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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9화 (69/1,018)

< 9장 총알 일발 장전!(6) >

인생 리셋 오 소위! 068화

9장 총알 일발 장전!(6)

“그렇구나······.”

오상진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희가 이런 말을 했다면 등짝을 때렸겠지만 과거에도 크게 성공했던 김세나의 말이다 보니 감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오상희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저 연예인 병에 걸린 철없는 막냇동생이라 여겼는데 어쩌면 김세나처럼 가정 형편 때문에 연예인을 지망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제 진짜 공부하자. 한 시간밖에 안 남았어.”

“그냥 계속 이야기하면 안 돼요?”

“안 돼. 그러다 형수한테 같이 등짝 맞을지도 몰라.”

“피이.”

“우리 뭐부터 공부할까? 수학부터 할까?”

“아잉, 나 수학 싫은데.”

“그래도 한번 해봐. 재미있을 거야.”

오상진은 뒤늦게 수업을 시작했다. 테스트 겸 김세나에게 문제 풀이를 시키고 나니 남은 한 시간도 금방 지나버렸다.

“형님, 형수님 저 끝났습니다.”

“도련님. 고생하셨어요. 잠깐만요.”

김선아가 방으로 들어가 김세나의 의사를 물었다. 그리고는 웃는 얼굴로 방에서 나왔다.

김철환 1중대장이 그 미소를 보며 바로 눈치를 챘다.

“계속하겠다고 해?”

“응, 도련님이 맘에 들었나 봐요.”

“우리 상진이면 마음에 들어 할 줄 알았지.”

김철환 1중대장이 실실 웃었다. 오상진은 살짝 민망한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많은 건 바라지도 않으니까 진짜 공부만 하게 해주세요. 본인 소원대로 연예인을 하더라도 일단 고등학교는 제대로 졸업시키고 싶어요.”

“네, 노력해 보겠습니다.”

오상진은 인사를 하고 김철환 1중대장의 집을 나섰다.

관사로 돌아가는 길에 휴대폰이 ‘지잉’ 울렸다.

김세나에게서 온 문자였다.

-오빠, 다음에 언제 오세요?

-별일 없으면 다음 주 수요일?

-힝! 우리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 보는 거예요? ㅜㅜ

“그냥 일주일에 두 번 해준다고 할까?”

잠시 갈등하던 오상진이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대 사정이 어찌 될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외 시간을 늘리는 건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세나는 공부가 목적이 아니었다. 그냥 말이 잘 통하는 대화 상대가 필요한 느낌이었다.

-약속대로 일주일에 한 번만 하는 거로 하자. 나도 군인이라 시간을 많이 낼 수가 없거든.

-그럼 어쩔 수 없죠. 대신에 한 번 할 때 오래 해주는 거예요.

-그래, 알았다.

-그럼 담 주에 봐요. ♡♡

오상진은 뒤에 붙은 하트 두 개를 보고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후훗, 내가 세나의 과외 선생님이 되다니. 나중에 세나가 잘되면 내 얘기를 하려나?”

관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난히도 가볍게 느껴졌다.

7

다음 날.

충성부대 앞으로 공문이 도착했다.

이맘때 찾아오는 대민지원 공문이었다.

“대대장님.”

“뭐야?”

“사단에서 대민지원 공문이 내려왔는데 지역이 경기도 광주 쪽이랍니다. 그런데 멧돼지 피해가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우리 보고 멧돼지 사냥이라도 해달라는 거야 뭐야?”

“그쪽도 인력에 한계가 있으니까 철책을 설치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나 참, 이제는 별의별 걸 다 해달라고 하는구먼. 군인이 뭐 노예도 아니고 만날 이럴 때만 불러.”

“그럼 어떻게 할까요? 어렵다고 할까요?”

“경기도 광주까지 언제가? 쉬운 거 찾아봐 쉬운 거! 적당히 생색낼 수 있는 거로.”

“네, 알겠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종태 대대장이 곽부용 작전과장을 불러 세웠다.

“잠깐만. 멧돼지 잡겠다고 대대가 다 갈 필요는 없지?”

“네. 아마 한두 소대만 보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받아!”

“네?”

“받아서 오상진이 보내, 오상진! 그놈 일 잘하잖아? 이번에 가서 멧돼지도 잡아보라고 해.”

한종태 대대장이 씨익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상진을 제대로 한번 골려주고 싶었는데 그럴듯한 건수가 생겼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8

군의 임무는 국가 방위가 주 업무다.

하지만 평시 대민지원을 하는 것 역시도 중요 임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었다. 국군은 국민의 군대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든 군부대가 대민지원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었다. 고유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지원부대보다는 시간을 내기가 수월한 전투부대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대민지원은 골치 아픈 민원을 처리하는 창구로 전락해 버렸다.

“하아······.”

대대장실을 나온 김철환 1중대장은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완벽하게 찍혔네, 찍혔어!”

김철환 1중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의 사무실로 갔다.

잠시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오상진이 들어왔다.

“저 찾으셨습니까?”

“그래. 요즘 1소대 내무실 분위기는 어때?”

“괜찮습니다.”

“괜찮으면 다행이고.”

“그런데 무슨 일 있으십니까?”

“후우······. 사실 말이야. 이틀 후에 1소대가 대민지원을 나가게 됐다.”

“대민지원 말입니까?”

“그래. 경기도 광주 쪽인데······.”

김철환 1중대장이 잠시 머뭇거렸다.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껄끄러운 임무입니까?”

“뭐라 말하기 애매한데······ 그냥 네가 한번 봐봐.”

김철환 1중대장이 공문을 내밀었다. 오상진을 그것을 받아서 확인했다.

“멧돼지? 무슨 멧돼지입니까?”

“내 말이 그 말이다. 대대장님은 무슨 이런 일까지 대민지원을 보내는지 모르겠어.”

김철환 1중대장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몇몇 부대에서 비슷한 대민지원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지만, 서울에 있는 부대가 굳이 경기도 광주까지 가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공문을 공문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대장님의 명령이라면 하죠, 뭐.”

“해?”

“네.”

“너는 참 속도 좋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대대장님께서 저를 꼭 집어 말씀하신 것 같은데. 아닙니까?”

“맞아. 너를 꼭 집어서 명령했지.”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확실히 찍힌 거 맞지?”

“네, 맞습니다.”

오상진이 씁쓸하게 웃었다. 상관에게 밉보여 좋을 게 하나 없는 군대에서 대대장에게 제대로 찍혔으니 앞으로 군생활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참, 너 그거 아냐.”

“어떤 거 말입니까?”

“대대장님 말이다. 지난번 족구 대회때 3중대 편에 섰다고 하더라.”

“네?”

“너도 놀랐지? 나도 그 얘기를 듣고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앞에서는 같은 육사 출신이라며 1중대장, 1중대장 그러더니. 뒤에서 내 뒤통수를 칠 줄은 누가 알았겠냐?”

“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오상진이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생각했다.

‘어쩌면 나 때문일지도 모르겠구나.’

오상진이 슬쩍 물어봤다.

“중대장님, 만약에 말입니다. 대대장님이 저를 다른 소대로 보내려고 하시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보내야지!”

“네?”

“인마, 군대는 상관이 까라면 까야지. 내가 무슨 힘이 있냐.”

“하긴 그렇죠?”

오상진이 대답을 하고는 멋쩍게 웃었다. 그런 오상진을 보며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농담이야, 인마. 네가 큰 잘못이라도 저질렀으면 몰라도, 별것도 아닌 일로 딴 곳으로 보내버리라 하면 나도 최대한 반항해 봐야지. 물론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봐? 멧돼지 잡기 싫어? 아니면 중대장이 다시 가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한마디 해줘?”

김철환 1중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날 것처럼 굴었다.

“아닙니다. 가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대에만 있어서 심심했습니다. 그냥 바람 쐬러 간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오상진이 얼른 김철환 1중대장을 붙들었다. 대대장의 눈 밖에 나서 경기도 광주까지 대민지원을 나가게 됐다지만 이런 일을 잘 해내야 만회할 기회가 주어질 터였다.

“잘 생각했다.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지.”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나가서 애들한테 말하고 준비 하겠습니다.”

“그래, 고생해라.”

“넵!”

오상진이 중대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1소대 내무실로 향하던 중에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발신자는 박은지.

“네, 오상진 소위입니다.”

-저 박은지예요. 잘 지내셨죠?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은지 씨는 어떻습니까?”

-저야 항상 바쁘게 보내죠. 그보다 집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아직 고민 중입니다. 은지 씨 조언대로 발품도 좀 더 팔아야 할 것 같고요. 어머니가 수술하시고 퇴원하신 지 얼마 안 되어서 천천히 상의를 해볼 생각입니다.”

-어머님이 어디 아프세요?

“허리가 좀 불편하셨는데 수술 잘 받고 퇴원하셨습니다.”

-디스크 쪽이신가 보구나? 그래도 수술이 잘 됐다니 다행이네요. 아무튼 다음에도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요. 내가 특별히 시간 내서 도와드리러 갈게요.

“신경 써 줘서 고맙습니다. 은지 씨. 그런데 아마 다음번에는 어머니하고 같이 보러 가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어머, 어머니요?

“네. 아무래도 어머니가 사실 집이라서요.”

-그럼 겸사겸사 어머니도 뵐까요?

“네? 저희 어머니를 말입니까?”

-호호호, 농담이에요. 농담! 저 그렇게 눈치 없는 여자 아니에요.

“하하하······.”

오상진이 멋쩍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안부 전화만 하신 건 아닌 거 같은데.”

-눈치 빠르신데요? 사실 재미있는 기사거리라도 있나 해서 연락 드렸어요. 요즘 마땅히 쓸 게 없거든요.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박은지가 전화를 한 정확한 용건은 이것이었다.

하지만 두 번이나 도움을 받아서일까. 딱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우리 박 기자님께 도움이 될 만한 기사 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딱히 별 일이 없네요.”

-그래요? 아쉽네요. 그건 그렇고 상진 씨 요새 뭐 해요? 훈련 안 해요?

“훈련이야 매일 하죠. 그리고 곧 대민지원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어디로 가는데요?

“경기도 광주 쪽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경기도 광주라고요? 어떤 대민지원을 하는 거죠?

박은지의 목소리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

“멧돼지 때문에 농작물 피해가 있다고 해서 말입니다. 철조망 공사를 할 생각입니다.”

-아, 뭔지 알겠어요. 그런데 군인이 그런 것까지 해요?

“군인은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는 어떤 지원이든 갑니다. 물론 군의 첫 번째 임무는 국가의 방위이지만, 대민지원 역시 중요한 임무 중에 하나입니다.”

-그거 어디서 보고 읽으시는 거 아니죠?

“하하. 들켰네요.”

-그런데 멧돼지 퇴치라면 지자체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 아닌가요?

박은지는 갑자기 기자 모드로 바뀌며 질문을 던졌다. 오상진은 속으로 웃으며 성실하게 답변해 주었다.

“사실 그 마을이 외진 곳이기도 하고, 요즘은 워낙에 젊은이들이 없으니까 멧돼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조금 힘든 모양입니다. 그리고 멧돼지가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군대에 요청이 많이 들어옵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서울 지역이다 보니 딱히 대민지원할 곳이 없어서 경기도까지 지원을 나가게 된 것이고요.”

-그럼 혹시 제가 가서 취재해도 돼요?

< 9장 총알 일발 장전!(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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