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장 일이 점점 커지네(3) >
인생 리셋 오 소위! 074화
10장 일이 점점 커지네(3)
“아······.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 그러니까 원인을 제공했으니까. 결과가 어떻든 저 아드님에게 할 말이 없단 이 말이죠?”
“네. 아무래도 도의적인 책임은 져야 할 거 같아서요.”
“그래도 이건 아니죠. 설사 음식 그릇 때문에 멧돼지가 내려왔더라도 일부러 그러신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병사들이 철책을 치고 있는데도 멧돼지가 내려온 걸 보면 잔뜩 굶주렸던 거 같고요.”
“그렇다고 해서 잔반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저희 실수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상진 씨가 몸을 던져서 할머니를 구한 건요? 공은 공이고 과는 과죠. 그런데 상진 씨, 아까 할머니 구해드리고 감사 인사는 받았어요?”
“아닙니다.”
“그게 문제라는 거예요. 할머니도 그렇고 저 아들이란 사람도 그렇고 고집불통에 자기들 할 말만 하는데 분명 상진 씨 부대에 전화해서 난리를 칠 걸요? 상진 씨가 할머니 구했다는 이야기는 쏙 빼놓고 말이에요.”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습니까?”
“아까 말했잖아요. 두고 보라고. 기자 생활 오래 한 건 아니지만 저렇게 말하는 사람 치고 조용히 넘어가는 사람 거의 없더라고요.”
박은지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오상진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렇다 해도 저희로서는 어쩔 수가 없겠죠.”
“아무튼 걱정하지 마요. 아까도 말했지만 공은 공이고 과는 과예요. 잘못된 부분은 사과하고 반성하고 책임지면 되는 건데 맨날 과만 가지고 발목 잡고, 공은 무시하고 그러니까 우리나라 정치가 이 모양 이 꼴이잖아요.”
“정치까지 가시는 겁니까?”
“제가 좀 너무 나갔나요? 아무튼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 사람이 뭐라고 해도 제가 책임지고 중립적으로 기사를 써서 이 일을 알릴 테니까.”
“은지 씨······.”
“아무튼 전 먼저 가 볼게요. 시간 나면 같이 산책이라도 할까 했는데 일이 생겼으니까. 암튼 또 연락해요~”
박은지는 서둘러 차를 몰고 서울로 돌아갔다.
그렇게 첫날 작업은 어수선하게 마무리되었다.
3
“이보게, 얘기는 들었네. 많이 속상했지? 화 풀어.”
버스를 타고 부대로 돌아가려는데 이장이 오상진에게 다가왔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를 잠시 뵐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 갑시다. 가!”
오상진은 이장과 함께 할머니 댁으로 갔다.
“할머니! 할머니!”
오상진의 부름에도 할머니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이장이 답답했던지 입을 열었다.
“잠시만 여기 있어 보오.”
이장이 할머니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이장은 툴툴거리며 나왔다.
“으구, 저놈의 할망구! 말도 마. 아주 그냥 뭐가 그렇게 화가 났는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말도 안 해. 그냥 내버려 둬.”
오상진은 씁쓸한 얼굴이 되며 말했다.
“어쩔 수 없죠. 죄송한데 혹시라도 할머니가 밤중에라도 아프시다고 하시면 병원에 모셔다드리면 고맙겠습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 내가 어차피 할 일도 없고, 우리 할망구가 이 집 할망구와 친해. 옆에 있으라고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 감사합니다. 이장님.”
“감사는. 오히려 내가 미안해. 젊은 사람들 볼 낯이 없어. 우리 마을 위해서 이렇듯 먼 곳까지 와서 고생하는데 뭔 짓인지 모르겠네.”
“저희는 괜찮습니다.”
“아무튼 오늘 일로 시골 인심 야박해졌다고 생각 마. 어딜 가나 가끔 저런 고약한 할망구가 하나씩은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이장님.”
“아무튼 오늘 고생했소.”
“네. 이장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요. 조심히 올라가요.”
“네.”
오상진이 인사를 한 후 차에 올라탔다.
“대식아.”
“네. 인원 이상 없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후 말했다.
“오늘 다들 고생했다. 뭐, 중간에 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신경 쓰지 마라. 알아서 잘 해결될 거야. 무슨 일 있으면 소대장이 다 책임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네.”
“그래.”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에 앉았다.
“출발하자.”
“네.”
운전병이 곧바로 출발을 했다. 그때 뒤에서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 할머니, 진짜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됐어. 시골 할머니들은 다 저래.”
“어? 우리 할머니도 시골에 계십니다. 그런데 저러시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너무했지 말입니다.”
“맞습니다. 만약에 소대장님이 나서지 않았다면 진짜 큰일 났을 텐데 말입니다.”
다들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자 김대식 병장이 후임병들을 향해 말했다.
“야야, 다들 조용히 가자. 안 그래도 소대장님 심란하실 텐데.”
오상진도 억지로 눈을 붙였다.
그렇게 절반쯤 갔을 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김철환 1중대장이었다.
“충성! 오상진 소위입니다.”
-어디냐?
“지금 부대 복귀 중입니다.”
-별일은 없고?
“저, 그게······.”
오상진이 살짝 망설였다.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말했다.
-대충 이야기는 들었다.
“어떻게······.”
-어떻게는 뭘 어떻게야. 방금 대대장실에 불려 갔다 왔는데.
“아, 벌써 얘기가 들어간 겁니까?”
-대대장님은 펄쩍 뛰고 난리도 아닌데 그 정도 일은 아닌 거 같고. 내가 누구보다 널 잘 아는데 네가 설마 경우 없이 했을 리 없잖아. 안 그래?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 암튼 어떻게 되었는지 간단히 설명해 봐.
“실은······.”
오상진이 대충 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그 과정에서 할머니가 조금 다쳤는데 아들이 와서 난리를 쳤다 이거야?
“네.”
-흠······. 그 아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그런 일을 가지고 대대장실까지 전화해서 난리인 거야. 아후, 그 양반도 참 대단하다. 그보다 우리 애들 중에 다친 사람은 없지?
“네, 없습니다.”
-알았다. 일단 복귀해.
“네.”
-그리고 운전병보고 천천히 가라고 해. 조금 있으면 대대장님 퇴근하니까. 괜히 일찍 와서 혼나지 말고 안 그래도 고생했는데 오자마자 한 소리 들으면 기분이 좀 그렇잖아. 이왕 혼나는 거 내일 혼나자.
“네. 알겠습니다.”
부대에 복귀한 오상진은 간단히 인원체크만 하고 병사들을 내무반으로 돌려보냈다.
“오늘 고생했고, 들어가 쉬어라.”
“네, 소대장님께서도 쉬십시오.”
“오냐.”
오상진은 행정반에 들러 일과를 마무리한 후 관사로 갔다. 그리고 대충 몸을 씻은 뒤에 침대에 누웠다.
“힘든 하루네.”
잠은 오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잠을 자야 할 것 같았다.
오상진은 억지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음 날.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간단히 세면을 마치고 오상진은 깨끗이 세탁한 복장을 갖춰 입었다.
“후우······.”
다시 대민지원을 나서기 전에 대대장님께 한 소리 들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복잡했다.
한종태 대대장도 평소보다 일찍 출근을 했다.
“어제 오 소위 몇 시에 왔어?”
“네, 확인해 보니 20시쯤 도착을 했습니다.”
“이 새끼, 일부러 늦게 도착한 거 아냐?”
“아닐 겁니다. 경기도 지역에서 오다 보니 차도 많이 막혔을 것입니다.”
“그럼 미리미리 움직였어야지. 그리고 그런 일이 있으면 즉각 즉각 보고하고 그래야 할 것 아냐.”
“그럼 오 소위를 바로 불러서 보낼까요?”
“1중대장도 같이 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나가고 한종태 대대장이 인상을 썼다.
“이 새끼가 하라는 대민지원은 안 하고, 민간인을 다치게 만들어? 아무튼 오 소위 너 잘 걸렸다! 가만 안 둬, 내가!”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네. 충성대대장입니다.”
-나다, 사단장.
“충성! 한종태 중령입니다.”
갑작스러운 사단장의 전화에 한종태 중령이 바짝 긴장했다.
그걸 느낀 것일까.
사단장이 서운한 기색을 내비쳤다.
-왜? 내가 전화하는 게 싫어?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래? 나 몰래 사고 친 거 있어?
“아, 아닙니다!”
-아무튼 잘해. 거기서 또 사고 치면 옷 벗어야 하는 거 알지?
“네······.”
-내가 큰마음 먹고 기회를 준 거니까 잘하라고.
“감사합니다. 사단장님.”
-그건 그렇고 이렇게 장한 일이 있는데 왜 말하지 않았나.
“예? 장한 일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뭐야? 아직 모르고 있었어?
“그게······ 죄송합니다.”
-허허. 대대장씩이나 되어서 부대 일에 이렇게 무관심해서야, 원. 내가 이런 일을 보고보다 기사로 먼저 접해야 하나?
“죄, 죄송합니다.”
사단장의 목소리가 굳어지자 한종태 대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니까 자네가 안 되는 거야. 아침부터 칭찬 좀 해주려고 했더니. 쯧쯧쯧.
“죄송합니다.”
-아무튼 이 일 똑바로 처리해. 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보고 확실하게 올리고.
“네, 알겠습니다!”
사단장과 통화를 마친 한종태 대대장은 곧바로 작전과장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내가 지금 누구 전화 받은 줄 알아? 사단장님께서 전화를 했어.”
“네? 사단장님께서 말입니까?”
“그래.”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우리 부대에 장한 일이 있다는데 뭐 아는 거 있어?”
“혹시 어제 오 소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까?”
“그게 무슨 장한 일이야! 민간인을 다치게 했는데.”
“그렇긴 합니다만······ 지금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곧바로 휴대폰으로 검색을 했다. 그 모습을 보는 한종태 대대장이 물었다.
“자네 뭐하나?”
“혹시 기사가 떴는지 확인해 보는 겁니다.”
“지금 나랑 장난······.”
“앗, 있습니다.”
“기사가 있어? 이리 줘봐.”
“네. 여기!”
곽부용 작전과장이 휴대폰을 건넸다.
“여기 보시면······.”
한종태 대대장이 확인을 했다. 기사 제목을 확인했다.
-주민을 구한 용감한 대한민국 군인. 하지만 돌아온 것은 피해 보상?
순간 한종태 대대장의 눈이 커졌다.
한종태 대대장이 다급히 기사를 확인했다.
그 기사에는 당시에 벌어졌던 상황이 간략하게 압축되어 있었다.
“으음······.”
기사를 훑어 내린 한종태 대대장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그러니까, 이 기사 내용으로 보자면 1소대장이 할머니를 다치게 한 것이 아니라 구했다는 거네.”
곽부용 작전과장이 땀을 삐질 흘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기사 내용을 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이거 잘못된 거 아냐?”
“네?”
“오보 아니냐고!”
한종태 대대장이 따지듯 물었다. 분명 어제 곽부용 작전과장에게 들었던 내용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제, 제가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휴대폰으로 확인을 했다. 그러다가 맨 밑에 기자를 확인하고는 곧바로 한종태 대대장에게 보고했다.
“대대장님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대한일보 소속기자입니다.”
“대한일보? 대한일보는 메이저잖아.”
“네. 우리나라 5대 신문사 중 하나입니다.”
“이런 곳에서 오보를 낼 리가 있나?”
한종태 대대장의 의문에 곽부용 작전과정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오보일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기사 쪽을 사실로 봐야 한다 이거지?”
“네. 보통 민원은 주관적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흠. 아무튼 1소대장은 운도 좋아. 어떻게 대한일보에 기사가 날 수 있지?”
“그러게 말입니다.”
“혹시 이 기자와 아는 사이 아냐?”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번 알아봅니까?”
“됐어! 이제 와서 무슨. 그보다 사단장님까지 저렇게 기뻐하는 것을 보니 그냥 넘겨서는 안 될 것 같은데······.”
< 10장 일이 점점 커지네(3)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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