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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6화 (76/1,018)

< 10장 일이 점점 커지네(4) >

인생 리셋 오 소위! 075화

10장 일이 점점 커지네(4)

한종태 대대장이 한참을 고심했다.

원래라면 이번 기회에 오상진을 제대로 혼쭐낼 생각이었다. 지금껏 눈에 거슬렸던 것까지 곱빼기로 쳐서 말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기사로 인해 오히려 오상진의 뒤를 봐줘야 할 실정에 이르렀다.

“제기랄. 진짜 뭔 놈의 운이 그리도 좋은지······.”

한종태 대대장의 입에서 짜증이 튀어나왔다.

그때였다.

똑똑똑!

“누구야!”

“저, 1중대장입니다.”

“1중대장? 들어와.”

문이 열리고 김철환 1중대장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에는 굳은 표정의 오상진의 모습도 보였다.

“충성.”

김철환 1중대장이 경례를 했다.

“어, 그래.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왔어?”

한종태 대대장이 살짝 당황했다. 아직 마음의 정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쑥 찾아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걸 한종태 대대장의 심기가 불편하다고 오해한 김철환 1중대장이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로 답했다.

“어제 일에 대한 보고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어제 늦게 부대에 도착하는 바람에 제대로 보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얘기를 직접 하기 위해 오 소위도 함께 올라왔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에게 시선이 갔다.

“어제 일은······.”

오상진이 막 보고를 하려 할 때 한종태 대대장이 손을 들어 막았다.

“됐다. 보고 하지 않아도 돼.”

“네?”

오상진이 눈을 깜빡였다. 당장에라도 불호령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한종태 대대장의 표정을 보니 폭풍이 지나간 느낌이 들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한종태 대대장도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소위.”

“네.”

“이리 와.”

“예?”

“이리 오라니까.”

한종태 대대장의 손짓에 오상진이 그의 앞으로 갔다.

오상진은 혹시나 정강이를 걷어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종태 대대장이 갑자기 오상진을 와락 안았다.

“오 소위!”

“대, 대대장님······.”

“자식! 네가 이렇게 복덩이였구나. 복덩이였어.”

“네? 무, 무슨 말씀이신지.”

오상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지켜보고 있던 김철환 1중대장도 고개를 갸웃했다.

“대대장님 지금 모습 보기 좋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은 눈치가 빠른 것인지 곧바로 끼어들었다.

“뭐? 보기 좋아?”

“네.”

“그럼 뭐 하고 있어, 사진 한 장 박아야지.”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카메라를 가져오고, 오상진은 한종태 대대장과 나란히 섰다. 오상진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상태로 서 있었다. 그러자 곽부용 작전과장이 말했다.

“오 소위. 좀 웃어라. 사진 찍는데 그게 뭐냐.”

“아, 네에.”

오상진이 멋쩍게 미소를 날렸다. 한종태 대대장도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쳐다봤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사진을 찍은 곽부용 작전과장이 김철환 1중대장을 봤다.

“1중대장.”

“네?”

“나도 한 장 찍어주지?”

“아, 네에······.”

곽부용 작전과장이 카메라를 넘겨주고 곧바로 오상진 옆에 섰다. 오상진은 때아닌 사진 촬영에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이게 뭐지?’

5

한종태 대대장과 곽부용 작전과장이 달라진 이유를 알게 된 건 행정반으로 돌아오고 나서였다.

“1소대장님. 멧돼지 잡으셨다는 게 사실입니까?”

자리에 앉아 있던 3소대장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내가 멧돼지를 잡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대민지원 나가셨다가 멧돼지로부터 민간인을 구했다고 들었는데 아닙니까?”

“아, 네. 그런 일이 있었던 건 맞지만······.”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맨손으로 멧돼지를 상대할 생각을 했습니까.”

“잠깐! 잠깐만!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제가 멧돼지를 상대한 것은 맞지만······.”

“우와! 진짜였어. 정말 대단하십니다. 정말 짱이십니다. 1소대장님.”

4소대장은 연신 엄지를 추켜세웠다.

오상진은 일단 4소대장을 진정시킬필요가 있었다.

“4소대장, 도대체 그 소리는 어디서 들은 겁니까?”

그러자 4소대장 대신 3소대장이 입을 열었다.

“모르셨습니까? 지금 인터넷에 난리입니다. 뉴스에도 영웅이 탄생했다고 보도하고 말입니다.”

“네?”

그제야 오상진은 왜 한종태 대대장과 곽부용 작전과장이 자신에게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반면 2소대장은 4소대장이 오상진을 추켜세우는 게 못마땅했다.

“칫, 그게 무슨 대수라고······.”

그런 2소대장의 속도 모르고 3소대장까지 오상진에게 호의를 보였다.

“어쨌든 대단한 일 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순간 2소대장이 더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툭 쏘았다.

“3소대장, 그게 무슨 고생이야 고생은. 대민지원을 나갔는데 당연한 거잖아. 그리고 멧돼지 하나 잡은 거로 호들갑은 무슨. 왕년에 멧돼지 한 번 안 잡아 본 사람 있나?”

“2소대장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왜 내가 못할 말 했어?”

“그래도 그건······.”

3소대장이 오상진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하지만 한 번 발동이 걸린 2소대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뭐, 우리가 멧돼지 잡으려고 군인이 됐나?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군인이 되었지. 그리고 멧돼지는 요새 119에 전화하면 알아서 다 잡더만 뭐 한다고 잡겠다고 나섰는지 모르겠네.”

오상진은 그냥 쓰게 웃었다. 2소대장이 부러워서 저런 말을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3소대장도 4소대장도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괜히 멋쩍어진 2소대장이 말을 돌렸다.

“그런데 1소대장님은 멧돼지 잡으러 갔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다른 일을 하러 간 것으로 아는데······. 철책 작업하러 간 거 아닙니까?”

“아, 철책 설치하러 간 것 맞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일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멧돼지 잡지 않았습니다. 그냥 쫓아낸 것뿐입니다.”

오상진의 솔직한 말에 2소대장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렇죠? 그런 거죠? 거봐, 멧돼지를 아무나 잡나.”

2소대장이 의기양양하게 말하며 3소대장을 바라봤지만 크게 호응은 얻지 못했다.

오상진 역시도 2소대장과 괜한 입씨름을 하기 싫어 서둘러 행정실을 나갔다.

“저 그럼 먼저 오전 일과 하러 가 보겠습니다.”

오상진이 나가고 2소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봐봐, 3소대장 들었지? 멧돼지를 잡기는 무슨. 멧돼지는 아무나 잡나? 나도 왕년에는 맨손으로 말이야. 멧돼지를 잡고 그랬어.”

“아, 네에······.”

3소대장은 듣는 둥 마는 둥 대충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자 2소대장이 괜히 짜증을 냈다.

“뭐야, 3소대장. 내 말이 우스워?”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요즘 빠져 가지고는.”

“죄송합니다.”

4소대장은 같은 소대장임에도 불구하고 2소대장에게 꼼짝을 못하는 3소대장의 모습이 그저 안쓰럽기만 했다.

“참, 3소대장님.”

“네.”

“조금 전에 행보관이 찾던데 말입니다.”

“행보관이 말입니까? 무슨 일로 절 찾죠?”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빨리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 네에. 알겠습니다.”

3소대장은 도망치듯 행정실을 빠져나갔다. 그때를 같이 해 4소대장도 서둘러 행정실을 나갔다.

“그럼 저도 이만 일과하러 가 보겠습니다.”

4소대장은 행정실을 나오자마자 3소대장을 쫓았다. 저만치 큰 걸음으로 군수과로 향하는 3소대장이 보이자 다급히 불렀다.

“3소대장님, 3소대장님.”

3소대장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네? 왜 그러십니까?”

“아까 제가 말한 거 뻥입니다. 뻥.”

“네?”

“아니, 조금 전 보니까 난처해 보여서 제가 거짓말 좀 했습니다.”

그러자 3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아······. 그러셨구나. 그럼 행보관이 날 찾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거죠?”

“네.”

4소대장이 슬쩍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괜한 짓을 했습니까?”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으면 종종 도와주십시오.”

4소대장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

“당연하지 말입니다. 서로 돕고 살아야죠. 그보다 1소대장님 운도 좋지 않습니까? 어떻게 거기 가서 그런 일을 다 겪습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3소대장이 씁쓸하게 웃었다. 4소대장이 주위를 잠시 살피더니 바로 말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위에서 거기 안 보내려고 했답니다. 경기도 광주 아닙니까. 주변에 부대가 없는 것도 아니고 생색내기로 대민지원하는 건데 거기까지 가는 건 아니다 싶었던 거죠.”

“그런데 1소대장님은 어쩌다 간 겁니까?”

“1소대장님, 대대장님한테 완전히 찍혔지 않습니까. 그래서 위에서 억지로 보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네. 이거 확실한 정보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민간인을 구하고 뉴스까지 나게 됐으니 1소대장님은 팔자 핀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대대장님도 이번 일로 진급에 플러스가 됐을 테니 더 이상 1소대장님을 미워하진 못할 거 아닙니까?”

“그건 또 모르죠. 대대장님이 보통 성격이 아니시니까요.”

“아무튼 1소대장님은 하늘이 돕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럽습니까?”

“당연히 부럽지 말입니다. 저에게는 왜 그런 행운이 오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4소대장이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이대로 가다간 오상진이 저만치 앞서갈 것 같았다.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오지 않겠습니까?”

“과연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4소대장이 살짝 낙심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우리도 라인을 제대로 타야 하지 않겠습니까?”

“라인이요?”

“생각해 보십시오. 이제 1소대장님은 전국구 스타가 될 것이 뻔합니다. 군인이 몸을 던져서 민간인을 구했으니 위에서 얼마나 우려먹겠습니까?”

“하긴. 군대가 이런 미담을 좋아하긴 하죠.”

“그래서 우리는 1소대장님과 좀 더 많은 친분을 유지해야 한다, 이 말입니다.”

3소대장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 같은 3사 출신이라 2소대장 편만 들었더니, 괜히 중대장님께 찍히기나 하고 말이야. 도움이 하나도 안 돼. 그렇다고 바로 갈아타는 것도 쉽진 않을 것 같은데······.’

3소대장은 잠시 고민했다. 반면 4소대장은 일찌감치 마음을 정한 지 오래였다.

“전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겁니다.”

“적극적으로요?”

“뭐 별거 있겠습니까? 1소대장님이 하시는 일은 적극 밀어드리는 거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1소대장님도 절 더 챙기지 않겠습니까?”

4소대장이 씩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3소대장도 기회주의자라며 4소대장을 비난하지 못했다.

본래 군대란 줄을 잘 서야 했다. 줄을 잘못 서면 아무리 유능해도 위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나도 어디 한번······.’

3소대장도 이내 마음을 굳혔다. 대대장도 아니고 같은 소대장의 라인에 선다는 게 우스운 노릇이지만 정말로 오상진에게 천운이 따르는 거라면 잘 지내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았다.

6

오상진이 행정실을 빠져나와 향한 곳은 중대장실이었다.

똑똑똑!

“들어와.”

오상진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김철환 1중대장은 뭔가를 보다가 오상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 10장 일이 점점 커지네(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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