치듯 행정실을 나왔다. 그리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후우, 멧돼지 두 번 봤다간 사인해 달라고 하겠네.”

12.

다음 날.

한종태 대대장은 사단장실을 나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어험.”

그의 손에는 커다란 표창장이 들려 있었다.

곧이어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이 함께 나왔다. 두 사람 역시 표창장을 들고 있었다.

“이것 참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려나 몰라. 껄껄껄.”

한종태 대대장은 연신 웃음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멧돼지 일로 인해 그 공로를 인정받아 오상진과 함께 사단장 표창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김철환 1중대장도 멋쩍긴 마찬가지였다. 함께 부름을 받았을 때 칭찬 정도 듣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상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참, 일은 오 소위가 다 했는데 말이야.”

한종태 대대장이 슬쩍 오상진의 눈치를 봤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냉큼 말을 받았다.

“이게 다 대대장님의 선견지명 아니겠습니까.”

“내 선견지명?”

“이번 대민봉사를 대대장님께서 수락하지 않으셨다면 오소위가 민간인을 구할 일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철환 1중대장의 적당한 사탕발림에 한종태 대대장이 입가가 길게 찢어졌다.

< 10장 일이 점점 커지네(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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