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장 총알 일발 장전!(4) >
인생 리셋 오 소위! 066화
9장 총알 일발 장전!(4)
“저거라니?”
“아까 못 보셨어요? 우족 사 왔는데.”
“우족?”
신순애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이게 다 뭐야?”
우족 세트와 고기 팩이 식탁 위에 한가득 놓여 있었다.
“이걸 누가 다 먹는다고 사 와.”
“누가 먹긴요. 엄마 드셔야죠.”
“그럼 적당히 사지. 이게 돈이 얼마인데······.”
“에이, 돈 걱정 하지 마세요. 아들 돈 잘 벌잖아요.”
“그래도······.”
신순애는 자신을 생각해 주는 오상진이 고맙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다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엄마 빨리 나아서 돈 벌라는 거니?”
신순애가 슬쩍 농담을 던졌다. 오상진은 기분 좋게 웃으며 그 농담을 받았다.
“그럼요. 엄마. 하루라도 젊었을 때 일하셔야죠.”
“뭐? 이놈의 자식이.”
신순애가 오상진에게 다가가 오상진의 등짝을 살짝 때렸다.
“윽!”
오상진이 일부러 엄살을 부렸다.
“엄마, 아파요.”
“그럼 아프라고 때리지 간지러우라고 때리니?”
신순애는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부엌으로 가서 우족을 정리했다.
“너무 많이 샀다. 이걸 언제 다 먹니. 그리고 집에 곰솥도 없는데······.”
“곰솥이야 사면 되고요. 그리고 두고두고, 천천히 끓여 드시면 되죠.”
“아이고, 정진이랑 상희 한동안 사골만 잔뜩 먹게 생겼네.”
“어? 나는 사골 좋은데.”
“그래, 이놈이고 저놈이고······. 알았어.”
신순애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우족을 큰 대야에 담아 물을 받았다.
4
다음 날.
행정실에서 오늘 일과를 검토하는데 오상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어? 임 소령님이시네.”
전화를 한 사람은 헌병대 임규태 소령이었다.
“충성, 오상진 소위입니다.”
-나다, 임 소령. 잘 지냈나?
“넵, 소령님. 소령님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나야, 늘 똑같지. 그건 그렇고 부대에 별일 없지?
“넵.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이번 일로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거나 하면 나한테 말해. 내가 최대한 도와줄 테니.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두 녀석 지금 어떤지 궁금하지 않아?
“당연히 궁금합니다. 지금 어디까지 진행되었습니까?”
오상진의 눈이 반짝였다.
-재판에 들어갔다. 일단 최 병장 쪽 집안에서 제법 탄탄한 변호사를 선임한 것 같은데 뭐, 증거도 확실하고 그냥 넘어가지는 못할 거야. 그런데 강 상병 이놈은 국선변호사를 선임했는데 뭐, 이야기 들어보니까 자포자기한 것 같더라고. 아무튼 두 놈 다 쉽사리 벗어나진 못할 거야.
“정식 재판은 언제부터 합니까?”
-조만간 시작될 거야. 그때 다시 연락해 줄게.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다. 나중에 밥 한 끼 하자.
“넵! 충성.”
-그래, 수고.
오상진은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을 했다.
임규태 소령의 호언장담으로 봐서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이 무사히 부대로 돌아올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소대원들도 심란할 테니까 알려주는 게 낫겠어.’
훈련 시간이 되자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전 그럼 오전 일과하러 가겠습니다.”
“네. 수고하십시오.”
“고생하십시오.”
3소대장과 4소대장이 말했다. 2소대장은 힐끔 한번 바라만 보고 다시 자신의 일에 열중했다.
오상진이 연변장에 나오자 1소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다들 모였나?”
“네!”
“대식아 인원 보고.”
“네, 총 인원 12명 열외 2 현재인원 10명이 이상입니다.”
오상진이 눈으로 인원을 확인했다. 두 명이 비었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소대가 휑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 며칠간 여러 가지 일로 인해 소대가 많이 어수선하다는 거 소대장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흔들리지 말고 서로 똘똘 뭉쳐서 좀 더 나은 소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네!”
“부족한 인원은 조만간 채워주기로 했으니까 이대로 조금만 고생하고.”
“알겠습니다.”
“대식아.”
“병장 김대식.”
“돌아가면 최 병장과 강 상병 관물대 정리해 놔.”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의 말에 소대원들이 잠깐 수군거렸다.
관물대를 정리한다는 건 더 이상 소대원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자자! 그만 떠들고. 오늘과 내일은 각개전투 훈련이 있는 날인 거 알지?”
“네.”
“훈련 동안 다치지 말고, 지휘관의 통제에 잘 따르고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그럼 가자. 대식아 인솔해.”
“네. 소대 출발.”
1소대가 줄을 맞춰서 걸어갔다. 그 뒤를 오상진이 따라갔다. 잠시 후 박중근 하사가 뛰어왔다.
“소대장님.”
“아 ,부소대장.”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매번 요령을 피우던 이호준 하사라면 눈치를 줬겠지만 자기 일에 철저한 박중근 하사라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 여겼다.
“행보관님께 볼일이 있었는데 이야기가 좀 길어졌습니다.”
“저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참, 오늘 훈련은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이십니까?”
박중근 하사의 물음에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지난번하고 똑같이 해야죠. 선임병은 숙련을 목표로, 후임병은 지형지물을 익히는 것으로 말이죠. 무엇보다 서로의 단합을 중점적으로 볼 예정입니다.”
“협동심 말씀이시군요. 넵. 잘 알겠습니다.”
박중근 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참을 걷는데 뒤쪽에서 소대원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그런데 우리 소대장님 엄청 달라지신 것 같지 않습니까?”
“확실히 예전보다는 좀 더 군인다워지신 느낌이긴 해.”
‘내 이야기 중인가?’
자신의 이름을 들은 오상진의 귀가 쫑긋거렸다.
“예전에 무슨 일 있었습니까?”
“모르십니까? 처음에 있지 않습니까. 최루탄 사건과 행보관 사건 말입니다.”
“아, 그 사건. 알지. 그걸 어떻게 잊어버리냐.”
몇몇 병사들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졌다.
덩달아 오상진의 얼굴도 붉게 달아올랐다.
‘무슨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내 흑역사로군.’
오상진이 충성부대에 부임하고 일주일 후 독수리 훈련이 시작되었다. 일주일 동안 부대에 적응을 하기 위해 분부하게 움직이던 때였다.
독수리 훈련 중일 때는 부대에 비상이 걸린 상태로 부대 내에서 먹고 자며 생활해야 했다. 처음 임하는 독수리 훈련이었지만 오상진은 넘치는 의욕으로 최선을 다해 임했다. 그렇게 훈련이 잘 마무리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 날 김철환 1중대장에게 특별 임무를 받으면서 일이 꼬여버렸다.
“1소대장.”
“네.”
“자, 이거 잘 처리해.”
“이것이 무엇입니까?”
“CS탄.”
“최루탄 말입니까?”
“그래.”
“이건 화생방 때 사용하는 것인데 왜······.”
“대항군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니까. 방어 차원에서 가지고 있었지. 그런데 오늘로서 훈련도 끝난 것 같고, 어차피 사용해야 할 거라 그냥 가지고 있기도 그렇다. 그러니 아무도 없는 곳에서 터뜨려 버려.”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CS탄을 가지고 부대를 나섰다. 그런데 이른 새벽에 그것도 화생방 때 사용하는 CS탄을 어디서 터뜨릴지 막막했다.
“어디서 처리하지?”
오상진이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부대 옆 사격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저기서 처리하면 되겠다.”
오상진은 장소를 확인하고 뛰어갔다. 넓은 사격장을 보면서 오상진은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좋아, 여기서 터뜨리면 아무런 문제 없겠지.”
오상진은 사격장에서 받은 CS탄을 전부 터뜨렸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부대 쪽으로 불기 시작했다. 노란색의 CS탄 가스는 바람을 타고 부대로 향했다.
오상진이 뒤늦게 수습하려 했지만 인간이 바람을 이길 수는 없었다.
잠시 후 부대는 발칵 뒤집어졌다. CS탄이 부대를 덮치면서 이른 아침에 벌어진 참사에 대항군이 기습을 했다는 오보까지 올라가고 부대에 때아닌 비상이 걸렸다.
설상가상 부대에는 대대장까지 취침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오상진이!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날의 사건이 이후로 오상진은 지금은 떠난 전임 대대장에게 찍혀서 한참을 고생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새로 온 대대장에게 찍혔고. 난 대대장에게 찍힐 운명이었던 것인가? 하아. 그래도 그땐 진짜 죽고 싶었었지.’
오상진이 애써 웃어넘기려는데 1소대원들의 뒤에서 수군거림은 계속 이어졌다.
“행보관님 사건은 또 어떻고요.”
“큭큭. 진짜 그것도 대박이었지.”
“행보관님 사건은 뭡니까? 혹시 소대장님이 자네가 행보관인가, 뭐 이런 거 하셨습니까?”
“아니. 차라리 그랬다면 패기 넘치기라도 했지. 우리 소대장님은 완전히 헛다리 짚으셨다고.”
그 당시 사건은 이랬다.
부임하고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오상진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간부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모르던 때였다.
“행보관에게 가서 내가 부탁한 거 있으니까, 가져와라.”
“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의 심부름에 냉큼 고개를 끄덕이긴 했는데 사정상 행보관과 통성명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군수과에 있을까 해서 가 봤는데 작업 중이라는 말을 듣고 부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지나가는 병사를 붙잡고 물었다.
“행보관님 어디 계시냐?”
“행보관님 말씀이십니까? 아까 저쪽에 계셨습니다.”
“그래?”
오상진은 병사가 가리킨 방향으로 갔다. 그곳에는 소대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죄다 활동복 차림이라는 점이었다.
‘누가 행보관이지?’
잠시 고심하던 오상진은 나이가 제법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혹시 행보관님?”
순간 그 사람이 움찔하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그러곤 주위를 몇 번 두리번거리고는 다시 오상진에게 되물었다.
“저 말입니까?”
“아, 네에. 안녕하십니까, 1중대 1소대장입니다. 중대장님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저희 중대장님께서 뭐가 부탁한 것이 있다고 하던데······.”
“제게 말입니까?”
순간 주위에서 작업하던 병사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오상진은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 1소대장님이시구나. 제가 지금 여기 작업을 아직 마무리 못 지었습니다. 마무리 짓고 제가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작업 끝나고 연락 주십시오.”
무엇이 문제였는지는 부대에 복귀하고서야 알았다. 행보관으로 착각했던 사람이 전역을 사흘 앞둔 말년병장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진짜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고 웃긴 일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리 유쾌하게 넘기지 못했다. 지금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겠지만 그땐 신참 소대장으로서 자존심이 먼저였다.
‘그 사건 이후로 병사들에게 좀 못되게 굴었고.’
이미 제대해 버린 말년 병장의 장난을 말리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고 오상진은 소대원들의 군기를 엄하게 잡았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렇다 보니 병사들이 뒤에서 자신의 욕을 많이 했다.
‘나도 참 쪼잔하게 살았구나.’
어찌 보면 소대원들이 자신을 우습게 여긴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하는 박중근 하사는 소대원들이 소대장의 험담을 하는 게 용납이 되질 않았다.
“저 녀석들이 지금 뭐라는 거야?”
박중근 하사가 곧바로 오상진에게 말했다.
“소대장님. 제가 가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 9장 총알 일발 장전!(4)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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