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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2화 (72/1,018)

< 9장 총알 일발 장전!(9) >

인생 리셋 오 소위! 071화

9장 총알 일발 장전!(9)

“당연하지, 이 사람아. 여기는 사람 사는 곳 아닌가? 우리도 짜장면도 먹고 통닭도 먹고 그래.”

“그렇습니까?”

“그런데 배달시켜 먹으려고? 그러지 말고 기다려 봐. 내가 수육이랑 해서 한 상 푸짐하게 내올 테니까.”

“수육도 좋은데 작업을 끝내기까지 며칠 더 걸릴 거 같아서요. 마지막 날에 한 상 차려 주시죠.”

“그래도 되려나?”

“그럼요. 대신 마지막 날에 기대하겠습니다. 이장님.”

“걱정 마. 내가 아주 배가 터질 만큼 준비할 테니까.”

“그럼 중국집 전화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잠깐만 기다려 봐.”

“네.”

이장은 집안에서 중국집 전단지를 건넸다.

“여기.”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시킬 거면 넉넉하게 시켜. 알았지?”

오상진은 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네, 황룡각이죠? 지금 배달됩니까? 아, 네에. 여기가 어디냐면······.”

오상진은 짜장면, 탕수육을 푸짐하게 시켰다. 그리고 다시 작업하는 곳으로 복귀했다.

약 한 시간이 흐른 후 중국집 배달원이 철가방을 들고 다가왔다.

“배달시키셨죠?”

“네. 여깁니다.”

“짜장면 곱빼기 열한 개에 탕수육 대 자 4개 맞죠?”

“네. 맞습니다.”

“어디다 놓을까요?”

“저기, 저쪽에다 놔주세요.”

배달원은 오상진이 가리킨 곳에 짜장면과 탕수육을 대충 포개 놓았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보다 배달 상태가 불량했다.

다시 그릇을 찾으러 오기 귀찮으니 일회용 용기로 가져온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양이 너무 적었다.

“이거 곱빼기 맞아요?”

“맞는데 왜요?”

“일반 가져다주신 거 아닌가 해서요.”

“어휴. 이 정도면 많이 담은 겁니다. 이 동네 어르신들 이거 반절도 안 드세요.”

“그래도 이건······.”

“어휴. 알았습니다. 다음에 또 시키시면 그때 더 담아달라고 할게요.”

종업원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 사이 오상진이 밑바닥에 깔린 탕수육 용기를 집어 들었다.

탕수육의 양은 정량에 가까웠다. 그런데 빛깔이 거무튀튀했다.

마치 팔리지 않았던 탕수육을 다시 튀겨 가져온 느낌이었다.

“군만두는 없어요?”

“군만두 시키셨어요?”

“아뇨. 보통 서비스로 군만두 주던데.”

“에이. 어디서 시켜 드셨는지 몰라도 이 근방에 군만두 서비스 주는 데 없어요.”

“서비스 자체가 없다는 거죠?”

“여기까지 오는데 기름값이 얼마인데요?”

“후우.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시골 인심은 여전히 푸짐할 거라 여겼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아까 이장님이 넉넉히 시키라는 게 그런 말씀이셨구나.’

음식값을 지불한 뒤 오상진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얘들아, 밥 먹고 하자.”

“이야, 짜장면이다.”

“워, 얼마 만에 먹어보는 짜장면이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대원들이 우르르 내려와 짜장면 그릇을 잡아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도 이내 아쉬움을 달랬다.

“양이 적은 것 같지만 전부 곱빼기라고 하니까 맛있게들 먹어라. 탕수육도 넉넉히 시켰으니까 서로 싸우지들 말고.”

“네. 감사합니다. 소대장님!”

그때 이장이 나타났다.

“내가 때마침 잘 왔네.”

“이장님. 식사 안 하셨으면 같이 드시겠습니까?”

“아이고. 괜찮아요. 나는 먹고 왔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탕수육 좀 드십시오.”

“어? 탕수육도 시켰네? 그렇지 않아도 내가 막걸리를 좀 주문했는데.”

“네? 막걸리 말입니까?”

순간 소대원들이 눈빛이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보니 괜찮다고 사양하기도 어려웠다.

“너희들 막걸리 먹고 싶냐?”

“네!”

“대신 딱 한 잔씩이다.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소대원은 억지로 마시지 않아도 된다. 알았지?”

“넵!”

소대원들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대민지원 나오면 또 이런 맛도 있어야 했다.

잠시 후 동네 주민 하나가 막걸리를 가지고 왔다.

“자, 한 잔씩 들 받아요.”

이장이 직접 막걸리를 따라주었다.

“까악.”

“세상에 막걸리를 먹다니.”

“이 맛에 대민지원하는 거 아니겠어?”

“그렇지 말입니다.”

“자자, 얼른 먹고 작업 마무리하자.”

“네.”

적당히 식사가 끝나갈 때쯤 오상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은지 씨.”

-저 거의 다 온 거 같은데 길이 헷갈려서요.

“혹시 그 마을 앞 다리 지나셨어요?”

-다리? 아, 저거 말인가?

“그쪽으로 오세요. 제가 마중 가겠습니다.”

-아니에요. 안 그러셔도 괜찮아요.

“그렇지 않아도 밥 먹고 소화 좀 시키려던 참이었어요. 때마침 마을 주민이 경운기를 가져왔으니까 그거 타고 제가 금방 가겠습니다.”

-네. 그럼 기다릴게요~

오상진은 김대식 분대장에게 소대를 맡기고 박은지를 마중하러 가기 위해 움직였다.

“노 이병하고 손 이병이 그릇 좀 정리해.”

“네. 알겠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뒤처리는 막내들의 몫이었다.

손주영 이병과 노현래 이병이 그릇을 한쪽으로 옮겼다. 탕수육 소스와 짜장 소스 일부를 제외하고 잔반은 거의 없었다.

“손 이병님.”

“왜?”

“혹시 멧돼지가 이 냄새를 막고 내려오지는 않겠죠?”

남은 소스들을 한 그릇에 옮기며 노현래 이병이 말했다.

“야, 멧돼지가 그것도 대낮에 내려오겠냐? 생각을 하고 말해라.”

손주영 이병이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타박했다.

그런데······ 노현래 이병의 말이 씨가 되고 말았다.

11

식사 후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 저거저거!”

쿠잇, 쿠잇, 쿠르르르, 쿠잇.

작업하지 않은 뒤쪽으로 멧돼지 한 마리가 내려왔다.

한태수 일병이 곧바로 김대식 병장에게 말했다.

“김 병장님 멧돼지가 내려왔습니다.”

“멧돼지?”

김대식 병장이 한태수 일병이 가리키는 곳으로 달려갔다. 농담이 아니라 저만치에서 시커먼 멧돼지가 보였다.

“어떻게 합니까? 소대장님께 연락 드려야 합니까?”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 저것만 먹고 다시 올라갈지도 몰라.”

“저희가 잡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일단 대기해. 그건 소대장님께서 판단하실 거야.”

김대식 병장은 오상진도 없는 상황에서 멧돼지를 포획하는 것은 무리라고 여겼다. 애당초 멧돼지를 잡기 위한 대민지원을 나온 게 아니었고 그럴 만한 도구도 없었다.

게다가 만에 하나 부상자가 나올 경우 일이 복잡해질 수 있었다.

“김 병장님! 멧돼지가 짜장면 그릇 쪽으로 갑니다.”

“그냥 내버려 둬. 저거 다 먹고 올라가게. 괜히 성질 건드려서 다른 곳으로 미쳐 날뛰면 큰일이야.”

“하지만 다 먹고 밭을 어지르면 어떻게 합니까?”

“그건 그때 생각해 보자. 그 전에 소대장님이 돌아오실 거니까.”

“네.”

“대신 태수 너는 멧돼지에게서 시선 떼지 말고 어디로 움직이는지 일일이 보고 해.”

“알겠습니다.”

김대식 병장은 다시 병사들을 독려해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병사들은 쉽게 작업에 몰두하지 못했다.

‘그냥 저것만 먹고 올라가면 좋겠는데······. 그런데 도대체 뭘 먹는 거지?’

괜히 불안해진 김대식 병장은 다시 멧돼지가 잘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먼발치에서 지켜보니 잔반을 깨끗이 핥아 먹은 멧돼지가 코를 벌렁거리며 주위를 확인했다.

“올라가라, 다 먹었잖아. 올라가.”

김대식 병장이 나직이 소리쳤다. 김대식 병장의 소리를 들었을까? 몇 번 냄새를 맡던 멧돼지가 방향을 틀어 자신이 왔던 곳으로 올라가려 했다.

“그래, 올라가라. 올라가.”

김대식 병장이 얼굴이 안도했다. 그런데 그때 아랫집에 살던 할머니가 집 안에서 나오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저저, 저놈의 멧돼지 새끼! 또 내려왔네, 또 내려왔어. 훠익 훠익! 저리 꺼지지 못해! 어서 저리 가!”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마구 휘저었다. 멧돼지가 그 소리에 반응하고는 몸을 돌렸다.

김대식 병장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할머니, 할머니! 그러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군인 놈들이 지금 뭐하는 거야! 저 멧돼지 잡아야지. 얼른 잡아! 안 잡고 뭐 해, 이놈들아!”

할머니는 괜히 소대원들에게 역정을 냈다.

“어떻게 하죠?”

김일도 상병이 말했다. 김대식 상병은 이해진 일병을 보았다.

“해진아.”

“일병 이해진.”

“넌 진모랑 가서 할머니 모셔.”

“아,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과 구진모 일병이 할머니 쪽으로 주춤주춤 움직였다. 그러자 멧돼지도 압박을 받았는지 낮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할머니를 향해 콧김을 뿜어댔다.

12

“어어!”

박은지의 차를 타고 현장으로 복귀한 오상진의 눈에도 긴박한 상황이 들어왔다.

오상진은 다급히 차 문을 열고 뛰쳐나가 멧돼지를 자극하는 이해진 일병과 구진모 일병을 제지했다.

“이 일병하고 구 일병은 대기해. 내가 시선을 끌면 그때 움직여. 알겠지?”

“네, 넵!”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과 구진모 일병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사이 김대식 병장이 오상진의 옆으로 다가왔다.

“소대장님, 죄송합니다. 그냥 올라갈 줄 알고 지켜봤는데 이렇게 됐습니다.”

김대식 병장의 얼굴에는 자책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김대식 병장을 탓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살면서 멧돼지를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괜히 멧돼지를 잡겠다고 나섰다가 일을 키우지 않고 자신이 올 때까지 상황을 유지했다는 게 그저 고맙기만 했다.

“아니야. 잘 대처했다. 그리고 지금 이장님께 가서 멧돼지를 포획할 도구 같은 게 있나 여쭤보고 와. 없으면 일단 119에라도 전화하고.”

“알겠습니다.”

김대식 병장이 서둘러 이장 댁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오상진은 옆의 돌멩이들 들어 멧돼지 앞쪽으로 던졌다.

“인마, 날 봐! 날 보라고!”

오상진이 크게 소리쳤다. 이런 상황에서 멧돼지를 자극해 봐야 좋을 게 없었지만, 일단은 멧돼지의 시선을 이쪽으로 잡아끌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다행히도 멧돼지는 오상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상진은 오른손을 흔들어 이해진 일병과 구진모 일병에게 신호를 보냈고 이해진 일병과 구진모 일병이 멈췄던 발걸음을 천천히 움직였다.

“할머니. 제 팔 잡으세요.”

“저희가 부축해 드릴게요.”

두 사람이 할머니를 부축해 자리를 옮기는 동안 오상진은 멧돼지와 대처했다.

‘이대로 시간만 벌면 돼.’

오상진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할머니가 안전한 곳으로 피하고 김대식 병장이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걸 가져올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킬 생각이었다.

꼭 움켜쥔 주먹으로 땀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오상진의 굳은 결의를 눈치챈 것인지 멧돼지도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고오, 나죽네에.”

갑자기 할머니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흠칫 놀란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할머니 쪽을 바라봤다.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할머니가 바닥에 넘어져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할머니의 비명 소리를 들은 멧돼지가 다시 할머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푸우, 푸우.”

거칠게 투레질을 하던 멧돼지가 할머니를 향해 달려들었다.

“안 돼!”

오상진이 악을 내지르며 할머니 쪽으로 뛰어갔다.

이대로 흥분한 멧돼지에게 덤벼들어 봐야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민간인이 다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했다.

“크아아아아!”

멧돼지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오상진은 두 팔을 벌리며 크게 소리쳤다.

그런 오상진의 행동에 당황이라도 한 것일까.

“······!”

멧돼지가 이내 방향을 틀더니 뒷밭을 가로질러 산 위로 사라져 버렸다.

< 9장 총알 일발 장전!(9)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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