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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4화 (74/1,018)

< 10장 일이 점점 커지네(2) >

인생 리셋 오 소위! 073화

10장 일이 점점 커지네(2)

“그래도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자네가 저 할망구를 몰라서 그러는데 저대로 버티면 저승사자가 와도 못 데려가. 그리고 정말 다쳤다면 알아서 병원에 가자고 난리쳤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마.”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오상진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장이 그런 오상진을 보며 입을 뗐다.

“봐서 우리 마누라한테 할망구 좀 살펴보라고 할 테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

오상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방에 계신 할머니를 향해 소리쳤다.

“할머니. 혹시라도 불편하시면 아까 드린 전화번호로 전화 주세요. 바로 병원에 전화하겠습니다.”

“됐어! 일 없어. 그나저나 우리 아들은 왜 이렇게 안 와. 엄마가 다쳤다는데.”

할머니는 누워서 고개를 길게 뺐다. 그리고 문 입구를 응시했다.

이장은 오상진의 팔을 잡으며 눈짓으로 나오라고 했다.

“더 상대해 봐야 입만 아프니 저대로 냅둬. 딱 봐도 괜찮아 보이네.”

“그래도 나중에라도 아프다고 하시면······.”

“허허, 알았어. 알았다니까.”

이장이 서둘러 오상진을 보냈다. 오상진은 떠밀리다시피 다시 작업하는 곳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자, 늦어진 만큼 속도를 좀 내자.”

“네!”

소대원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렇게 한참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때 산 아래에서 덩치가 커다란 40대 남자가 씩씩거리며 올라왔다.

“여기 책임자가 누구요.”

오상진이 나섰다.

“네, 접니다.”

“당신이 우리 엄마 다치게 했소?”

남자의 뜬금없는 말에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네? 제가 선생님 어머니를 다치게 했다는 게 무슨 말씀입니까?”

“시끄럽고,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기에 우리 엄마를 다치게 한 거요?”

“실례지만 선생님 어머니가 누구십니까?”

다짜고짜 따져대는 남자를 보니 누군가가 연상됐지만 오상진은 확인 차원에서 다시 한번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뭘 알면서 물어? 아까 넘어졌다는 분이 바로 우리 어머니요.”

할머니가 그토록 기다리던 아들이 이제야 온 모양이었다.

“실례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치게 했다는 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상진이 물었다.

남자는 살짝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엄마 말이 당신이 제대로 멧돼지를 처리하지 못해 그런 거라 하던데······. 그런데 멧돼지는 어디 갔소?”

“멧돼지는 도망갔습니다.”

“도망가? 나참, 진짜······. 멧돼지를 잡지도 못했소? 아니, 군인이 되어서 멧돼지 하나 못 잡는 것이 말이 되오?”

남자의 억지에 오상진 역시 반박을 했다.

“네, 저희가 뭐 손쓸 것도 없이 도망갔습니다.”

“아니, 무슨 대한민국 군인이 멧돼지 하나를 못 잡아?”

오상진은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역시나 그 어머니의 그 아들이네.’

어머니나 아들이 똑같은 말로 사람 염장을 지를 줄은 미처 몰랐다.

“그건 그렇고 이 일을 어떻게 할 거야. 당신들 때문에 우리 엄마가 다쳤어. 어떻게 보상할 거냐고!”

그때 가만히 듣던 김대식 병장이 참지 못하고 한 소리 했다.

“아저씨, 저희 때문에 할머니께서 다친 것이 아닙니다.”

“넌 또 뭐야?”

남자가 김대식 병장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오상진이 곧바로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대식아, 끼어들지 마.”

“하, 하지만 소대장님······.”

“그냥 내 말대로 해.”

“알겠습니다.”

김대식 병장이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오상진은 그 남자를 보며 말했다.

“선생님 저쪽으로 가서 저랑 얘기 좀 하시죠.”

오상진이 남자를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뒤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박은지가 나섰다.

“이봐요, 아저씨! 아까부터 말씀을 참 이상하게 하시네요.”

박은지의 등장에 남자는 살짝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넌 또 뭐야?”

“저요? 대한일보 기잔데요.”

“기자? 네가?”

“네가? 말씀이 상당히 거슬리네요. 아, 시청에서 근무하시다 보니 기자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신가 봐요?”

박은지의 당찬 물음에 남자의 표정이 바뀌었다.

“네가 내가 시청에서 일한다는 걸 어떻게 알아?”

“처음 본 사람한테 반말하지 마시죠. 그리고 제가 할 일 없이 아저씨 뒷조사나 하고 다니는 줄 아세요?”

“그러니까 어떻게 알았냐고?”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알아요? 저 집에 사시는 할머니가 입만 열면 시청에 다니는 우리 아들 하니까 알았죠.”

“우리 엄마가 그랬다고?”

“가서 확인이라도 시켜드릴까요?”

박은지가 한마디를 안 지자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암튼 기자고 자시고 간에 저리 빠져 있어. 네가 뭔데 나서?”

기자라고 해도 남의 일에 함부로 간섭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자 박은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어지간해서 빠지고 싶은데 직접 그 상황을 목격한 목격자로서 빠질 수가 없네요.”

“네가 목격했다고?”

남자가 움찔했다.

“네. 지금부터 제가 본 걸 정확하게 설명할 테니까 귀 열고 제대로 들으세요.”

박은지가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속사포 랩을 하듯 남자에게 쏘아댔다.

“분명히 멧돼지가 할머니를 덮치려고 하는 찰나에 여기 있는 오 소위님께서 나서서 할머니를 구한 것이 맞고요. 할머니는 그전에 먼저 병사들이 부축해서 옮기려는 과정에서 넘어지신 겁니다. 그러면서 좀 다치신 것뿐이에요. 그리고 이장님께서 병원에 가자고 그렇게 말했는데 아드님께서 오지 않는다면 절대로 안 가시겠다고 떼까지 쓰셨고요. 이제 어떻게 된 일인지 좀 아시겠어요?”

“그게······ 확실해?”

남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박은지의 얘기를 들어보니 자신의 어머니가 또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제 와 오해했다며 고개를 숙이고 싶진 않았다.

광주시청 5급 공무원으로서 일개 군인 따위에게 앓는 소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증거 있어? 솔직히 기자 양반 당신이 이 녀석들이랑 한통속일지 누가 알아?”

박은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증거를 제시했다.

“그럴 줄 알고 제가 다 찍어 놨죠!”

“뭘 찍어?”

박은지는 씨익 웃으며 자신이 찍은 동영상을 휴대폰으로 보여 주었다.

할머니가 넘어지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과 멧돼지가 할머니에게 달려드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뒤이어 멧돼지와 할머니 사이에 오상진이 끼어드는 장면이 나타났고 멧돼지가 화들짝 놀라며 방향을 틀어 산으로 도망치는 영상이 이어졌다.

‘젠장할······.’

남자는 속으로 당황했다. 설마하니 정말로 오상진이 몸을 던져 자신의 어머니를 구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먼 길을 와 버린 남자는 자존심을 굽히지 못했다.

“이, 이거 조작아냐?”

“아이고, 아저씨! 지금 영화 찍어요? 이 휴대폰으로 찍었는데 조작을 할 수 있어요? 시청 다닌다는 분이 그런 것도 모르시나?”

박은지의 핀잔에 남자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게다가 이렇듯 명백한 증거까지 있으니 남자는 더 이상 따질 수도 없었다.

‘제기랄······. 이러면 안 돼.’

잠시 생각을 하던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휴대폰 다시 줘봐요. 내가 조금 전에 제대로 확인을 못 했소. 다시 한번 확인해 보려고 하니까 이리 주시오.”

박은지가 피식 웃었다.

“후후후, 왜요? 불리하다 싶으니까 이 영상 지우시려고요? 그렇게는 안 되죠.”

박은지 역시 여우였다. 남자가 인상을 썼다.

“누가 지운데? 다시 한번 보자고, 다시 한번!”

“아까 봤잖아요.”

“아까 우리 엄마가 넘어지는 부분을 다시 한번 보자고. 그 장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

남자의 요구에 박은지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보여줬다.

“제가 보여 줄 테니까. 휴대폰에는 손대지 마세요.”

“깐깐하게 굴기는······.”

박은지는 휴대폰을 꺼내 다시 틀어줬다. 그리고 남자는 눈을 크게 뜬 채로 집중하며 바라봤다.

남자는 내심 부축하는 과정에서 무슨 실수라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뭐든 좋으니까 하나만 걸려 봐. 걸리기만 하면 가만 두지 않을 테야.’

남자가 단단히 벼렸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영상에는 자신의 어머니가 병사들의 부축을 뿌리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부축을 받는 게 불편했던지 손을 홱 하고 뿌리치면서 균형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은 것이다.

영상을 좀 더 봤지만 꼬투리 잡을 만한 건 나오지 않았다.

‘아, 진짜. 엄마! 왜 그랬어?’

남자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오늘도 안 오려고 했는데. 까닥 잘못했다간 자신이 사과를 해야 할 판이었다.

“봤죠? 할머니가 혼자 넘어지신 거.”

“혼자 넘어졌다고? 사람이 어떻게 혼자 넘어지나.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넘어졌을 거 아냐?”

“지금 제 말꼬리 잡으시는 거예요? 여기 이렇게 영상이 있는데?”

“막말로 병사들이 막 잡아끌어서 그런 건지 어찌 알아?”

남자가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았다.

그러자 박은지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 말은 똑바로 하시죠. 멧돼지 때문에 할머니를 다급하게 부축해야 하는 상황인데 느긋하게 할머니한테 맞춰 드려야 할까요? 그러다 멧돼지가 달려들면 어쩌려고요?”

“결국 달려들었잖아?”

“그걸 지금 말씀이라고 하세요? 그리고 영상에도 할머니께서 병사들 팔을 뿌리치다가 넘어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잖아. 그런데 이걸 병사들 탓으로 돌리시면 안 되죠.”

“기자 양반도 웃기네. 내가 그렇게 봤다는데 왜 끝까지 군인들 편만 들어?”

“이게 편 드는 거로 보이세요? 그럼 인터넷에 한번 올려 볼까요? 누구 말이 맞는지?”

박은지가 으름장을 놓자 사내도 발끈했다.

“너, 올리기만 해! 이거 초상권 침해야. 바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야!”

“하실 거면 둘 중에 하나만 하시죠?”

“아무튼, 올리기만 해봐.”

“흥!”

박은지가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남자가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야, 너 윗사람 누구야?”

“윗사람은 왜요?”

“윗사람이 누구냐고!”

“왜요? 알려드리면 거기 전화해서 따지시게요?”

“왜? 이제 좀 겁이 나나 보지?”

“그럴 리가요. 아무튼 저는 알려드리기 싫으니까 재주 좋으신 분이 알아서 찾아보시죠.”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래, 어디 두고 보자. 그리고 너희들! 너희들도 내가 가만 안 둬!”

남자는 씩씩거리며 내려갔다. 오상진이 내려가는 그 사내를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미안해요, 상진 씨. 제가 이렇게까지 나서고 싶진 않았는데, 기자라서 이런 걸 보면 못 참아서요.”

박은지가 냉큼 사과했다. 그러자 오상진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미안은요. 오히려 감사합니다. 은지 씨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덤터기를 쓸 뻔했습니다.”

“그나저나 대한민국 군인이 욕받이인가. 좋은 일 해도 욕을 듣네요. 그냥 한마디 하지 그랬어요.”

오상진이 살짝 난감한 얼굴이 되더니 입을 열었다.

“저희는 군인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민간인과 이런 일로 다툴 수는 없습니다.”

“군법에 그렇게 나와 있는 거예요?”

“그건 아닙니다만······.”

“아, 민원 때문에요?”

“네. 그리고 저희가 원인을 제공한 것도 없지 않고요.”

“원인 제공이요?”

“실은 저희가 점심때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먹었습니다. 그릇을 저쪽에 놨는데 그 냄새를 맡고 멧돼지가 온 것 같습니다.”

< 10장 일이 점점 커지네(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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